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1)
조회 : 1,461 추천 : 0 글자수 : 4,272 자 2024-01-13
하늘에서 자유(?)를 누비고 있는 코카트리스의 모습이 비안개 때문에 드문드문 보일 뿐, 고정해서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리 블루 디시오의 축복을 받은 모두는 움직일 때마다 각자의 머리 위에서 따라다녔지만, 안개의 시야까지는 차단할 수 없었다.
“어디 가는 거야, 헬?”
- 컹?
헬은 우왕좌왕거렸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코카트리스의 낌새를 느낄 때마다 공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그럴 때마다 마스터가 간섭하는 바람에 어처구니없게도 저지되어버렸다.
“그쪽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헬!”
- 끼……잉.
답답했다.
마스터와 소환수의 사이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은 이어져 있을 거라고 보았지만 둘은 엇박자로 상황이 좀처럼 나아 보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목표물의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애초에 문제였긴 했지만 봄이는 지시하기에 다급한 나머지 헬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 듯싶었다.
역시 시간 싸움이 발단이려나…….
보스 몬스터를 클리어하는데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는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레이드의 보스 몬스터를 통틀어 기본적으로 빠른 시간안에 클리어 할수록 그 보상의 가치는 달라진다.
그 가치 차이 때문이라도 빠른 시간안에 클리어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굴뚝 같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버프와 디버프 스킬이었고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애먹고 있다.
산성비는 언제 그칠지 모르지만 수아가 걸어준 축복의 스킬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코카트리스를 추락시키면 실마리가 보일지도 몰랐다.
- 컹, 컹!
헬도 답답한지 마치 하소연하듯 마스터를 향해 짖어대었다.
“그러니까. 그쪽이 아니라고. 진짜!”
봄이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헬 때문에 공격의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저래서 어느 세월에 닭대가리 녀석을 떨어뜨려?
서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함에 헬은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야 말았다.
“하. 봄이 녀석. 대체 뭐 하는 거야…….”
“저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거예요. 리더 오빠?”
슬슬 하늬도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리더에게 넌지시 던졌다.
“아아. 당연한 안 되지.”
“……….”
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말로만 안된다 할 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딱히 방법이 없잖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뭔가 빈 수레가 요란할 정도로 그의 핑곗거리만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리더 오빠는 누구보다도 봄이 언니에 대해 잘 알잖아요.”
그가 핑계를 대면 될수록 하늬는 마치 어떻게든 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투로 그를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는 좀 버겁다는 표정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당연히 내 동생이니까 잘 알지.
그런데 그 잘 아는 게 더 문제라고. 응?”
더 잘 아는 게 문제라니?
뜬구름 같은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건 또 무슨 뜻이에요?”
하늬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인 듯 되물었다.
“하아…. 그러니까.
봄이는 저렇게 마음만 급해서 앞뒤 안 가리는 상태에 빠지면 늦었어.
불러봤자,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저 녀석은…….”
“막혀버렸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누군가 조언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 봄이의 귀는 외부와 차단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기가 막혔다.
그럼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리자고?
수아가 기껏 마련해 준 기회를 이대로 날리겠다는 거야, 뭐야?!
진짜 방법이 없ᄂ…….
머리가 번뜩거렸다.
#.
“두 분 중에 아직 한 번은 스킬을 사용할 MP가 남아 있습니까?”
리더와 하늬는 같은 토마랑 클래스.
내가 떠오른 생각에는 두 사람 중 한명이라도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청 씨?”
“청 오빠?”
둘은 느닷없이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질문을 던지자 반사적으로 반문을 했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반응이지만.
보통 포터는 드랍아이템이나 파티원의 짐을 들어다 줄 뿐이지, 전투에는 직접적으론 개입하지 않았다.
개입을 하는 포터 유저는 솔직히 드물다고 보는 게 맞다.
개입이라는 자체부터 무시하거나 싫어하거나 폭력을 쓰는 파티 유저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쪽 파티는 아니란 말이지.
간섭이 장난 아닌 차가운과 유리가 빠진 상태라면 어려울 것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두 분?”
확실함에 밀고 나가고 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도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저는 빼주세요. 청 오빠.
MP가 너프된지는 바닥으로 내려오기전부터 였으니까요.”
그녀의 답변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그래도 확인 사살을 받아 둬야지.
좋은 게 좋은 거다.
일단 하늬는 제외시켰다.
그리고 난 리더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 아. 저라면 아직 한 번 정도의 스킬이라면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옳거니!
이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천만 하면 된다.
“그런데 청 씨는 대체 뭘…….”
