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정벌(4)
조회 : 380 추천 : 0 글자수 : 6,102 자 2024-06-24
콰사로스를 죽이기 전, 켈렌은 몇 가지 정보를 더 얻었다.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귀족들이 더 있다는 것과, 그 배후에 숨은 세력이 있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크페르토스와 오데라토트가 귀족들을 이끄는 양대산맥처럼 보였지만, 진정한 흑막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모, 모두 알려줬으니... 목숨만큼은..."
"안돼."
켈렌은 피를 삼키며 얼음검을 휘둘렀다.
"카웨다르푸스라는 놈을 찾아줘."
켈렌은 몇몇 얼음 정령들을 불러내어 정보를 얻어오도록 했다.
하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진정한 흑막이 있었다면 마계 귀족들의 정보를 뜯을 때 실마리가 잡혔을 터.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다.
카웨다르푸스라는 흑막이 있다는 것부터가 콰사로스의 거짓말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 받는 입장에서 거짓을 말할까.
가능성이 낮은 경우의 수였다.
다른 하나는 카웨다르푸스가 정체를 잘 숨겼다는 것.
가능성이 높을지언정 막막한 경우였다.
귀족들의 이명까지도 알아낸 얼음 정령들이 한 톨의 정보조차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국 카웨다르푸스의 정보 보안이 철저하다는 뜻.
"직접 찾는 수밖에 없나."
켈렌은 머리에 뿔을, 척추를 따라 꼬리를 만들어냈다.
얼핏 마족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종족이 다른 만큼 마력은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챌 정도의 실력자, 혹은 직접 만져보는 자라면 켈렌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을 터.
물론 켈렌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닭 요리 있나?"
켈렌은 5일을 꼬박 걸어 한 도시에 도착했다.
높고 두꺼운 성벽이 인상적인 도시에는 활기와 생기가 넘쳤다.
켈렌이 마냥 상상하던 마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국의 다른 도시와 똑같은 풍경이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빵과 음식의 냄새가 진동하며, 돈과 물건이 오가는 평범한 도시였다.
물론 켈렌은 감성적으로 여기기보다, 그저 음식점이 어디인가 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여기 있소."
켈렌은 차분히 마계의 닭을 튀겨 간장 소스를 붓고, 후추로 양념을 한 요리를 내려다보았다.
"맥주. 시원한 걸로."
"인간 놈들과 말하는 투가 비슷하군."
"얼마 전에 은퇴했지. 경계 근처에서 4년을 살았더니 입에 붙더군."
"흥. 젊어보이는 양반이 고생 한 번 제대로 했구먼. 여기, 맥주 값은 안 받겠소."
켈렌은 닭튀김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후추와 간장 소스는 제국의 것과 상당히 비슷했다.
"맛있군."
맛은 제국의 요리와 더더욱 비슷했다.
마계의 음식인 것을 몰랐다면 그저 맛있게 먹었을 요리.
"......"
켈렌은 닭고기를 씹으며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인간계의 주점과 다를 바 없는 왁자지껄한 풍경.
"후우..."
켈렌은 조용히 닭튀김 요리를 해치우고, 값은 보석으로 치른 뒤 주점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켈렌은 시선을 느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들.
건물 그늘, 음습한 골목길, 모퉁이 안쪽...
"어림잡아 다섯..."
켈렌이 손에 마력을 슬며시 모으자, 그들이 먼저 항복했다.
모습을 드러낸 붉은 뿔의 마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웨다르푸스 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음."
"종이 세 번 울리면 서쪽 시계탑으로 오도록."
그러더니 그들은 그림자에 녹아들며 사라졌다.
켈렌은 서쪽을 슥 보고는,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딱 맞춰 왔군."
붉은 뿔의 마족은 세 번의 종소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마차를 가리켰다.
"카웨다르푸스 님의 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마차다. 선택은 맡기지."
"타겠다."
"좋군."
켈렌은 마차에 올라타고는, 내실의 공기를 얼려버렸다.
극저온의 환경에도 붉은 뿔의 마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차의 문을 닫고 출발시켰다.
