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2부] 바스러진 자존심과 기억의 파편
조회 : 6 추천 : 0 글자수 : 4,921 자 2026-10-14
「 시 시실허어어엄?! 」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서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뭔가 단단히도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다.
타닥, 타다닥. 타닥.
쉭 – 퍽!
‘뭐지. 이 소리는…?’
그의 손에서 다시 생성되던 새로운 화염은 일정하고도 무서운 불꽃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이성이 기분 나쁜 듯한 시스의 한 마디에 흔들리는 기우를 보임에 따라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타오르는 화염의 불길도 이상한 소리와 더불어 불안정해 보였다.
쉬익….
쉬익…….
쉬익, 퍽.
‘가만히 듣고 있기에 좀 뭔가 거슬리는걸.’
보이는 그 자체와 소리.
그의 손에서 타오르는 화염의 불길이 그가 흥분할 때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단순한 타닥거리는 마찰음을 벗어나 공기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아르휀의 귀를 부산스럽게 두드려 버린 거였다.
「 하. 가만히 들어주고 있으니까 감히 누굴 내려다보는 거야, 앙?!
실험? 그딴 버러지 같은 짓 하기 전에 네 녀석부터 짓이겨 버린다.
각오해. 」
치지지지지…직.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는 진짜 싸움에 집중이라도 하듯 의외성을 띠는 진지한 면모가 드러났다.
‘…그런데……. 음.’
아르휀은 그 와중에도 그의 불안한 행동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의 진지함보다는 흥분이 자꾸 불안한 요소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지지…지이익, 팟 – 으드드득.
‘저 녀석 못 느끼는 거야?’
의도적이었던 그런 게 아니었던지는 아르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손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화염을 손으로 압력을 가하듯 하는 바람에 이상 현상은 계속 번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 부딪히는 마찰음은 꽤 짓이겨져 찢겨 나갈 것만 비명을 지르는… 질러대었다.
「 네 녀석이 발악할 차례다! 」
아아….
‘글러 먹은 녀석이다.’
아르휀은 본인만이 못 느끼는 것 같음에 속으로 한탄만이 새어 나왔다.
“시스. 잘 들어.
저 녀석 곧 폭발할지도 몰라.
그러니ㄲ…….”
【 알고 있습니다. 】
………!
시스가 언제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아르휀은 전혀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었다.
【 그렇기에 더더욱 마스터의 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기에는 딱 제격인 실험이 되겠습니다. 】
그 실험이라는 게 결국은 시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이유라는 걸 그때 서야 아르휀은 알 수 있었다.
“그럼 빨리 실험을 이행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시스?”
무신경한 그의 손에서 언제라도 터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화염이라는 화근을 없애버리는 게 아르휀에겐 최우선으로 매겨졌다.
자칫 그대로 터지기라도 하면 아르휀도 얼마든지 정신적인 타격을 받고도 남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단 몇 초만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
마음이 다급한 아르휀과 달리 시스의 유유자적한 모습은 한결같았다.
‘아…. 아. 그사이에 터지질 않기만을 빌어야 쓰나…. 하.’
이제 모든 걸 시스에게 맡기는 수밖에는 방도는 없어 보였다.
애초에 침입자를 처리하고자 하는 것부터 시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그 처리보다 아르휀 정신의 공간이 피해를 입지 않는 게 더 중요해짐에 따라 속으로 잘 해결되길 빌어야만 했었다.
【 영역 지정.
대상은 마스터 공간의 침입자에 의해 불균형을 이루는 화염,
마력 자체의 응집 점으로 규모가 최소화.
술식의 기점에 동기화…동기화되었습니다.
액세스(Access).
간섭 개시-.】
시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오묘해졌다.
원래 기계 음성으로 많은 걸 아르휀과 공유했지만, 그것과는 또 달랐다.
아르휀도 모르는 시스의 새로운 면모를 보는 것만 같았다.
「 아까부터 자꾸 뭐라고 계속 중얼거리는 거야!
이제 겁먹어서 발 빼려고 해도 늦었거든? 」
그는 시스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는커녕,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주눅들 필요 없는 자존심을 세우며 손안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요람과 같은 화염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버릴 심산인 듯싶었다.
화르르…치지지 직.
퍼벅, 퍼 버벅.
뻐끔뻐끔 피 윷 슈수숙.
‘그, 그…금방이라도 바로 터지는 거 아냐…. 저거?!’
그의 손에서 화염은 점점 커지면서 아주 요란스러운 소리로 아르휀의 귀를 긁어대었다.
【 마력의 유통 경로 및 기동식 발견.
강제 절단합니다. 】
정확히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스의 눈동자는 새하얗게 물들어져 엄청 빠른 속도로 검은 점들만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 대상자인 침입자가 행사하는 모든 섭리와 현상의 축을 원점으로 수렴시킵니다. 】
《 ᚲᛖᚾ᛫ᛁᛊᚫᛊ᛫ᚠᛖᛟ : 켄-이사스-페오(제로 파운드). 》
피…슈우우우.
「 어, 어…어라라라라라?! 」
그는 무척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본인도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기하학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같았다.
「 왜…. 왜 왜애애애애?
안 돼. 작아지지 마!
이러면…이럴 거면 건방진 저 녀석을 날려버릴 수 없잖아…. 」
불꽃이 매우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가 울부짖는 짜증을 낸다 한들, 그 의미는 없어 보였다.
