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굶어 죽었다.
조회 : 3,767 추천 : 0 글자수 : 4,711 자 2023-01-18
딸깍딸깍.
따다 다다닥!
흐흐흐.
꼬르르륵.
배가 고픈지 한참 되었지만 참고 있다.
지금 배가 고픈 건 뒷전이었다.
나는 과격하다못해 아주 현란하면서도 괴이할 정도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무르고 있었다
초췌하기 짝이 없는 앙상한 손가락들의 움직임이 멈추자 모니터 화면에 금방이라도 처박힐 듯한 얼굴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내 음산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system] 레벨 Max 상태가 되었습니다.
레벨 업이 불가능합니다.
크흐흐흐.
웃음소리마저 광기에 휩싸여 지금의 내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 같았다.
띠로리 ~ 이.
[system] 최초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마스터 트리플 소울리(Triple solely : 삼 속성 마스터)로 등극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당……. 탕탕탕탕!
크흑.
너무 흥분한 나머지 불끈 쥔 내 주먹이 희열을 참지 못했다.
키보드와 마찰을 일으키며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책상 밖으로 강제 추방을 당해 버렸다.
………….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희열을 만족하고도 남았을 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슬그머니 방문 쪽을 쳐다보며 갑자기 긴 적막감이 흘렀다.
설마……. 눈치 못 챘겠지?
걱정이 앞섰다. 단 몇 초였다.
그런데 난 그걸 참지 못하고 실수로 저질러버렸다.
평소와 달리 굉음을 일으키고 말았다.
쾅!
흠칫.
누군가 옥상으로 올라와 거실문을 두드렸다.
“초오오옹각 ~”
집주인아줌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헐. 망했다.
그 몇 초 사이에 잠깐 울린 소리를 들었다고?
쾅. 쾅. 쾅!
“거기 있는 거 맞지. 초오옹각?!”
와 귀신이야. 뭐야? 귀 간지잖아?
진짜 초 xx 언 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진짜?!
20세기의 어머니들은 참 대단했다.
이젠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급히 몸을 숙인 채. 재빠르게 움직였다.
집주인아줌마에게 들키지 말아야 할 사정이 있었던 나는 어둡고 비좁아 터질 것 같은 방에 이미 익숙해졌다. 마치 그림자와 같은 움직임으로 창문도 커튼으로 방안을 보지 못하게 가려 버렸다.
이제 햇빛조차 새어 들어오지 못했다.
미치겠네. 오늘만 버티면 되는 건데…. 하.
밖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아줌마의 목소리에 숨을 죽여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인가 초점을 잃은 눈빛은 남이 보기엔 아주 민망하게 널브러진 파리 날리는 빈 컵라면과 과자들로만 방치된 방만을 흘겨볼 뿐이다.
꼬르
꼬르륵
내 배에서 연신 울리는 소리였다.
이 위급한순간에도 눈치 없이 굴었다.
참아야 한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좋은 말할 때 나오라니까. 총각!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말이여!!”
그만 빨리 가 버리면 좋겠는데…….
참 끈질겼다.
없다고요……. 좀!
가 버리란 말이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었다.
나는 끝까지 버텼다.
마치 내가 이 방에 없는 것처럼 연기할 생각이었다.
방에서 나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오늘만 버티면 사실 부자가 되고도 남는다.
이 게임에 빠진 이후로 난 오직 레벨을 올리기에만 매진했다.
매번 이벤트가 바뀌지만 딱 하나 바뀌지 않는 고립된 이벤트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느 직업이든 간에 최고 레벨을 올리면 새로운 스폐셜 직업으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그 스폐셜 직업이 최초로 발견된 직업이라면 잭팟이 터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모은 금고의 게임의 골드를 진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신성휘.
나는 이 세상에 빛을 본 순간부터 빚을 가지고 태어났었다.
내가 태어난 해에 아버지가 대표로 있던 대기업 회사는 부도가 나버렸다.
젠장.
나는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 길로 종적을 감춰버리셨다. 얼마 안 돼, 어머니도 해외로 도피했다. 이제 남은 건 나밖에 없었다.
