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켈렌
조회 : 384 추천 : 0 글자수 : 4,846 자 2024-08-13
켈렌은 아침부터 문을 두드려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자세히 들어보니 물리적으로 두드리는 소리보다는, 문에 걸린 마법을 후려치면서 나는 소음이었다.
"왜 이렇게 안 부서져! 이러다 깨시겠다!"
"괜찮아! 내 방음 마법까지 추가로 걸어뒀으니까!"
켈렌은 마력을 펼칠 필요도 없이, 지금 자신의 처소에 침입하려는 자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학생 둘.
그것도 상당히 수준이 낮은.
마력으로 마법을 때려서 부수는 작전은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걸었던 방음 마법에는 소홀해졌다.
그리고 사방으로 마력이 퍼지는 충격에 그 방음 마법이 해제된 것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만, 그만."
켈렌의 음성이 문 밖으로 퍼지자, 학생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임기응변이 뛰어난 듯한 학생 하나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가 준비돼서... 깨워드리려고 했는데."
"고맙구나. 금방 준비하고 나갈 테니 잠시 기다려주겠니?"
자상한 목소리로 부탁하자, 학생들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들떴다.
역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약한 켈렌다운 행보였다.
잠을 깨운 것 정도로는 화내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일어날 시간대였으니까.
"우, 우와! 근사해요!"
대충 차려입고 나온 것인데도 학생들은 열렬히 반응해주었다.
이 맛에 교수 하는 건가.
"어디로 가면 될까? 어제는 식사를 대충 때워서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구나."
학생들은 최고조로 들떠선 앞장을 섰다.
그들의 뒤를 얌전히 따라가자,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거대한 식당이 나타났다.
식당은 학교의 본관만큼이나 커다랬다.
"원하는 구역에서 식사를 하시면 돼요! 저희는 토마토 파스타와 양념 폭찹을 먹으러 갈 건데, 어떠세요?"
"흠. 혹시 식사 시간은 어느 정도 주어지니?"
"학생들은 1시간, 교수는 3시간이에요! 하지만 학생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식당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드셔도 돼요. 실제로도 전적이 몇 번 있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켈렌은 얼음 분신을 마구 소환해 식당의 곳곳에 퍼지게 했다.
"학생 전원, 오늘은 식당에서 강의를 진행할 것인데, 혹시 불만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겠나?"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번엔 지루한 이론 대신, 실전에 관해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전부 이곳에 있으니 강의도 한결 편하리라.
"그건 비효율적이지. 카르델로 기하학을 유라타 공식으로 풀진 않잖니."
"그럼 위력이 떨어질 텐데? 아티팩트를 쓰거나 충분한 재료를 기반으로 연구를 더 해보는 건 어떨까."
"화염 원소 마력은 다루기 어려운 만큼 위력 하나는 끝내주지. 통제 방법은 많지만, 일단 마력 회로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란다."
하지만 켈렌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학생 전부가 모여 있으니 한번에 대답해야 하는 질문도 수십 개로 늘어난 것이다.
"후우."
얼음 분신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는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숨을 내쉰 켈렌은 마음을 먹었다.
성의가 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400에 달하는 얼음 분신이 학생을 네다섯씩 맡아서 관리하니, 훨씬 편했다.
켈렌은 다른 학생들을 분신들에게 맡기고, 원소 마력의 체질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왔다.
그 수가 서른 둘.
화염이 열하나.
물이 여덟.
대지가 셋.
바람이 다섯.
독이 하나.
얼음이 하나.
빛이 둘.
암흑이 하나.
"하아..."
켈렌은 학생들이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다양성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심지어는 모두 켈렌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자. 일단 분류를 좀 해볼까. 순수 마법을 시전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사람?"
전원이 손을 들었다.
역시 그렇겠지.
"그럼, 각자 원소 마법은 다들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볼 수 있을까?"
화염 계열의 학생들이 먼저 나섰다.
가장 간단한 '발화'를 시도한 학생들.
당연하다는 듯이 전원이 성공했다.
당연했다.
마력에 의지만 실으면 그게 마법으로 나오는데.
"다른 학생들도 해볼까?"
거의 모두가 자신의 마력이 띠는 원소 마법은 성공했다.
암흑 원소 마력의 학생은 자신이 마법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 시전하지 못했다.
"괜찮아. 다음에 따로 한 번 해보자."
켈렌은 그 학생들에게 원소 마력의 체질인 마법사들은 어떻게 마법을 시전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제야 켈렌은 본격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파스타와 폭찹은 차갑게 식었지만 켈렌은 양념까지 몽땅 먹어치웠다.
그리고 오믈렛과 간장 국수, 닭튀김과 해쉬브라운, 장어구이와 초콜릿, 과일빙수와 망고 주스까지 해치웠다.