「 이건 아냐…. 아니라고.
내 마력이 왜 느껴지지 않느냐고, 응?! 왜, 왜왜왜? 」
이제는 자문자답에 하기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여전히 그에게 닥친 현실은 냉대했다.
손바닥에 타오르던 온기는 그저 한 줌의 바람에 불과한 것처럼.
거칠게 요동치던 불안정한 화염은 이내 초의 작은 불씨가 되어 미약한 숨결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 아, 안 돼. 가지 마.
꺼지지 말라고! 이건 명령이야!
넌 내 마력이잖아? 내 말을 들어야지. 왜 그러는 거냐고오 - ! 」
스르르르르…. 피슈…욱.
그런 그의 마지막 절규와 함께 불꽃의 미약한 숨결마저 어둠 속으로 녹아들 듯 스러졌다.
「 ……………. 」
털 – 썩.
충격이 꽤 큰 것 같았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한 채로 맥 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 불안정한 마력이 소실되었습니다. 】
‘그, 그럼 이제 급한 불은 모두 꺼진 건가…!’
아르휀은 전세가 역전되어 기뻐해야 하는 것보다 위험에서 벗어난 자체에 안도했다.
휘 – 유.
【 싸울 의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항복할 의사가 있다면 조용히 여기서 나가주시기를 바랍니다. 】
시스가 보기에도 그는 무리수를 부릴 의지가 완전히 꺾여 보였다.
그렇게 느낌에 침입자를 제거할 용의까지는 갈 필요 없이 쫓아내기 단계로 넘어갔다.
크…흥.
훌쩍,
‘아, 아니지…아니겠지? 설마……?!’
훌쩍. 훌쩍….
「 으아아아아아앙! 」
그 설마가 맞았다.
그는 난데없이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했었다.
‘저러고 갑자기 운다고?’
이기지 못한 분한 마음에 그런 걸 수도 있었지만, 아르휀이 보기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분한 감정보다는….
억지.
어린애처럼 결과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질 않았다.
그러자 억까는 심정으로 울분을 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이고. 두야….’
아르휀의 공간이 울음바다 소리로 쩌렁쩌렁 울림에 골이 쑤셔왔다.
끄, 응.
이런 결과로 이어질지 생각하지 못한 만큼이나 머리가 아파져 오는 건 둘째 치고, 아르휀도 난감함에 부딪혔다.
‘시스라면 어떻ㄱ……….’
【 당신은 이미 졌습니다. 인정하고 당장 여기서 나가주시기를 바랍니다.
꼴불견의 행동으로 추태함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위신을 깎아 먹는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겠습니다. 】
딱 시스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질 찰나에 그녀는 오히려 그에게 따끔한 설교와 다름없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었다.
‘이건 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무표정을 유지한들, 아주 조금은 흔들릴 법도 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런 기색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초지일관을 이룬 성과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녀라도 이런 상황 만큼에선 어떤 대처를 할까?
이런 궁금증은 애초에 의미 부여조차도 필요 없어 보였다.
「 흐아아아…아앙….훌쩍…훌쩍. 흐으응.
나뉸 흐어어…엉. 이 몸은…훌쩍…지지 않앙…. 쿨쩍.
닌정 몽해…흐엉, 흐어어엉. 」
‘말하든 울음을 그치든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해!’
전혀 그칠 기색이 없는 울음에 혀가 꼬여 뒤범벅되어선 무슨 말인지 아르휀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 ……………. 】
반면, 시스는 설교를 한 이후에. 또다시 말없이 고고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 ………내가앙…흐엉. 지능 거능 크헝…. 딱 한 번.
아주…아주 엉젱지능 훌쩍…. 기엉기 잘 안나지망…크흥.
징짜징짜 닌정하기능 실능데…. 훌쩍. 콜록 콜록. 푸흥.
하피리며능….너랑 비슷하게 생긴 사라암….】
【 그래서 당신은 저한테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 】
아니, 아니니니니…!
‘그걸 다 알아듣는다고?!’
아르휀은 새삼 그 부분이 더 놀라웠다.
발음이란 발음은 다 새는 바람에 눈치껏 해석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시스는 기가 막히게도 다 알아듣고 있다는 거였다.
「 훌쩍, 훌쩍…사실은 말야.
너한테 지고 보니까….
그 사람이 자꾸 너랑 겹쳐 보여. 훌쩍.
계속 떠오르고, 떠올라서…이 감정은 뭘까…. 흑.
이제 분한 감정보다는 훌쩍…그것보다는 훌쩍.
너 땜에 그 사람이 아른거려서 보고싶어. 보고싶어…. 크헝.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고싶어…보고싶다고 흐어어어어어엉! 」
【 당신. 나를 알고 있었습니까? 】
「 훌쩍…크흥.
아니…몰라. 아니, 나 아는 건가?
모르겠어…훌쩍.
그치만 이제 아무것도 분하지 않아.
나…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훌쩍.
보, 보고 싶었어…누, 누나? 딸꾹.
헙. 나 뭐라는 거지…. 딸꾹.
누나라니……? 딸꾹. 」
욱신.
【 …………?! 】
시스는 갑자기 가슴이 요동치듯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뭐지…. 이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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