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조회 : 356 추천 : 0 글자수 : 4,543 자 2024-09-07
켈렌은 황궁에 불려갔다.
카토를 전대미문 사상 최악의 마왕으로 만들어내려는 켈렌의 계획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이번엔 제대로 할 거다."
"무엇을?"
"이번엔 반드시 평화를 이룰 거다."
"저번엔 마왕을 죽였기 때문에 평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바루펠은 켈렌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지만, 그렇다고 찬성하지는 않았다.
"위험하다. 통제 가능한 선에서 멈춰."
"안돼. 그랬다간 마계의 위계가 먼저 붕괴하고 만다. 마왕은 최강의 존재가 되어야만 해."
"네가 놈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1%라도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제국은 다시 전쟁의 위협을 받겠지만, 그건 평화를 위한 일시적인 후퇴다."
"정신이 나갔군. 지금의 평화는 어쩌자고 이런 짓을..."
"지금의 평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마왕을 얕보는 마계의 무리는 계속해서 나타날 거고, 마왕은 항상 위협을 받겠지."
바루펠은 어이가 없었는지 켈렌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렇게 마왕이 죽고 나면, 그 후는 제국이다. 차라리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마왕이 만들어져야 해."
"하지만 넌 통제할 수 있는 마왕이 아니라, 완전히 괴물을 만들고 있잖나."
"그래, 솔직히 말하지. 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 고양감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카토는 내게 그런 고양감을 줄 수는 없어."
"왜지?"
"이젠 마계와 제국을 통틀어서 날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없다. 너는 예외로 하고."
바루펠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공간 마법을 발동해 켈렌을 황궁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더 이상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내가 어리석게 보이겠지, 친구여. 하지만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군."
"나까지 바보가 될 생각은 없다."
바루펠의 음성이 켈렌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켈렌은 바루펠이 자신을 막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를 믿어줬으니까.
*****
카토의 마법 선생은 몰락한 마계 귀족의 자제였다.
마왕이 사라지고 귀족들의 세력 싸움에서 밀려 몰락한 가문의 셋째 아들.
그러나 그는 켈렌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권력도, 힘도 원하지 않았던 그였다.
오직 마법에만 몰두하며 항상 서재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가문이 몰락한 이후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수준 높은 마법 실력을 알아본 마왕성 간부에 의해 카토의 스승이 되었다.
그러나 켈렌의 명령.
카토에게 시공간 마법까지 모두 전수하라는 명령을 들은 그는, 자신의 열망을 깨달았다.
자신의 손으로 마법의 궁극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욕망이자 목표였던 것이다.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한다면 열정은 얼마나 거세게 불타오르는가.
카토의 마법 성취는 날이 갈수록 늘어 켈렌의 다음 방문 때는 거대한 운석을 떨굴 정도가 되었다.
"좋군. 이대로만 해라."
그러나 마법 선생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더욱 박차를 가해야 했다.
카토의 검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자, 마법과 함께 쓰는 마검술도 연마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카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자 켈렌이 다시 한 번 방문했다.
곁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인사해라. 내 학생들이다."
"반가워. 카토라고 해."
마왕의 살가운 태도에 학생들은 의아해했다.
좀 특이한 마왕이란 것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직접 가르쳤고, 특히 성취가 높은 우수한 학생들이다."
켈렌의 소개에 학생들의 표정에 자부심이 차올랐다.
스승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제자에게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결투다. 각자의 성취만 보여주면 되니까, 죽이려고 하지는 말고."
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무리 마왕이라도 벌써 죽일 생각은 켈렌에게도 없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카토를 죽이지 않고 평화를 이룩하면 좋을 터였다.
그 첫 단계는 마계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었고...
이 학생들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시작."
켈렌의 신호와 함께 사방으로 마력이 용솟음쳤다.
카토의 실력을 생각하면 학생 셋으로는 약간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켈렌은 셋만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하스칼을 믿으니까.
마력과 마법을 다루는 게 익숙해진 드래곤은 마왕이라도 버거울 터.
과연 마왕 후보와 해츨링 드래곤의 싸움은 어떨까.
다른 두 학생이 하스칼을 잘 보조한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을 것이었다.
"부스트."
먼저 움직인 건 카토였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마력 향상의 버프.
부작용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인 마법이지만, 카토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끌어다 쓰는 만큼 회복이 느려지지만, 마력이 항상 만땅인 탓에 끌어다 쓰기만 할 뿐 부작용은 없었으니까.
"흠."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세 학생들을 보며 고민하던 카토는, 이내 마법을 발동했다.
