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성하였다
조회 : 1,825 추천 : 0 글자수 : 5,499 자 2023-05-13
하늘하늘한 치마와 꽃을 연상하게 하는 지팡이, 마지막으로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매지컬, 플라워 파워!”
이곳의 장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마법소녀물? 그럴 리가, 이렇게 보여도 헌터물이다.
“뒈져라..!”
“후배님, 말 예쁘게 해야죠.”
세상에 어느 헌터가 귀여운 지팡이를 들고 괴물들을 해치우나. 뒷구르기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마법소녀지만 명목상 헌터이다.
*
이 세상에는 균열이 존재하며,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을 물리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아쉽게도 역사 시간을 수면시간으로 대체하였기에 이 이상은 모른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균열이 생겼으며,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을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헌터’라고 부른다.
나는 매우 오래된, 이제는 찾기도 힘든 웹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헌터물. 우리의 역사는 헌터물에서 나오는 상황과 거의 동일하다.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성자들은 전부 10대의 학생이라는 점. 또한, 만으로 20세가 되면 힘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까지. 매우 비효율적인 힘이다.
그래도 누구나 힘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반짝이는 헌터라는 그 존재를 나도 동경한다. 현실은 웹소설이 아니기에 나라별로 부르는 명칭이 다를뿐더러 그들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만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많은 아이들이 동경하고 헌터가 되기를 꿈꾼다.
힘이란 선택받은 소수의 이들에게 주어지며, 각성하지 못한 이들은 헌터가 지켜주는 안전한 세계에서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한다. 각성자들은 전용 아카데미를 다니며, 만 20세가 되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 뜻은 일을 하지 않아도 놀고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지원이 너무나도 부럽다. 고3을 앞둔 고2로서는 그들이 수험을 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각성은 사양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그건 넘어가고. 내가 혼자 공원에서 설명충에 빙의해 혼자 독백으로 설명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간 그 공원에 균열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미 각성자가 싸우고 있었다는 것 또한.
“그르륽.”
하늘하늘 흩날리는 망토 자락, 그리고 반짝거리는 무기들.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기술 이름까지.
“매직, 크리스탈 펀치...!”
“그르얽..!”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각성자가 되기를 거절하는 이유가 저것이다. 저 헌터도 중간에 멈칫하지 않았는가. 이 세계의 헌터는, 마법소녀다. 정확한 명칭은 이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마지막 괴물을 주먹으로 해치운 각성자를 보다가 무시하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갑작스럽게 균열에서 괴물이 하나 더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오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그럵!”
“아! 못생겼어!”
갑작스럽게 내 눈앞으로 달려온 괴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못생겼어 였다. 이리저리 뭉개진 얼굴로 이상한 소리 내면서 침을 줄줄 흘리는데 혐오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고 그렇게 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
내가, 고2나 돼서 하늘하늘한 치마와 유치한 대사를 날리며 싸워야 한다고.? 나는 활짝 웃어 보이며 괴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서 손에 있는 지팡이를 괴물의 머리 위로 찍어 내렸다.
“정의의 펀치다 이 괴물 자식아!”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괴물을 무자비하게 패고 있을 때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던 각성자가 다가와 나를 붙잡고 말렸다.
“왜 말려요?”
“일단 꿈과 희망의 마법소녀니까. 그리고 괴물 지금 항복 표시 중인데. 안 보여요?”
“네, 안 보이는데. 그리고 기술 이름 말하면 괴물이 기다려 주기라도 합니까? 뭐, 기다려 준다고 해도 그런 유치한 기술은 제 쪽에서 사양할게요.”
“그런말 하는거 아니에요. 우리 미래의 후배님은 조금 과격한 부분이 있네.”
기술 이름 말할 때 멈칫했던건 누구셨더라. 나는 각성자를 잠시 흘겨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눈앞의 괴물을 보니 두손을 들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음, 그래서 어쩌란 거지? 나는 눈을 감고서 지팡이를 들고 괴물의 머리를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왜, 못생긴, 얼굴을, 들이밀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못생긴거랑 못생긴거랑 유치한거다.
