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라카 마법학교
조회 : 357 추천 : 0 글자수 : 4,811 자 2024-08-10
켈렌은 텔라카에 도착하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저기 켈렌을 환영한다는 포스터와 플랜카드가 널려 있었다.
"환영합니다!"
마법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켈렌을 환영했다.
온갖 화려한 마법들이 작렬하며 환영식을 빛냈다.
"하아..."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며 얼음 분신을 남겨두고 교장실로 향했다.
분명 편지에는 이런 떠들썩한 건 준비하지 말라고 했건만...
"그래서 대폭 축소한 겁니다만...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바넬라 교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켈렌은 더욱 당황했지만 겨우 표정을 유지했다.
그게 축소한 거였다니.
원래는 얼마나 크게 치르려고 했던 거지?
"그, 그래서 혹시 무슨 일로..."
편지에는 텔라카에 방문하겠다고만 쓰여 있었기에 켈렌의 의도는 알아차리지 못한 바넬라였다.
그의 의아해하는 표정에 켈렌은 피식 웃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어엇!"
교수로 일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는 이미 켈렌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조항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말하도록."
켈렌은 텔라카 마법학교에서 교수로 일한다.
기간은 최소 3년. 그 후로는 켈렌이 질리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급여는 1년에 한 번, 은화 삼천 개.
"은화... 삼천 개..."
바넬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화 삼천 개?
마왕 토벌대의 일원이자 얼음 마법 하나로 대륙을 주름잡는 대마법사를 고작... 은화 삼천 개?!
"왜, 너무 많은가?"
"아, 아니...! 이건 턱없이 적지 않습니까!"
"불만있나?"
"그런,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바넬라는 죄책감을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켈렌이 제안했다.
"그렇게 신경쓰이면 텔라카의 음식을 좀 받아가지."
텔라카의 음식.
술과 빵이 유명한 곳이니만큼 그럴만 했다.
"알겠습니다!"
물론 바넬라는 반색하며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은화 삼천 개에 술과 빵 정도로 교수직을 받아들이다니 이해는 잘 가지 않았지만.
"그, 그럼 오늘부터...?"
"그래. 강의실은 어디지? 난 어디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면 되나?"
"모쪼록 마음에 드시는 대로..."
"그럴 수는 없지. 교장의 말대로 하겠어."
바넬라는 끓어오르는 환희를 견디기 힘들었다.
동시에 긴장감이 들었다.
눈앞의 대마법사는 친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괴팍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그렇다면 5층의 대교육실에서... 과목은..."
"첫날이니 대충 해도 되겠지."
"좋습니다!"
켈렌을 5층 대교육실로 안내한 바넬라는 재빨리 마력을 얽어 교내에 방송을 터트렸다.
"아아. 바넬라 교장입니다."
학생들은 의아해하거나 불만을 터트렸다.
딱히 방송할 게 없을 시간인데도 시끄럽게 해서 마법 연구를 방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어진 교장의 말에 학생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몽땅 대교육실로 향했다.
"켈렌 님께서 오늘부터 교육을 시작하신다고 하니, 희망자는 대교육실로 모이도록."
환호성을 지르며 대교육실에 꽉꽉 들어찬 학생들.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거나 빈 공간에 선 학생들도 많았다.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 거지?"
"총 1,674명입니다!"
눈을 반짝이며 맨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외쳤다.
"그럼 대교육실 자리는?"
"400석 정도 됩니다!"
켈렌이 바깥을 보니, 대교육실 안쪽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바글대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럼 강의를 네 번 하면 되겠군."
켈렌의 주위로 얼음 분신이 나타나더니, 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밖으로 내보냈다.
그의 자상함과 친절함을 본 바넬라는 깊이 감복했다.
이런 자질을 가진 자가 교수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리!
"그럼 강의를 시작하겠다. 인생 처음으로 하는 강의니까 미숙해도 이해하도록."
"예!!"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이 이어졌다.
"자기 소개는 생략하고, 먼저 규칙을 설명해주겠다."
학생들은 위압적인 켈렌의 태도에도 불구, 눈을 빛내며 대마법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너희가 지킬 규칙은 세 가지. 첫째, 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예!"
"둘째, 복습한다. 셋째, 매일 수업 시작 전에 전날 수업의 내용을 복기한다."
"알겠습니다!"
그밖에도 여러가지를 차차 가르치고 체득시킬 생각이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외에는 규칙이랄 게 없었고, 여러 상황을 가정해도 그때그때 가르치면 그만이었다.
"자, 처음 일주일 간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누구 원소 마력 체질인 사람?"
"저요!"
"저도 있습니다!"
