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반
조회 : 364 추천 : 0 글자수 : 4,423 자 2024-08-22
켈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태까지의 일들을 교장인 바넬라에게 말했더니, 그가 대뜸 '특별반'을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시간 날 때 가끔 봐주려고 했었던 게 완전히 전담 마크가 되어버렸다.
"교수님, 이럴 땐 어떻게 해요?"
하지만 그 덕이라고 할까, 소극적이던 학생들은 몹시 열성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마력이 적당히 있는데도 교란이 일어나는 건 회로가 이미 교란에 익숙해진 상태라서 그런 거다. 그럴 땐 좀 괴롭더라도 마력 회로를 먼저 교정해야지."
"에... 그건 좀..."
"안돼. 마법을 구성할 때 마력 교란이 일어나면 아예 다른 마법이 되거나, 마법 구성에 실패할 수 있다."
은빛 머리칼의 학생.
또 다른 정체는 드래곤.
하스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고작해야 10분도 걸리지 않을 간단한 문제였지만, 켈렌은 쉽게 해결해주지 않았다.
직접 해준다면야 배움의 속도는 빨라지고, 켈렌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해결해버리면 되니 머리를 많이 쓸 필요도 없어진다.
"마력 회로 교정에 차도가 보인다면 마법을 하나씩 알려주마."
"와! 정말요?"
"그래. 배우고 싶은 마법이 있다면 가져오거라."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 깃든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하스칼은 싱긋 웃었다.
"다른 학생들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과제 하나에 마법 하나. 그건 약속하겠다."
와, 와 하는 환호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켈렌의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특별반의 학생들은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켈렌과 그의 손과 칠판을 노려보았다.
"질문 받겠다."
"말씀해주신 것 중에 원소 마력을 순수 마력으로 다시 바꿔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순수 마력을 원소 마력으로 바꾼 뒤, 다시 순수 마력으로 바꾸는 과정.
사실 전투를 하거나 그냥 마법을 시전할 때는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마법 연구에는 몹시 중요한 과정이었다.
자신의 마력 운용에 오차가 있는지 점검하는 단계였으니까.
"마법 연구를 할 때는 이런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거나, 성공을 가장한 실패를 겪게 되니까."
켈렌은 멋있는 투로 말했고, 학생들은 간단히 걸려들었다.
지독하리만큼 순수한 선망의 눈빛이 켈렌을 향해 날아왔다.
"다른 질문?"
"사카란타 방정식에 유라 함수를 대입하면 안 되나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식에 갈가 공식을 대입해야 한단다. 사카란타-유라 풀이법은 다른 단계는 쉽지만 그 갈가 공식을 이용하는 식이 문제지."
"갈가 공식은 갈가라스 기하함수 풀이로 해석하면 되잖아요."
"일반적인 갈가 공식은 그렇겠지만, 대입된 갈가 공식은 방정식의 연산식이 세 개가 된단다. 갈가라스 기하함수는 연산식 다섯 개 이상인 식부터 풀 수 있으니까."
켈렌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정확히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있는 것인지를.
"하스칼, 과제는 다 해왔니?"
날이 갈수록 성장해가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는 것도 깨달은 참이었다.
그래서 켈렌은 더욱 하스칼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하스칼은 켈렌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네, 교수님."
하스칼은 심장 부근의 마력 회로를 드러냈다.
엉켜있던 부분은 완벽히 풀려서 몹시 원활히 마력이 순환되고 있었다.
"좋구나. 그럼 이번엔 어떤 마법을 배우고 싶니?"
"마력을 많이 쓰는 공격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음. 마력탄 같은 것은 어떨까? 마력을 꽤나 잡아먹기는 한다만."
"이거 말씀이세요?"
하스칼은 손가락을 들어보이더니, 마력을 모아 응축시켜서 쏘아보냈다.
정원의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흠, 거의 흡사하구나. 마력탄 자체의 형태를 고정하고, 발사할 때는 마력을 쓰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마법 이름만 듣고 실전한 건 대단했다."
켈렌이 웃으며 하스칼의 머리를 쓰다듬자 미숙한 학생이자 어린 드래곤은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러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 다른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불꽃을 일으키는 마법이라?"