그러고도 입맛을 다시는 켈렌을 보며, 학생들과 요리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가 엄청난 대식가라는 것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그의 엄청난 마력량은 이 식사량에 비례하는 것일지도...?
"켈렌 교수님."
식사를 막 마친 켈렌에게, 은빛 머리칼의 한 학생이 다가왔다.
순수한 마력이지만 그 흐름이 기묘하고, 양은 방대한, 마치 불규칙적으로 꼬여버린 실뭉치 같은 마력을 가진 학생이었다.
"제 마력을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막 호기심이 생긴 참이다.
봐주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고, 봐줘야 할 이유는 몇 가지 있었다.
"그래. 일단 도서관으로 갈까."
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알고 있니?"
"작년부터 그랬어요."
"아마 마력량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겠지."
"맞아요. 지금도 간신히 통제하고 있어서... 폭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켈렌은 학생을 격려했다.
자신이 곁에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저, 정말..."
"일단 마력 교란 문제부터 해결할까."
켈렌은 학생의 말을 끊고, 작업에 착수했다.
학생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 외의 망설임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됐다.
감정적인 언동은 이미 충분히 겪었다.
"마력 회로의 구성이나 배치에 비해서 마력이 과하게 많으면 마력 교란이 종종 일어나지. 보통은 마력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는데..."
켈렌은 은빛 머리의 학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위화감이 드는 마력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력을 소모하지 않았군. 정확히는 마력 소모를 억눌렀어."
"마, 맞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도 몰라서..."
"그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게 독이 된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지."
켈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얼음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다만, 마법진을 그린 후에는 자신의 마력을 뽑아내, 학생의 마력만으로 발동되는 마법진이 되었다.
"마법 구축은 내가 도와줄 테니, 마법을 시전해봐."
"네? 정말... 해도 되는 건가요?"
"그래. 오히려 교란이 일어날 정도로 많이 쌓인 마력을 좀 해소해 줄 거다."
은빛 머리의 소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마법진 위로 올라가 전신에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신으로 마력을 뿜어냈다간 금방 마력 탈진에 쓰러지기 십상이지만, 눈앞의 소년은 달랐다.
너무나도 많은 마력이 국소적인 신체부위로 빠져나갔다간 그 부위의 마력 회로가 금방 상해버릴 터.
"좋아. 잘하고 있다."
켈렌은 계속해서 그를 격려하며 그의 마력 순환과 회로, 그 외의 이모저모를 관찰했다.
"으윽...!"
소년의 마력이 점차 줄어들고, 정상적인 양이 남게 되자, 켈렌은 마법진을 훼손해 고의로 마법을 끊어냈다.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며 감사를 전하는 학생을 붙잡고, 켈렌은 충고를 남겼다.
"앞으로도 마력을 주기적으로 소진해라. 마력이 쌓이고 쌓여서 교란 정도로 안 끝나게 될 수 있으니."
"교장 선생님은 제가 성장하면서 해결될 거라고 하셨어요."
"아마 네 마력이 이렇게 빨리 회복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나보구나."
방금 켈렌도 두 눈으로 직접 마력이 소모되고 회복되는 모습을 봤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의 학생은 절대 일반적인 마법사의 인재가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러나 나이는 더욱 어린...
켈렌은 여태 느꼈던 그 위화감의 정체가 점점 명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내친 김에 마법도 좀 더 알려줄까."
"조, 좋아요! 마법도 몇 개 몰라서..."
"그래, 마력 소진이 두려워서 마법을 배우는 데에도 소극적이었겠구나. 정말 나랑... 비슷해."
순수 마법의 기본, 마력 이해부터 가르친 켈렌은 전율했다.
다른 학생들은 하루 종일, 짧아도 반나절이 걸리는 과정을 단 1시간 만에 몽땅 배운 것이다.
순수 마법 대부분과, 원소 마법의 이해까지 그렇게 단시간에 배운 마법사를, 켈렌은 몇 알지 못했다.
그리고 켈렌은 결국, 학생의 마력을 살필 때마다 느껴졌던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인간이 아닌 학생이 좀 있긴 했지만, 눈앞의 학생은 너무나도 정교한 환상 마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었다.
켈렌은 마력 폭풍을 일으켜 학생의 곁에 얇지만 교묘하게 둘러진 환상 마법을 걷어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켈렌의 예리한 시선은 피하지 못했다.
몸 곳곳에 돋은 비늘과 입 속의 송곳니.
세로로 찢어진 동공과, 아직 발달하지 못한 날개.
손가락보다 작지만 선명한 뿔까지.
이 특징들이 말해주는 것은 명확했다.
"드래곤..."
텔라카 마법학교에는 드래곤이 다닌다.