“잠시만, 후배님 일단 진정하고 이번 한번만 봐줄까요? 응?”
“쯧, 다음은 없다 이 못생긴 괴물아.”
지팡이를 휘두르며 어릴 때 보았던 영상 속의 마법소녀, 아니 헌터가 하였던 기술 이름을 말하며 괴물을 회수하였다.
“어둠에 잠식한 자를 빛으로 인도하리라.”
오글거려. 이런 대사를 매번 말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괴물을 때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가.
“후배님, 알려준 것도 아닌데 잘하네?”
“그쪽에서 풀어준 영상 덕분에 말이죠. 그런데 진짜로 다들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 치면서 싸워요? 이 나이 먹고 그러기 안 쪽팔리나?”
“너가 특이한거에요..”
“그래요?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손에 든 지팡이를 없애고서 평온하게 돌아가려는 그때.
“어딜가요? 우리 같이 등록하러 가야지?”
“그런 비효율적인 마법소녀 할 생각 없는데요..?”
“각성했으니까, 등록은 해야죠.”
결국엔 도망가기로 결정하고 뛰었지만, 괜히 각성자가 아닌 듯 붙잡혔다. 나는 미래의 선배님에게 끌려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일단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면, 저희는 4인 1조가 원칙이에요. 대부분 고등부 3학년이 되면 혼자 다니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은 소수죠.”
“그럼, 선배님은 그 소수에 포함되는 건가요.”
“네, 학생회장이니깐요. 그건 넘어가고 저희는 여학생 2분, 남학생 2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후배님이 태클거신 기술은 다들 대사를 날리며 싸우는게 정상이지.”
“비효율적이네요, 그나저나 왜 4인 1조로 다니나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으론 다구리는 마법소녀의 강력한 무기라고 해.”
이것 이외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마법지팡이에 대한 설명, 남학생과 여학생의 능력이 다른 것 등 우리에게 공개되지 못한 정보가 오갔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머릿속에 고이 저장해 두었다. 그러고서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 정확한 명칭이 있던거 같던데 왜 마법소녀라고 불러요?”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법소녀밖에 안 떠올라서 그래.”
“확실히 그건 그렇죠. 그럼, 선배님은 마법소년인가?”
그 뒤로는 실없는 이야기만 하면서 아카데미로 걸어갔다.
“우리 후배님은 몇 살?”
“고등학교 2학년. 바삭한 고등어지.”
“푸핫, 고등어야?”
처음에는 딱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주 웃고 말랑한 사람인거 같다. 그러고 보니 등록하고 나서 전학 가야 하네. 팀으로 한다고도 했던거 같은데 어디 소속이려나.
“자, 도착했어. 일단 맨 위층으로 가면 이사장실이 있을 거에요. 이사장님이랑 먼저 면담하고 부모님과 상담할 거야. 알겠죠?”
“나 혼자만 들어갈거 같은데. 진짜인가?”
“이유가 있는게 아니면 이사장실 출입 금지니까. 혼자서 열심히 면담해 봐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사장실로 올라갔다.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화려한게 학교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할 만한 커다란 문이 보였다. 심호흡을 하고서 안으로 들어가니 소문의 이사장님이 웃으면서 반겨 주었다.
“어서와요. 천 화월 학생.”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진짜 동안이시네요.”
이사장님의 외관은 많이 쳐줘야 20대 초반이지만 실제 나이는 50은 넘으셨다. 마법소녀의 능력인가 싶다가도 20세가 넘으면 사라지는게 능력이기에 아직까지 아는 정보가 적어 잘 모르겠다.
“저희 서론 없이 본론으로 바로 넘어갈까요? 전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래요. 자, 일단 이것부터 보실까요?”
“이건.. 제일 처음으로 공개된 자료 아닌가요?”
이사장님이 보여주신 것은 가장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영상이었다. 그곳에는 이사장님과 매우 닮은 얼굴의 헌터가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일거 같나요?”
“이사장님, 본인이신가 보네요. 모습이 달라진게 없네? 신기해라.”
