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몰이견, 헬하운드
조회 : 1,844 추천 : 0 글자수 : 4,315 자 2023-11-18
“같이 돕겠습니다.”
나는 스스럼 없이 끼어들었다.
“네. 고맙……. 아니, 청 씨는 언제…….”
까아아아아악!
자지러질듯한 비명과 함께 봄이가 먼저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에게 할 말을 채 다하지도 못했다.
으샤!
두 명이 같이 받았다.
나는 그처럼 토마랑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충격을 받은 데미지들은 나중에 몰래 힐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한 명보다야 두 명이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이어 나머지 두 사람분도 그렇게 함께 받아넘길 수 있었다.
“주, 죽는 줄 알았어……. 힝.”
봄이는 거의 울상이었다.
밑에서 안심하고 받아 줄 사람이 없었다면 울상이 아니라 이미 죽상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말이었다.
“고마워요. 경태 오빠……. 그리고 청 오빠.”
냉랭한 무표정을 그 높이에서도 떨어지고서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하늬에게서는 감사의 인사를 들을 수 있는 건 좀 뜻밖이었다.
“으, 응? 그것보다 뭐지, 뭐지?!
아무렇지 않잖아?
우리 왜 굳지 않는 거야??”
봄이의 말을 듣고선 모두 의아한 표정들이 가득했다.
경향이 없었던 탓인지 떨어지는 와중에 그들은 아무도 알림 메시지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거 참.
“저기……. 석화라면 바로 앞에 해제되었다는 알람 메시지가 떴습니다.”
보스전 레이드 중에 그 중요한 걸 듣지도 못하다니…….
“그, 그랬습니까……하하? 하하하….”
리더는 뻘쭘한 표정이 역력했었다.
이 사람이 진짜…….
누가 보면 이 사람들 경험자가 아니라 초보자인 줄 알겠는데?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도 처음, 파티도 이들과 처음으로 맺었지만, 어색하면서도 매우 어설퍼 보이는 느낌을 뭐라 단정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렇게 나는 몰래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량 닭 녀석이 한층 뽐냈던 자신의 스킬 효과를 잃은 이상은 몸부림의 역습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쿄코…. 쿄코코코코! 」
처음 몇 번씩 낸 소리와 달리 노여움에 휩싸여 분노의 장애를 일으키는 소리로 울부짖으며 흥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타타타타닥….
땅이 진동한다.
불량 닭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육중한 몸을 빠르게 움직여 가속을 일으켰다.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듯한 발의 달음질하는 소리가 귓가에 퍼지고 있었다.
“코카트리스가 옵니다.”
나는 리더가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빨리 집중시키고자 약간 해이해진 일행들 틈 사이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던 코카트리스를 빠르게 캐치했었다.
“뭐…. 뭐야…. 아? 뱀 언니는 아직도 석화 상태잖아?!
오……오빠!”
석화가 해제되어도 스킬이 뻗쳤던 대지 부분만 사라진 듯 이미 굳어버린 대상자에겐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석화가 풀림에도 파티의 전력은 돌아오지 못하자 봄이는 아쉬움이 제법 큰 중얼거림과 함께 급한 마음에 리더를 불렀다.
그리고 당황한 건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당황해서 허수아비처럼 모양새 빠져 멍하니 서 있을 때가 아닌 빠릿빠릿 움직여야 할 때였다.
“안 불러도 알고 있다고. 안 봄!”
봄이는 위험하다 싶으면 대수롭지 않게 그를 부르기 바빴다.
오늘 레이드만 해도 벌써 몇 번은 부른 듯싶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약간 역정에 가깝게 소리쳤었다.
적당히 좀 찾지…….
아무리 친여동생이라곤 하지만 여기저기서 수 없이 부르면 질색할 정도로 질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그는 코카트리스의 움직임을 늦추고자 토마랑을 시전했다.
≪ 트리터리 프로즈(Territory froze). ≫
땅이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아니, 아니다.