"죽어있군."
"카웨다르푸스 님의 은총이지."
"끔찍한 만행이다."
"너희 인간들에게도 흑마법이 있고 네크로맨서가 있지 않나?"
"그들 또한 좋지 못한 것을 익혔을 뿐이다."
"하지만 알고 있을 텐데. 마계와 인간계의 싸움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임을."
"그럼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의미와 필요가 과연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누가 결정하는가? 중요치 않다면 과연 전쟁에서 무엇을 얻기 위하는 것인가?"
켈렌과 붉은 뿔의 마족은 카웨다르푸스의 성에 도착할 때까지 설전을 펼쳤다.
물론 켈렌은 생각해본 바가 적었기에 이기지 못했지만.
"환영하오!"
그리고 켈렌은, 예상외의 환영에 조금 놀라 눈썹을 올렸다.
"전쟁의 열쇠를 쥔 둘이 드디어 만났군!"
"...?"
켈렌이 의아해하자, 카웨다르푸스는 본인과 켈렌을 번갈아 가리켰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런.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고풍스러운 외양의 마족은 단정하게 다듬은 콧수염의 만지작거리며 성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성에 입장한 켈렌은 습관적으로 마력을 방사했다.
"그런 무례한 행동은 삼가주시오. 나는 그대와 싸울 마음이 전혀 없을 뿐더러, 우리 세계에 닥친 재앙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마음을 가졌으니."
"미안하군. 사죄하지."
"괜찮소, 경계하는 것도 이해하고 있으니."
카웨다르푸스는 허허 웃으며 응접실로 켈렌을 안내했다.
"나도 미행을 붙였던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리지. 그러나 이해해 주기를 바라오. 피차 믿기 어려운 관계일 테니."
"이해하지. 나 같아도 그럴 테니."
"고맙군. 이제 좀 진솔한 대화를 나눠볼까 하는데."
켈렌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전에."
"?"
"다과나 간식거리 좀 없나?"
"...당황스럽군. 적의 성에서 다과를 찾다니."
"5일 내내 닭 요리 하나 먹었더니 배가 좀 고프군."
"실례했소. 손님에게 기본적인 대접도 하지 않고선."
"독이 없는 것으로 부탁하지."
"그거야 당연히."
켈렌은 아몬드를 박고 초콜릿 시럽을 뿌린 쿠키를 한 입에 넣고는, 카웨다르푸스의 말을 들었다.
"이 전쟁은 제국이 먼저 일으켰소."
"으어 이아!"
"품위는 둘째치고, 그걸 몰랐다는 것부터가 의아하네만."
"미안하군. 그때 마침 제국에 없었던 탓에."
"아, 그렇지. 아츠라카에 방문했다고 들었소."
"제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라. 결국 그 노파가 일을 냈군."
"맞소. 그 점쟁이 노파가 황제를 꼭두각시로 부려 전쟁을 내고, 마계의 십분의 일을 점령했지."
"말도 안 되는. 마계의 전력이 훨씬 우위이지 않나? 오히려 점령당하는 건 제국이어야 할 텐데."
카웨다르푸스는 씁쓸해하며 말했다.
"우리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 방심했지. 그리고 깨달았소. 제국의 전력을 압도적으로 꺾을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허. 생각이 좀 바뀌는군."
"하지만 우리가 이 재앙을 끝마칠 수 있소."
"일단 들어보지."
"우리는 힘이 있소. 나는 마계를 휘어잡았고, 그대는 제국 전체를 얼려버릴 힘이 있지 않소."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그거 보시오! 결국 우리는 전쟁을 막을 수 있음에도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거요. 방관자, 겁쟁이라는 누명을 써도 열 입이 없지 않겠소?"
켈렌은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 후에는? 전쟁을 끝마치고 나면 뭘 할 거지? 이제 와서 평화적으로 살아보자 이건가?"
"...그건 잘 모르겠소. 단절된 채로 두 세상으로 찢어져 살아가는 것도, 평화롭게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도 정답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오."