"화염 원소 마력입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물론 순수 마력이 대다수였고, 소수의 학생들만이 손을 들었다.
"그래. 꽤 있구나. 그럼 순수 마력과 원소 마력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 사람?"
맨 앞자리의 똘망똘망한 학생이 손을 치켜들고 말했다.
"순수 마력은 마법의 구성과 발동에 효율적이지만 원소 계열로 변환하는 데에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소 마력은 그 반대입니다!"
"맞다. 예를 들어 내 얼음 원소의 마력은, 얼음 마법에는 몹시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순수 마법을 발동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지."
켈렌은 시간을 들여 순수 마력과 원소 마력의 장단점을 설명했고, 그 장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순수 마법과 원소 마법의 예시와 사건사고 등을 설명해주었다.
"이쯤되면 재미없는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으니, 이젠 질문을 받아볼까."
지루함에 하품을 하는 학생들이 조금 보이자, 켈렌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총명한 눈길로 켈렌의 말을 받아적고 있었지만.
"순수 마력을 원소 마법에 적용할 때 푸에르니코 방정식을 어떻게 변환해야 합니까?"
수준 높은 질문이 나오자 켈렌이 우뚝 멈췄다.
켈렌은 이미 방정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지 오래.
하지만 마법진과 방정식, 대수열과 온갖 기호들에 대해 배웠던 내용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첫째로, 그런 상황에는 라나카토 방정식을 쓰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 결론식이 더 쉬워지니까. 둘째, 푸에르니코 방정식으로 풀겠다면, 미카즈라바 변환식이나 토냐 황금방정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다른 질문?"
난이도가 높은 질문에도 술술 대답하는 켈렌의 모습에, 학생들은 저마다 고민하던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중 켈렌이 대답하지 못한 것은 한 가지였는데, 하나는 마왕성의 건축 설계에 고안된 마력 회로였다.
"모르겠구나. 솔직히, 그때는 건축 설계에 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너무 긴장돼서 말이지."
학생들은 한껏 술렁였다.
켈렌 같은 대마법사도 긴장하게 만들었다니 그 마왕이란 작자는 얼마나 강한 거냐는 등의 말들이 오갔다.
이에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마왕 토벌 당시의 이야기가 듣고 싶겠군?"
모닥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그런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켈렌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마왕 토벌을 명 받아 쿠라스가 자신을 찾아온 것부터, 동료들을 하나하나 모아 마계에 다다른 일까지.
마왕을 토벌하는 과정은 좀 더 부풀려서 말했다.
마왕군 간부들을 상대했던 것도 빼먹지 않고 말해주자, 학생들은 그 거창하고 짜릿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와. 책으로 써도 되겠는데?"
"말 나온 김에 한 번 써봐, 길라드."
저들끼리 웅성거리는 것은 좋지만, 켈렌은 다음 강의를 진행하고 싶었다.
1600에 달하는 학생들을 4개의 조로 나눠서 강의를 진행하는 만큼, 강의가 끝난 1조가 어서 퇴장해줘야 했다.
이를 말하자 아쉬운 티를 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뜨는 학생들.
그만큼 켈렌이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뜻이리라.
"어서 와라. 자기소개는 생략하고, 규칙을 먼저 설명해주겠다."
*****
똑같은 강의를 세 번 더 진행하고는, 켈렌은 지쳐서 쓰러졌다.
바넬라 교장이 교수 휴게실에 엎어진 켈렌을 보곤 기겁해서 꿀물을 들고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우욱. 솔직히 안 괜찮군."
누군가를 상대하는 건 기본적으로 기력을 필요로 한다.
상대가 중요한 사람이거나, 인원 수가 많을수록 기력은 많이 소모된다.
그러니 켈렌은 어땠겠는가.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을 다루려니 진이 다 빠졌다.
이걸 매일 해야 한다라...
켈렌은 바넬라를 습격하고 계약서 조항을 슬쩍 바꿀까도 고민했다.
자신이 직접 추가한 조항이라 말할 수도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가실 겁니까?"
"아니. 이제 매일 여기서 머무를 건데."
이번엔 바넬라가 후회할 차례였다.
계약서의 조항, 여섯 번째.
켈렌이 희망하는 마법학교 내의 시설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할 것.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대마법사를 교수 휴게실 같은 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
"저, 그렇다면 특별 숙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쉬는 것은 어떠신지..."
바넬라는 차오르는 압박감과 죄책감에 몸을 비틀었지만, 켈렌은 이미 잠든 후였다.
한숨을 쉬며 문 밖으로 나선 바넬라는 방음 마법과 결계 마법을 몇 겹으로 쳐 두었다.
이렇게 하면 웬만한 소란이 일어나도 방해받지는 않으리라.
