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새벽 검게 물든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며 강한 비가 고층 오피스텔의 편의점에 창을 마구 두드리고 있다. 한 청년이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손님이 선택한 담배를 계산하고 있다.
«띡…띡…»
“4,500원입니다. 카드는 여기에 꽂아 주세요”
담배를 받으며 손님이 알바생 명찰을 보며 말한다.
“이름이 초강수? 이름 멋지네~ 풋~"
강수는 그의 말의 신경이 쓰이는 듯 한쪽 눈을 틱 거리며 말을 던진다.
“계산 완료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셔~비는 도대체 언제 끊치는 거야, 젠장”
‘미친놈’ 강수는 본능적으로 롤 게임을 억지로 돌리고 있는 핸드폰 액정으로 눈을 돌린다. 새벽 시간에는 오피스텔 거주 손님이 가끔 오는 거 외에는 한가하다. 다음 새벽 5시 교대를 기다리며 게임을 돌리거나 기분에 따라서 진열대에 맞는 음식을 채워 넣는다.
«띠링~»
문에 달린 조그마한 종이 흔들 거리며 문이 열린다.
‘흠… 또 손님이 왔네…’ 편의점 후문으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을 편의점 천장의 반사판으로 쳐다본다. 검은 그림자가 형태가 지나간다. 새벽시간이 늘 긴장을 놓칠 수 없다. 강수의 눈은 유리에 반사 되는 그의 모습을 따라간다.
“어서 오세요…”
축 처진 우비가 흡뻑 젖은 손님은 계산대 밑의 껌을 살려는 듯 만지작거린다.
“껌 가격이 많이 올랐네…예전엔 50원 이였는데, 세상 시간 빨리 가는 구만… 청년, 50원짜리 껌은 없겠지?“
‘뭔지? 이 사람?’ 강수는 수상한 눈빛으로 손님에게 말을 던진다.
“제일로 싼 게 1,000원짜리예요. 손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구만…난 하루 하루를 지옥에서 보냈는데…”
강수는 또 미친놈이 왔구나 생각하며 멀뚱커니 그를 바란본다.
«따르릉~따르릉~»
걸려온 전화에 핸드폰의 게임이 멈춰버리고 강수는 전화를 받는다.
“어, 응. 일하고 있어. 손님 있어. 알았어! 알았다고! 게임 또 끊긴다고”
‘젠장. 전화 오는 데라고는 남자밖에 없는데 이 핸드폰은 허구 엇날 끊기고, 젠장’
손님은 우비 후드로 사이로 눈을 치켜올리면 말을 건넨다.
“청년, 핸드폰 바꿀 때 됐구먼…"
그는 젖은 장갑의 손으로 강수에게 명함을 건네준다.
“여기로 새벽 6시까지 오면 새 핸드폰으로 바꿔주지. 지금 핸드폰이 주인을 찾고 있거든.”
“새벽 6시요? 그리고 저 돈 없어요. 지금 아르바이트하는 거 보면 딱 보이잖아요”
“기계값도 요금도 무료이네. 흐흐… 대신 시간만 맞춰서 오면 되네.”
‘아…핸드폰을 바꿀 때도 되긴 했는데…믿어도 되는 건가?’
‘껌 사러 온 건 아닌거 같고…영업하러 오기에는 늦은 시간인데…’
손님은 바닥에 우비에서 떨어진 비를 뚝뚝 흘리며 빈손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강수는 빗속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며 젖은 명함을 살짝 들어서 본다.
6G 기계값, 요금 100% 무료
헌폰 새폰 교환 무료
서울시 종로구 경사대로 666
‘6G는 또 뭐야? 새로 나온 요금제 인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강수에게는 생소한 요금제로 느껴졌다. 자신의 꺼져버린 핸드폰 액정을 보며 계산대 앞에서 냉장고 뒤쪽창고로 음료수를 채우러 들어간다. 강수는 다시 한번 명함을 본다.
‘속는 셈 치고 가볼까? 경사대로면…걸어서 5분 정도면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