"책에서 봤는데, 드래곤은 원래 불을 뿜는댔어요. 저는 드래곤이니까 불을 뿜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마법부터 배울래요."
"그래, 마침 쉬운 게 있단다."
켈렌은 '기초 화염 방사'를 알려주었다.
하스칼은 뛸듯이 기뻐하며 여기저기 불꽃을 일으키고 다니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털썩 앉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하스칼의 마력 회로가 격렬히 작동하고 있음을 켈렌은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초 화염 방사.
켈렌은 주위 학생들을 자신의 마력으로 보호했다.
하스칼의 화염 방사가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은 절대 '기초'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화염 기둥이라고 해야 할까, 화산 폭발 또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가까운 것이었다.
"와! 교수님 방금 보셨어요?"
"그래, 봤다. 대단하구나."
하스칼은 빙긋 웃으면서 한 번 더 시도하려다가, 마력 탈진으로 인해 쓰러졌다.
방금의 마법에 너무 열정적으로 달려든 탓이었다.
"마법에 마력을 쏟아붓지는 말거라. 언제나 마력이 1순위니까. 마법이 없다한들 마력으로 싸울 수는 있지만, 마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스칼은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켈렌은 이에 쉬는 시간을 선언하고, 바넬라를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분신에게 시켰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때쯤, 바넬라가 정원에 도착했다.
그에게 학생들의 성과를 보여주자 바넬라는 경악에 가까운 기쁨과 환희를 보여주었다.
"역시 켈렌 님이십니다! 정말 뛰어난 교육자십니다!"
켈렌은 교육자고 뭐고 들어가서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교장과 학생들은 그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좀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체계를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여러 분야에 관한 강의를 심화적으로 진행하되 공평하게 희망하는 학생 전원을 수강시킨다..."
"그렇습니다. 특별반을 위한 시간은 빼두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 빼뒀겠지... 빌어먹을."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특별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은 교장의 횡포에 고통받는 교수를 보고도 불쌍하다 생각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거기에 오히려 교장보다 더한 횡포를 저지르고 말았다.
"교수님! 이거 보세요!"
충분히 다듬지 않은 원소 마력으로 마법을 쓰게 되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네 번이나 말헀거늘.
켈렌은 점점 부피를 늘려가며 학생의 마력을 뽑아먹는 암흑 덩어리에게 마력을 퍼부어 준 뒤, 학생을 마법으로부터 강제로 떼어냈다.
마력 회로에 조금 무리가 가겠지만 어쩌겠는가.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암흑 마법인 '탐식물질'을 부족하게나마 만들어낸 탓이리라.
"으음."
얼음 기둥에 탐식물질을 봉인시키고, 그대로 압축해 작게 축소시킨 켈렌은 그것을 품안에 넣었다.
바넬라는 기겁을 하며 마력 과부하로 소멸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켈렌은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기절했지만, 학생은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간단하게나마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경각심을 주는 것도 겸해서 말이다.
이에 바넬라는 깊이 감동하여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켈렌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넬라가 또 어떤 교육적 구상을 위해 교장실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켈렌은 학생들의 질문에 또 다시 답을 해주고 있었다.
강의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을 깨달은 건 무려 26개의 질문에 답을 해준 후였다.
"후우, 얘들아. 나머지 질문은 다음 강의 시간에 마저 하려무나."
"하나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그것도 벌써 세 번은 더 들었단다."
특별반 학생들은 어째선지 다른 학생들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마법에 매달리는 것 같군.
켈렌은 그리 생각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의 얼음 분신이 일어나서 먹을 음식을 좀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좀 쉬어야 했다.
"슬슬 때가 됐나."
켈렌은 마력을 체내로 끌어들여 숨기며 중얼거렸다.
그가 마계의 왕을 직접 뽑아 앉힌 뒤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그 비열한 마족 놈들이 수를 쓸 때가 되었을 터.
어린 마왕을 조종한다거나, 마왕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는, 그냥 죽여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마계와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다시 순찰을 나갈 시간이었다.