"결국 전쟁을 멈추기만 하고 뒷수습은 할 생각이 없었던 거군."
"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오."
카웨다르푸스는 비장의 한 수를 숨겨둔 듯, 하지만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켈렌이 먼저 나서서, 그의 말을 끊었다.
"평화롭게 교류하면서 두 세상을 하나로 합친다면, 결국 하나로 뭉치면 끝날 일이다 이건가?"
"......"
마치 독심술처럼 정곡을 찌른 켈렌의 추측에 카웨다르푸스는 입을 앙다물었다.
정보에 따르면 얼음 마법만을 숙달했다고 들었는데, 정신 계열 마법까지 익혔단 말인가?
"정치학에 관심있는 견습생도 내놓을 수 있는 의견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힘과 권력이 반드시 지혜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생각이 짧았소."
켈렌의 독설에 카웨다르푸스는 멋쩍은 듯 물을 한 잔 들이키더니, 반문했다.
"그럼 혹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소? 전쟁이 끝났을 때가 아니라 지금 현 상황부터 해서 말이오."
"방관자, 겁쟁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
"그런!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수많은 사상자는 물론 대륙은 수십 년간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거요!"
"마계에 있기엔 아까운 평화주의자로군. 하지만 대륙이 언제 그렇게 태평성대를 이루었지? 마계와 인간계는 섞일 수 없다."
카웨다르푸스는 감정이 쌓이는 듯 마력을 점차 뿜어냈다.
하지만 곧이어 심호흡을 하더니 평정을 되찾았다.
"그대의 생각도 이해는 가오. 제국의 인간들과 우리 마족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 이해가 금방 되는 것도 아닐 테고."
"게다가 마계에서만 전쟁을 멈추려고 해봤자, 더 피해를 입을 뿐. 휴전 협정이라도 맺는 게 어떨까 하는데. 하지만 그 노파..."
"그 점쟁이는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거요. 그래서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요. 제국의 권력이 그대의 손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협력해서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거요."
"권력을... 으음..."
카웨다르푸스는 켈렌이 대답을 내놓을 한참 동안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에 돌아온 켈렌의 대답은 카웨다르푸스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버렸다.
"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요!"
카웨다르푸스는 긴장하고 있던 만큼, 켈렌의 대답이 예상을 한참 빗나가자 분노의 고함과 함께 마력을 한껏 폭발시켰다.
이에 켈렌이 살기를 내뿜으며 마력을 차분히 방사하자, 그는 실수를 깨닫고 쩔쩔맸다.
"미안하오! 사죄하겠소. 무심코...!"
"그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내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해주길 바라네. 두 번의 자비는 없으니."
그제야 카웨다르푸스는 깨달았다.
눈앞의 사내는 감히 협상을 할 상대도 아니며, 자신의 같잖은 계획을 지껄인들 감화되어 찬동할 상대가 아님을.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빼앗거나 얻어낼 것이 아니라 고개 숙여 요청해야 했음을.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들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할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부디..."
카웨다르푸스의 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향했다.
켈렌은 바짝 쫄은 마족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져 마력을 거둬들였다.
사실 별 생각이 없었고, 그저 마력이 몸에 닿는 게 불쾌했을 뿐이었다.
"전쟁을 끝내는 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
"점쟁이 테와를 죽... 무력화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오. 다만 황제는 그 노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 전까진 마계에 우호적이었으니 살려두는 것도..."
켈렌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전쟁은 끝낸다.
그걸 막는 방해물은 제거한다.
마계가 빼앗긴 땅은 절반을 돌려준다.
3년 간 휴전 상태로 소극적 교류만을 허용한다.
3년 동안 평화가 유지된다면 종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공존한다.
카웨다르푸스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른 게 없다며 빈정거렸지만, 켈렌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정치에 별 소질이 없는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제국의 새로운 황제는 적당한 사람이 있긴 하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귀족들이 더 있다는 것과, 그 배후에 숨은 세력이 있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크페르토스와 오데라토트가 귀족들을 이끄는 양대산맥처럼 보였지만, 진정한 흑막은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모, 모두 알려줬으니... 목숨만큼은..."
