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회. 아이들이 사라졌다.
조회 : 837 추천 : 1 글자수 : 4,174 자 2024-01-13
***********로버트가 나가고 그레이스 부인은 고개를 숙이며 흐느꼈다. **************************************
새삼 몰랐던 아들의 모습이 아니었는데도 그레이스 부인은 흘러나오는 슬픔을 참기가 어려웠다.
분명 무엇인가 한참 잘못 되었는데 아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고 그의 잘못된 성정은 비 오고 난 뒤 풀처럼 쑥쑥 자라는 것만 같았다. .
어릴 때도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드러날 일이 없어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조금만 생각하면 알수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것을 감춰 누르고 키운 것은 자신의 죄책감이거나 자신의 욕심이었을지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 할까? 로버트가 제대로 되어야 우리 케이트를 잘 키울텐데...어쩌지?"
생각만으로도 그리움이 밀려오는 자신의 딸이 놔두고 간 케이트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애절해졌다.
그 마음 한 구석에서
’네가 현실에 타협하느라 아이를 바꾼 것이 잘못이야. 로버트를 아덴가 선대 백작 같은 사람의 아들로 키운 것은 너야? 그 아이가 그런자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맞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 너는 좀더 빨리 결단을 내렸어야 했어!!!‘ ㅡ
그녀의 마음속의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며 그녀의 마음에 소리를 냈다.
한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두 사람의 이혼 이후 잊고 지냈던 마음이었다.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이었다.
그레이스 부인은 갑자기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아 잠시 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잠깐 누워서 쉬고 나면 방법이 생각 날 거야. 잠깐만 누워있자. '
잠깐 누워 있으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잠깐 자리에 누웠다.
잠깐 누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들이 사라졌다. 1*********
"마님! 마님! 그레이스 마님!"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로사가 그레이스 방 문 앞에서 그레이스를 애타게 불렀다.
"로사?? 이 시간에 무슨일이냐? 들어오거라. “
로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에서 깬 그레이스 부인이 로사에게 들어오라고 명을 내렸다.
웬만한 큰일일 아니라면 로사가 잠자리에 든 그레이스를 깨울일은 없기에 그레이스도 흐트러진 채로 로사를 들였다.
"그게, 저 그러니까....그.... 아가씨와 에이미가 안보입니다."
평소 침착한 로사였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누구? 케이트와 에이미를 말하는 것이냐? 집안 구석구석 잘 찾아는 보았고?? "
"네. 마님. "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이냐, 어서 가서 당장 집사장을 블러라. 아니 마가렛을 불러오거라. “
”그것이...마님은 지금 일어날 상황이 아니라 하옵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고?“
늦은 저녁이기는 했지만 잠을 자서 일어나기 힘든 시간은 아니었다.
”그것이 아까 주인마님이 일이 있다고 나가시고부터 술을 드신 모양입니다. “
”헛 참!! 그래 지금은 술에 취해서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고??“
”네...“
제 잘못도 아닌데 로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숙였다.
마가렛은 취해서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고 집사장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로사가 의사를 데리고 왔을 때는 로버트가 몇몇 사용인을 데리고 일이 있어 나간 후였다.
늦은 시간에 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지역을 가봐야 한다는 기별에 로버트가 오늘 들어오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인한 마가렛은 그 때 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로사는 그 에이미와 케이트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케이트 방에 같이 있으려니 하고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들어와 보니 에이미가 없었다.
보통 케이트 방에 먼저 가지만 오늘은 에이미를 먼저 찾았고 없길래 케이트에게 간 것이었다.
케이트 방에도 아이들이 없자 갑자기 찾아오는 두려움에 다리가 떨렸다.
바로 그레이스 부인을 찾았고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안 그레이스 부인과 로사는 아이들을 찾았지만 별관에 갖혀있는 아이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별관은 사용인들 중에서도 외부인들이 머무는 곳이기에 인적이 별로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 곳을 미처 찾아 볼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사라졌다. 2 ************************
로버트가 집을 비우며 집에 머무는 사용인들이 따라간 상태라 사람을 부르기도 애매했다.