리더의 마랑은 토마랑이기에 설마랑의 스킬을 펼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와중에 코카트리스의 발돋움이 내딛을 지점 바로 앞에서 땅이 색깔이 어둡게 변하며 굳어가고 있었다.
코카트리스와 석화와는 비슷하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스킬에 와닿는 건 보면 얼핏 달라 보이는 게 마랑 나름이 가진 스킬의 현상이었다.
“아주 좋아. 오빠, 그대로 치킨 녀석을 굳혀버려!
그러는 동안 내가…….”
챠르르르륵.
그래도 마냥 생각은 없는 게 아닌 듯 봄이는 책을 겉 훑기 식으로 책 종이가 연신 넘어갔었다.
“난…. 난 난 당장에라도 저 치킨 녀석을 바싹 익히고 싶단 말이야?
어디 알맞은 아이가 없을까?!”
딱하고 알맞다 싶을 소환수가 없는지 넘어가는 종이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빨리해!”
“봄이 언니!”
코카트리스를 굳히기까지는 힘든 듯싶었다.
대지를 굳힌 토마랑은 그대로 코카트리스의 발을 묶고 있었다.
“자, 잠시만…….”
되려 쫓기는 차례 순으로 돌아와 버린 봄이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들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이, 이건가……? 아냐…. 아니야…. 좀 더 물고 늘어질 소환수로……어, 어어어?!”
그녀의 신들린 듯한 손놀림이 멈추며 책이 완전히 펼쳐졌다.
“찾았다!!”
까드드드득!
「 쿄쿄코코코! 」
타이밍 한 번 참 아찔했다.
그녀가 고른 소환수를 소환하려는 찰나에 코카트리스를 발을 아주 잠깐이나마 묶기 위해 발 위에 뒤덮여 굳어있던 돌 같은 땅이 부스럼들이 휘날리며 갈라져 가고 있었다.
“봄이 언니. 어서 불러요.”
“이미 한계다. 안 봄. 어서 불러!”
어째서인지 둘은 한꺼번에 하질 못하고 돌아가면서 좌불안석과 다름이 없었다.
봄이는 펼쳐진 책의 쪽수 종이 위로 마나를 집중시켰다.
≪ 명부의 불꽃이여, 나의 부름에 타올라라. ≫
화르르륵….
콰앙!
마나의 폭열음을 일으키며 활활 타오르는 열기와 더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갛다.
찢어진 금색의 두 눈빛은 아주 매섭고 입이 벌어질 때마다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부리부리했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한 번 찍히면 물고 늘어져 놓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타오르는 열기는 등에 곧게 뻗은 붉은 갈기를 통해 꺼질 줄을 몰랐다.
하여튼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소환수는 기세등등함은 가히 장난이 아니었다.
뭐야……. 저건 대체?
나도 살짝 주춤거리면서도 소환수의 정체성을 뜯어보기에 바빴다.
그러다 문득 지옥의 파수견, 케로베로스를 연상케하는 듯한 생김새가 먼저 떠올랐다.
음….
비슷한 점은 많아 보일지라도 이 녀석은 3개의 머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봄이가 제일 처음 소환했던 불 속성의 소환수,
화링의 열기가 기본 불 속성의 스킬 ‘파이어 볼’의 5배라면 이 녀석은 2배에 달하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케로베로스의 불꽃과 열기는 그 정도가 아니다.
함부로 비교할 게 못 될 정도로 어림짐작은 솔직히 말해 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케로베로스 짝퉁인가?
나름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해 내가 고개를 한창 갸웃거리고 있는 그때였었다.
“헬!”
헬……?!
봄이가 부른 소리에 등장한 이후로, 혼자 별의 별 분위기 다 잡던 그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아아…. 네 녀석의 이름이었냐?
그 이름 한번……뭔가 줄여서 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헬, 가서 물어! 그대로 질러버리고 와!”
마치 내가 보기엔 일반적인 사냥개한테 하는 명령처럼 비슷해 보였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타타….
