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멀티 클래스(2)
조회 : 1,740 추천 : 0 글자수 : 4,194 자 2023-10-28
나는 1초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그 망설이는 시간이 아까운 건 당연했었고, 망설이는 사이 리더의 2장밖에 남지 않는 토벽이 언제 깨질지도 몰랐다.
띠링.
【 멀티 클래스 체인지 스킬이 호환되었습니다. 】
【 프론트 클래스와 백 클래스의 스킬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
직접 바로 지정이 되는 거였네?
처음 겪어보는 스킬에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내 전용 파란 창이 뜨자 곧바로 지정하기에 바빴다.
1분 1초라도 빨리 힐러 스킬이 석화에 얼마나 먹히는지 실험을 하고 싶었다.
띠릭.
【 프론트 클래스 : 포터
백 클래스 스킬 : 피스트 힐러
두 클래스에 관해 스킬이 호환되었습니다. 】
일사천리로 빠르게 처리되었다.
어디…….
나는 포터 클래스에서 느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마나가 집약되어 있는 마나홀에서 마나를 운용하듯이 몸 전체에 마나를 흘렸다.
그러자 피스트 힐러 클래스가 다루는 건 마나가 아니었지만 마나와 비슷한 뿌리를 가진 신성력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먹에 신성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좋아. 아주 마음에 드는데?
시작 단추는 나쁘지 않게 끼워져 나갔다.
아직까지는 양호했다.
오랜만에 피스트 힐러의 스킬을 시전하려니 조금 어색하면서도 조바심도 났지만 몇 달 정도 포터에 의해 당했던 강제봉인을 해제할 때가 온 것이다.
꾸우우욱.
저절로 주먹에 힘이 제법 들어갔다.
꼴에 긴장하긴. 하하.
포터에 너무 길들여졌나보다.
꽉 쥔 주먹에 긴장감이 역력하듯 땀이 맺혔다.
살짝 축축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도 한물 제대로 갔군. 갔어.
나는 나 자신에게 피식거리며 한심에 가까운 웃음이 얼떨결에 튀어나왔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피스트 힐러 스킬의 하나에 상황이 역전될지, 끝나버릴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일단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채로 끝나버리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띡.
【 피스트 힐러 회복스킬 ‘세이커 피스트(Sacre pist)’가 시전중입니다. 】
오………오오……잌?
조금 아니, 많이 놀라버렸다.
처음에 유저들을 상대로 했을 때나 무생물을 대상으로 삼았을 때도 분명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스킬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스킬 이름이 출현했다.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신기한 기분 사이로 스멀스멀 일어나는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도 저 스킬 이름만 나왔어도 개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
딱 스킬 이름만 봐도 스킬의 용도를 파악하기 쉬웠다.
세이커 피스트…….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주먹’을 뜻하고 있었다.
젠장.
됐다. 됐어!
지난 일을 상기시켜봤자 이제 와서는 별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지금은 단 하나만 생각하자고.
먹히느냐? 먹히지 않느냐?!
오로지 그것이 관건이었다.
이제 휘두르는 일만 남았다.
아니…. 그런데 잠깐…잠깐?
나는 고개를 쏙 내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놔.
스킬에만 치우친 나머지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지리적 조건이 맞지 않았다.
현재 석화에 닿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일행들은 토벽에만 의지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제법 땅과 떨어진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음을 뜻했다.
하지만 내 스킬은 주먹.
주먹이 대상자에게 직접 닿아야만 발동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상자가 너무 멀었다.
팔을 최대한 뻗어 닿기만 한다면 간당하게 클리어였겠지만 그것부터 무리였다.
나 뭐한 거지……. 대체;;
물론 점프해서 주먹으로 먼저 땅을 가격 할 수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전자일 뿐이고 후자가 문제였다.
모두가 지켜보는 마당에 대놓고 포터가 피스트 힐러의 스킬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제외한 유저들이 아무도 멀티 클래스 체인지 스킬이 해방되지 않았다면 나만 이상한
취급을 당하기 뻔했다.