"어쩜 좋으냐. 로사. 우리 애들이 어딜 나간 것은 아니고?“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그레이스 부인의 목소리에 당황함이 묻어났다.
”시간이 늦은 때라 아까 제가 의사를 모시러 갈 때만 해도 있었는데 어딜 나갔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랬을 수도 있기는 했다.
이렇게 집이 시끄러워지면 케이트는 눈치를 봐야 했고 그러면 밖으로 나가 버리기도 했다.
가끔은 에이미와 함께... 아니 한 번을 빼고는 둘이서 같이 ......
하지만 로사는 뭔가 불안했다.
샬롯의 뺨이 부어 있는 것도 그렇고 아까 주치의를 데리러 급히 나갈 때 에이미의 비명 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 때는 멀리서 들리는 소리라 누군가의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에이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휴, 어디 잘 숨어있으면 괜찮지만 ...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마가렛이 취해서 잠이 들어버려서 상황은 더 애매해졌다.
로사와 그레이스가 안절부절 하고 있는데 시녀장이 들어와 상황을 고했다.
"마님, 케이트 아가씨가 에이미를 데리고 로제 아가씨네에 가신 모양입니다. 오늘은 자고 올테니 걱정 마시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
"그게 정말이냐?"
옆에서 듣고 있던 로사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소식을 전한 이를 들어오라 하거라."
"그것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 급하게 다녀간다고 가셨답니다."
"허어. 저런...아이들이 철 없이 찾아간 모양인데...날이 밝으면 인사치레라도 해야겠구나. 알겠다. "
그레이스는 우선 안심을 하며 하녀장을 내 보냈다.
"로사는 내일 날이 밝으면 내 방으로 들어오게. 놀랐을텐데 어서 가서 쉬도록. "
"네.마님."
로사가 나가는 것을 보고 침실로 옮긴 그레이스 부인은 여러 생각에 잠겼다.
"휴, 케이트가 내 안에서 행복할 거라고 장담을 했는데...불쌍한 내 새끼....
집안 분위기가 불편하니 그렇게 나가버리고..."
부인의 시름은 깊어져 갔다.
아이들이 로제 영애의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지만 부인의 마음에 자꾸 불안함이 몰려왔다.
"내가 너무 과민 한 것일까? 왜 이렇게 걱정이 되지? 로제 영애네에 있겠지? 내일 케이트를 만나면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어. 어디 다 큰 아가씨가 허락도 없이 잠을 자고 들어와. "
뒤척거리던 부인은 아무래도 에이미에게도 한 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케이트가 가자고 했다고 그냥 따라가 버리다니...
***************** 로제 영애네에 가 있다는 기별이 왔지만 잠못드는 그레이스 부인 *************************
불은 껐지만 잠을 못 이루고 있던 그레이스 부인은 일어나 방안을 걸었다.
오늘은 날이 흐린지 밖은 어둡기만 했다.
오늘따라 사용인들이 제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불빛 하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창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던 그레이스 부인은 별관 쪽에서 작은 불빛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리가 이 시간에 누가 있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별관을 바라보았다.
불빛은 없었지만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거나 무엇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사용인들이 문단속도 제대로 안 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자 집안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누굴 뭐라 하겠나. 안 주인은 이른 저녁부터 술에 취해 애들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한참을 지켜보자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서 인지 달빛에 움직이는 것들이 보였다.
"뭐지? 도둑이 들었나? " 급히 설렁줄을 잡으려고 돌아서던 부인은 순간 샬롯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날은 쌀쌀했지만 답답해서 살짝 열어두라고 했던 창문을 통해 들리는 소리 같았다.
구름이 달을 가렸다가 바람이 불어 흩어버렸는지 달빛이 다시 정원을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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