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경, 비가 그치고 안개가 뿌연 도시 속에 알바를 끝낸 강수는 그가 준 명함 주소를 찾아 헤맨다. ‘아 여기쯤인 거 같으데? 이쪽인가?’ 시멘트 페인트가 갈라진 건물의 조그마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6G 통신] ‘아 여긴가 보네…’
문을 열자 쾌쾌한 냄새와 누렇게 변해 버린 형광등 조명 아래 그가 강수를 기다렸다는 듯 핸드폰 진열대에 앉아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청년. 왔는가?”
”네…겨우 찾았네요…이런 대도 있었어요?“
”잘 찾아온 거 보니 탐욕이 넘치는 게 맘에 드는군. 원하는 핸드폰이 있는가?”
“뭐…최신폰이면…좋죠…근데 진짜 공짜 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
“여기 마지막으로 남은 휴대폰이 한대 있네.”
조그마한 나무상자를 진열대에 올려 보여준다. 안에는 틀에 맞춰진 검은색 원단 안에 핸드폰 한 대가 전원이 꺼진 채 있다. 강수는 나무상자 안에 핸드폰 액정에 신비로움을 빠져들기 시작한다.
“클래식 상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 깔끔한 디자인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신기한 핸드폰이네요.”
그는 강수에게 핸드폰을 구경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준다. 강수는 신비로운 핸드폰에 매료가 된 듯이 살살 핸드폰을 앞뒤로 만져본다.
“그런데 6G 가 뭐죠?
“보이지 않는 하나의 선이 들어가 있지. 단, 사용을 원한다면 내가 정해준 번호로 핸드폰을 사용해야 하네.”
강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정해준 핸드폰 번호?’
”뭐 공짜니까 게임 잘 돌아가고 인터넷만 잘되면 돼요. 근데 하나의 선이 더 들어가 있다는 건 뭐죠?
”사용을 하면 알게 될 거야. 핸드폰의 목적에 너를 알아가게 될 것이야. 네가 살면서 쌓은 본능으로 핸드폰을 사용하게나”
강수는 핸드폰을 전원 버튼을 누른다. 전원이 켜지며 들어오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666]
핸드폰엔 회사 로고도 통신사의 로고도 없으나 홈 화면으로 넘어가니 일반 핸드폰과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는 전화 연락처 번호를 눌러보니 자신의 핸드폰 연락처가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그는 놀라 눈으로 그에게 말을 던진다.
“어떻게 제 번호가…”
“청년, 핸드폰으로 원하는 너의 인간성을 심어놓았네. 두려워 말게나. 이 핸드폰이 너의 오른손을 잡아 줄걸세. 너의 본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게나.”
그는 일어나면서 그에게 말한다.
“자. 이제 떠나도 되네.”
“그냥 가져가면 되는 거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강수는 손에 든 핸드폰에 사료되어 두 손으로 꼭 잡고 액정을 바라만 보고 있다.
”네가 원하는 데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핸드폰을 사용하게나“
’내가 원하는 데로 사용하라?‘ 강수는 맘에 들어 입꼬리 올리면 말한다.
“사장님이 정해준 번호는 뭐예요?”
“번호는 010-666-0616 일세“
강수는 눈을 틱 거리며 의문을 품는다. ‘666?’
그는 강수에게 다시 한번 강한 어조로 다시 말한다.
“꼭! 너의 인간 본능으로 사용하게나. 날 찾고 싶으면 <<666>>으로 문자를 보내게”
”네, 사장님 문제 있으면 문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만 물러가게”
강수는 침침하고 어두운 핸드폰 사무실 문을 뒤로하고 자신의 고시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핸드폰의 액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강수는 한걸음 한걸음 움직이며 자신의 카톡, 인스타, 페이스북 계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설치는 엄청난 속도로 앱이 깔렸다.
“아무래도 이 핸드폰 배경이 나의 심장 같아…”
{카톡~}
[새로운 메시지가 있습니다]
‘누구지?’
[김지연] 이젠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면서 친구 추가를 하냐? 이젠 정신 좀 차리고 살아!
김지연…강수의 옛 애인이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지연이. 바람피우며 날 떠나간 지연이. 그렇다. 강수의 새로운 번호는 핸드폰의 연락처로 저장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친구로 등록이 되었다. 차단되어 있던 친구들도…
[초강수] 너야말로 제대로 살아
[김지연] 1
1이라는 숫자가 남아있다. ‘차단인가?‘
강수는 예전의 지연이에게 매달리며 떠나지 말라고 했던 잊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의 뭉그러졌던 갈라졌던 자존심이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강수는 주저 없이 지연이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초강수] 너 같은 년은 사라져 버려!
강수는 눈을 틱거리며 이빨을 간다. 잊으려고 했던 지연이가 없어 지길 바랬다. 지나치면서라도 마주치지 않길 바랐다. 그런 년한테 연락이 오다니.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7시, 강수는 지친 몸을 발로 질질 끌며 고시원 방문을 연다.
’피곤하다… 오늘 하루도 피곤하다… 내일도 피곤하겠지…’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는 초강수. 곰팡이 냄새가 나는 습한 방안에 한 사람이 새우잠을 잘 수밖에 없는 누런 침대에 웅크린다. 그는 침대 옆 책상에 핸드폰을 충전하며 슬며시 눈을 감는다.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이빨을 점점 꽉 쥐어짜며 잠에 든다.
{웅~}
{웅~}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구에서 실종된 김지연 씨(여, 24세)를 찾습니다-165cm, 49kg, 검은색 상하의, 크록스 신발/전화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