"안돼."
켈렌은 피를 삼키며 얼음검을 휘둘렀다.
"카웨다르푸스라는 놈을 찾아줘."
켈렌은 몇몇 얼음 정령들을 불러내어 정보를 얻어오도록 했다.
하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진정한 흑막이 있었다면 마계 귀족들의 정보를 뜯을 때 실마리가 잡혔을 터.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다.
카웨다르푸스라는 흑막이 있다는 것부터가 콰사로스의 거짓말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 받는 입장에서 거짓을 말할까.
가능성이 낮은 경우의 수였다.
다른 하나는 카웨다르푸스가 정체를 잘 숨겼다는 것.
가능성이 높을지언정 막막한 경우였다.
귀족들의 이명까지도 알아낸 얼음 정령들이 한 톨의 정보조차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국 카웨다르푸스의 정보 보안이 철저하다는 뜻.
"직접 찾는 수밖에 없나."
켈렌은 머리에 뿔을, 척추를 따라 꼬리를 만들어냈다.
얼핏 마족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종족이 다른 만큼 마력은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챌 정도의 실력자, 혹은 직접 만져보는 자라면 켈렌의 정체를 간파할 수 있을 터.
물론 켈렌이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닭 요리 있나?"
켈렌은 5일을 꼬박 걸어 한 도시에 도착했다.
높고 두꺼운 성벽이 인상적인 도시에는 활기와 생기가 넘쳤다.
켈렌이 마냥 상상하던 마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국의 다른 도시와 똑같은 풍경이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빵과 음식의 냄새가 진동하며, 돈과 물건이 오가는 평범한 도시였다.
물론 켈렌은 감성적으로 여기기보다, 그저 음식점이 어디인가 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여기 있소."
켈렌은 차분히 마계의 닭을 튀겨 간장 소스를 붓고, 후추로 양념을 한 요리를 내려다보았다.
"맥주. 시원한 걸로."
"인간 놈들과 말하는 투가 비슷하군."
"얼마 전에 은퇴했지. 경계 근처에서 4년을 살았더니 입에 붙더군."
"흥. 젊어보이는 양반이 고생 한 번 제대로 했구먼. 여기, 맥주 값은 안 받겠소."
켈렌은 닭튀김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후추와 간장 소스는 제국의 것과 상당히 비슷했다.
"맛있군."
맛은 제국의 요리와 더더욱 비슷했다.
마계의 음식인 것을 몰랐다면 그저 맛있게 먹었을 요리.
"......"
켈렌은 닭고기를 씹으며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인간계의 주점과 다를 바 없는 왁자지껄한 풍경.
"후우..."
켈렌은 조용히 닭튀김 요리를 해치우고, 값은 보석으로 치른 뒤 주점을 나섰다.
그와 동시에 켈렌은 시선을 느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들.
건물 그늘, 음습한 골목길, 모퉁이 안쪽...
"어림잡아 다섯..."
켈렌이 손에 마력을 슬며시 모으자, 그들이 먼저 항복했다.
모습을 드러낸 붉은 뿔의 마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웨다르푸스 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음."
"종이 세 번 울리면 서쪽 시계탑으로 오도록."
그러더니 그들은 그림자에 녹아들며 사라졌다.
켈렌은 서쪽을 슥 보고는,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딱 맞춰 왔군."
붉은 뿔의 마족은 세 번의 종소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더니, 마차를 가리켰다.
"카웨다르푸스 님의 성으로 가는 가장 빠른 마차다. 선택은 맡기지."
"타겠다."
"좋군."
켈렌은 마차에 올라타고는, 내실의 공기를 얼려버렸다.
극저온의 환경에도 붉은 뿔의 마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차의 문을 닫고 출발시켰다.
"죽어있군."
"카웨다르푸스 님의 은총이지."
"끔찍한 만행이다."
"너희 인간들에게도 흑마법이 있고 네크로맨서가 있지 않나?"
"그들 또한 좋지 못한 것을 익혔을 뿐이다."