자칫 버그를 쓰는 유저로 찍힐 수도…….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멀고 먼 땅밑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쩌……쩌…적
아, 아.
하필이면 전혀 반갑지 않은 소리가 귀를 송신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또 시작이야?!
그 출처 지는 남은 토벽의 2장 중 1장이 내고 있는 불안한 소리였다.
운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석화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가더니, 토벽 자체에 균열이 일어났다.
티…. 티, 티티틱.
균열로 인해 생김 부스럼이 먼저 떨어져 나가며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기 바빴다.
곧 2장째의 토벽도 운명을 다할 것 같았다.
미치네.
4분이 이리 길었나…….
석화를 멈춰볼 만한 시도의 방법은 가지고 있었지만, 위치며, 거리며, 시선이며 아무것도 들어맞지 않은 마당에 나는 막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쨍그랑 - !
그러는 사이 단 몇 초도 안 돼, 2장째의 토벽마저도 단숨에 깨져버렸다.
“꺅!”
1장 남은 토벽을 보며 봄이는 단말마에 가까운 짧은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선 제풀에 주저앉아버렸다.
기절이라도 안 한 게 다행인 거려나…….
“봄이 언니…….”
위로의 말도 나오지 않던지 하늬의 표정도 좀처럼 평소 무표정의 안색을 찾아보기 힘들어져 가고 있었다.
“하늬! 이 하늬. 정신차려!!”
“네……네, 네?!”
봄이에게 휘말려 같이 가상의 기진맥진 상태로 갈뻔했었다.
하지만 연신 불러대는 리더의 목소리에 하늬는 정신이 번쩍 뜨였다.
“봄이 상태는 어때?”
“봄이……봄이 언니는 의욕을 상실한 거 같아요.
전투 불능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나네. 저 녀석.”
“네?!!”
뭔가 마치 예상하기라도 한 듯한 리더의 말투에 전혀 하늬답지 않은 반문이 달렸다.
“그냥 저 녀석은 내버려 둬도 대.
내 동생이지만 참…….
그 버릇 좀 고치라니까.”
“버릇…?”
고개라 반사적으로 갸우뚱거렸다.
하늬가 모를 만도 했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가 합류한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의 이 파티원들은 솔직히 급조된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그전부터 접점은 한두 번 있었지만 친하다고 할 정도로 아주 잘 아는 사이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는 한 파티원당 클리어할 수 있는 횟수 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레이드류에 속했었기 때문에 레벨업을 위한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한두 명만 포터나 힐러
를 영입과 클리어를 반복하면서 이들은 그러는 동안 서로 간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된 경위
에 이르렀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버릇.
봄이 녀석. 의외로 담이 작아서 말이지…. 하하.
버티다가 버티다 안되면 저렇게 꼭 무너져서 매번 내가 골이 아파.
그러니까 당분간 내버려 둬.
저러다가 상황이 역전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니까.
그런데 하늬 넌 괜찮아?”
“네. 보다시피.”
말투가 좀 다시 단답형으로 짧고 냉철한 어투로 말하는 걸 보니 안정은 어느 정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렇다면 다행ᄋ…….”
“리더 오빠. 저희가 이대로 역 ᄌ…….”
[ 2분 뒤 석화가 정지됩니다. ]
아……앗.
하늬는 가볍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어렴풋이 리더에게 던지는가 싶었는데 시스템 알림이
눈치 없게도 방해 공작을 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방해 공작이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으로 잘 막아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지금 토벽으로 버티게 만든 것도 하늬가 생각해낸 창의적인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몰린 시점에서 리더에게 이 위기를 타개할 묘안이 있을까?
왠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리더인 그를 무작정 바보 취급하는 건 아니었지만 2분의 알림 뒤, 어느 때보다 더욱이
길어 보이는 이 단 2분의 시간이 너무나도 무거울 정도로 가중되어져 감을 리더도 느꼈을 것
이다.