“헬을 바로 위로 띄워 줄 생각입니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두 눈만 끔뻑거렸다.
이런.
너무 서두까지 잘라 버렸나……?
자르려고 싶어서 자른 건 아니었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니 어느 정도 설명을 첨가해주는 수밖엔 없겠다.
내가 실행에 옮기고 싶은 작전은 이랬다.
바로 옆, 주위는 눈으로라도 어느 만큼은 보인다.
하지만 헬의 상태를 보면 하늘은 어느 만큼 선에서 불가능하기에 지금도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땅에서가 아닌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내가 리더에게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뿐이었다.
땅에서 하늘까지 단숨에 이을 수 있는 다단계의 하늘길.
“토벽입니다.”
“네, 네? 하……하지만…….”
그는 반론의 말을 하려다가 뒷말을 흐려버렸다.
그 또한 내 말에 곧바로 직결된 듯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왜 반론을 달았는지는 모르겠다.
“불가능……합니까?”
그의 눈빛은 약간은 불편해 보였다.
“불가능이기보다는…….
토벽을 달굴 수 없는 불꽃이 없다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러는 겁니다.”
아아.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그의 걱정에 난 딱 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무슨…….”
그는 내가 동조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새로 얼굴이 어이없는 표정에 가까웠다.
“쯧쯧.”
혀를 차며 좀처럼 빨리 끝나지 않는 나와 그의 타결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녀가 끼어들었다.
“하늬?”
그와 반대로 그녀는 내 말의 요지를 알아챈 듯싶었다.
“청 오빠의 말대로 불꽃은 필요 없어요.”
“맞습니다.”
“아니 그게 왜…?”
“오히려 당연한 걸 끈질기게 묻는 리더 오빠가 이상한데요?”
질문이 질문으로 받아쳐 되돌아온다.
“아니 그래도…. 그 발돋움해도 올라가려면 어느 만큼은 버텨야 하지 않ᄂ…….”
“필요 없습니다.”
“헬은 인간이 아니에요.”
나는 딱 잘라 대답하는 반면, 하늬는 요지만은 콕 집어 그의 길고 긴 질문을 차단해버렸다.
그녀의 말대로 만약 올라가는 사람이 이 파티원 중에서 하나였다면 하늘길로 올라가는 디딤돌 역할의 토벽이 제법 견고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헬이었다.
헬은 아주 잽싸고 날렵하다.
단숨에 토벽과 토벽 사이를 점프해서 뛰어넘어가면 그만이었고 토벽 자체에 발을 딛고 있는 시간은 현저히 적었다.
아주 눈 깜작할 사이의 시간에 토벽의 제일 위층까지 올라가 코카트리스를 단숨에 노리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나는 계산했다.
“저는 찬성이에요. 청 오빠.”
하늬는 과감히 나를 밀어주었다.
내 작전이 마음에 든 모양이야. 훗.
“자, 잠시만.
토벽을 만드는 건 나라고?”
“리더 오빠. 설마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약간 뚱해 보였다.
“에휴. 그럴 리가 있겠어?
그래서 총 몇 층의 토벽이 필요한가요?”
“10층.”
땅에서 코카트리스가 날고 있는 하늘까지는 제법 높았다.
꽤 아득해 보이긴 하지.
그 높이 때문에도 헬이 땅에서 불길을 쏜다 치더라도 코카트리스한테 닿지 않을지도?
내심 그 높이에 달하도록 나는 10층까지의 토벽을 욕심 내보았다.
“견고함이 빠진 토벽이라…….
10층까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겠네요.”
“빨리 작업에 들어가요. 리더 오빠.”
그녀는 무심해 보이면서도 냅다 결정이 나자 그의 등을 떠밀었다.
마치 봄이가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 어어? 그렇게 떠밀지 않아도 시간이 없는 건 나도 안다고. 하늬야.
그보다 어디 쯤에…….”
그거야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이 사람아.
말은 통하지 않겠지만 의사를 물을 상대는 따로 있었다.
지금도 마스터와 말은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통하지 않을 뿐더러, 마음조차 통하지 않고 있지만, 마스터가 아니어도 소환수에겐 어느 선까지는 의사가 통하는 걸로 알고 있다.
디딤돌이 될 토벽을 마치 하늘길처럼 딛고 올라갈 직접적인 상대.
나는 별말을 하지 않고 그가 알아서 그 상대를 찾아갔으면 했지만 하늬는 답답한 걸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 무표정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뻔한 것 좀 묻지 말아요. 리더 오빠.
당연히 헬이지요.”
