125. [2부] 시작되는 반전
조회 : 118 추천 : 0 글자수 : 4,548 자 2025-04-05
릴리스티아는 그래도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어떤 생각에 잠기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의 표정은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초조해 보일 때와는 전반 다르게 한껏 편안 해 보이기까지 했다.
목소리가 지시한 단어에 따라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흘러가는 상황에 맡겨 볼 요량으로 보였다.
스스스…슷.
그녀가 자신이 깨우친 엔테리아에 몸과 마음을 맡기자, 그녀의 몸 주변에서는 하얀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란 것을 알리듯 그 하얀 기운은 강하면서도 짙게 방 안의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포근한 느낌이 방안에 짙게 깔린 칠흑 같고도 불길한 기운을 감싸 안았다.
아주 상냥하고도 따뜻한 느낌의 마력이 방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금 릴리스티아, 그녀 자신에게서 방출되고 있는 엔테리아 마력은 본인이 느끼기에도 간드러질 정도로 마력의 방출이 지속될 수록 그녀의 얼굴엔 상념이 사라진 듯한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 ……………. 」
하염없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게 된 입장에 이른 목소리는 가늠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것도 인간인가. 」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 감정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쿡쿡 찔러서 간질간질 거리는 것같이 목소리 자신도 덩달아 들뜨는 기분에 동요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듯싶었다.
목소리는 홀로 깨알 같은 말로 중얼거릴 뿐, 굳이 내색해서 그녀의 집중을 흐트러지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다.
목소리는 형체가 없기에 표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그녀에게 이끌리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느새 방 주위는 마치 불이라도 밝힌 듯 환해지고 있었다.
그 포근함과 따뜻함을 지닌 그녀의 마력은 등불과도 같았다.
「 인간. 느껴라. 」
릴리스타아는 집중하는 와중에도 목소리가 말하고자 바는 깨달았는지. 은연중에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펄럭.
그녀의 등에 솟은 날개가 그녀의 엔테리아에 반응하듯 만개 꽃을 펼쳤다.
처음 느꼈던 엔테리아의 마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릴리스티아가 깨우친 전생의 능력에서 진정한 마력의 깨달음을 얻고 그 깊이의 진리까지 닿으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 주위의 시각은 아주,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적막함과 고요함은 훈훈한 고요함으로 바뀌어 갔었다.
그녀의 마력이 원동력이 되었던 까닭일까…?
꼭 잡았던 오래된 병자 같은 그녀 어머니의 손은 그 따뜻하고 온화한 마력에 따라 마치 보급이라도 받는 것만 같았다.
릴리스티아 어머니의 차가웠던 손은 그 따뜻함에 녹아내리며, 그녀의 따뜻한 손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온도를 찾아가고 있어 보였다.
‘가능…. 아니, 이거라면 할 수 있어…!’
굳이 이런 상태를 표현한다면, 차도가 있어선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집중 속에서 릴리스티아의 화색은 차도를 보이는 어머니의 상태보다도 더욱 밝아졌었다.
그것은 목소리님을 만나고 전생의 힘을 각성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면서 잡은 느낌에 고조되는 감정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 인간. 」
하지만 퍼붓는 마력은 언젠가는 한도를 드러내는 법.
그녀의 마력이 조금씩 미미해짐을 목소리가 먼저 감지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온통 마력의 흐름과 어머니에게만 정신이 쏠렸을 줄 알았던 릴리스티아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목소리도 반신반의했다.
그녀는 목소리의 부름을 흘러 듣는다시피라도 못 들을 거란 생각해 계약자에게 충고라도 하고 싶은 것이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와중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목소리가 보기엔 그녀는 참 신기한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인간들에게 ‘저주받은 마석’. ‘아이덴티티’ 등 간혹 마석 본인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를 지칭하며 많은 세월을 떠돌아다니다시피 보냈다.
그리고 그 대부분 어디에 고스란히 박혀 나오지 못하거나 나오더라도 한곳에 오래 못 가는 떠돌이 생활(?) 당연히 여러 인간을 접했다.
그 인간들은 하나 같이 자신밖에 모르는 게 다반사였다.
그게 다반사였던 만큼이나, 계약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미 자기 말을 듣고 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어리석고도 미개한 존재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현재의 계약자, 릴리스티아란 소녀.