“……………잇”
“………?”
뭐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지만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봄이가 연신 뭐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대고 있었다.
나도 잘 들리지 않았다.
“……………ㅔ잇.”
“봄이 언니…?”
ㅔ잇???
“………에잇에잇에잇에잇에잇 에이이이잇!!”
스르르륵
탁!
아니…. 전의상실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봄이는 제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그리고 양팔을 어깨너비만큼 벌리며 만세를 펼쳤다.
“분명 2분이라는 했어? 했지? 그렇지?”
“네…. 봄이 언니.”
뭐가 뭔지 몰라도 엄청나게 씩씩해진 기운이 뻗쳐나오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봄이
였다.
“좋다고. 이대로 2분만 버티자!
고작 2분이잖아?
그러면 우리가 이기는 거라고. 아하하하하!!”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봄이의 회복력은 가히 대단했다.
아주 미세한 먼지 정도로의 가능성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말이 맞지?”
“그러게요…….”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하늬가 떨떠름한 표정이 드러나는 건 나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
다.
음…….
나도 그럼 초 회복력을 지닌 봄이의 기운을 얻어 새로운 시도라도 해볼까?
그사이 완전한 방법이라고는 볼 수는 없었지만 허용될 수 있을 것 같은 제한 내에서 나쁘지
않은 방법이 문득 떠올랐었다.
2분이라는 남은 시간과 1장의 토벽을 보고 있자니, 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그 망설이는 시간이 아까운 건 당연했었고, 망설이는 사이 리더의 2장밖에 남지 않는 토벽이 언제 깨질지도 몰랐다.
띠링.
【 멀티 클래스 체인지 스킬이 호환되었습니다. 】
【 프론트 클래스와 백 클래스의 스킬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
직접 바로 지정이 되는 거였네?
처음 겪어보는 스킬에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내 전용 파란 창이 뜨자 곧바로 지정하기에 바빴다.
1분 1초라도 빨리 힐러 스킬이 석화에 얼마나 먹히는지 실험을 하고 싶었다.
띠릭.
【 프론트 클래스 : 포터
백 클래스 스킬 : 피스트 힐러
두 클래스에 관해 스킬이 호환되었습니다. 】
일사천리로 빠르게 처리되었다.
어디…….
나는 포터 클래스에서 느낄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마나가 집약되어 있는 마나홀에서 마나를 운용하듯이 몸 전체에 마나를 흘렸다.
그러자 피스트 힐러 클래스가 다루는 건 마나가 아니었지만 마나와 비슷한 뿌리를 가진 신성력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먹에 신성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좋아. 아주 마음에 드는데?
시작 단추는 나쁘지 않게 끼워져 나갔다.
아직까지는 양호했다.
오랜만에 피스트 힐러의 스킬을 시전하려니 조금 어색하면서도 조바심도 났지만 몇 달 정도 포터에 의해 당했던 강제봉인을 해제할 때가 온 것이다.
꾸우우욱.
저절로 주먹에 힘이 제법 들어갔다.
꼴에 긴장하긴. 하하.
포터에 너무 길들여졌나보다.
꽉 쥔 주먹에 긴장감이 역력하듯 땀이 맺혔다.
살짝 축축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도 한물 제대로 갔군. 갔어.
나는 나 자신에게 피식거리며 한심에 가까운 웃음이 얼떨결에 튀어나왔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피스트 힐러 스킬의 하나에 상황이 역전될지, 끝나버릴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일단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채로 끝나버리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다.
띡.
【 피스트 힐러 회복스킬 ‘세이커 피스트(Sacre pist)’가 시전중입니다. 】
오………오오……잌?
조금 아니, 많이 놀라버렸다.