물론, 리 블루 디시오의 축복을 받은 모두는 움직일 때마다 각자의 머리 위에서 따라다녔지만, 안개의 시야까지는 차단할 수 없었다.
“어디 가는 거야, 헬?”
- 컹?
헬은 우왕좌왕거렸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코카트리스의 낌새를 느낄 때마다 공격의 기회를 노렸지만 그럴 때마다 마스터가 간섭하는 바람에 어처구니없게도 저지되어버렸다.
“그쪽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잖아. 헬!”
- 끼……잉.
답답했다.
마스터와 소환수의 사이는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은 이어져 있을 거라고 보았지만 둘은 엇박자로 상황이 좀처럼 나아 보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목표물의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애초에 문제였긴 했지만 봄이는 지시하기에 다급한 나머지 헬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 듯싶었다.
역시 시간 싸움이 발단이려나…….
보스 몬스터를 클리어하는데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는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레이드의 보스 몬스터를 통틀어 기본적으로 빠른 시간안에 클리어 할수록 그 보상의 가치는 달라진다.
그 가치 차이 때문이라도 빠른 시간안에 클리어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굴뚝 같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큼 그 시간을 방해하는 것이 버프와 디버프 스킬이었고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애먹고 있다.
산성비는 언제 그칠지 모르지만 수아가 걸어준 축복의 스킬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코카트리스를 추락시키면 실마리가 보일지도 몰랐다.
- 컹, 컹!
헬도 답답한지 마치 하소연하듯 마스터를 향해 짖어대었다.
“그러니까. 그쪽이 아니라고. 진짜!”
봄이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헬 때문에 공격의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았다.
저래서 어느 세월에 닭대가리 녀석을 떨어뜨려?
서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함에 헬은 제자리에서 뱅뱅 돌고야 말았다.
“하. 봄이 녀석. 대체 뭐 하는 거야…….”
“저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거예요. 리더 오빠?”
슬슬 하늬도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리더에게 넌지시 던졌다.
“아아. 당연한 안 되지.”
“……….”
왠지 모르겠지만 그는 말로만 안된다 할 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딱히 방법이 없잖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뭔가 빈 수레가 요란할 정도로 그의 핑곗거리만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리더 오빠는 누구보다도 봄이 언니에 대해 잘 알잖아요.”
그가 핑계를 대면 될수록 하늬는 마치 어떻게든 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투로 그를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는 좀 버겁다는 표정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당연히 내 동생이니까 잘 알지.
그런데 그 잘 아는 게 더 문제라고. 응?”
더 잘 아는 게 문제라니?
뜬구름 같은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건 또 무슨 뜻이에요?”
하늬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인 듯 되물었다.
“하아…. 그러니까.
봄이는 저렇게 마음만 급해서 앞뒤 안 가리는 상태에 빠지면 늦었어.
불러봤자,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저 녀석은…….”
“막혀버렸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누군가 조언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 봄이의 귀는 외부와 차단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기가 막혔다.
그럼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리자고?
수아가 기껏 마련해 준 기회를 이대로 날리겠다는 거야, 뭐야?!
진짜 방법이 없ᄂ…….
머리가 번뜩거렸다.
#.
“두 분 중에 아직 한 번은 스킬을 사용할 MP가 남아 있습니까?”
리더와 하늬는 같은 토마랑 클래스.
내가 떠오른 생각에는 두 사람 중 한명이라도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청 씨?”
“청 오빠?”
둘은 느닷없이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질문을 던지자 반사적으로 반문을 했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반응이지만.
보통 포터는 드랍아이템이나 파티원의 짐을 들어다 줄 뿐이지, 전투에는 직접적으론 개입하지 않았다.
개입을 하는 포터 유저는 솔직히 드물다고 보는 게 맞다.
개입이라는 자체부터 무시하거나 싫어하거나 폭력을 쓰는 파티 유저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쪽 파티는 아니란 말이지.
간섭이 장난 아닌 차가운과 유리가 빠진 상태라면 어려울 것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두 분?”
확실함에 밀고 나가고 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의도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저는 빼주세요. 청 오빠.
MP가 너프된지는 바닥으로 내려오기전부터 였으니까요.”
그녀의 답변도 어느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그래도 확인 사살을 받아 둬야지.
좋은 게 좋은 거다.
일단 하늬는 제외시켰다.
그리고 난 리더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 아. 저라면 아직 한 번 정도의 스킬이라면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옳거니!
이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천만 하면 된다.
“그런데 청 씨는 대체 뭘…….”
“헬을 바로 위로 띄워 줄 생각입니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두 눈만 끔뻑거렸다.