“맞아요. 저는 20세가 넘어서도 능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거죠.”
“그럼 이사장님 말고도 그 ‘돌연변이’가 존재하나요?”
“당연하죠. 저 이외에도 한 분이 존재하시죠.”
“두명뿐인건가요? 능력이 유지된다면 이사장님이 젊어 보이는 것도 능력의 부작용인가요?”
“그 점은 노코맨트 하겠습니다. 궁금하실 만한 건 이 서류에 적혀있으니 읽어보시길 바래요.”
인자하게 웃으며 서류뭉치와 입학서류를 건네주었다. 그 서류뭉치에는 내가 궁금했던 헌터들의 이야기가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있었고, 이사장님의 특이한 능력에 대한 것도 적혀있었다. 한번 빠르게 읽고서 옆쪽으로 밀어두었다.
간단하게 조금 요약하면 불로로 추정되는 이들이 있기에 각성자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이고, 그중 한명은 이사장님. 다른 한명은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국내의 정보뿐이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 어찌 될지 모른다.
능력 자체가 우리나라가 더 비효율적이고 정보도 제한되어 있는 편이니까. 입학하기 귀찮았지만 조금은 흥미가 생긴다.
“그래서, 입학은 어떻게 하면 되죠?”
“학생의 부모님과 면담하여 정하는 방법과 학생이 선택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로 선택할게요.”
이사장님은 나에게 볼팬을 하나 건네며 웃어 보였다. 나는 볼팬으로 입학서에 싸인을 하였다.
“그럼 잘부탁드려요 이사장님?”
“부모님께는 저희가 연락을 넣어 알리도록 하죠. 가족이라도 이곳에 대한 정보는 발설 금지입니다.”
“당연하죠.”
“아, 그 서류는 일주일 동안 읽어보신 뒤 반납하시면 될 것 같아요.”
서류를 집어 들면서 후드 모자를 쓰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사장실을 나갔다.
“다 외우긴 했지만 한번 더 읽어보게 가져갈게요?”
이사장실을 나서고 엘리베이터를 내려가자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배님이 나를 이끌며 말하였다.
“그럼, 우리의 활동복이자 교복을 맞추러 갈까?”
“아, 교복 입고 활동한다고 했죠? 그래서 화려한 편이고.”
“그래도, 각자 특징은 있어야 해서 커스텀은 자유에요.”
“그럼, 평상복같이...”
“기본적인 디자인은 지켜야하니 그건 안돼요. 형식상 마법소녀다 라는 느낌은 있어야 해서.”
“아쉽네요..”
나는 선배님과 함께 학교 내부에 있는 의상실로 향하였다. 학교 안에 의상실이라니 이 학교는 얼마나 큰걸까.
“어서오세요~ 신입생인가요? 이리로 이동하셔서 사이즈 재고, 커스텀 하시면 됩니다!”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줄자를 들고 대기하는 정장을 입은 직원분들이 보였다. 나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사이즈를 측정하였다. 그러고서 기본 도안을 받아 그 위에 덧그리며 커스텀을 하였다. 그나마 덜 화려하고 평범하게 커스텀을 하고서 종이를 건네었다.
“음.. 이정도면 괜찮네요. 근데 이 옷으로 활동하실 텐데 너무 평범하시지 않을까요?”
“아뇨, 저는 이게 좋아요. 이걸로 부탁드립니다.”
“학생이 그러시다면야.”
그 외에도 활동복에 필요한 기능을 이야기하며 설정하였다.
“그럼 이렇게 해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의상실 밖으로 나서니 시간은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있었다.
“너무 늦었으니까 데려다줄게.”
“고마워요.”
“그러고보니 우리 후배님은 이름이 뭐야?”
“천 화월. 선배님은요?”
“류 일이야.”
그렇게 만난지 몇시간이 지나고서야 통성명을 하게되었다. 천천히 수다를 떨며 걸어가니 집까지 금방 도착했다.
“안녕, 일 선배님.”
“나중에 봐요 화월아.”
“매지컬, 플라워 파워!”
