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세상에 이런 상황에서 배가 고프다니
조회 : 706 추천 : 1 글자수 : 4,424 자 2024-01-14
******************정원에 있는 사람은 샬롯과 케이트와 에이미였다. ************
샬롯과 케이트와 에이미였다.
그레이스 부인이 보기에는 그랬다.
"아니 이게 무슨? "
그레이스 부인은 제 목소리에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 시간에 로제 영애네에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아까 집에 있었던 샬롯이 케이트와 에이미화 함께 있다니...
”설마?? “
여전히 아이들에게 들일리 없는 부인의 낮은 소리는 설마 설마를 외치고 있었다.
이런 부인의 소리가 아이들에게까지 들릴리는 없었고 아이들은 본관으로 조심조심 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본관 쪽으로 들어와 건물 바로 아래 있는 것인지 더 이상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들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부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방문을 열어두었다.
아이들이 저렇게 조심스럽게 들어오는데 자신이 깨어있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모를 다른 인기척에 도움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이 시간에 왜 이렇게 모험 놀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까의 불안은 사라지고 새로운 궁금증이 몰려들었다.
앞뒤 전후 사장이 뭔지 알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잠시 후 깨어 있는 사람만. 그리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조심스러운 인기척이 들렸다.
그레이스 부인은 세 소녀의 몸놀림이 제법 이라고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처음 해보는 솜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게이트와 샬롯과 에이미 *************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쉿"
계단 하나를 오르는 듯 하더니
"쉿!! "
이번에는 몇 번 더 오르는 듯 하더니
"쉿!!!!"
그레이스 부인은 이층을 지나 삼층까지 올라가는 세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신도 같이 호흡을 세었다.
어느새 부인은 아이들이 내는 '쉿'을 마음 속으로 따라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몇 개의 개단을 오르고 쉿을 세더니 한참을 오르고 쉿을 세곤 했다.
서른개의 '쉿'이 지나 갔으려나 쉰개의 '쉿'이 지나갔으려나 어딘가의 방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끝으로 더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한 번 뿐이었으니 케이트나 샬롯의 방으로 셋다 들어간 모양인게지. ‘
거기까지 셈을 마친 부인은 고개를 돌렸다.
꼼짝 하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들의 '쉿'을 세던 부인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케이트와 에이미가 집에 왔다는 안심과
세 아이가 같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심과
세 아이가 관계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것에 대한 안심....
"후후 그래서 밤새 그렇게 내 마음이 불안했던 모양이네.“
로제 영애네 집에 케이트와 에이미가 가 있는 것이 아주 생소한 행동은 아니었고. 로제 영애네 집은 믿을 만한 집인데도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었다.
이런 걱정은 단순히 케이트가 집을 나갔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케이트와 에이미는 집에 있었고 문제는 몰래 들어와야 했으며 그것을 샬롯이 도왔던 것이었다.
왠지 모를 안심에 일어 서려던 부인은 저린 발 때문에 일어 설 수가 없어서 주저 앉아야 했다.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다.
소리를 내어 사람을 부르고 싶었으나 그러면 아이들이 불안해 할까 봐 '쉿' 소리를 쉰 번 정도 내면서 저린 다리를 풀었다.
아까와는 다른 ’쉿‘ 소리였다.
*******************그레이스 부인이 다리의 쥐를 풀던 같은 시간 샬롯의 방**************
그레이스 부인이 '쉿' 소리를 내면서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던 그 시간 샬롯의 방에는 세 사람이 지친 몸을 쉬고 있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서로를 위로하며 울던 케이트와 에이미에게도 지친 하루였지만 샬롯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셋은 방으로 들어오기가 바쁘게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었다.
"난 잘테니까 너희 둘도 자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 에이미 너는 내일 두고 봐"
샬롯은 아까 응접실에서 자신이 케이트의 머리채를 낚아채자마자 옆에 있던 에이미가 발을 걸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정원을 지나 계단을 지나 오던 때에 잠깐 잊었던 배신에 대한 아픔과 서러움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왜일까?'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샬롯은 지금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큰소리가 나면 안되니 내일 일어나서 일단 자고
내일 일어나자 마자 그 문제를 집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샬롯은 침대에 누웠고 케이트와 에이미는 샬롯의 쇼파에 앉았다.