이런.
너무 서두까지 잘라 버렸나……?
자르려고 싶어서 자른 건 아니었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니 어느 정도 설명을 첨가해주는 수밖엔 없겠다.
내가 실행에 옮기고 싶은 작전은 이랬다.
바로 옆, 주위는 눈으로라도 어느 만큼은 보인다.
하지만 헬의 상태를 보면 하늘은 어느 만큼 선에서 불가능하기에 지금도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땅에서가 아닌 하늘까지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내가 리더에게 바라는 건 딱 한 가지 뿐이었다.
땅에서 하늘까지 단숨에 이을 수 있는 다단계의 하늘길.
“토벽입니다.”
“네, 네? 하……하지만…….”
그는 반론의 말을 하려다가 뒷말을 흐려버렸다.
그 또한 내 말에 곧바로 직결된 듯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왜 반론을 달았는지는 모르겠다.
“불가능……합니까?”
그의 눈빛은 약간은 불편해 보였다.
“불가능이기보다는…….
토벽을 달굴 수 없는 불꽃이 없다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러는 겁니다.”
아아.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그의 걱정에 난 딱 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무슨…….”
그는 내가 동조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새로 얼굴이 어이없는 표정에 가까웠다.
“쯧쯧.”
혀를 차며 좀처럼 빨리 끝나지 않는 나와 그의 타결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녀가 끼어들었다.
“하늬?”
그와 반대로 그녀는 내 말의 요지를 알아챈 듯싶었다.
“청 오빠의 말대로 불꽃은 필요 없어요.”
“맞습니다.”
“아니 그게 왜…?”
“오히려 당연한 걸 끈질기게 묻는 리더 오빠가 이상한데요?”
질문이 질문으로 받아쳐 되돌아온다.
“아니 그래도…. 그 발돋움해도 올라가려면 어느 만큼은 버텨야 하지 않ᄂ…….”
“필요 없습니다.”
“헬은 인간이 아니에요.”
나는 딱 잘라 대답하는 반면, 하늬는 요지만은 콕 집어 그의 길고 긴 질문을 차단해버렸다.
그녀의 말대로 만약 올라가는 사람이 이 파티원 중에서 하나였다면 하늘길로 올라가는 디딤돌 역할의 토벽이 제법 견고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헬이었다.
헬은 아주 잽싸고 날렵하다.
단숨에 토벽과 토벽 사이를 점프해서 뛰어넘어가면 그만이었고 토벽 자체에 발을 딛고 있는 시간은 현저히 적었다.
아주 눈 깜작할 사이의 시간에 토벽의 제일 위층까지 올라가 코카트리스를 단숨에 노리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나는 계산했다.
“저는 찬성이에요. 청 오빠.”
하늬는 과감히 나를 밀어주었다.
내 작전이 마음에 든 모양이야. 훗.
“자, 잠시만.
토벽을 만드는 건 나라고?”
“리더 오빠. 설마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약간 뚱해 보였다.
“에휴. 그럴 리가 있겠어?
그래서 총 몇 층의 토벽이 필요한가요?”
“10층.”
땅에서 코카트리스가 날고 있는 하늘까지는 제법 높았다.
꽤 아득해 보이긴 하지.
그 높이 때문에도 헬이 땅에서 불길을 쏜다 치더라도 코카트리스한테 닿지 않을지도?
내심 그 높이에 달하도록 나는 10층까지의 토벽을 욕심 내보았다.
“견고함이 빠진 토벽이라…….
10층까지는 충분히 만들 수 있겠네요.”
“빨리 작업에 들어가요. 리더 오빠.”
그녀는 무심해 보이면서도 냅다 결정이 나자 그의 등을 떠밀었다.
마치 봄이가 하는 역할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 어어? 그렇게 떠밀지 않아도 시간이 없는 건 나도 안다고. 하늬야.
그보다 어디 쯤에…….”
그거야 나한테 물으면 안 되지. 이 사람아.
말은 통하지 않겠지만 의사를 물을 상대는 따로 있었다.
지금도 마스터와 말은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통하지 않을 뿐더러, 마음조차 통하지 않고 있지만, 마스터가 아니어도 소환수에겐 어느 선까지는 의사가 통하는 걸로 알고 있다.
디딤돌이 될 토벽을 마치 하늘길처럼 딛고 올라갈 직접적인 상대.
나는 별말을 하지 않고 그가 알아서 그 상대를 찾아갔으면 했지만 하늬는 답답한 걸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이 무표정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뻔한 것 좀 묻지 말아요. 리더 오빠.
당연히 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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