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샬롯!!
조회 : 654 추천 : 1 글자수 : 4,389 자 2024-01-10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 로버트의 눈길 *****************************
제레미를 때리가가 중간에 나온 로버트의 눈빛은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가끔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용인 을 인정사정 없이 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로버트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봤을 때 비교적 점잖은 주인에 해당 되는 사람이었다.
로버트 자신은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이 주위에서 동료들이 보는 시선은 그랬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번 씩 화가 나면 그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매 질을 했다.
특히 그 매 질은 상대가 큰 어른 남자인 경우 더 심했다.
그래서 사용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의 이런 성정을 잘 모르는 아덴가에 가서 일하는 것은 제법 좋은 일자리에 속했고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가 바로 아덴가의 가주인 로버트의 성품도 있었다.
보통 그의 눈 밖에 나는 경우는 심하게 매 질을 당하고 다시 그 집에 있곤 했기에 그 소문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노마님인 그레이스 부인의 인품과 베품이 잘 알려져 있었기에
"노마님 처럼 일 수는 없지만 그 정도면 귀족에 대부호가 그 정도면 훌륭하다 . " 하는 말이 돌았다.
보통은 자신의 체력이 고갈이 되도록 매 질을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지금은 그레이스 부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불쾌했다.
로버트는 그레이스 부인을 찾아 응접실로 나왔다.
하지만 그레이스 부인은 자리에 없었다.
샬롯과 케이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두 딸은 집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순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로버트는 다시 한번 제레미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할머니 어디 계시지?“
옷차림과 자세는 아직 흐트러져있지만 목소리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로버트가 두 딸들에게 물었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 라고 케이트가 로버트의 눈을 보며 말했다.
순간 로버트는 저 눈빛이 마음에 안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딸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멜리아와 제 어머니 그레이스 부인의 눈빛을 닮은 그녀의 딸 케이트는 가끔 저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맑고 정직한 눈이었지만
롤버트는 그 눈빛이 자신을 향해 당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고 꾸짖는 것 같아 불편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눈빛이 이 아덴가에 후계자로 맞는 눈빛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자신 앞에서도 당당한 어린 딸의 눈빛!!
불편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마음에 들지 않으면 꺾어버릴 자신이 있었기에 나오는 눈빛임을 로버트 그 자신은 몰랐다.
옆에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는 샬롯을 살짝 보았지만 따로 말하지 않고 그레이스 부인의 방으로 향했다.
"알았다. 둘 다 쉬거라.“
순간 샬롯이 자신을 무서운 아빠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로버트는 샬롯의 크고 아름다운 눈매를 사랑했다.
이제는 열네살이 된 샬롯은 같은 나이인 케이트보다 두세살은 어려보였다.
케이트가 또래보다 좀 큰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에이미라고 했던가? 어린 시절부터 케이트를 돌봤던 시녀 사라의 딸 에이미는 케이트보다 훨씬 컸다.
키도 한뼘이나 더 큰 때도 있었고 발육도 훨씬 빠른 것 같았다.
그런데 샬롯은 그런 케이트보다 훨씬 작았다. 몸도 가냘프고 키도 작고, 아직 야물지 못한지 자신의 품에서 울때도 많았다.
케이트와 싸워서 둘다 혼을 냈다는 마가렛의 말을 듣고 가보면 씩씩한 케이트와 달리 샬롯은 울다 잠들었거나 아직도 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잠든 딸을 안아서 침대에 뉘일 때면 안쓰럽고 가련함이 밀려왔다.
유난히 작은 샬롯을 두고 마가렛이 언젠가 한 이야기가 가슴에 콕 박혀 있었다.
”당신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샬롯이 생긴줄 모르고 일만 했어요. 열심히 일해야 저와 제레미가 살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샬롯은 날 때부터 작았어요.
샬롯을 임신 했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못된 마음을 많이 먹었거든요.
흑!! 흑!!! 당신도 아시잖아요.