타타타타탁.
그리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헬은 이미 부서진 땅을 벗어나서고 있는 코카트리스를 향해 돌진했다.
“하는 김에 확실히 하는 거야, 헬!”
뭔가라도 결심한 듯 봄이의 몸 주변에서는 마나가 일렁거렸다.
[ 테이머(주인)의 MP를 소환수(펫)에게 부여합니다. ]
봄이의 MP는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 테이머 ‘안 봄’ 유저의 MP는 20%가량 남았습니다. ]
“2……20%?!!”
본인이 빨리고도 왠지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란 표정이 역력했었다.
“무슨 일이에요. 봄이……언니?”
“…하하……. 아, 아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이것도 다 레이드를 위한 투자인걸. 냐하하.
인심 쓴 김에 한 번 팍팍 썼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니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선 여전히 그녀가 무슨 의도로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하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좌우로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게 레이드 전투 시엔, 몬스터에 대한 알람은 전체 메시지로 왔지만, 그 나머지는 제각기 각자에게만 알림 메시지로 오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는 사이 봄이의 MP를 빨아들인 헬의 갈기는 붉게 타오르며 마치 화염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마치 한 마리의 날카로운 붉은 갈기늑대의 카리스마 분위기를 내뿜었다.
- 크르르릉!
“그대로 물어뜯어 버려. 헬!”
타 탓!
헬은 뒷발을 차올라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물어뜯어 발기발기 찢어버릴 듯한 입을 벌리자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가 붉게 물들어 드러났다.
제법 뛰어오른 높이와 더불어 그 붉은 송곳니는 직구로 날아가 그대로 코카트리스의 가슴팍을 물어버리고도 남았다.
서, 성공……인 건가?
봄이가 노리는 건 정확히 까지는 아니었지만 얼핏 짐작이 갔었다.
펑!!
그리고 이내 제법 큰 폭발음이 일어나며 충돌한 헬과 코카트리스를 제외하고는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스스럼 없이 끼어들었다.
“네. 고맙……. 아니, 청 씨는 언제…….”
까아아아아악!
자지러질듯한 비명과 함께 봄이가 먼저 떨어지는 바람에 그는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에게 할 말을 채 다하지도 못했다.
으샤!
두 명이 같이 받았다.
나는 그처럼 토마랑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충격을 받은 데미지들은 나중에 몰래 힐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한 명보다야 두 명이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이어 나머지 두 사람분도 그렇게 함께 받아넘길 수 있었다.
“주, 죽는 줄 알았어……. 힝.”
봄이는 거의 울상이었다.
밑에서 안심하고 받아 줄 사람이 없었다면 울상이 아니라 이미 죽상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말이었다.
“고마워요. 경태 오빠……. 그리고 청 오빠.”
냉랭한 무표정을 그 높이에서도 떨어지고서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하늬에게서는 감사의 인사를 들을 수 있는 건 좀 뜻밖이었다.
“으, 응? 그것보다 뭐지, 뭐지?!
아무렇지 않잖아?
우리 왜 굳지 않는 거야??”
봄이의 말을 듣고선 모두 의아한 표정들이 가득했다.
경향이 없었던 탓인지 떨어지는 와중에 그들은 아무도 알림 메시지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이거 참.
“저기……. 석화라면 바로 앞에 해제되었다는 알람 메시지가 떴습니다.”
보스전 레이드 중에 그 중요한 걸 듣지도 못하다니…….
“그, 그랬습니까……하하? 하하하….”
리더는 뻘쭘한 표정이 역력했었다.
이 사람이 진짜…….
누가 보면 이 사람들 경험자가 아니라 초보자인 줄 알겠는데?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도 처음, 파티도 이들과 처음으로 맺었지만, 어색하면서도 매우 어설퍼 보이는 느낌을 뭐라 단정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렇게 나는 몰래 헛웃음이 나올 뻔한 걸 참아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런 여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불량 닭 녀석이 한층 뽐냈던 자신의 스킬 효과를 잃은 이상은 몸부림의 역습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쿄코…. 쿄코코코코! 」
처음 몇 번씩 낸 소리와 달리 노여움에 휩싸여 분노의 장애를 일으키는 소리로 울부짖으며 흥분을 토로하고 있었다.
