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2부] 이제 나에게도 제대로 알려줘
조회 : 78 추천 : 0 글자수 : 4,728 자 2026-10-16
‘무, 무슨 진실…?’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이상적인 현실까지에 닿기란 힘든 부분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느낌으로 아르휀을 덮쳤다.
그리고 반대로는 추론에만 머물러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부분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시스는 그런 아르휀의 현실을 막론하고 쐐기를 박아버렸다.
듣는 입장의 아르휀은 아직 그럴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어느새인가 돌아온 평소의 무표정으로 시스는 담담히 혼자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했었다.
【 마스터. 】
윽.
‘하여간….’
아주 잠깐의 빈틈조차도 주지 않는 참으로 그녀는 성실하다 못해 빡빡한 성격이었다.
‘누가 마스터인 건지………쯧.’
아르휀도 그녀가 입을 떼려는 진실이 한편으로는 궁금한 건 맞았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채, 입장까지 강제 전환된 듯한 시스의 급한 힐책질에 절로 혀가 끌끌 차여졌다.
【 마스터. 】
“그만 불러. 듣고 있으ᄂ….”
【 아오. 답답해. 진짜!
카스 누나가 부르는데 왜 재깍 대답 안 해!? 】
………으, 응?
뭔가 이상했다.
‘이게 가, 가능하다고?!’
그가 아르휀과 시스의 대화에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당황스러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스 말고도 그가 하는 말이 아르휀의 머리에 울렸다.
복잡해진 머릿속을 어떻게든 조금씩 정리하기는커녕, 뒤엉켜 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아르휀은 냅다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넌 뭔데 끼어들어!”
아르휀의 말투는 초면에 반말을 뱉었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조금 많이…. 아니, 아주 많이 역정이 나 있었다.
【 너~~~어? 하아….
지금 누구보고 감히 너라는 거야!?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카스 누나. 저런 인간들과는 원래 상종하지 않는 거랬어.
그냥 이제 나랑 같이 누나가 말하던 ‘주인’이란 것도 찾으러 가자, 응?
저런 인간은 꼴에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볼 것도 없ㄱ…….】
딱…콩!
【 아…아야야이야야야야……. 】
앞뒤 가리지 않고 막말을 내뱉는 그의 머리 위로 날아온 건 시스의 주먹이었다.
【 누…. 누나? 아프잖. 왜 그래…히잉.
폴이 틀린 말한 것도 아니잖아?! 】
【 아니. 이번에는 폴이 틀렸어. 】
단호박 그 자체였다.
눈썹 하나라도 움찔거리지 않은 채 여전히 그녀의 무표정은 아주 기가 막혔다.
그는 시스룰 누나라고 불렀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마치 심드렁 난듯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걸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아르휀은 그런 점에서 사사로운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진짜 친 남매사이가 맞긴 한 걸까?’
아르휀은 별로 내키지 않는 의구심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둘을 번갈아 가며 흘긋거리는 시선으로 쳐다보기에까지 이르렀다.
【 히이이이익! 】
폴의 입에서 뜻밖에도 이상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르휀의 의구심이 충만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찌를듯한 비수 같은 눈빛에 그만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을 뚫고 튀어나온 듯싶었다.
【 뭐…. 뭐 뭐 뭐 뭐야! 그 기분 나쁜 눈초리는?!
역시, 역시 이 인간은 이상해….
카스 누나. 이런 인간은 내버려 두고 그냥 우리끼리 ㄸ……. 】
딱!
【 캬옥! 】
폴의 입에서 귀여운(?) 짐승 소리처럼 엉뚱한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날려 드는 시스의 두 번째 꿀밤을 피하지 못했다.
누적된 만큼이나 폴의 이마는 점점 빨갛게 상기되어져 갔다.
…푸, 풉.
【 우…. 우, 우 우 웃지 마! 】
폭소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르휀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폴의 빨갛게 상기된 이마에 이어서 얼굴도 새빨갛게 익어선 꼭 홍당무를 보는 것 같았다.
크…크……크흡!
【 야아아아아!
내가 웃지 말랬잖아!? 】
누나. 저 인간 왜 저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짜증 나게. 】
한 번 터져 나온 웃음이 참기 힘든 법이었다.
얼굴 전체가 달아올라 버린 폴을 보며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아르휀은 고개를 숙인 채, 조금이라도 숨죽여 웃는다는 것도 실패해 버렸다.
【 마스터. 】
폴에게 적당한 응징이 끝난 모양인 듯, 시스는 다시 아르휀을 불렀다.
“아, 아. 알겠어. 이제 집중해 볼게.”
【 알겠습니다.
폴. 너도 더 이상 마스터에게 무례하기 굴지 말도록. 】
그러자 단번에 폴의 인상이 찌그러지며 싫은 티가 팍팍 났었다.
【 폴이 왜?
누나가 폴을 따라 ‘새 주인’을 찾으면 되잖아?
난 저 인간 맘에 들지 않ᄋ….】
움찔!
말을 하려다 말고 폴은 순간적으로 회피하는 자세로 몸을 구부렸다.