자세히 들어보니 물리적으로 두드리는 소리보다는, 문에 걸린 마법을 후려치면서 나는 소음이었다.
"왜 이렇게 안 부서져! 이러다 깨시겠다!"
"괜찮아! 내 방음 마법까지 추가로 걸어뒀으니까!"
켈렌은 마력을 펼칠 필요도 없이, 지금 자신의 처소에 침입하려는 자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학생 둘.
그것도 상당히 수준이 낮은.
마력으로 마법을 때려서 부수는 작전은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걸었던 방음 마법에는 소홀해졌다.
그리고 사방으로 마력이 퍼지는 충격에 그 방음 마법이 해제된 것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만, 그만."
켈렌의 음성이 문 밖으로 퍼지자, 학생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임기응변이 뛰어난 듯한 학생 하나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가 준비돼서... 깨워드리려고 했는데."
"고맙구나. 금방 준비하고 나갈 테니 잠시 기다려주겠니?"
자상한 목소리로 부탁하자, 학생들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들떴다.
역시,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약한 켈렌다운 행보였다.
잠을 깨운 것 정도로는 화내지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일어날 시간대였으니까.
"우, 우와! 근사해요!"
대충 차려입고 나온 것인데도 학생들은 열렬히 반응해주었다.
이 맛에 교수 하는 건가.
"어디로 가면 될까? 어제는 식사를 대충 때워서 식당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구나."
학생들은 최고조로 들떠선 앞장을 섰다.
그들의 뒤를 얌전히 따라가자,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거대한 식당이 나타났다.
식당은 학교의 본관만큼이나 커다랬다.
"원하는 구역에서 식사를 하시면 돼요! 저희는 토마토 파스타와 양념 폭찹을 먹으러 갈 건데, 어떠세요?"
"흠. 혹시 식사 시간은 어느 정도 주어지니?"
"학생들은 1시간, 교수는 3시간이에요! 하지만 학생들이 모두 동의한다면 식당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드셔도 돼요. 실제로도 전적이 몇 번 있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켈렌은 얼음 분신을 마구 소환해 식당의 곳곳에 퍼지게 했다.
"학생 전원, 오늘은 식당에서 강의를 진행할 것인데, 혹시 불만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겠나?"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번엔 지루한 이론 대신, 실전에 관해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전부 이곳에 있으니 강의도 한결 편하리라.
"그건 비효율적이지. 카르델로 기하학을 유라타 공식으로 풀진 않잖니."
"그럼 위력이 떨어질 텐데? 아티팩트를 쓰거나 충분한 재료를 기반으로 연구를 더 해보는 건 어떨까."
"화염 원소 마력은 다루기 어려운 만큼 위력 하나는 끝내주지. 통제 방법은 많지만, 일단 마력 회로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란다."
하지만 켈렌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학생 전부가 모여 있으니 한번에 대답해야 하는 질문도 수십 개로 늘어난 것이다.
"후우."
얼음 분신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는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숨을 내쉰 켈렌은 마음을 먹었다.
성의가 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400에 달하는 얼음 분신이 학생을 네다섯씩 맡아서 관리하니, 훨씬 편했다.
켈렌은 다른 학생들을 분신들에게 맡기고, 원소 마력의 체질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왔다.
그 수가 서른 둘.
화염이 열하나.
물이 여덟.
대지가 셋.
바람이 다섯.
독이 하나.
얼음이 하나.
빛이 둘.
암흑이 하나.
"하아..."
켈렌은 학생들이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다양성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심지어는 모두 켈렌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자. 일단 분류를 좀 해볼까. 순수 마법을 시전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사람?"
전원이 손을 들었다.
역시 그렇겠지.
"그럼, 각자 원소 마법은 다들 얼마나 잘 하는지 한 번 볼 수 있을까?"
화염 계열의 학생들이 먼저 나섰다.
가장 간단한 '발화'를 시도한 학생들.
당연하다는 듯이 전원이 성공했다.
당연했다.
마력에 의지만 실으면 그게 마법으로 나오는데.
"다른 학생들도 해볼까?"
거의 모두가 자신의 마력이 띠는 원소 마법은 성공했다.
암흑 원소 마력의 학생은 자신이 마법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워 시전하지 못했다.
"괜찮아. 다음에 따로 한 번 해보자."
켈렌은 그 학생들에게 원소 마력의 체질인 마법사들은 어떻게 마법을 시전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그제야 켈렌은 본격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파스타와 폭찹은 차갑게 식었지만 켈렌은 양념까지 몽땅 먹어치웠다.
그리고 오믈렛과 간장 국수, 닭튀김과 해쉬브라운, 장어구이와 초콜릿, 과일빙수와 망고 주스까지 해치웠다.