그녀는 여태껏 접했던 계약자들의 인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저주의 마석이라고 불리는 자신을 접하고 처음은 지레 겁먹으며 눈치를 보는 모습이 다른 인간들의 처음과 같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겁먹으면 겁먹은 채.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 하는 과부하 상태로 하나. 하나 목소리에 따라 따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게 저주의 마석이 가진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나머지가 새까만 욕망덩어리 자체만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소수의 영혼까지 검게 물들어 추한 인간들이 목소리를 이용하려다가 되려 그 욕망덩어리에 잡아 먹혀 버리는 먹이가 되어 버리는 게 당연한결과였다.
그런데….
릴리스티아라는 인간 소녀는 본론으로 들어갈 수록 화이트 드래곤의 전생이기보다는 천사의 모습에 가까울 정도로 능력을 각성하면서 오히려 저주의 마석인 자신이 끌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티 없이 맑고도 맑은 하얀 순수함이 어둠을 억지로라도 밝혀 버리려는 듯이 장약에까지 이르려는 느낌을 계속 받았지만 퉁명스럽게 대처하는 것뿐이었다.
저주의 마석이 움직인 순간부터 누가 물들고 타락하는지의 갑과 을의 관계는 정해져 있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 논리가 한 소녀에게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목소리는 쉽게 물리치지 못했다.
인간이 흥미롭다.
아니, 이 소녀라는 인간이 가진 순수함이 마치 목소리를 매료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목소리는 그런 소녀를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다.
소녀가 대뜸 자신을 깨웠을 땐, 이런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서 까지 이르러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바였다.
그렇기에 저주의 마석이 더더욱 마석이기에 근본과 다른 사고력에 얽혀 릴리스티아란 소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그다지 싫은 느낌도 들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소녀가 자기 욕망을 이룬다면, 저주의 마석이 그 새까맣고 떼에 찌든 욕망을 먹는 순간, 그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저주의 마석은 늘 언제나 그런 조건으로 인간을 구워삶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순수한 욕망을 품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감정이란 게 애초에 없던 저주의 마석이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 거리며 시큰거리는 게 느껴져 왔다.
그 감정은 당연히 마석이 이 세계에 존재한 이후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한편으로는 이 소녀를 해치고 싶…. 아니, 이 소녀를 계속 눈여겨보고 싶을 정도로 헤어지고 싶지 않은 감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 ………. 」
“목소리님!”
자꾸 하염없이 감정에만 치우치는 상념에 잡혀 있을 그때였었다.
릴리스티아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려는 모양이었다.
그도 평소와 같지 않았던 사고력이 끊어지며 다급한 외침의 소리에 정신을 이내 가다듬을 수 있었다.
“어, 어머니께서….”
릴리스티아의 말대로 그녀의 어머니는 꽤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새파랗고 핼쑥했던 그녀의 얼굴은 금방…. 아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을 감을 날만이 보였었는데….
어느새 그런 몰골이 확 빠진 듯이 볼품없던 몰골이 점차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 볼은 색을 되찾으며 빨갛게 물들어갔었다.
릴리스티아의 치료가 어느 정도가 아닌 효과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먹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 인간. 」
그도 꽤 놀라운 듯한 반응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운을 떼고 있었다.
“네, 네.”
그러자 릴리스티아도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그 목소리에 릴리스티아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그녀, 자기 능력도 신기했지만, 그건 저주의 마석 덕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인지함을 보여주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한 번쯤은 칭찬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아직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은 저주의 마석에게 있어 어림도 없었다.
그는 그런 눈빛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고의 존재.
「 인간. 그 정도로는 실낱같은 인간의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
그는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더 바라고 있었다.
“네….”
릴리스티아는 약간 실망감이 섞인 표정을 숨길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붉게 상기된 뺨과 정상적인 호흡.
그런 호전적인 상태는 드러났지만, 병의 뿌리를 온전히 뽑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어쩌면 릴리스티아의 엔테리아에서 병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스킬을 각성해야 본전을 건짐에 그 또한 그녀와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욕망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 욕망을 이루고 거둬들이는 순간.
계약은 파ㄱ……….
움찔.
그때였다.
그녀 어머니의 손이 움직이며,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잡을 정도로 꽤 악력을 지닌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머니…?”