처음에 유저들을 상대로 했을 때나 무생물을 대상으로 삼았을 때도 분명 주먹을 날리는 것으로 스킬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스킬 이름이 출현했다.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신기한 기분 사이로 스멀스멀 일어나는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도 저 스킬 이름만 나왔어도 개고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하.
딱 스킬 이름만 봐도 스킬의 용도를 파악하기 쉬웠다.
세이커 피스트…….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주먹’을 뜻하고 있었다.
젠장.
됐다. 됐어!
지난 일을 상기시켜봤자 이제 와서는 별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지금은 단 하나만 생각하자고.
먹히느냐? 먹히지 않느냐?!
오로지 그것이 관건이었다.
이제 휘두르는 일만 남았다.
아니…. 그런데 잠깐…잠깐?
나는 고개를 쏙 내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놔.
스킬에만 치우친 나머지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지리적 조건이 맞지 않았다.
현재 석화에 닿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일행들은 토벽에만 의지한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모두 제법 땅과 떨어진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음을 뜻했다.
하지만 내 스킬은 주먹.
주먹이 대상자에게 직접 닿아야만 발동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상자가 너무 멀었다.
팔을 최대한 뻗어 닿기만 한다면 간당하게 클리어였겠지만 그것부터 무리였다.
나 뭐한 거지……. 대체;;
물론 점프해서 주먹으로 먼저 땅을 가격 할 수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전자일 뿐이고 후자가 문제였다.
모두가 지켜보는 마당에 대놓고 포터가 피스트 힐러의 스킬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를 제외한 유저들이 아무도 멀티 클래스 체인지 스킬이 해방되지 않았다면 나만 이상한
취급을 당하기 뻔했다.
자칫 버그를 쓰는 유저로 찍힐 수도…….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멀고 먼 땅밑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쩌……쩌…적
아, 아.
하필이면 전혀 반갑지 않은 소리가 귀를 송신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또 시작이야?!
그 출처 지는 남은 토벽의 2장 중 1장이 내고 있는 불안한 소리였다.
운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석화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가더니, 토벽 자체에 균열이 일어났다.
티…. 티, 티티틱.
균열로 인해 생김 부스럼이 먼저 떨어져 나가며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기 바빴다.
곧 2장째의 토벽도 운명을 다할 것 같았다.
미치네.
4분이 이리 길었나…….
석화를 멈춰볼 만한 시도의 방법은 가지고 있었지만, 위치며, 거리며, 시선이며 아무것도 들어맞지 않은 마당에 나는 막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쨍그랑 - !
그러는 사이 단 몇 초도 안 돼, 2장째의 토벽마저도 단숨에 깨져버렸다.
“꺅!”
1장 남은 토벽을 보며 봄이는 단말마에 가까운 짧은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선 제풀에 주저앉아버렸다.
기절이라도 안 한 게 다행인 거려나…….
“봄이 언니…….”
위로의 말도 나오지 않던지 하늬의 표정도 좀처럼 평소 무표정의 안색을 찾아보기 힘들어져 가고 있었다.
“하늬! 이 하늬. 정신차려!!”
“네……네, 네?!”
봄이에게 휘말려 같이 가상의 기진맥진 상태로 갈뻔했었다.
하지만 연신 불러대는 리더의 목소리에 하늬는 정신이 번쩍 뜨였다.
“봄이 상태는 어때?”
“봄이……봄이 언니는 의욕을 상실한 거 같아요.
전투 불능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나네. 저 녀석.”
“네?!!”
뭔가 마치 예상하기라도 한 듯한 리더의 말투에 전혀 하늬답지 않은 반문이 달렸다.
“그냥 저 녀석은 내버려 둬도 대.
내 동생이지만 참…….
그 버릇 좀 고치라니까.”
“버릇…?”
고개라 반사적으로 갸우뚱거렸다.