이곳의 장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마법소녀물? 그럴 리가, 이렇게 보여도 헌터물이다.
“뒈져라..!”
“후배님, 말 예쁘게 해야죠.”
세상에 어느 헌터가 귀여운 지팡이를 들고 괴물들을 해치우나. 뒷구르기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마법소녀지만 명목상 헌터이다.
*
이 세상에는 균열이 존재하며,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을 물리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아쉽게도 역사 시간을 수면시간으로 대체하였기에 이 이상은 모른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균열이 생겼으며,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을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헌터’라고 부른다.
나는 매우 오래된, 이제는 찾기도 힘든 웹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헌터물. 우리의 역사는 헌터물에서 나오는 상황과 거의 동일하다.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성자들은 전부 10대의 학생이라는 점. 또한, 만으로 20세가 되면 힘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까지. 매우 비효율적인 힘이다.
그래도 누구나 힘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반짝이는 헌터라는 그 존재를 나도 동경한다. 현실은 웹소설이 아니기에 나라별로 부르는 명칭이 다를뿐더러 그들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만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많은 아이들이 동경하고 헌터가 되기를 꿈꾼다.
힘이란 선택받은 소수의 이들에게 주어지며, 각성하지 못한 이들은 헌터가 지켜주는 안전한 세계에서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한다. 각성자들은 전용 아카데미를 다니며, 만 20세가 되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 뜻은 일을 하지 않아도 놀고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 지원이 너무나도 부럽다. 고3을 앞둔 고2로서는 그들이 수험을 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전국의 고등학생들은 각성은 사양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그건 넘어가고. 내가 혼자 공원에서 설명충에 빙의해 혼자 독백으로 설명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간 그 공원에 균열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미 각성자가 싸우고 있었다는 것 또한.
“그르륽.”
하늘하늘 흩날리는 망토 자락, 그리고 반짝거리는 무기들.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기술 이름까지.
“매직, 크리스탈 펀치...!”
“그르얽..!”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각성자가 되기를 거절하는 이유가 저것이다. 저 헌터도 중간에 멈칫하지 않았는가. 이 세계의 헌터는, 마법소녀다. 정확한 명칭은 이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마지막 괴물을 주먹으로 해치운 각성자를 보다가 무시하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갑작스럽게 균열에서 괴물이 하나 더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오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그럵!”
“아! 못생겼어!”
갑작스럽게 내 눈앞으로 달려온 괴물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못생겼어 였다. 이리저리 뭉개진 얼굴로 이상한 소리 내면서 침을 줄줄 흘리는데 혐오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고 그렇게 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
내가, 고2나 돼서 하늘하늘한 치마와 유치한 대사를 날리며 싸워야 한다고.? 나는 활짝 웃어 보이며 괴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서 손에 있는 지팡이를 괴물의 머리 위로 찍어 내렸다.
“정의의 펀치다 이 괴물 자식아!”
지팡이를 사용하면서 괴물을 무자비하게 패고 있을 때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던 각성자가 다가와 나를 붙잡고 말렸다.
“왜 말려요?”
“일단 꿈과 희망의 마법소녀니까. 그리고 괴물 지금 항복 표시 중인데. 안 보여요?”
“네, 안 보이는데. 그리고 기술 이름 말하면 괴물이 기다려 주기라도 합니까? 뭐, 기다려 준다고 해도 그런 유치한 기술은 제 쪽에서 사양할게요.”
“그런말 하는거 아니에요. 우리 미래의 후배님은 조금 과격한 부분이 있네.”
기술 이름 말할 때 멈칫했던건 누구셨더라. 나는 각성자를 잠시 흘겨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눈앞의 괴물을 보니 두손을 들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음, 그래서 어쩌란 거지? 나는 눈을 감고서 지팡이를 들고 괴물의 머리를 다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게, 왜, 못생긴, 얼굴을, 들이밀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못생긴거랑 못생긴거랑 유치한거다.
“잠시만, 후배님 일단 진정하고 이번 한번만 봐줄까요? 응?”
“쯧, 다음은 없다 이 못생긴 괴물아.”