이곳은 평소 케이트가 와 볼일이 없는 방이었다. 에이미도 심부름을 하거나 꽃을 바꾸러 올 때를 제외 하고는 오는 곳이 아니었다.
케이트와 에이미는 샬롯과 진짜로 사이가 나빴다.
"에이미 우리도 자자"
"네 아가씨" 두 사람은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그냥 넘기며 자기로 했다.
그 때 누구 배라고 할 것도 없이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에이미 배고파? " 케이트가 에이미에게 조용히 물었다.
"네. 아가씨도 배고프죠?"
에이미가 케이트를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배가 고프네. 그런데 왜 배가 고프지?"
이런 와중에 배가 고프다는 것이 민망한 케이트가 한마디 했다.
"바보냐? 왜 배가 고프냐니? 저녁을 안 먹었으니까 배가 고프지? "
누워서 먼저 자겠다던 샬롯이 두 사람을 향해 한마디 했다.
아까 오후에 제레미가 마가렛에게 소리를 지르며 대들던 때는 저녁을 먹기 전이었다.
저녁 먹기 전 응접실에서 세 사람은 제레미와 마가렛의 말싸움을 지켜봐야 했고 그 때 로버트가 들어와 그 사단이 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케이트와 에이미는 저녁을 먹지 못하고 별관에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 있는 세 사람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순간에도 케이트는 샬롯 앞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를 한다해도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도 이렇게 조심조심 왔는데 누가 음식을 가져다 준단 말인가?
샬롯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가거나 에이미를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으이그, 누가 뭐래? 그냥 배가 고프다고!"
케이트도 낮은 목소리로 샬롯을 보고 으르렁 거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까 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샬롯의 방에 들어와 의자에 앉자마자 배가 고프다니 ...
"난 몰라!! 주방까지 갔다 왔다가는 누구에게라도 들킬거야. 안돼!! 안돼!!"
"누가 뭐래니? 그냥 배가 고프다고 말도 못해?"
케이트도 지지 않고 한마디 했다.
"제가 잠깐 내려갔다 올까요? 아가씨?"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에이미가 제안을 했다.
"미쳤어? 누구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샬롯이 어이가 없어 에이미를 보았다.
"누구한테 들켜요. 다들 자고 있는데...제가 조용히 다녀올게요. "
"나 배 안 고파. 그냥 자자."
케이트도 그건 아닌 것 같아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저는 배고파요. 제가 다녀 올게요. 잘 다녀 올 수 있어요. "
"안돼!! 에이미. 우리 큰일 날 번 했다고. 이밤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들키기라도 하는 날/"
"으이그 저것들이...닥쳐, 조용히 좀 하라고..."
누워있던 샬롯이 벌떡 일어났다.
다른 때와 달리 에이미와 케이트는 샬롯이 벌떡 일어나자 움찔했다.
하지만 기세가 꺾인 것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너나 좀 조용히 해. 시끄러워서 다 깨겠어. "
케이트가 샬롯을 흘겨보며 한마디 했다.
"그래요. 샬롯 아가씨 조용히 하세요."
에이미도 낮은 목소리로 샬롯에게 조용히 하라고 윽박질렀다.
"정말 머리 나쁜 것들이...이것들아 여기서 지금 없어야 하는 인간들은 내가 아니야. 니 둘 뿐이야. 나는 상관 없다고!!"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성큼 성큼 문으로 갔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놀란 케이트가 당황해서 샬롯에게 물었다.
"바보야? 뭐 하는 거겠냐? 조용히 좀 하라니까?"
샬롯이 문을 열려고 하자 이번에는 에이미가 사정을 했다.
"아가씨 잘못 했어요. 어디 가시려고 그래요? 아가씨 빨리 샬롯 아가씨 붙잡아요. 네?"
케이트는 이 상황이 영 마음에 안들었지만 별수 없었다.
"나 나가지마 샬롯!! 우리가 조용히 할게. "
케이트가 제법 애절한 목소리로 샬롯을 말렸다.
하지만 케이트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샬롯은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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