거대한 암흑의 창.
"꿰뚫어라."
"하스칼!"
그리고 카토의 마법이 발동되는 그 순간을 노리던 학생들은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오른쪽에 서 있던 학생이 마법을 끌어당기고, 왼쪽의 학생이 그것들을 마력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하스칼은 손에 마력을 모아 응축해 발사했다.
곧게 날아간 마력탄은 카토의 방어막에 손쉽게 막혀버렸다.
그러나 하스칼 또한 만만찮은 마력의 소유자.
마력탄이 계속해서 쏟아지자 방어막은 점차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카토는 분신을 하나 소한해, 마력을 하늘로 흩뿌렸다.
그곳에서 낙뢰가 떨어졌지만 하스칼은 왜곡장을 형성, 번개에 스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 학생이 지면에 손바닥을 대고 충격파를 발사하자, 카토의 몸이 붕 떴다.
이에 다른 학생이 목표를 포착하고, 마력 해제의 파동을 날렸다.
카토의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고, 그가 모으던 마력 또한 허공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카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력을 휘둘러 학생 하나를 장외로 날려보냈다.
대비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날아간 학생은 켈렌의 얼음 분신이 받아주었다.
분하다는 듯 입술을 씹는 학생을 격려하는 것 또한 분신의 몫이었다.
"하압!"
이번엔 화살.
카토의 암흑 화살이 하나 나타나더니 곧 수십 개로 불어났다.
이윽고 수천의 화살이 하스칼에게로 날아들었다.
이에 하스칼은 고위 방어 마법을 시전.
손톱만한 방어막을 수천 개 소환해 화살을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는 마력을 넓게 방사해 영역을 펼치려 했으나, 발빠르게 카토의 교란 마법이 이를 방해했다.
"흡!"
교란 마법을 치우고 영역을 펼치는 건 늦는다고 판단, 하스칼이 연계 공격을 준비했다.
다른 학생 하나가 결계를 발동, 그 안에 요동치는 마력을 집어넣어 대폭발을 일으키는 연계기.
"나와라."
이에 카토는 지면에서 수십의 병정을 꺼내들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마력을 지닌 정예 병정들이었다.
그들이 대폭발을 막아서자 위력은 몹시 경감되어 카토에겐 별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아악!"
그때, 남은 학생마저 병정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장외로 튕겨나갔다.
이에 하스칼과 카토만이 남은 상황.
카토는 애초에 하스칼만을 위협이라 보고 있었고, 하스칼도 다른 두 학생이 방해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기에...
서로 진심을 내기 시작한 둘이었다.
"흑마쇄성파黑魔鎖星波"
"천뇌진신룡포天雷辰神龍砲"
시커먼 쇠사슬 같은 마력과 푸른 번개와 같은 마력이 충돌했다.
서로의 실력을 어렴풋이 깨달은 둘은 마력을 몽땅 쏟아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크윽...!"
하지만 아무리 켈렌의 지도를 받은 드래곤도, 마왕을 단번에 꺾을 수는 없었다.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조금 모자랐던 탓에, 결국 하스칼도 멀리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다.
"좋구나. 완벽해."
집중하며 대련을 지켜보던 켈렌이 젊은 선생에게 말했다.
보이지 않았지만, 카토는 여기저기 마력장을 만들어둔 상태였다.
혹여 자신이 모르는, 대처하기 어려운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막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마력장을 쓸 일은 없었으니, 켈렌의 완전한 패배였다.
"제자를 아주 잘 가르쳤군."
카토의 마법 스승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당연했다.
제국 최고의 대마법사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 곧 고위 마법에도 손을 댈 거고, 절대 마법도 넘보겠지. 제대로 임할 수 있도록 해. 마계의 누구도 좌를 노리게 두지 마라."
젊은 선생은 반드시 그러겠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바로 켈렌에게 왜 그리 마왕을 신경쓰냐는 것이었다.
이에 켈렌이 평화를 위해서라고 답하자 젊은 선생은 중간 과정을 모르니 헷갈리는 표정을 지었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그럼, 볼 일은 다 봤는데... 마계 구경이라도 좀 하고 갈까?"
카토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내려주고는, 침울한 기색의 학생들에게 켈렌이 제안했다.
금세 표정이 밝아져서는 켈렌을 따라나서는 학생들을 보며, 켈렌이 피식 웃었다.
그래, 이 병아리 같은 것들이 언젠가 매가 되어 독수리를 잡는 건가.
그때가 되면, 드래곤은 나설 자리가 없으리라.