지팡이를 휘두르며 어릴 때 보았던 영상 속의 마법소녀, 아니 헌터가 하였던 기술 이름을 말하며 괴물을 회수하였다.
“어둠에 잠식한 자를 빛으로 인도하리라.”
오글거려. 이런 대사를 매번 말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괴물을 때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가.
“후배님, 알려준 것도 아닌데 잘하네?”
“그쪽에서 풀어준 영상 덕분에 말이죠. 그런데 진짜로 다들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 치면서 싸워요? 이 나이 먹고 그러기 안 쪽팔리나?”
“너가 특이한거에요..”
“그래요?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손에 든 지팡이를 없애고서 평온하게 돌아가려는 그때.
“어딜가요? 우리 같이 등록하러 가야지?”
“그런 비효율적인 마법소녀 할 생각 없는데요..?”
“각성했으니까, 등록은 해야죠.”
결국엔 도망가기로 결정하고 뛰었지만, 괜히 각성자가 아닌 듯 붙잡혔다. 나는 미래의 선배님에게 끌려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일단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면, 저희는 4인 1조가 원칙이에요. 대부분 고등부 3학년이 되면 혼자 다니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분들은 소수죠.”
“그럼, 선배님은 그 소수에 포함되는 건가요.”
“네, 학생회장이니깐요. 그건 넘어가고 저희는 여학생 2분, 남학생 2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후배님이 태클거신 기술은 다들 대사를 날리며 싸우는게 정상이지.”
“비효율적이네요, 그나저나 왜 4인 1조로 다니나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으론 다구리는 마법소녀의 강력한 무기라고 해.”
이것 이외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마법지팡이에 대한 설명, 남학생과 여학생의 능력이 다른 것 등 우리에게 공개되지 못한 정보가 오갔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머릿속에 고이 저장해 두었다. 그러고서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 정확한 명칭이 있던거 같던데 왜 마법소녀라고 불러요?”
“글쎄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법소녀밖에 안 떠올라서 그래.”
“확실히 그건 그렇죠. 그럼, 선배님은 마법소년인가?”
그 뒤로는 실없는 이야기만 하면서 아카데미로 걸어갔다.
“우리 후배님은 몇 살?”
“고등학교 2학년. 바삭한 고등어지.”
“푸핫, 고등어야?”
처음에는 딱딱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주 웃고 말랑한 사람인거 같다. 그러고 보니 등록하고 나서 전학 가야 하네. 팀으로 한다고도 했던거 같은데 어디 소속이려나.
“자, 도착했어. 일단 맨 위층으로 가면 이사장실이 있을 거에요. 이사장님이랑 먼저 면담하고 부모님과 상담할 거야. 알겠죠?”
“나 혼자만 들어갈거 같은데. 진짜인가?”
“이유가 있는게 아니면 이사장실 출입 금지니까. 혼자서 열심히 면담해 봐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사장실로 올라갔다.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화려한게 학교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할 만한 커다란 문이 보였다. 심호흡을 하고서 안으로 들어가니 소문의 이사장님이 웃으면서 반겨 주었다.
“어서와요. 천 화월 학생.”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진짜 동안이시네요.”
이사장님의 외관은 많이 쳐줘야 20대 초반이지만 실제 나이는 50은 넘으셨다. 마법소녀의 능력인가 싶다가도 20세가 넘으면 사라지는게 능력이기에 아직까지 아는 정보가 적어 잘 모르겠다.
“저희 서론 없이 본론으로 바로 넘어갈까요? 전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래요. 자, 일단 이것부터 보실까요?”
“이건.. 제일 처음으로 공개된 자료 아닌가요?”
이사장님이 보여주신 것은 가장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영상이었다. 그곳에는 이사장님과 매우 닮은 얼굴의 헌터가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누구일거 같나요?”
“이사장님, 본인이신가 보네요. 모습이 달라진게 없네? 신기해라.”
“맞아요. 저는 20세가 넘어서도 능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거죠.”
“그럼 이사장님 말고도 그 ‘돌연변이’가 존재하나요?”