타타타타닥….
땅이 진동한다.
불량 닭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육중한 몸을 빠르게 움직여 가속을 일으켰다.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듯한 발의 달음질하는 소리가 귓가에 퍼지고 있었다.
“코카트리스가 옵니다.”
나는 리더가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빨리 집중시키고자 약간 해이해진 일행들 틈 사이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던 코카트리스를 빠르게 캐치했었다.
“뭐…. 뭐야…. 아? 뱀 언니는 아직도 석화 상태잖아?!
오……오빠!”
석화가 해제되어도 스킬이 뻗쳤던 대지 부분만 사라진 듯 이미 굳어버린 대상자에겐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석화가 풀림에도 파티의 전력은 돌아오지 못하자 봄이는 아쉬움이 제법 큰 중얼거림과 함께 급한 마음에 리더를 불렀다.
그리고 당황한 건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당황해서 허수아비처럼 모양새 빠져 멍하니 서 있을 때가 아닌 빠릿빠릿 움직여야 할 때였다.
“안 불러도 알고 있다고. 안 봄!”
봄이는 위험하다 싶으면 대수롭지 않게 그를 부르기 바빴다.
오늘 레이드만 해도 벌써 몇 번은 부른 듯싶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약간 역정에 가깝게 소리쳤었다.
적당히 좀 찾지…….
아무리 친여동생이라곤 하지만 여기저기서 수 없이 부르면 질색할 정도로 질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그는 코카트리스의 움직임을 늦추고자 토마랑을 시전했다.
≪ 트리터리 프로즈(Territory froze). ≫
땅이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아니, 아니다.
리더의 마랑은 토마랑이기에 설마랑의 스킬을 펼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와중에 코카트리스의 발돋움이 내딛을 지점 바로 앞에서 땅이 색깔이 어둡게 변하며 굳어가고 있었다.
코카트리스와 석화와는 비슷하면서도 눈 앞에 펼쳐진 스킬에 와닿는 건 보면 얼핏 달라 보이는 게 마랑 나름이 가진 스킬의 현상이었다.
“아주 좋아. 오빠, 그대로 치킨 녀석을 굳혀버려!
그러는 동안 내가…….”
챠르르르륵.
그래도 마냥 생각은 없는 게 아닌 듯 봄이는 책을 겉 훑기 식으로 책 종이가 연신 넘어갔었다.
“난…. 난 난 당장에라도 저 치킨 녀석을 바싹 익히고 싶단 말이야?
어디 알맞은 아이가 없을까?!”
딱하고 알맞다 싶을 소환수가 없는지 넘어가는 종이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빨리해!”
“봄이 언니!”
코카트리스를 굳히기까지는 힘든 듯싶었다.
대지를 굳힌 토마랑은 그대로 코카트리스의 발을 묶고 있었다.
“자, 잠시만…….”
되려 쫓기는 차례 순으로 돌아와 버린 봄이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물방울들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이, 이건가……? 아냐…. 아니야…. 좀 더 물고 늘어질 소환수로……어, 어어어?!”
그녀의 신들린 듯한 손놀림이 멈추며 책이 완전히 펼쳐졌다.
“찾았다!!”
까드드드득!
「 쿄쿄코코코! 」
타이밍 한 번 참 아찔했다.
그녀가 고른 소환수를 소환하려는 찰나에 코카트리스를 발을 아주 잠깐이나마 묶기 위해 발 위에 뒤덮여 굳어있던 돌 같은 땅이 부스럼들이 휘날리며 갈라져 가고 있었다.
“봄이 언니. 어서 불러요.”
“이미 한계다. 안 봄. 어서 불러!”
어째서인지 둘은 한꺼번에 하질 못하고 돌아가면서 좌불안석과 다름이 없었다.