앞서 계속 꿀밤을 맞은 탓에서 나온 자동 반사의 효과(?)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시스의 주먹이 또 올라온 건 아니었지만….
【 후…. 후, 후에에에엑! 】
지레 겁먹은 폴에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얼떨결에 또 튀어나와 버렸다.
하필이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평소의 관심이 없어 보이거나 달관한 그런 결의 무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보면 시스가 애를 잡아먹는 줄 알겠네.’
아르휀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절로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 줬으면 했던 시스는 또다시 폴에게 엮여선 진도가 나아가고 있지를 않았다.
【 폴. 일단 이건 알아 둬.
나의 마스터…. 아니, 이제부터 아르휀 폰 세이비어.
그가 우리, 성좌의 계약자이며, 주인이야. 】
‘저, 저…. 저기요?!’
아르휀의 입장에서는 지금 시스가 이야기하려는 진실이 중요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폴의 교육(?)이 최우선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
【 폴! 】
애초에 시원한 대답을 폴에게 듣기란 어려운 과제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답답하게만 우물쭈물했다.
거기에 아르휀을 힐긋거리며 보는 째는 시선 또한 아주 탐탁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계속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아르휀은 은근슬쩍 그런 폴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피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않는 거네. 하하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인정하고도 남아돌게 되는 부분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좋고 싫음의 경계선 분리가 확실한 만큼이나 폴에게 잘 보이려고 해도 지금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 일단 알겠어. 폴.
넌 따로 나중에 보자. 】
으으….
오히려 그런 말이 더 무서워 보이는 건 시스라서 더 그런 걸까?
그 말에 바로 반응이라도 하듯 폴도 아예 흘긋거리던 시선마저도 아래로 떨구어버렸다.
풀이 죽어 버린 모양새였다.
아르휀은 만만해 보일지언정, 누나에게는 찍소리도 못할 정도로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 마스터. 】
폴에게서 시선을 거두자, 시스는 다시 아르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야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가려는 듯싶었다.
【 마스터. 저는 마스터의 시스템이기 이전의 기억을 모두 되찾았습니다. 】
“그렇다면 내가 최초겠네?”
뜬금포 없는 말 같았지만, 아르휀은 시스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내 이전 시스의 마스터들은 ‘아르휀’ 이 인물의 엔딩을 보지 못한 거
맞지!?”
【 그렇습니다. 마스터.
그 부분에 한해서 지금의 마스터이신 당신이 최초입니다.
여기까지 ‘아르휀’으로써 도달한 것 또한 최초가 되겠습니다. 】
후 – 훗.
절로 어깨가 으쓱거렸다.
내심 아르휀은 뿌듯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전 아르휀의 역할을 맡았던 그들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 그럼, 제 이야기에 그만 집중해 주시겠습니까. 마스터? 】
이제야 제일 중요한 ‘진실’에 맞닿은 시간이었다.
계속 여러 죽음을 맞이했던 ‘아르휀’에게 빙의 된 자들은 절대 닿을 수 없었던 시스가 잃어버렸던 기억이 하나가 되어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젠 진짜로 시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진행하겠습니다.
마스터는 현재 전생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엔테리아입니다.
그리고 그 엔테리아는 저희 별의 의지를 잇는 성좌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분류는 두 종류
로 나누어집니다.
엔테리아(전생)와 비토르(미래).
그리ㄱ……. 】
“잠깐!”
아르휀은 시스가 제대로 된 설명을 채 넘어가기도 전에 흐름을 뚝 끊어버렸다.
【 야. 인간. 너, 어디 위대한 카스 누나가 대답하는데 감히 말을 끊어 ᄆ….】
“시스. 나 그거 알고 있는 것 같…아니, 알고 있어.”
이제 옆에서 폴이 뭐라 하든 간에 아르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버릇없는 강아지가 짖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는 듯이 서슴없이 무시해 버렸다.
【 ……………. 】
하지만 정작 놀란 건 시스 같았다.
그녀의 무표정에서는 겉으로 그런 감정들이 드러난 건 아니었다.
반면에 수긍하기 힘든 듯이 말을 잇지 못하는 틈새가 생기는 것으로 아르휀은 지레짐작함에 이르렀다.
【 불가능….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전의 마스터들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습니다. 】
그러자 아르휀은 그런 시스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맞아.
하지만 말이지.
시스 넌 한 가지를 잊은 거 같은데?
네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 방대한 정보가 나에게도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 그런 말은 미리 해줬으면 합니다. 마스터. 】
시스의 말투는 뾰로통한 느낌으로 새침한 게 들렸다.
“아아. 오해는 하지 마.
나도 딱 방금 그렇게 느낀 거니까.”
아르휀이 바로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했었다.
그 방대한 정보가 아르휀의 머릿속에서도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이나 모든 사실을 인지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기본적인 정보만이 아직 자리를 잡고 있을 뿐.
깊게 박힌 사실들은 시스를 통해 듣는 게 이해를 돕기엔 훨씬 빨랐다.
“그건 그렇고.
이제 나한테도 네 동생도 제대로 소개해 주는 게 어때?”
하나씩
하나씩.
아르휀은 시스와 가까운 존재부터 차근히 단계를 밟고 나갈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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