“당연하죠. 저 이외에도 한 분이 존재하시죠.”
“두명뿐인건가요? 능력이 유지된다면 이사장님이 젊어 보이는 것도 능력의 부작용인가요?”
“그 점은 노코맨트 하겠습니다. 궁금하실 만한 건 이 서류에 적혀있으니 읽어보시길 바래요.”
인자하게 웃으며 서류뭉치와 입학서류를 건네주었다. 그 서류뭉치에는 내가 궁금했던 헌터들의 이야기가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있었고, 이사장님의 특이한 능력에 대한 것도 적혀있었다. 한번 빠르게 읽고서 옆쪽으로 밀어두었다.
간단하게 조금 요약하면 불로로 추정되는 이들이 있기에 각성자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이고, 그중 한명은 이사장님. 다른 한명은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국내의 정보뿐이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 어찌 될지 모른다.
능력 자체가 우리나라가 더 비효율적이고 정보도 제한되어 있는 편이니까. 입학하기 귀찮았지만 조금은 흥미가 생긴다.
“그래서, 입학은 어떻게 하면 되죠?”
“학생의 부모님과 면담하여 정하는 방법과 학생이 선택하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로 선택할게요.”
이사장님은 나에게 볼팬을 하나 건네며 웃어 보였다. 나는 볼팬으로 입학서에 싸인을 하였다.
“그럼 잘부탁드려요 이사장님?”
“부모님께는 저희가 연락을 넣어 알리도록 하죠. 가족이라도 이곳에 대한 정보는 발설 금지입니다.”
“당연하죠.”
“아, 그 서류는 일주일 동안 읽어보신 뒤 반납하시면 될 것 같아요.”
서류를 집어 들면서 후드 모자를 쓰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사장실을 나갔다.
“다 외우긴 했지만 한번 더 읽어보게 가져갈게요?”
이사장실을 나서고 엘리베이터를 내려가자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배님이 나를 이끌며 말하였다.
“그럼, 우리의 활동복이자 교복을 맞추러 갈까?”
“아, 교복 입고 활동한다고 했죠? 그래서 화려한 편이고.”
“그래도, 각자 특징은 있어야 해서 커스텀은 자유에요.”
“그럼, 평상복같이...”
“기본적인 디자인은 지켜야하니 그건 안돼요. 형식상 마법소녀다 라는 느낌은 있어야 해서.”
“아쉽네요..”
나는 선배님과 함께 학교 내부에 있는 의상실로 향하였다. 학교 안에 의상실이라니 이 학교는 얼마나 큰걸까.
“어서오세요~ 신입생인가요? 이리로 이동하셔서 사이즈 재고, 커스텀 하시면 됩니다!”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줄자를 들고 대기하는 정장을 입은 직원분들이 보였다. 나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 사이즈를 측정하였다. 그러고서 기본 도안을 받아 그 위에 덧그리며 커스텀을 하였다. 그나마 덜 화려하고 평범하게 커스텀을 하고서 종이를 건네었다.
“음.. 이정도면 괜찮네요. 근데 이 옷으로 활동하실 텐데 너무 평범하시지 않을까요?”
“아뇨, 저는 이게 좋아요. 이걸로 부탁드립니다.”
“학생이 그러시다면야.”
그 외에도 활동복에 필요한 기능을 이야기하며 설정하였다.
“그럼 이렇게 해서 보내드릴게요.”
그렇게 의상실 밖으로 나서니 시간은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있었다.
“너무 늦었으니까 데려다줄게.”
“고마워요.”
“그러고보니 우리 후배님은 이름이 뭐야?”
“천 화월. 선배님은요?”
“류 일이야.”
그렇게 만난지 몇시간이 지나고서야 통성명을 하게되었다. 천천히 수다를 떨며 걸어가니 집까지 금방 도착했다.
“안녕, 일 선배님.”
“나중에 봐요 화월아.”
작가의 말
첫 작품이네요 잘부탁드려요 :)
건강에 따라 분량이 들쭉날쭉합니다 8^8
닫기마법소녀가 아닌 헌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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