카토를 전대미문 사상 최악의 마왕으로 만들어내려는 켈렌의 계획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이번엔 제대로 할 거다."
"무엇을?"
"이번엔 반드시 평화를 이룰 거다."
"저번엔 마왕을 죽였기 때문에 평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바루펠은 켈렌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지만, 그렇다고 찬성하지는 않았다.
"위험하다. 통제 가능한 선에서 멈춰."
"안돼. 그랬다간 마계의 위계가 먼저 붕괴하고 만다. 마왕은 최강의 존재가 되어야만 해."
"네가 놈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1%라도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제국은 다시 전쟁의 위협을 받겠지만, 그건 평화를 위한 일시적인 후퇴다."
"정신이 나갔군. 지금의 평화는 어쩌자고 이런 짓을..."
"지금의 평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마왕을 얕보는 마계의 무리는 계속해서 나타날 거고, 마왕은 항상 위협을 받겠지."
바루펠은 어이가 없었는지 켈렌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렇게 마왕이 죽고 나면, 그 후는 제국이다. 차라리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마왕이 만들어져야 해."
"하지만 넌 통제할 수 있는 마왕이 아니라, 완전히 괴물을 만들고 있잖나."
"그래, 솔직히 말하지. 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 고양감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카토는 내게 그런 고양감을 줄 수는 없어."
"왜지?"
"이젠 마계와 제국을 통틀어서 날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없다. 너는 예외로 하고."
바루펠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공간 마법을 발동해 켈렌을 황궁 밖으로 쫓아내버렸다.
더 이상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내가 어리석게 보이겠지, 친구여. 하지만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군."
"나까지 바보가 될 생각은 없다."
바루펠의 음성이 켈렌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러나 켈렌은 바루펠이 자신을 막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를 믿어줬으니까.
*****
카토의 마법 선생은 몰락한 마계 귀족의 자제였다.
마왕이 사라지고 귀족들의 세력 싸움에서 밀려 몰락한 가문의 셋째 아들.
그러나 그는 켈렌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권력도, 힘도 원하지 않았던 그였다.
오직 마법에만 몰두하며 항상 서재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가문이 몰락한 이후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수준 높은 마법 실력을 알아본 마왕성 간부에 의해 카토의 스승이 되었다.
그러나 켈렌의 명령.
카토에게 시공간 마법까지 모두 전수하라는 명령을 들은 그는, 자신의 열망을 깨달았다.
자신의 손으로 마법의 궁극체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욕망이자 목표였던 것이다.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한다면 열정은 얼마나 거세게 불타오르는가.
카토의 마법 성취는 날이 갈수록 늘어 켈렌의 다음 방문 때는 거대한 운석을 떨굴 정도가 되었다.
"좋군. 이대로만 해라."
그러나 마법 선생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더욱 박차를 가해야 했다.
카토의 검술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자, 마법과 함께 쓰는 마검술도 연마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카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자 켈렌이 다시 한 번 방문했다.
곁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인사해라. 내 학생들이다."
"반가워. 카토라고 해."
마왕의 살가운 태도에 학생들은 의아해했다.
좀 특이한 마왕이란 것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직접 가르쳤고, 특히 성취가 높은 우수한 학생들이다."
켈렌의 소개에 학생들의 표정에 자부심이 차올랐다.
스승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제자에게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결투다. 각자의 성취만 보여주면 되니까, 죽이려고 하지는 말고."
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무리 마왕이라도 벌써 죽일 생각은 켈렌에게도 없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카토를 죽이지 않고 평화를 이룩하면 좋을 터였다.
그 첫 단계는 마계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었고...
이 학생들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시작."
켈렌의 신호와 함께 사방으로 마력이 용솟음쳤다.
카토의 실력을 생각하면 학생 셋으로는 약간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켈렌은 셋만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하스칼을 믿으니까.
마력과 마법을 다루는 게 익숙해진 드래곤은 마왕이라도 버거울 터.
과연 마왕 후보와 해츨링 드래곤의 싸움은 어떨까.
다른 두 학생이 하스칼을 잘 보조한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을 것이었다.
"부스트."
먼저 움직인 건 카토였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마력 향상의 버프.
부작용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인 마법이지만, 카토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끌어다 쓰는 만큼 회복이 느려지지만, 마력이 항상 만땅인 탓에 끌어다 쓰기만 할 뿐 부작용은 없었으니까.
"흠."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는 세 학생들을 보며 고민하던 카토는, 이내 마법을 발동했다.
거대한 암흑의 창.
"꿰뚫어라."
"하스칼!"
