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4) - 두번째 문
부드러운 베이지색 벽지와 폭신한 쇼파, 적당한 크기의 tv까지. 포근한 느낌이 가득한 방이었다.
"안, 녕."
뚝뚝 끊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치마를 입은 여성이 그려진 그림이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로 인사하며 간단한 과일을 들고 왔다.
"여, 기 와서 과,일 먹을래?"
과도를 들어보이며 고개를 꺽는다. 얼굴은 크래파스를 칠한듯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 또한 계속해서 지직 거리며 변화하였다.
"우, 리 애가 꽃, 을 좋아해, 서 말, 인데. 구, 해다 줄 수 있, 니?"
"....꽃?"
"너, 가 가진 꽃, 도 좋아."
또 꽃에 대한 이야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보면 가족관계 인것 같다. 어린아이 같은 인형. 얼굴을 볼 수 없는 그림 까지.
"우리아이가가지고있는꽃을돌려받아야할텐데
너희가가진꽃을주겠니?"
고개를 갸웃하며 과일에 과도를 쾅 소리 나게 꽂았다.
"꽃, 이 필요, 해. 꽃이, 필요해. 꽃이필요하다고!!"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아이를위해서꽃이필요해. 너가가진꽃을줘, 우리아이에게꽃을돌려줘!"
소라 선배에게 달려들며 꽃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놀라 공격을 할려 하였지만 우리의 앞에 나타난 어린아이 인형에 의해 제지되었다.
"이제는 아름다운게 아니여도 좋아, 꽃을 구해줘. 그럼 돌려줄테니까."
"무엇을 돌려주겠다는..."
인형은 할말만 하고 그림과 함께 사라졌다. 그림이 사라지자 과일은 다 썩어버려 뭉게져 있었고, 쇼파, 벽지 모든것이 엉망진창 망가져 있었다.
새롭게 생긴 문의 열쇠는 그림이 들고 있던 과도였고, 그 과도를 통해 문을 열었다.
*
엄마!
어린아이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집에서 행복하다는 듯이 웃고있는 모녀가 보인다.
어린아이는 엄마로 보이는 여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계속해서 어린아이로 있을래. 어른이 되는건 싫어!
아이는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친듯한 기분이었다.
*
문이 열렸고, 우리는 다음 방으로 넘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