부모님들이 사라지자. 친척이고 지인이고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나는 자연히 보육원에 맡겨졌다.
나를 버린 부모님들을 원망하지 않았느냐고?
당연히 그런 생각은 수십 번도 했다.
처음엔 꿈에서조차 그리워할 정도로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지만, 성장과 함께 깨달을 수 있었다. 의지할 것 없는 척박한 세상에 믿을 건 나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남이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삶을 이어 나갔다.
고시원,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그러다 매번 종착점은 시작 지점과 같은 고시원에서 똑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그렇게 난 하루의 대부분을 밤낮으로 노동에 매진했다.
24시간이 모자를 정도였다. 내가 이러는 건 부모님들과 돈, 빚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기계같이 움직이는 통에 몸이 혹사 되어 힘든 날들이 많았지만 나는 통장에 들어오는 잔액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연신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슷한 하루 반복했지만, 그렇게 15년이 훌쩍 지나갔다.
난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다. 나 자신에게도 떳떳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비좁아 터진 고시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세는 아니었지만, 옥탑방을 구했다. 이제 제대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은 사람을 절대 그리워하지 말아야 했다.
나의 안식은 다시 내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난 동시에 깨져 버렸다.
- 정말…. 너무, 너무 보고 싶었단다. 우리 아들.
어릴 때 모습 그대로네 흑흑.
- 이 아비가 못 나서 미안하구나.
한 번 안아봐도 되겠니, 휘야?
……….
나는 아무 말없이 그들의 품에 안겼다.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처음엔 얼떨결 했지만 얼마 안 가 눈앞이 흐릴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 열어 버렸다.
그들에 대한 원망을 어느새 잊고 ‘부모님’의 모든 걸 받아들였다.
부모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꼬질꼬질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사는 옥탑방까지 모셔갔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 같이 지냈다.
그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아차’하는 순간에 모든 걸 빼앗겨 버릴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나는 나 자신과 그들을 너무 믿었고 망각해 버린 듯싶다.
나는 내가 너무 싫었다. 한심하게 짝이 없었다.
내가 순진했던 모양이다.
나를 버린 사람을 다시 믿어서 결국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던 그들이 나를 망쳐 버렸다.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 그동안 모아 뒀던 통장의 잔액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한 빚 독촉장이 날아와 있었다.
그 뒤는 모두 나에게 떠넘겨지고 말았다.
두 사람도 다시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내 꼬리표에 붙은 건 사채업자들뿐.
그들은 더럽고 끈질기게 날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정말 그 시간만큼 지긋지긋한 게 없을 정도였다.
난 그 시점에서 전 재산을 털어 그들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푼돈과 옥탑방뿐이었고 직접 손에 일궜던 나의 값진 재산들을 다 잃어 버렸다. 믿음도 자신감도.
지쳐 버린 난 그대로 손을 놓아버렸다.
어둠에 먹혀 버렸다. 태어날 때 보았던 딱 한 번 봤던 빛이 그 이상 나를 비춰주지 않았다.
이전에 나 자신이 어떠했는지 점점 기억도 가물 가물거렸다.
삶에 대한 기력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외출 횟수도 점점 잦아들고 어느샌가 난 은둔형 인간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계속 어둠에 의지해 버린 난 점점 폐인이 되어갔다.
방구석 폐인.
나는 끼니조차도 겨우겨우 때울 정도로 눈만 뜨면 게임만 하고 있었다.
다크 서클이 눈 밑을 가득 채웠고 쏙 들어가 버린 양 볼은 보기도 민망하게 퀭했다.
나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을 정도로 고목처럼 메말라버리는지도 사실 어느샌가 잊고 말았다.
그런데도 나는 게임에 빠진 이후, 손을 뗄 수 없었다.
이제나저제나 잭팟이 터지기를 기나고 긴 기다림 속에서…….
띠링.
왔다?!
알림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쯤 귀에 걸쳐진 헤드셋을 통해 들린 소리에 나는 기다렸다는 모니터에 떠오른 한 장의 알림 문자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따닥...닥.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GM] 최초의 마스터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보상으로 소지하신 골드를 현금으로 환전 서비스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골드를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순간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고!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금고에 차곡히 모아 둔 전 재산을 꺼내었다.