여태까지의 일들을 교장인 바넬라에게 말했더니, 그가 대뜸 '특별반'을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시간 날 때 가끔 봐주려고 했었던 게 완전히 전담 마크가 되어버렸다.
"교수님, 이럴 땐 어떻게 해요?"
하지만 그 덕이라고 할까, 소극적이던 학생들은 몹시 열성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마력이 적당히 있는데도 교란이 일어나는 건 회로가 이미 교란에 익숙해진 상태라서 그런 거다. 그럴 땐 좀 괴롭더라도 마력 회로를 먼저 교정해야지."
"에... 그건 좀..."
"안돼. 마법을 구성할 때 마력 교란이 일어나면 아예 다른 마법이 되거나, 마법 구성에 실패할 수 있다."
은빛 머리칼의 학생.
또 다른 정체는 드래곤.
하스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고작해야 10분도 걸리지 않을 간단한 문제였지만, 켈렌은 쉽게 해결해주지 않았다.
직접 해준다면야 배움의 속도는 빨라지고, 켈렌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냥 해결해버리면 되니 머리를 많이 쓸 필요도 없어진다.
"마력 회로 교정에 차도가 보인다면 마법을 하나씩 알려주마."
"와! 정말요?"
"그래. 배우고 싶은 마법이 있다면 가져오거라."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 깃든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하스칼은 싱긋 웃었다.
"다른 학생들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과제 하나에 마법 하나. 그건 약속하겠다."
와, 와 하는 환호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켈렌의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특별반의 학생들은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켈렌과 그의 손과 칠판을 노려보았다.
"질문 받겠다."
"말씀해주신 것 중에 원소 마력을 순수 마력으로 다시 바꿔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순수 마력을 원소 마력으로 바꾼 뒤, 다시 순수 마력으로 바꾸는 과정.
사실 전투를 하거나 그냥 마법을 시전할 때는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마법 연구에는 몹시 중요한 과정이었다.
자신의 마력 운용에 오차가 있는지 점검하는 단계였으니까.
"마법 연구를 할 때는 이런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거나, 성공을 가장한 실패를 겪게 되니까."
켈렌은 멋있는 투로 말했고, 학생들은 간단히 걸려들었다.
지독하리만큼 순수한 선망의 눈빛이 켈렌을 향해 날아왔다.
"다른 질문?"
"사카란타 방정식에 유라 함수를 대입하면 안 되나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식에 갈가 공식을 대입해야 한단다. 사카란타-유라 풀이법은 다른 단계는 쉽지만 그 갈가 공식을 이용하는 식이 문제지."
"갈가 공식은 갈가라스 기하함수 풀이로 해석하면 되잖아요."
"일반적인 갈가 공식은 그렇겠지만, 대입된 갈가 공식은 방정식의 연산식이 세 개가 된단다. 갈가라스 기하함수는 연산식 다섯 개 이상인 식부터 풀 수 있으니까."
켈렌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정확히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있는 것인지를.
"하스칼, 과제는 다 해왔니?"
날이 갈수록 성장해가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는 것도 깨달은 참이었다.
그래서 켈렌은 더욱 하스칼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하스칼은 켈렌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네, 교수님."
하스칼은 심장 부근의 마력 회로를 드러냈다.
엉켜있던 부분은 완벽히 풀려서 몹시 원활히 마력이 순환되고 있었다.
"좋구나. 그럼 이번엔 어떤 마법을 배우고 싶니?"
"마력을 많이 쓰는 공격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음. 마력탄 같은 것은 어떨까? 마력을 꽤나 잡아먹기는 한다만."
"이거 말씀이세요?"
하스칼은 손가락을 들어보이더니, 마력을 모아 응축시켜서 쏘아보냈다.
정원의 바위가 산산조각이 났다.
"흠, 거의 흡사하구나. 마력탄 자체의 형태를 고정하고, 발사할 때는 마력을 쓰지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마법 이름만 듣고 실전한 건 대단했다."
켈렌이 웃으며 하스칼의 머리를 쓰다듬자 미숙한 학생이자 어린 드래곤은 수줍게 미소지었다.
그러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 다른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불꽃을 일으키는 마법이라?"