"하지만 알고 있을 텐데. 마계와 인간계의 싸움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임을."
"그럼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의미와 필요가 과연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누가 결정하는가? 중요치 않다면 과연 전쟁에서 무엇을 얻기 위하는 것인가?"
켈렌과 붉은 뿔의 마족은 카웨다르푸스의 성에 도착할 때까지 설전을 펼쳤다.
물론 켈렌은 생각해본 바가 적었기에 이기지 못했지만.
"환영하오!"
그리고 켈렌은, 예상외의 환영에 조금 놀라 눈썹을 올렸다.
"전쟁의 열쇠를 쥔 둘이 드디어 만났군!"
"...?"
켈렌이 의아해하자, 카웨다르푸스는 본인과 켈렌을 번갈아 가리켰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런.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고풍스러운 외양의 마족은 단정하게 다듬은 콧수염의 만지작거리며 성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성에 입장한 켈렌은 습관적으로 마력을 방사했다.
"그런 무례한 행동은 삼가주시오. 나는 그대와 싸울 마음이 전혀 없을 뿐더러, 우리 세계에 닥친 재앙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마음을 가졌으니."
"미안하군. 사죄하지."
"괜찮소, 경계하는 것도 이해하고 있으니."
카웨다르푸스는 허허 웃으며 응접실로 켈렌을 안내했다.
"나도 미행을 붙였던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리지. 그러나 이해해 주기를 바라오. 피차 믿기 어려운 관계일 테니."
"이해하지. 나 같아도 그럴 테니."
"고맙군. 이제 좀 진솔한 대화를 나눠볼까 하는데."
켈렌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전에."
"?"
"다과나 간식거리 좀 없나?"
"...당황스럽군. 적의 성에서 다과를 찾다니."
"5일 내내 닭 요리 하나 먹었더니 배가 좀 고프군."
"실례했소. 손님에게 기본적인 대접도 하지 않고선."
"독이 없는 것으로 부탁하지."
"그거야 당연히."
켈렌은 아몬드를 박고 초콜릿 시럽을 뿌린 쿠키를 한 입에 넣고는, 카웨다르푸스의 말을 들었다.
"이 전쟁은 제국이 먼저 일으켰소."
"으어 이아!"
"품위는 둘째치고, 그걸 몰랐다는 것부터가 의아하네만."
"미안하군. 그때 마침 제국에 없었던 탓에."
"아, 그렇지. 아츠라카에 방문했다고 들었소."
"제국이 전쟁을 일으켰다라. 결국 그 노파가 일을 냈군."
"맞소. 그 점쟁이 노파가 황제를 꼭두각시로 부려 전쟁을 내고, 마계의 십분의 일을 점령했지."
"말도 안 되는. 마계의 전력이 훨씬 우위이지 않나? 오히려 점령당하는 건 제국이어야 할 텐데."
카웨다르푸스는 씁쓸해하며 말했다.
"우리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소. 방심했지. 그리고 깨달았소. 제국의 전력을 압도적으로 꺾을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허. 생각이 좀 바뀌는군."
"하지만 우리가 이 재앙을 끝마칠 수 있소."
"일단 들어보지."
"우리는 힘이 있소. 나는 마계를 휘어잡았고, 그대는 제국 전체를 얼려버릴 힘이 있지 않소."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그거 보시오! 결국 우리는 전쟁을 막을 수 있음에도 결단하지 못하고 있는 거요. 방관자, 겁쟁이라는 누명을 써도 열 입이 없지 않겠소?"
켈렌은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는 우려를 표했다.
"그 후에는? 전쟁을 끝마치고 나면 뭘 할 거지? 이제 와서 평화적으로 살아보자 이건가?"
"...그건 잘 모르겠소. 단절된 채로 두 세상으로 찢어져 살아가는 것도, 평화롭게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도 정답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오."
"결국 전쟁을 멈추기만 하고 뒷수습은 할 생각이 없었던 거군."
"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오."
카웨다르푸스는 비장의 한 수를 숨겨둔 듯, 하지만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켈렌이 먼저 나서서, 그의 말을 끊었다.