하늬가 모를 만도 했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내가 합류한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의 이 파티원들은 솔직히 급조된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그전부터 접점은 한두 번 있었지만 친하다고 할 정도로 아주 잘 아는 사이까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에나힐 레이션 레이드는 한 파티원당 클리어할 수 있는 횟수 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레이드류에 속했었기 때문에 레벨업을 위한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한두 명만 포터나 힐러
를 영입과 클리어를 반복하면서 이들은 그러는 동안 서로 간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된 경위
에 이르렀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버릇.
봄이 녀석. 의외로 담이 작아서 말이지…. 하하.
버티다가 버티다 안되면 저렇게 꼭 무너져서 매번 내가 골이 아파.
그러니까 당분간 내버려 둬.
저러다가 상황이 역전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나니까.
그런데 하늬 넌 괜찮아?”
“네. 보다시피.”
말투가 좀 다시 단답형으로 짧고 냉철한 어투로 말하는 걸 보니 안정은 어느 정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렇다면 다행ᄋ…….”
“리더 오빠. 저희가 이대로 역 ᄌ…….”
[ 2분 뒤 석화가 정지됩니다. ]
아……앗.
하늬는 가볍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어렴풋이 리더에게 던지는가 싶었는데 시스템 알림이
눈치 없게도 방해 공작을 해버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방해 공작이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으로 잘 막아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지금 토벽으로 버티게 만든 것도 하늬가 생각해낸 창의적인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몰린 시점에서 리더에게 이 위기를 타개할 묘안이 있을까?
왠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물론 리더인 그를 무작정 바보 취급하는 건 아니었지만 2분의 알림 뒤, 어느 때보다 더욱이
길어 보이는 이 단 2분의 시간이 너무나도 무거울 정도로 가중되어져 감을 리더도 느꼈을 것
이다.
“……………잇”
“………?”
뭐라 하는지 잘 들리지 않지만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봄이가 연신 뭐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대고 있었다.
나도 잘 들리지 않았다.
“……………ㅔ잇.”
“봄이 언니…?”
ㅔ잇???
“………에잇에잇에잇에잇에잇 에이이이잇!!”
스르르륵
탁!
아니…. 전의상실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봄이는 제자리에서 번쩍 일어났다.
그리고 양팔을 어깨너비만큼 벌리며 만세를 펼쳤다.
“분명 2분이라는 했어? 했지? 그렇지?”
“네…. 봄이 언니.”
뭐가 뭔지 몰라도 엄청나게 씩씩해진 기운이 뻗쳐나오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봄이
였다.
“좋다고. 이대로 2분만 버티자!
고작 2분이잖아?
그러면 우리가 이기는 거라고. 아하하하하!!”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봄이의 회복력은 가히 대단했다.
아주 미세한 먼지 정도로의 가능성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 말이 맞지?”
“그러게요…….”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하늬가 떨떠름한 표정이 드러나는 건 나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
다.
음…….
나도 그럼 초 회복력을 지닌 봄이의 기운을 얻어 새로운 시도라도 해볼까?
그사이 완전한 방법이라고는 볼 수는 없었지만 허용될 수 있을 것 같은 제한 내에서 나쁘지
않은 방법이 문득 떠올랐었다.
2분이라는 남은 시간과 1장의 토벽을 보고 있자니, 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힐러 맞아?! 이건 너무 무식하잖아!