"책에서 봤는데, 드래곤은 원래 불을 뿜는댔어요. 저는 드래곤이니까 불을 뿜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마법부터 배울래요."
"그래, 마침 쉬운 게 있단다."
켈렌은 '기초 화염 방사'를 알려주었다.
하스칼은 뛸듯이 기뻐하며 여기저기 불꽃을 일으키고 다니다가, 갑자기 땅바닥에 털썩 앉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하스칼의 마력 회로가 격렬히 작동하고 있음을 켈렌은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초 화염 방사.
켈렌은 주위 학생들을 자신의 마력으로 보호했다.
하스칼의 화염 방사가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은 절대 '기초'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화염 기둥이라고 해야 할까, 화산 폭발 또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가까운 것이었다.
"와! 교수님 방금 보셨어요?"
"그래, 봤다. 대단하구나."
하스칼은 빙긋 웃으면서 한 번 더 시도하려다가, 마력 탈진으로 인해 쓰러졌다.
방금의 마법에 너무 열정적으로 달려든 탓이었다.
"마법에 마력을 쏟아붓지는 말거라. 언제나 마력이 1순위니까. 마법이 없다한들 마력으로 싸울 수는 있지만, 마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스칼은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켈렌은 이에 쉬는 시간을 선언하고, 바넬라를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분신에게 시켰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때쯤, 바넬라가 정원에 도착했다.
그에게 학생들의 성과를 보여주자 바넬라는 경악에 가까운 기쁨과 환희를 보여주었다.
"역시 켈렌 님이십니다! 정말 뛰어난 교육자십니다!"
켈렌은 교육자고 뭐고 들어가서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교장과 학생들은 그를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좀 더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체계를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여러 분야에 관한 강의를 심화적으로 진행하되 공평하게 희망하는 학생 전원을 수강시킨다..."
"그렇습니다. 특별반을 위한 시간은 빼두었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 빼뒀겠지... 빌어먹을."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켈렌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특별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은 교장의 횡포에 고통받는 교수를 보고도 불쌍하다 생각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거기에 오히려 교장보다 더한 횡포를 저지르고 말았다.
"교수님! 이거 보세요!"
충분히 다듬지 않은 원소 마력으로 마법을 쓰게 되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네 번이나 말헀거늘.
켈렌은 점점 부피를 늘려가며 학생의 마력을 뽑아먹는 암흑 덩어리에게 마력을 퍼부어 준 뒤, 학생을 마법으로부터 강제로 떼어냈다.
마력 회로에 조금 무리가 가겠지만 어쩌겠는가.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암흑 마법인 '탐식물질'을 부족하게나마 만들어낸 탓이리라.
"으음."
얼음 기둥에 탐식물질을 봉인시키고, 그대로 압축해 작게 축소시킨 켈렌은 그것을 품안에 넣었다.
바넬라는 기겁을 하며 마력 과부하로 소멸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켈렌은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기절했지만, 학생은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간단하게나마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경각심을 주는 것도 겸해서 말이다.
이에 바넬라는 깊이 감동하여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이 되었지만, 켈렌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넬라가 또 어떤 교육적 구상을 위해 교장실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켈렌은 학생들의 질문에 또 다시 답을 해주고 있었다.
강의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것을 깨달은 건 무려 26개의 질문에 답을 해준 후였다.
"후우, 얘들아. 나머지 질문은 다음 강의 시간에 마저 하려무나."
"하나만 더 해주시면 안 돼요?"
"그것도 벌써 세 번은 더 들었단다."
특별반 학생들은 어째선지 다른 학생들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마법에 매달리는 것 같군.
켈렌은 그리 생각하며 숙소로 향했다.
그의 얼음 분신이 일어나서 먹을 음식을 좀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좀 쉬어야 했다.
"슬슬 때가 됐나."
켈렌은 마력을 체내로 끌어들여 숨기며 중얼거렸다.
그가 마계의 왕을 직접 뽑아 앉힌 뒤로 시간이 좀 지났으니, 그 비열한 마족 놈들이 수를 쓸 때가 되었을 터.
어린 마왕을 조종한다거나, 마왕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다거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는, 그냥 죽여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마계와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다시 순찰을 나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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