"평화롭게 교류하면서 두 세상을 하나로 합친다면, 결국 하나로 뭉치면 끝날 일이다 이건가?"
"......"
마치 독심술처럼 정곡을 찌른 켈렌의 추측에 카웨다르푸스는 입을 앙다물었다.
정보에 따르면 얼음 마법만을 숙달했다고 들었는데, 정신 계열 마법까지 익혔단 말인가?
"정치학에 관심있는 견습생도 내놓을 수 있는 의견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힘과 권력이 반드시 지혜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생각이 짧았소."
켈렌의 독설에 카웨다르푸스는 멋쩍은 듯 물을 한 잔 들이키더니, 반문했다.
"그럼 혹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소? 전쟁이 끝났을 때가 아니라 지금 현 상황부터 해서 말이오."
"방관자, 겁쟁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긴 했지."
"그런!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수많은 사상자는 물론 대륙은 수십 년간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거요!"
"마계에 있기엔 아까운 평화주의자로군. 하지만 대륙이 언제 그렇게 태평성대를 이루었지? 마계와 인간계는 섞일 수 없다."
카웨다르푸스는 감정이 쌓이는 듯 마력을 점차 뿜어냈다.
하지만 곧이어 심호흡을 하더니 평정을 되찾았다.
"그대의 생각도 이해는 가오. 제국의 인간들과 우리 마족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으니. 이해가 금방 되는 것도 아닐 테고."
"게다가 마계에서만 전쟁을 멈추려고 해봤자, 더 피해를 입을 뿐. 휴전 협정이라도 맺는 게 어떨까 하는데. 하지만 그 노파..."
"그 점쟁이는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거요. 그래서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요. 제국의 권력이 그대의 손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협력해서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거요."
"권력을... 으음..."
카웨다르푸스는 켈렌이 대답을 내놓을 한참 동안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에 돌아온 켈렌의 대답은 카웨다르푸스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버렸다.
"난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요!"
카웨다르푸스는 긴장하고 있던 만큼, 켈렌의 대답이 예상을 한참 빗나가자 분노의 고함과 함께 마력을 한껏 폭발시켰다.
이에 켈렌이 살기를 내뿜으며 마력을 차분히 방사하자, 그는 실수를 깨닫고 쩔쩔맸다.
"미안하오! 사죄하겠소. 무심코...!"
"그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내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해주길 바라네. 두 번의 자비는 없으니."
그제야 카웨다르푸스는 깨달았다.
눈앞의 사내는 감히 협상을 할 상대도 아니며, 자신의 같잖은 계획을 지껄인들 감화되어 찬동할 상대가 아님을.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빼앗거나 얻어낼 것이 아니라 고개 숙여 요청해야 했음을.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들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할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부디..."
카웨다르푸스의 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향했다.
켈렌은 바짝 쫄은 마족의 모습에 마음이 누그러져 마력을 거둬들였다.
사실 별 생각이 없었고, 그저 마력이 몸에 닿는 게 불쾌했을 뿐이었다.
"전쟁을 끝내는 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
"점쟁이 테와를 죽... 무력화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오. 다만 황제는 그 노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 전까진 마계에 우호적이었으니 살려두는 것도..."
켈렌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전쟁은 끝낸다.
그걸 막는 방해물은 제거한다.
마계가 빼앗긴 땅은 절반을 돌려준다.
3년 간 휴전 상태로 소극적 교류만을 허용한다.
3년 동안 평화가 유지된다면 종전,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공존한다.