그리고 어떤 생각에 잠기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의 표정은 뭘 어떻게 할지 몰라 초조해 보일 때와는 전반 다르게 한껏 편안 해 보이기까지 했다.
목소리가 지시한 단어에 따라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흘러가는 상황에 맡겨 볼 요량으로 보였다.
스스스…슷.
그녀가 자신이 깨우친 엔테리아에 몸과 마음을 맡기자, 그녀의 몸 주변에서는 하얀 기운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란 것을 알리듯 그 하얀 기운은 강하면서도 짙게 방 안의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포근한 느낌이 방안에 짙게 깔린 칠흑 같고도 불길한 기운을 감싸 안았다.
아주 상냥하고도 따뜻한 느낌의 마력이 방안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지금 릴리스티아, 그녀 자신에게서 방출되고 있는 엔테리아 마력은 본인이 느끼기에도 간드러질 정도로 마력의 방출이 지속될 수록 그녀의 얼굴엔 상념이 사라진 듯한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 ……………. 」
하염없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게 된 입장에 이른 목소리는 가늠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것도 인간인가. 」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그 감정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쿡쿡 찔러서 간질간질 거리는 것같이 목소리 자신도 덩달아 들뜨는 기분에 동요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듯싶었다.
목소리는 홀로 깨알 같은 말로 중얼거릴 뿐, 굳이 내색해서 그녀의 집중을 흐트러지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었다.
목소리는 형체가 없기에 표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반대로 그녀에게 이끌리고 있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느새 방 주위는 마치 불이라도 밝힌 듯 환해지고 있었다.
그 포근함과 따뜻함을 지닌 그녀의 마력은 등불과도 같았다.
「 인간. 느껴라. 」
릴리스타아는 집중하는 와중에도 목소리가 말하고자 바는 깨달았는지. 은연중에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펄럭.
그녀의 등에 솟은 날개가 그녀의 엔테리아에 반응하듯 만개 꽃을 펼쳤다.
처음 느꼈던 엔테리아의 마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릴리스티아가 깨우친 전생의 능력에서 진정한 마력의 깨달음을 얻고 그 깊이의 진리까지 닿으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 주위의 시각은 아주,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적막함과 고요함은 훈훈한 고요함으로 바뀌어 갔었다.
그녀의 마력이 원동력이 되었던 까닭일까…?
꼭 잡았던 오래된 병자 같은 그녀 어머니의 손은 그 따뜻하고 온화한 마력에 따라 마치 보급이라도 받는 것만 같았다.
릴리스티아 어머니의 차가웠던 손은 그 따뜻함에 녹아내리며, 그녀의 따뜻한 손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온도를 찾아가고 있어 보였다.
‘가능…. 아니, 이거라면 할 수 있어…!’
굳이 이런 상태를 표현한다면, 차도가 있어선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집중 속에서 릴리스티아의 화색은 차도를 보이는 어머니의 상태보다도 더욱 밝아졌었다.
그것은 목소리님을 만나고 전생의 힘을 각성하면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면서 잡은 느낌에 고조되는 감정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 인간. 」
하지만 퍼붓는 마력은 언젠가는 한도를 드러내는 법.
그녀의 마력이 조금씩 미미해짐을 목소리가 먼저 감지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온통 마력의 흐름과 어머니에게만 정신이 쏠렸을 줄 알았던 릴리스티아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목소리도 반신반의했다.
그녀는 목소리의 부름을 흘러 듣는다시피라도 못 들을 거란 생각해 계약자에게 충고라도 하고 싶은 것이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와중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목소리가 보기엔 그녀는 참 신기한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인간들에게 ‘저주받은 마석’. ‘아이덴티티’ 등 간혹 마석 본인도 알아듣기 힘든 단어를 지칭하며 많은 세월을 떠돌아다니다시피 보냈다.
그리고 그 대부분 어디에 고스란히 박혀 나오지 못하거나 나오더라도 한곳에 오래 못 가는 떠돌이 생활(?) 당연히 여러 인간을 접했다.
그 인간들은 하나 같이 자신밖에 모르는 게 다반사였다.
그게 다반사였던 만큼이나, 계약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미 자기 말을 듣고 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어리석고도 미개한 존재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현재의 계약자, 릴리스티아란 소녀.