여기저기 켈렌을 환영한다는 포스터와 플랜카드가 널려 있었다.
"환영합니다!"
마법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켈렌을 환영했다.
온갖 화려한 마법들이 작렬하며 환영식을 빛냈다.
"하아..."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며 얼음 분신을 남겨두고 교장실로 향했다.
분명 편지에는 이런 떠들썩한 건 준비하지 말라고 했건만...
"그래서 대폭 축소한 겁니다만...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바넬라 교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켈렌은 더욱 당황했지만 겨우 표정을 유지했다.
그게 축소한 거였다니.
원래는 얼마나 크게 치르려고 했던 거지?
"그, 그래서 혹시 무슨 일로..."
편지에는 텔라카에 방문하겠다고만 쓰여 있었기에 켈렌의 의도는 알아차리지 못한 바넬라였다.
그의 의아해하는 표정에 켈렌은 피식 웃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어엇!"
교수로 일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는 이미 켈렌의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조항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말하도록."
켈렌은 텔라카 마법학교에서 교수로 일한다.
기간은 최소 3년. 그 후로는 켈렌이 질리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급여는 1년에 한 번, 은화 삼천 개.
"은화... 삼천 개..."
바넬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화 삼천 개?
마왕 토벌대의 일원이자 얼음 마법 하나로 대륙을 주름잡는 대마법사를 고작... 은화 삼천 개?!
"왜, 너무 많은가?"
"아, 아니...! 이건 턱없이 적지 않습니까!"
"불만있나?"
"그런,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바넬라는 죄책감을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 켈렌이 제안했다.
"그렇게 신경쓰이면 텔라카의 음식을 좀 받아가지."
텔라카의 음식.
술과 빵이 유명한 곳이니만큼 그럴만 했다.
"알겠습니다!"
물론 바넬라는 반색하며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은화 삼천 개에 술과 빵 정도로 교수직을 받아들이다니 이해는 잘 가지 않았지만.
"그, 그럼 오늘부터...?"
"그래. 강의실은 어디지? 난 어디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면 되나?"
"모쪼록 마음에 드시는 대로..."
"그럴 수는 없지. 교장의 말대로 하겠어."
바넬라는 끓어오르는 환희를 견디기 힘들었다.
동시에 긴장감이 들었다.
눈앞의 대마법사는 친절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 괴팍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그렇다면 5층의 대교육실에서... 과목은..."
"첫날이니 대충 해도 되겠지."
"좋습니다!"
켈렌을 5층 대교육실로 안내한 바넬라는 재빨리 마력을 얽어 교내에 방송을 터트렸다.
"아아. 바넬라 교장입니다."
학생들은 의아해하거나 불만을 터트렸다.
딱히 방송할 게 없을 시간인데도 시끄럽게 해서 마법 연구를 방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어진 교장의 말에 학생들은 누구랄 것 없이 몽땅 대교육실로 향했다.
"켈렌 님께서 오늘부터 교육을 시작하신다고 하니, 희망자는 대교육실로 모이도록."
환호성을 지르며 대교육실에 꽉꽉 들어찬 학생들.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거나 빈 공간에 선 학생들도 많았다.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 거지?"
"총 1,674명입니다!"
눈을 반짝이며 맨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외쳤다.
"그럼 대교육실 자리는?"
"400석 정도 됩니다!"
켈렌이 바깥을 보니, 대교육실 안쪽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바글대며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럼 강의를 네 번 하면 되겠군."
켈렌의 주위로 얼음 분신이 나타나더니, 자리에 앉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밖으로 내보냈다.
그의 자상함과 친절함을 본 바넬라는 깊이 감복했다.
이런 자질을 가진 자가 교수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리!
"그럼 강의를 시작하겠다. 인생 처음으로 하는 강의니까 미숙해도 이해하도록."
"예!!"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이 이어졌다.
"자기 소개는 생략하고, 먼저 규칙을 설명해주겠다."
학생들은 위압적인 켈렌의 태도에도 불구, 눈을 빛내며 대마법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너희가 지킬 규칙은 세 가지. 첫째, 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예!"
"둘째, 복습한다. 셋째, 매일 수업 시작 전에 전날 수업의 내용을 복기한다."
"알겠습니다!"
그밖에도 여러가지를 차차 가르치고 체득시킬 생각이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외에는 규칙이랄 게 없었고, 여러 상황을 가정해도 그때그때 가르치면 그만이었다.
"자, 처음 일주일 간은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누구 원소 마력 체질인 사람?"
"저요!"
"저도 있습니다!"
"화염 원소 마력입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물론 순수 마력이 대다수였고, 소수의 학생들만이 손을 들었다.