0원 한 자리도 빠짐없이 숫자 키패드를 통해 입력시켰다.
크크크…크하하하! 이걸로 난 이제 부자…….
[system] Error……. Error.
!!
“하…하하. 뭐라는 거야?
자, 장난이지!?”
여태껏 오로지 게임을 하며 준비한 시나리오가 엿 되어가는 기분에 난 자기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GM] 골드의 현금 환전 허용 수치가 오버플로(overflow) 되었습니다.
쾅!!
주인집 아줌마가 거실문밖에 아직 있을지도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억울함을 책상에 토했다.
“말도 안 돼! 진짜 뭐라는 거야. 이 망할 GM 새끼가!!
내 돈…. 내 도 온…….”
꿈꾸던 돈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음에 나는 이미 맛이 가고 있었다.
“총각! 썩 나오지 못해!!”
“크으. 좀 시끄럽다고 썩을 할망……. 윽?!”
이제 사나운 아줌마의 잔소리도 뒷전인 마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그런데 난 소리를 치자마자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윽…. 으으. 뭐지? 너무 굶은 탓인가?! 어지러워……. 눈앞이 큭!’
쿵!!
내 몸이 쓰러져 버렸다.
눈앞이 흐릿해져 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따다 다다닥!
흐흐흐.
꼬르르륵.
배가 고픈지 한참 되었지만 참고 있다.
지금 배가 고픈 건 뒷전이었다.
나는 과격하다못해 아주 현란하면서도 괴이할 정도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주무르고 있었다
초췌하기 짝이 없는 앙상한 손가락들의 움직임이 멈추자 모니터 화면에 금방이라도 처박힐 듯한 얼굴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내 음산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system] 레벨 Max 상태가 되었습니다.
레벨 업이 불가능합니다.
크흐흐흐.
웃음소리마저 광기에 휩싸여 지금의 내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 같았다.
띠로리 ~ 이.
[system] 최초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마스터 트리플 소울리(Triple solely : 삼 속성 마스터)로 등극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우당……. 탕탕탕탕!
크흑.
너무 흥분한 나머지 불끈 쥔 내 주먹이 희열을 참지 못했다.
키보드와 마찰을 일으키며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책상 밖으로 강제 추방을 당해 버렸다.
………….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희열을 만족하고도 남았을 나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슬그머니 방문 쪽을 쳐다보며 갑자기 긴 적막감이 흘렀다.
설마……. 눈치 못 챘겠지?
걱정이 앞섰다. 단 몇 초였다.
그런데 난 그걸 참지 못하고 실수로 저질러버렸다.
평소와 달리 굉음을 일으키고 말았다.
쾅!
흠칫.
누군가 옥상으로 올라와 거실문을 두드렸다.
“초오오옹각 ~”
집주인아줌마의 걸걸한 목소리였다.
헐. 망했다.
그 몇 초 사이에 잠깐 울린 소리를 들었다고?
쾅. 쾅. 쾅!
“거기 있는 거 맞지. 초오옹각?!”
와 귀신이야. 뭐야? 귀 간지잖아?
진짜 초 xx 언 이라도 되는 거야! 뭐야 진짜?!
20세기의 어머니들은 참 대단했다.
이젠 어쩔 수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급히 몸을 숙인 채. 재빠르게 움직였다.
집주인아줌마에게 들키지 말아야 할 사정이 있었던 나는 어둡고 비좁아 터질 것 같은 방에 이미 익숙해졌다. 마치 그림자와 같은 움직임으로 창문도 커튼으로 방안을 보지 못하게 가려 버렸다.
이제 햇빛조차 새어 들어오지 못했다.
미치겠네. 오늘만 버티면 되는 건데…. 하.
밖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아줌마의 목소리에 숨을 죽여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인가 초점을 잃은 눈빛은 남이 보기엔 아주 민망하게 널브러진 파리 날리는 빈 컵라면과 과자들로만 방치된 방만을 흘겨볼 뿐이다.
꼬르
꼬르륵
내 배에서 연신 울리는 소리였다.