그러고도 입맛을 다시는 켈렌을 보며, 학생들과 요리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가 엄청난 대식가라는 것은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쩌면 그의 엄청난 마력량은 이 식사량에 비례하는 것일지도...?
"켈렌 교수님."
식사를 막 마친 켈렌에게, 은빛 머리칼의 한 학생이 다가왔다.
순수한 마력이지만 그 흐름이 기묘하고, 양은 방대한, 마치 불규칙적으로 꼬여버린 실뭉치 같은 마력을 가진 학생이었다.
"제 마력을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막 호기심이 생긴 참이다.
봐주지 않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고, 봐줘야 할 이유는 몇 가지 있었다.
"그래. 일단 도서관으로 갈까."
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알고 있니?"
"작년부터 그랬어요."
"아마 마력량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겠지."
"맞아요. 지금도 간신히 통제하고 있어서... 폭주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켈렌은 학생을 격려했다.
자신이 곁에 있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저, 정말..."
"일단 마력 교란 문제부터 해결할까."
켈렌은 학생의 말을 끊고, 작업에 착수했다.
학생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 외의 망설임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됐다.
감정적인 언동은 이미 충분히 겪었다.
"마력 회로의 구성이나 배치에 비해서 마력이 과하게 많으면 마력 교란이 종종 일어나지. 보통은 마력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는데..."
켈렌은 은빛 머리의 학생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위화감이 드는 마력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력을 소모하지 않았군. 정확히는 마력 소모를 억눌렀어."
"마, 맞아요. 제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도 몰라서..."
"그래, 알고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게 독이 된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지."
켈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얼음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다만, 마법진을 그린 후에는 자신의 마력을 뽑아내, 학생의 마력만으로 발동되는 마법진이 되었다.
"마법 구축은 내가 도와줄 테니, 마법을 시전해봐."
"네? 정말... 해도 되는 건가요?"
"그래. 오히려 교란이 일어날 정도로 많이 쌓인 마력을 좀 해소해 줄 거다."
은빛 머리의 소년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더니, 마법진 위로 올라가 전신에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신으로 마력을 뿜어냈다간 금방 마력 탈진에 쓰러지기 십상이지만, 눈앞의 소년은 달랐다.
너무나도 많은 마력이 국소적인 신체부위로 빠져나갔다간 그 부위의 마력 회로가 금방 상해버릴 터.
"좋아. 잘하고 있다."
켈렌은 계속해서 그를 격려하며 그의 마력 순환과 회로, 그 외의 이모저모를 관찰했다.
"으윽...!"
소년의 마력이 점차 줄어들고, 정상적인 양이 남게 되자, 켈렌은 마법진을 훼손해 고의로 마법을 끊어냈다.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며 감사를 전하는 학생을 붙잡고, 켈렌은 충고를 남겼다.
"앞으로도 마력을 주기적으로 소진해라. 마력이 쌓이고 쌓여서 교란 정도로 안 끝나게 될 수 있으니."
"교장 선생님은 제가 성장하면서 해결될 거라고 하셨어요."
"아마 네 마력이 이렇게 빨리 회복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나보구나."
방금 켈렌도 두 눈으로 직접 마력이 소모되고 회복되는 모습을 봤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눈앞의 학생은 절대 일반적인 마법사의 인재가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러나 나이는 더욱 어린...
켈렌은 여태 느꼈던 그 위화감의 정체가 점점 명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내친 김에 마법도 좀 더 알려줄까."
"조, 좋아요! 마법도 몇 개 몰라서..."
"그래, 마력 소진이 두려워서 마법을 배우는 데에도 소극적이었겠구나. 정말 나랑... 비슷해."
순수 마법의 기본, 마력 이해부터 가르친 켈렌은 전율했다.
다른 학생들은 하루 종일, 짧아도 반나절이 걸리는 과정을 단 1시간 만에 몽땅 배운 것이다.
순수 마법 대부분과, 원소 마법의 이해까지 그렇게 단시간에 배운 마법사를, 켈렌은 몇 알지 못했다.
그리고 켈렌은 결국, 학생의 마력을 살필 때마다 느껴졌던 위화감을 알아차렸다.
인간이 아닌 학생이 좀 있긴 했지만, 눈앞의 학생은 너무나도 정교한 환상 마법에 의해 보호 받고 있었다.
켈렌은 마력 폭풍을 일으켜 학생의 곁에 얇지만 교묘하게 둘러진 환상 마법을 걷어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켈렌의 예리한 시선은 피하지 못했다.
몸 곳곳에 돋은 비늘과 입 속의 송곳니.
세로로 찢어진 동공과, 아직 발달하지 못한 날개.
손가락보다 작지만 선명한 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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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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