"그래. 꽤 있구나. 그럼 순수 마력과 원소 마력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 사람?"
맨 앞자리의 똘망똘망한 학생이 손을 치켜들고 말했다.
"순수 마력은 마법의 구성과 발동에 효율적이지만 원소 계열로 변환하는 데에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원소 마력은 그 반대입니다!"
"맞다. 예를 들어 내 얼음 원소의 마력은, 얼음 마법에는 몹시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순수 마법을 발동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지."
켈렌은 시간을 들여 순수 마력과 원소 마력의 장단점을 설명했고, 그 장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순수 마법과 원소 마법의 예시와 사건사고 등을 설명해주었다.
"이쯤되면 재미없는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으니, 이젠 질문을 받아볼까."
지루함에 하품을 하는 학생들이 조금 보이자, 켈렌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총명한 눈길로 켈렌의 말을 받아적고 있었지만.
"순수 마력을 원소 마법에 적용할 때 푸에르니코 방정식을 어떻게 변환해야 합니까?"
수준 높은 질문이 나오자 켈렌이 우뚝 멈췄다.
켈렌은 이미 방정식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지 오래.
하지만 마법진과 방정식, 대수열과 온갖 기호들에 대해 배웠던 내용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첫째로, 그런 상황에는 라나카토 방정식을 쓰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 결론식이 더 쉬워지니까. 둘째, 푸에르니코 방정식으로 풀겠다면, 미카즈라바 변환식이나 토냐 황금방정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다른 질문?"
난이도가 높은 질문에도 술술 대답하는 켈렌의 모습에, 학생들은 저마다 고민하던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중 켈렌이 대답하지 못한 것은 한 가지였는데, 하나는 마왕성의 건축 설계에 고안된 마력 회로였다.
"모르겠구나. 솔직히, 그때는 건축 설계에 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너무 긴장돼서 말이지."
학생들은 한껏 술렁였다.
켈렌 같은 대마법사도 긴장하게 만들었다니 그 마왕이란 작자는 얼마나 강한 거냐는 등의 말들이 오갔다.
이에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마왕 토벌 당시의 이야기가 듣고 싶겠군?"
모닥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학생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그런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켈렌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마왕 토벌을 명 받아 쿠라스가 자신을 찾아온 것부터, 동료들을 하나하나 모아 마계에 다다른 일까지.
마왕을 토벌하는 과정은 좀 더 부풀려서 말했다.
마왕군 간부들을 상대했던 것도 빼먹지 않고 말해주자, 학생들은 그 거창하고 짜릿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와. 책으로 써도 되겠는데?"
"말 나온 김에 한 번 써봐, 길라드."
저들끼리 웅성거리는 것은 좋지만, 켈렌은 다음 강의를 진행하고 싶었다.
1600에 달하는 학생들을 4개의 조로 나눠서 강의를 진행하는 만큼, 강의가 끝난 1조가 어서 퇴장해줘야 했다.
이를 말하자 아쉬운 티를 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뜨는 학생들.
그만큼 켈렌이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뜻이리라.
"어서 와라. 자기소개는 생략하고, 규칙을 먼저 설명해주겠다."
*****
똑같은 강의를 세 번 더 진행하고는, 켈렌은 지쳐서 쓰러졌다.
바넬라 교장이 교수 휴게실에 엎어진 켈렌을 보곤 기겁해서 꿀물을 들고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우욱. 솔직히 안 괜찮군."
누군가를 상대하는 건 기본적으로 기력을 필요로 한다.
상대가 중요한 사람이거나, 인원 수가 많을수록 기력은 많이 소모된다.
그러니 켈렌은 어땠겠는가.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을 다루려니 진이 다 빠졌다.
이걸 매일 해야 한다라...
켈렌은 바넬라를 습격하고 계약서 조항을 슬쩍 바꿀까도 고민했다.
자신이 직접 추가한 조항이라 말할 수도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가실 겁니까?"
"아니. 이제 매일 여기서 머무를 건데."
이번엔 바넬라가 후회할 차례였다.
계약서의 조항, 여섯 번째.
켈렌이 희망하는 마법학교 내의 시설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할 것.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대마법사를 교수 휴게실 같은 곳에 재울 수는 없었다.
"저, 그렇다면 특별 숙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쉬는 것은 어떠신지..."
바넬라는 차오르는 압박감과 죄책감에 몸을 비틀었지만, 켈렌은 이미 잠든 후였다.
한숨을 쉬며 문 밖으로 나선 바넬라는 방음 마법과 결계 마법을 몇 겹으로 쳐 두었다.
이렇게 하면 웬만한 소란이 일어나도 방해받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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