그녀는 여태껏 접했던 계약자들의 인간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저주의 마석이라고 불리는 자신을 접하고 처음은 지레 겁먹으며 눈치를 보는 모습이 다른 인간들의 처음과 같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겁먹으면 겁먹은 채.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 하는 과부하 상태로 하나. 하나 목소리에 따라 따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게 저주의 마석이 가진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나머지가 새까만 욕망덩어리 자체만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소수의 영혼까지 검게 물들어 추한 인간들이 목소리를 이용하려다가 되려 그 욕망덩어리에 잡아 먹혀 버리는 먹이가 되어 버리는 게 당연한결과였다.
그런데….
릴리스티아라는 인간 소녀는 본론으로 들어갈 수록 화이트 드래곤의 전생이기보다는 천사의 모습에 가까울 정도로 능력을 각성하면서 오히려 저주의 마석인 자신이 끌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티 없이 맑고도 맑은 하얀 순수함이 어둠을 억지로라도 밝혀 버리려는 듯이 장약에까지 이르려는 느낌을 계속 받았지만 퉁명스럽게 대처하는 것뿐이었다.
저주의 마석이 움직인 순간부터 누가 물들고 타락하는지의 갑과 을의 관계는 정해져 있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 논리가 한 소녀에게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으며 목소리는 쉽게 물리치지 못했다.
인간이 흥미롭다.
아니, 이 소녀라는 인간이 가진 순수함이 마치 목소리를 매료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일까?
목소리는 그런 소녀를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다.
소녀가 대뜸 자신을 깨웠을 땐, 이런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서 까지 이르러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바였다.
그렇기에 저주의 마석이 더더욱 마석이기에 근본과 다른 사고력에 얽혀 릴리스티아란 소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그다지 싫은 느낌도 들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소녀가 자기 욕망을 이룬다면, 저주의 마석이 그 새까맣고 떼에 찌든 욕망을 먹는 순간, 그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저주의 마석은 늘 언제나 그런 조건으로 인간을 구워삶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순수한 욕망을 품고 있는 소녀를 보고 있자니….
감정이란 게 애초에 없던 저주의 마석이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 거리며 시큰거리는 게 느껴져 왔다.
그 감정은 당연히 마석이 이 세계에 존재한 이후로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어야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한편으로는 이 소녀를 해치고 싶…. 아니, 이 소녀를 계속 눈여겨보고 싶을 정도로 헤어지고 싶지 않은 감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 ………. 」
“목소리님!”
자꾸 하염없이 감정에만 치우치는 상념에 잡혀 있을 그때였었다.
릴리스티아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려는 모양이었다.
그도 평소와 같지 않았던 사고력이 끊어지며 다급한 외침의 소리에 정신을 이내 가다듬을 수 있었다.
“어, 어머니께서….”
릴리스티아의 말대로 그녀의 어머니는 꽤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새파랗고 핼쑥했던 그녀의 얼굴은 금방…. 아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눈을 감을 날만이 보였었는데….
어느새 그런 몰골이 확 빠진 듯이 볼품없던 몰골이 점차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 볼은 색을 되찾으며 빨갛게 물들어갔었다.
릴리스티아의 치료가 어느 정도가 아닌 효과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먹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 인간. 」
그도 꽤 놀라운 듯한 반응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운을 떼고 있었다.
“네, 네.”
그러자 릴리스티아도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그 목소리에 릴리스티아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그녀, 자기 능력도 신기했지만, 그건 저주의 마석 덕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인지함을 보여주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한 번쯤은 칭찬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아직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은 저주의 마석에게 있어 어림도 없었다.
그는 그런 눈빛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고의 존재.
「 인간. 그 정도로는 실낱같은 인간의 생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
그는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더 바라고 있었다.
“네….”
릴리스티아는 약간 실망감이 섞인 표정을 숨길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이 사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붉게 상기된 뺨과 정상적인 호흡.
그런 호전적인 상태는 드러났지만, 병의 뿌리를 온전히 뽑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어쩌면 릴리스티아의 엔테리아에서 병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스킬을 각성해야 본전을 건짐에 그 또한 그녀와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욕망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 욕망을 이루고 거둬들이는 순간.
계약은 파ㄱ……….
움찔.
그때였다.
그녀 어머니의 손이 움직이며, 그녀의 옷자락을 움켜잡을 정도로 꽤 악력을 지닌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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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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