카웨다르푸스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른 게 없다며 빈정거렸지만, 켈렌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정치에 별 소질이 없는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제국의 새로운 황제는 적당한 사람이 있긴 하지."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얼음마법은 쓸모가 없다
90.책임조회 : 2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3 89.카토를 만나다조회 : 2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88 88.특별반조회 : 1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3 87.교수 켈렌조회 : 23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46 86.텔라카 마법학교조회 : 23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11 85.문제 해결조회 : 2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03 84.불쾌한 징조조회 : 2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80 83.후폭풍조회 : 3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9 82.틀리지 않는다조회 : 2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80 81.불길한 예감은조회 : 2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77 80.켈렌의 결혼식조회 : 22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9 79.여제의 방문조회 : 26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62 78.새로운 시대조회 : 1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6 77.되찾은 평화조회 : 2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12 76.휴전 협정조회 : 24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2 75.반역조회 : 3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91 74.마계 정벌(4)조회 : 38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102 73.마계 정벌(3)조회 : 5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09 72.마계 정벌(2)조회 : 4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481 71.마계 정벌(1)조회 : 5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88 70.마계 침공조회 : 5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18 69.전쟁(4)조회 : 4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86 68.전쟁(3)조회 : 4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87 67.전쟁(2)조회 : 62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6 66.전쟁(1)조회 : 5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39 65.제국으로 돌아오다조회 : 49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05 64.아츠라카(7)조회 : 44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5 63.아츠라카(6)조회 : 43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35 62.아츠라카(5)조회 : 4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61.아츠라카(4)조회 : 5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15 60.아츠라카(3)조회 : 6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3 59.아츠라카(2)조회 : 6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3 58.아츠라카(1)조회 : 66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10 57.파헤치다(2)조회 : 5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86 56.파헤치다(1)조회 : 75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64 55.짧은 평화조회 : 7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9 54.마왕 토벌 그 후조회 : 8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51 53.마왕 토벌(4)조회 : 82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45 52.마왕 토벌(3)조회 : 1,0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35 51.마왕 토벌(2)조회 : 9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85 50.마왕 토벌(1)조회 : 95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31 49.마왕 토벌 D-1조회 : 9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7 48.마왕 토벌 D-3조회 : 9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05 47.마왕 토벌 D-5조회 : 85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2 46.마왕 토벌 D-7조회 : 87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99 45.마왕군 격파(2)조회 : 7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2 44.마왕군 격파(1)조회 : 83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46 43.마왕군 전군 출격조회 : 7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722 42.잔당 토벌조회 : 1,0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94 41.마브론 평원 전투(5)조회 : 9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70 40.마브론 평원 전투(4)조회 : 1,2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18 39.마브론 평원 전투(3)조회 : 1,20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22 38.마브론 평원 전투(2)조회 : 1,15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9 37.마브론 평원 전투(1)조회 : 1,28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71 36.셰르테르조회 : 1,3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05 35.탐색전조회 : 1,22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79 34.파르델린 화산 지대조회 : 1,23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91 33.하르곤 숲조회 : 1,19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3 32.여정의 시작조회 : 1,1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9 31.크란토레아조회 : 1,05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82 30.마경, 크란토레아조회 : 65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25 29.벨 마즈(2)조회 : 49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3 28.벨 마즈(1)조회 : 4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51 27.쿠라스와의 재회조회 : 1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25 26.다시 나그랑으로조회 : 11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79 25.네메룬조회 : 17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246 24.바르하, 네메룬조회 : 1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87 23.사크란 신전(3)조회 : 16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13 22.사크란 신전(2)조회 : 1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02 21.사크란 신전(1)조회 : 21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52 20.전쟁의 조짐(2)조회 : 13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42 19.전쟁의 조짐(1)조회 : 16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16 18.해프닝조회 : 18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36 17.카르샤조회 : 20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43 16.동부, 에스토(2)조회 : 1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57 15.동부, 에스토(1)조회 : 2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5 14.바루펠조회 : 1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632 13.혼돈(2)조회 : 23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2 12.혼돈(1)조회 : 45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97 11.던전 탐색(3)조회 : 1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77 10.던전 탐색(2)조회 : 1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24 9.던전 탐색(1)조회 : 1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973 8.오크 부락 파괴조회 : 1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7 7.마법 연구?조회 : 11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49 6.새로운 시작(2)조회 : 1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378 5.새로운 시작(1)조회 : 21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54 4.칸케스조회 : 18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36 3.재능의 개화(3)조회 : 19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617 2.재능의 개화(2)조회 : 19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42 1.재능의 개화(1)조회 : 2,44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