이 위급한순간에도 눈치 없이 굴었다.
참아야 한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좋은 말할 때 나오라니까. 총각!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말이여!!”
그만 빨리 가 버리면 좋겠는데…….
참 끈질겼다.
없다고요……. 좀!
가 버리란 말이야!!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었다.
나는 끝까지 버텼다.
마치 내가 이 방에 없는 것처럼 연기할 생각이었다.
방에서 나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오늘만 버티면 사실 부자가 되고도 남는다.
이 게임에 빠진 이후로 난 오직 레벨을 올리기에만 매진했다.
매번 이벤트가 바뀌지만 딱 하나 바뀌지 않는 고립된 이벤트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느 직업이든 간에 최고 레벨을 올리면 새로운 스폐셜 직업으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그 스폐셜 직업이 최초로 발견된 직업이라면 잭팟이 터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모은 금고의 게임의 골드를 진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신성휘.
나는 이 세상에 빛을 본 순간부터 빚을 가지고 태어났었다.
내가 태어난 해에 아버지가 대표로 있던 대기업 회사는 부도가 나버렸다.
젠장.
나는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그 길로 종적을 감춰버리셨다. 얼마 안 돼, 어머니도 해외로 도피했다. 이제 남은 건 나밖에 없었다.
부모님들이 사라지자. 친척이고 지인이고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나는 자연히 보육원에 맡겨졌다.
나를 버린 부모님들을 원망하지 않았느냐고?
당연히 그런 생각은 수십 번도 했다.
처음엔 꿈에서조차 그리워할 정도로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 옆에 아무도 없지만, 성장과 함께 깨달을 수 있었다. 의지할 것 없는 척박한 세상에 믿을 건 나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남이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삶을 이어 나갔다.
고시원,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그러다 매번 종착점은 시작 지점과 같은 고시원에서 똑같은 아침을 맞이했다.
그렇게 난 하루의 대부분을 밤낮으로 노동에 매진했다.
24시간이 모자를 정도였다. 내가 이러는 건 부모님들과 돈, 빚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기계같이 움직이는 통에 몸이 혹사 되어 힘든 날들이 많았지만 나는 통장에 들어오는 잔액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연신 미소가 피어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비슷한 하루 반복했지만, 그렇게 15년이 훌쩍 지나갔다.
난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다. 나 자신에게도 떳떳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비좁아 터진 고시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전세는 아니었지만, 옥탑방을 구했다. 이제 제대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사람은 사람을 절대 그리워하지 말아야 했다.
나의 안식은 다시 내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난 동시에 깨져 버렸다.
- 정말…. 너무, 너무 보고 싶었단다. 우리 아들.
어릴 때 모습 그대로네 흑흑.
- 이 아비가 못 나서 미안하구나.
한 번 안아봐도 되겠니, 휘야?
……….
나는 아무 말없이 그들의 품에 안겼다.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처음엔 얼떨결 했지만 얼마 안 가 눈앞이 흐릴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마음을 열어 버렸다.
그들에 대한 원망을 어느새 잊고 ‘부모님’의 모든 걸 받아들였다.
부모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꼬질꼬질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내가 사는 옥탑방까지 모셔갔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 같이 지냈다.
그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아차’하는 순간에 모든 걸 빼앗겨 버릴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나는 나 자신과 그들을 너무 믿었고 망각해 버린 듯싶다.
나는 내가 너무 싫었다. 한심하게 짝이 없었다.
내가 순진했던 모양이다.
나를 버린 사람을 다시 믿어서 결국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던 그들이 나를 망쳐 버렸다.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 그동안 모아 뒀던 통장의 잔액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한 빚 독촉장이 날아와 있었다.
그 뒤는 모두 나에게 떠넘겨지고 말았다.
두 사람도 다시 자취를 감춰버렸다.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내 꼬리표에 붙은 건 사채업자들뿐.
그들은 더럽고 끈질기게 날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정말 그 시간만큼 지긋지긋한 게 없을 정도였다.
난 그 시점에서 전 재산을 털어 그들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푼돈과 옥탑방뿐이었고 직접 손에 일궜던 나의 값진 재산들을 다 잃어 버렸다. 믿음도 자신감도.