봄이는 펼쳐진 책의 쪽수 종이 위로 마나를 집중시켰다.
≪ 명부의 불꽃이여, 나의 부름에 타올라라. ≫
화르르륵….
콰앙!
마나의 폭열음을 일으키며 활활 타오르는 열기와 더불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소환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빨갛다.
찢어진 금색의 두 눈빛은 아주 매섭고 입이 벌어질 때마다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부리부리했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한 번 찍히면 물고 늘어져 놓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타오르는 열기는 등에 곧게 뻗은 붉은 갈기를 통해 꺼질 줄을 몰랐다.
하여튼 예사롭지 않은 그녀의 소환수는 기세등등함은 가히 장난이 아니었다.
뭐야……. 저건 대체?
나도 살짝 주춤거리면서도 소환수의 정체성을 뜯어보기에 바빴다.
그러다 문득 지옥의 파수견, 케로베로스를 연상케하는 듯한 생김새가 먼저 떠올랐다.
음….
비슷한 점은 많아 보일지라도 이 녀석은 3개의 머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봄이가 제일 처음 소환했던 불 속성의 소환수,
화링의 열기가 기본 불 속성의 스킬 ‘파이어 볼’의 5배라면 이 녀석은 2배에 달하는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케로베로스의 불꽃과 열기는 그 정도가 아니다.
함부로 비교할 게 못 될 정도로 어림짐작은 솔직히 말해 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케로베로스 짝퉁인가?
나름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해 내가 고개를 한창 갸웃거리고 있는 그때였었다.
“헬!”
헬……?!
봄이가 부른 소리에 등장한 이후로, 혼자 별의 별 분위기 다 잡던 그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아아…. 네 녀석의 이름이었냐?
그 이름 한번……뭔가 줄여서 부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헬, 가서 물어! 그대로 질러버리고 와!”
마치 내가 보기엔 일반적인 사냥개한테 하는 명령처럼 비슷해 보였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타타….
타타타타탁.
그리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헬은 이미 부서진 땅을 벗어나서고 있는 코카트리스를 향해 돌진했다.
“하는 김에 확실히 하는 거야, 헬!”
뭔가라도 결심한 듯 봄이의 몸 주변에서는 마나가 일렁거렸다.
[ 테이머(주인)의 MP를 소환수(펫)에게 부여합니다. ]
봄이의 MP는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 테이머 ‘안 봄’ 유저의 MP는 20%가량 남았습니다. ]
“2……20%?!!”
본인이 빨리고도 왠지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란 표정이 역력했었다.
“무슨 일이에요. 봄이……언니?”
“…하하……. 아, 아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
이것도 다 레이드를 위한 투자인걸. 냐하하.
인심 쓴 김에 한 번 팍팍 썼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니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옆에선 여전히 그녀가 무슨 의도로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하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좌우로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게 레이드 전투 시엔, 몬스터에 대한 알람은 전체 메시지로 왔지만, 그 나머지는 제각기 각자에게만 알림 메시지로 오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는 사이 봄이의 MP를 빨아들인 헬의 갈기는 붉게 타오르며 마치 화염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마치 한 마리의 날카로운 붉은 갈기늑대의 카리스마 분위기를 내뿜었다.
- 크르르릉!
“그대로 물어뜯어 버려. 헬!”
타 탓!
헬은 뒷발을 차올라 높이 점프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물어뜯어 발기발기 찢어버릴 듯한 입을 벌리자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가 붉게 물들어 드러났다.
제법 뛰어오른 높이와 더불어 그 붉은 송곳니는 직구로 날아가 그대로 코카트리스의 가슴팍을 물어버리고도 남았다.
서, 성공……인 건가?
봄이가 노리는 건 정확히 까지는 아니었지만 얼핏 짐작이 갔었다.
펑!!
그리고 이내 제법 큰 폭발음이 일어나며 충돌한 헬과 코카트리스를 제외하고는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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