그리고 카토의 마법이 발동되는 그 순간을 노리던 학생들은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오른쪽에 서 있던 학생이 마법을 끌어당기고, 왼쪽의 학생이 그것들을 마력으로 변환시켰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하스칼은 손에 마력을 모아 응축해 발사했다.
곧게 날아간 마력탄은 카토의 방어막에 손쉽게 막혀버렸다.
그러나 하스칼 또한 만만찮은 마력의 소유자.
마력탄이 계속해서 쏟아지자 방어막은 점차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카토는 분신을 하나 소한해, 마력을 하늘로 흩뿌렸다.
그곳에서 낙뢰가 떨어졌지만 하스칼은 왜곡장을 형성, 번개에 스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 학생이 지면에 손바닥을 대고 충격파를 발사하자, 카토의 몸이 붕 떴다.
이에 다른 학생이 목표를 포착하고, 마력 해제의 파동을 날렸다.
카토의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고, 그가 모으던 마력 또한 허공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카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력을 휘둘러 학생 하나를 장외로 날려보냈다.
대비하지 못한 탓에 그대로 날아간 학생은 켈렌의 얼음 분신이 받아주었다.
분하다는 듯 입술을 씹는 학생을 격려하는 것 또한 분신의 몫이었다.
"하압!"
이번엔 화살.
카토의 암흑 화살이 하나 나타나더니 곧 수십 개로 불어났다.
이윽고 수천의 화살이 하스칼에게로 날아들었다.
이에 하스칼은 고위 방어 마법을 시전.
손톱만한 방어막을 수천 개 소환해 화살을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는 마력을 넓게 방사해 영역을 펼치려 했으나, 발빠르게 카토의 교란 마법이 이를 방해했다.
"흡!"
교란 마법을 치우고 영역을 펼치는 건 늦는다고 판단, 하스칼이 연계 공격을 준비했다.
다른 학생 하나가 결계를 발동, 그 안에 요동치는 마력을 집어넣어 대폭발을 일으키는 연계기.
"나와라."
이에 카토는 지면에서 수십의 병정을 꺼내들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마력을 지닌 정예 병정들이었다.
그들이 대폭발을 막아서자 위력은 몹시 경감되어 카토에겐 별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아악!"
그때, 남은 학생마저 병정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장외로 튕겨나갔다.
이에 하스칼과 카토만이 남은 상황.
카토는 애초에 하스칼만을 위협이라 보고 있었고, 하스칼도 다른 두 학생이 방해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기에...
서로 진심을 내기 시작한 둘이었다.
"흑마쇄성파黑魔鎖星波"
"천뇌진신룡포天雷辰神龍砲"
시커먼 쇠사슬 같은 마력과 푸른 번개와 같은 마력이 충돌했다.
서로의 실력을 어렴풋이 깨달은 둘은 마력을 몽땅 쏟아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크윽...!"
하지만 아무리 켈렌의 지도를 받은 드래곤도, 마왕을 단번에 꺾을 수는 없었다.
마력을 다루는 실력이 조금 모자랐던 탓에, 결국 하스칼도 멀리 튕겨나갈 수밖에 없었다.
"좋구나. 완벽해."
집중하며 대련을 지켜보던 켈렌이 젊은 선생에게 말했다.
보이지 않았지만, 카토는 여기저기 마력장을 만들어둔 상태였다.
혹여 자신이 모르는, 대처하기 어려운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막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마력장을 쓸 일은 없었으니, 켈렌의 완전한 패배였다.
"제자를 아주 잘 가르쳤군."
카토의 마법 스승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당연했다.
제국 최고의 대마법사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래, 곧 고위 마법에도 손을 댈 거고, 절대 마법도 넘보겠지. 제대로 임할 수 있도록 해. 마계의 누구도 좌를 노리게 두지 마라."
젊은 선생은 반드시 그러겠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바로 켈렌에게 왜 그리 마왕을 신경쓰냐는 것이었다.
이에 켈렌이 평화를 위해서라고 답하자 젊은 선생은 중간 과정을 모르니 헷갈리는 표정을 지었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그럼, 볼 일은 다 봤는데... 마계 구경이라도 좀 하고 갈까?"
카토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내려주고는, 침울한 기색의 학생들에게 켈렌이 제안했다.
금세 표정이 밝아져서는 켈렌을 따라나서는 학생들을 보며, 켈렌이 피식 웃었다.
그래, 이 병아리 같은 것들이 언젠가 매가 되어 독수리를 잡는 건가.
그때가 되면, 드래곤은 나설 자리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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