지쳐 버린 난 그대로 손을 놓아버렸다.
어둠에 먹혀 버렸다. 태어날 때 보았던 딱 한 번 봤던 빛이 그 이상 나를 비춰주지 않았다.
이전에 나 자신이 어떠했는지 점점 기억도 가물 가물거렸다.
삶에 대한 기력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외출 횟수도 점점 잦아들고 어느샌가 난 은둔형 인간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계속 어둠에 의지해 버린 난 점점 폐인이 되어갔다.
방구석 폐인.
나는 끼니조차도 겨우겨우 때울 정도로 눈만 뜨면 게임만 하고 있었다.
다크 서클이 눈 밑을 가득 채웠고 쏙 들어가 버린 양 볼은 보기도 민망하게 퀭했다.
나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을 정도로 고목처럼 메말라버리는지도 사실 어느샌가 잊고 말았다.
그런데도 나는 게임에 빠진 이후, 손을 뗄 수 없었다.
이제나저제나 잭팟이 터지기를 기나고 긴 기다림 속에서…….
띠링.
왔다?!
알림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반쯤 귀에 걸쳐진 헤드셋을 통해 들린 소리에 나는 기다렸다는 모니터에 떠오른 한 장의 알림 문자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따닥...닥.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GM] 최초의 마스터 자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보상으로 소지하신 골드를 현금으로 환전 서비스를 시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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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순간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고!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금고에 차곡히 모아 둔 전 재산을 꺼내었다.
0원 한 자리도 빠짐없이 숫자 키패드를 통해 입력시켰다.
크크크…크하하하! 이걸로 난 이제 부자…….
[system] Error……. Error.
!!
“하…하하. 뭐라는 거야?
자, 장난이지!?”
여태껏 오로지 게임을 하며 준비한 시나리오가 엿 되어가는 기분에 난 자기 눈과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GM] 골드의 현금 환전 허용 수치가 오버플로(overflow) 되었습니다.
쾅!!
주인집 아줌마가 거실문밖에 아직 있을지도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억울함을 책상에 토했다.
“말도 안 돼! 진짜 뭐라는 거야. 이 망할 GM 새끼가!!
내 돈…. 내 도 온…….”
꿈꾸던 돈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음에 나는 이미 맛이 가고 있었다.
“총각! 썩 나오지 못해!!”
“크으. 좀 시끄럽다고 썩을 할망……. 윽?!”
이제 사나운 아줌마의 잔소리도 뒷전인 마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소리쳤다.
그런데 난 소리를 치자마자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꼈다.
‘윽…. 으으. 뭐지? 너무 굶은 탓인가?! 어지러워……. 눈앞이 큭!’
쿵!!
내 몸이 쓰러져 버렸다.
눈앞이 흐릿해져 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말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닫기나는 1% 노력과 99% 운을 가진 무직 전생자였다
114.114.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릴리스티아조회 : 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49 113.113. [2부] 오래된 조각상과 붉은 비조회 : 1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8 112.112. [2부] 오래된 조각상과 열쇠조회 : 23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8 111.111. [2부] 지하실(2)조회 : 3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14 110.110. [2부] 지하실조회 : 4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2 109.109.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2)조회 : 5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1 108.108. [2부] 저주받은 마석의 시작점과 밀레니엄(1)조회 : 5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05 107.107.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2) (by. 율리어스)조회 : 5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6 106.106. [2부] 망할 아버지가 이상해졌다. (by. 율리어스)조회 : 5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66 105.105. [2부] 오늘따라 참 간사해 보이는 후식(by. 율리어스)조회 : 5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26 104.104. [2부] 띠아의 뚜쥬니 어떼뗘! (by. 릴리스티아)조회 : 44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5 103.103. [2부] 글러먹은 본심의 끝에는..........(by. 율리어스)조회 : 5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6 102.102. [2부] 눈치 없는 엘라가 불편해. (by. 릴리스티아)조회 : 7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09 101.101. [2부] 좋지도 싫지도 않아. (by. 릴리스티아)조회 : 67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5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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