아빠 없는 아이를 세상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흑!!! 흑!!!! 그것도 귀족의 사생아라니......“
이야기 내내 마가렛은 흐느꼈지만 로버트의 마음을 이끈 것은 샬롯의 가느다란 팔목이었다.
자신의 자식인 샬롯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외양 이었다.
아멜리아와 이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샬롯이었다.
어딘지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멜리아에게 정이 떨어져 버린것도 있지만 케이트가 있으니 그냥 지내도 되었다.
이미 이혼 전에도 로버트는 케이트와 아멜리아가 있는 집을 찾지 않았었다.
마가렛은 눈에 띄게 예쁜 외양을 가졌고 로버트 입안의 혀처럼 굴었지만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아무리 신분제가 철폐되었다고 해도 신분이 낮은 여인이었고 이미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었다.
그런 여자와의 결혼을 두고 사람들은 마가렛이 외모로 로버트를 홀렸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어난 줄도 몰랐던 샬롯을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 로버트는 케이트에게는 느끼지 못한 보호 본능과 부성애를 느꼈다.
‘저 아이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
처음 그 느낌이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로버트에게 샬롯은 아픈 손가락이었고 귀엽고 예쁜 딸이었다.
그레이스 부인보다 자신을 더 믿고 의지하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 !!
***************************로버트와 그레이스 부인과 마가렛이 없는 풍경 ************************************
로버트가 그레이스에게 가자 샬롯과 케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러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우리 오빠가 맞으니까 고소해 죽겠지? 나쁜 년!!" 샬롯이 케이트를 보며 말을 내뱉었다.
"흥 겁쟁이. 꼼짝 못하고 할머니 옆에서 벌벌 떨었으면서..." 케이트가 질세라 받아쳤다.
"뭐야? "
샬롯은 다짜고자 케이트의 뺨을 올려쳤다.
"헉, 이것이"
케이트도 샬롯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항상 이런 것은 아니지만 둘의 대화는 이런 식이었다.
누군가가 건네고 상대가 그것을 받아 채고 ...그러고 나면 두 사람은 이렇게 몸빠움을 했다.
"아니, 아가씨. 뭐하시는 거에요? 마님 아시면 큰일 나요. 어서 샬롯 아가씨 머리 놓으세요. 어서요. "
에이미도 다급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케이트를 말렸다.
이이미의 대응도 보통 있는 행동들이었다.
"아!! 아!! 이거 안 놔?"
먼저 머리채를 잡은 사람이 케이트였고 팔이 샬롯보다 길었기 때문에 샬롯은 허우적 거리며 놓으라고 낮은 소리를 냈다.
케이트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제법 손끝이 야물었기에 샬롯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정말 아픈거였다.
"놓을테니까 이걸로 덤비기 없기다. 너!!"
케이트도 낮은 소리로 에이미에게 협상을 걸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놔!!"
라고 말하는 순간 케이트가 머리채를 놨고 동시에 샬롯이 날쌔게 달려가 케이트를 치려고 하는 순간 무엇인가에 걸려 샬롯이 넘어졌다.
꽈당!!
"어머, 아가씨 괜찮으세요?"
에이미가 샬롯을 보고 부축했지만 이번에는 샬롯이 에이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너, 이년이 네가 발 건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샬롯이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샬롯은 항상 케이트 편에서 자신을 은근히 골탕먹이는 에이미가 너무 괘씸했다.
지금도 두 사람을 말리는 것 같지만 은근슬쩍 케이트를 도와 샬롯에게 발을 건 것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당했지만 몇 번 겪고 보니 그 상황을 잘 알 수 있었다.
"악!!!!아~~~아악!! 아파요. 아가씨!!"
에이미가 저택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놓아 달라고 애원을 했다.
샬롯이나 케이트는 이런 상황에서 소리를 내면 불똥이 자기들에게 튄다는 것을 알기에 소리를 낮췄지만 에이미는 소리를 지르는 것이 이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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