73.하늘길(2)조회 : 8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9 72.하늘길(1)조회 : 1,4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72 71.시도조회 : 1,26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99 70.축복의 화살조회 : 1,3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47 69.하울링조회 : 1,25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37 68.닭몰이견, 헬하운드조회 : 1,85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15 67.나 혼자 멀티 클래스(3)조회 : 1,5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84 66.나 혼자 멀티 클래스(2)조회 : 1,7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94 65.나 혼자 멀티 클래스(1)조회 : 1,5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9 64.발등까지 엄습하다.(2)조회 : 1,2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73 63.발등까지 엄습하다.(1)조회 : 1,41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02 62.그녀와 불협화음의 파티(2)조회 : 1,2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43 61.그녀와 불협화음의 파티(1)조회 : 1,00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76 60.그녀의 등장조회 : 1,36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32 59.보스전에 불량닭(?) 코카트리스가 나타났다.조회 : 7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5 58.막판에 뒤틀리다.조회 : 3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81 57.허접한 슬라임은 이제 잊어라.(5)조회 : 42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56 56.허접한 슬라임은 이제 잊어라.(4)조회 : 40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45 55.허접한 슬라임은 이제 잊어라.(3)조회 : 5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11 54.허접한 슬라임은 이제 잊어라.(2)조회 : 5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9 53.허접한 슬라임은 이제 잊어라.(1)조회 : 4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54 52.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6) -조회 : 3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29 51.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5) -조회 : 5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03 50.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4) -조회 : 1,0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39 49.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3) -조회 : 4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90 48.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2) -조회 : 4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90 47.포터(짐꾼) 적응기 - 섬멸 레이드(1) -조회 : 4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60 46.포터(짐꾼) 적응기 ~ 제물 레이드(4) ~조회 : 90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1 45.포터(짐꾼) 적응기 ~ 제물 레이드(3) ~조회 : 7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66 44.포터(짐꾼) 적응기 ~ 제물 레이드(2) ~조회 : 2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8 43.포터(짐꾼) 적응기 ~ 제물 레이드(1) ~조회 : 47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21 42.포터(짐꾼) 적응기 -시작부터 답답했다.(2)-조회 : 5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72 41.포터(짐꾼) 적응기 -시작부터 답답했다.(1)-조회 : 5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27 40.어쩌다 보니 짐꾼조회 : 58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10 39.심장이 쫄깃쫄깃조회 : 52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89 38.누구세요?조회 : 2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74 37.첩첩산중(2)조회 : 4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79 36.첩첩산중(1)조회 : 3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76 35.대반전조회 : 75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28 34.1층부터 아슬아슬(2)조회 : 2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73 33.1층부터 아슬아슬(1)조회 : 3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51 32.고놈 참 말 많은 참새로세.조회 : 49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82 31.여긴 또 어디야?조회 : 4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46 30.장비가 필요해조회 : 2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11 29.침묵한 주먹의 일침(2)조회 : 6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69 28.침묵한 주먹의 일침(1)조회 : 3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35 27.내가 왜 거기서 나와?조회 : 7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22 26.망쳐버린 휴식조회 : 37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66 25.모처럼 휴식조회 : 43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2 24.아무도 모르면 그만이지.조회 : 2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54 23.나는야 마법소녀 링조회 : 2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51 22.누군가는 진가를 발휘할 때조회 : 1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72 21.망했다?조회 : 3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54 20.티격태격(2)조회 : 4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1 19.티격태격(1)조회 : 3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7 18.쓰레기는 오빠, 나는 아저씨.조회 : 6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9 17.참새를 잡아라!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65 16.양자매와 데스 나이트조회 : 2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50 15.분홍 머리의 소녀양들(2)조회 : 5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2 14.분홍 머리의 소녀양들(1)조회 : 3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44 13.참새도 화나면 무섭다.조회 : 4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25 12.아프지만 효과만점(2)조회 : 3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296 11.아프지만 효과만점(1)조회 : 3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76 10.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들인데?(3)조회 : 26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42 9.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들인데?(2)조회 : 1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75 8.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들인데?(1)조회 : 2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73 7.일단 빌 붙고 보자. (4)조회 : 35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34 6.일단 빌 붙고 보자. (3)조회 : 4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70 5.일단 빌 붙고 보자. (2)조회 : 3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52 4.일단 빌 붙고 보자.(1)조회 : 3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04 3.힐러가 맞긴 맞나요?(3)조회 : 4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12 2.힐러가 맞긴 맞나요?(2)조회 : 3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75 1.힐러가 맞긴 맞나요?(1)조회 : 2,4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