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를 만나다
조회 : 380 추천 : 0 글자수 : 4,588 자 2024-08-25
켈렌은 빙룡을 타고 마계와 인간계의 접경 지역까지 쭉 날아갔다.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마경으로 성장할 마력이 풍부한 지역이 좀 있다거나, 도적 떼에게 고통받는 제국 상인들.
켈렌은 본인의 방식대로 해결한 뒤 계속해서 목적지로 날아갔다.
교수의 업은 분신에게 맡겨둔 상태였다.
바넬라와 다른 교수들을 제외하면 얼음 분신이라는 것을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됐지.
게다가 켈렌이 요 근래 학생들을 얼마나 성실히 가르쳤는지는 모두가 알았기에, 하루이틀 정도는 꼼수를 부려도 봐줄 터였다.
"음."
오래전에 한 번 방문했었던 성이 눈에 보였다.
그때의 싸움으로 꽤나 부서졌을 텐데, 추억을 회상시킬 정도로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구역질이 났지만 켈렌은 빙룡의 등 위에 토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천천히."
대신 녀석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나아갔다.
괜히 오해를 살만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테니.
하지만 거대한 용의 형태를 한 얼음 덩어리가 날아드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마왕성 측에서 먼저 마법이 몇 발 날아들었다.
어렵지 않게 막아낸 켈렌은, 공격이 날아온 방향 그대로 대응사격을 해주었다.
고급 마법을 장전한 자동요격시스템이 얼어붙어 못 쓰게 된 것은 당연지사.
그러자 마왕성에선 날개 달린 마족 병사가 튀어나왔다.
켈렌을 못 알아보고 공격해왔지만, 결과는 뻔했다.
얼음 덩어리로 변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러기를 서너 번 반복하자, 마왕성에서는 드디어 현명한 대처를 했다.
"죄송합니다, 켈렌 님. 요새 마계가 조금 흉흉한 편이다보니..."
"내가 들쑤셔놓고 가서 그런 거겠지."
"...당치도 않습니다."
"않긴 개뿔이. 이런 건 그냥 긍정해도 돼. 기분 잡치면 죽이는 미친놈이지만 이런 건 관대하게 봐준다."
"...아닙니다. 실제로도 몇몇 귀족 놈들이..."
"누군데?"
"괜히 더러운 피를 묻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해결하고 잘 두드려놓을 테니..."
"알아서 잘 해라. 믿는다."
마왕성의 고위 간부가 날아와 직접 켈렌을 맞이했다.
마왕은 지금 교육을 받느라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슨 교육을 받고 있지?"
"여러 이론 교육과 무술, 마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 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지. 인간계로 쳐들어오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고위 간부의 마력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정곡을 찔렀다는 이야기.
하지만 켈렌은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어차피 마계와 인간계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평화는 이룰 수 없으니까.
아니, 통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불화가 싹트고 전쟁으로 치닫는데, 인간계와 마계라면 또 어떨까.
"안내해라."
"예? 어떤..."
"마왕에게로. 마왕이 잘 있나 보러 온 거니까."
고위 간부는 공포와 증오와 별개로, 켈렌을 참 별난 인간이라 판단했다.
마왕을 돌보는 용사라니.
그 옛날 동화와는 사뭇 다른 내용의 현실이 아닌가.
"여, 잘 있었나?"
검술 대련을 하는 도중인지, 목검을 든 카토가 보였다.
마족 소년은 켈렌과 눈이 마주치자 두려움에 얼어붙었고, 상대방의 목검에 거의 맞을 뻔 했다.
"집중해야지, 카토."
켈렌의 얼음 분신이 그 목검을 대신 맞고 박살났다.
카토는 벌벌 떨면서 켈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토의 어설픈 인사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켈렌은 그만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이 주변 마족들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었는지는 모르는 채로.
"그래, 마왕은 잘 되어가고 있니?"
"네? 아,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흠. 마법은 누구한테 배우고 있지? 불러와봐라."
이윽고 카토의 마법 선생이 끌려오자, 켈렌은 미심쩍은 눈으로 젊은 마법 스승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봐줄만한 실력이긴 하지만, 누굴 가르치는 건 별개인 법.
켈렌은 그 자리에서 다음 마법 수업에 참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젊은 마족 선생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상황에선 라그로스 함수와 아이오가 방정식을 동시에 쓰는데..."
그리고 켈렌은 꽤 놀랐다.
이 젊은 선생은 가르치는 것에 상당히 능숙했고, 그 내용도 켈렌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좋군. 그럼 실전 경험은 얼마나 있지?"
"매번 수업이 끝나면 실제로 시전해보게 합니다."
"...좋군."
카토-마왕 만들기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더욱 잘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한 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식사나 한 끼 대접받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카토가 그를 불렀다.
"저, 켈렌 님. 대련을 한 번 부탁드려도..."
"안 될 거 없지. 당장 준비시켜라."
"대련장을 열어라!"
마왕답게 명령하는 카토를 보고, 켈렌은 감동에 젖어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
"폐하! 안 됩니다! 아직은...!"
"조용히. 집중에 방해된다."
제멋대로 구는 카토를 보자 결국 감동의 눈물은 흘렀다.
"마왕과의 결투라. 오랜만인데."
"봐주십시오. 전 아직 약하니까."
"...지나치게 당당하군. 그게 마음에 들어. 그럼 그러도록 할까."
켈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토가 냅다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날카롭게 벼린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의 손이 닿은 부위가 깔끔하게 도려내질 터.
"좋은 공격이군."
하지만 켈렌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평범한 정령도 아니었고.
켈렌은 얼음 분신을 둘 소환했다.
봐준다고는 했지만 카토의 전력이 어떤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카토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면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 움직이자, 켈렌은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이만한 마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과연 마왕의 잠재력을 지닌 존재였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 켠에 두려움이 일었다.
이 마족 소년이 성장해 마왕이 되면, 그를 막을 자가 누구일까.
인간계의 멸망이 그때일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순수 마력만으로 분신을 하나 만들어낸 카토에게 칭찬을 날리며, 켈렌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카토는 마력을 한 점에 집중, 켈렌의 마법을 흩뜨리고 역으로 자신의 미완성된 마법을 날렸다.
미완성된 마법은 완벽하게 구성되지 않은 마법.
해체도 어려울 뿐더러 어떤 마법인지 완성되기 전까지는 모르는 미지수.
하지만 그 또한 켈렌에겐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다.
"음."
경험과 지식 모두 카토를 월등히 앞서는 켈렌에겐 그런 공격을 막아낼 수가 금방 여섯 가지나 떠올랐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신을 희생시키는 것이겠지만, 카토의 의욕을 확 꺾었다간 성장에 방해만 될 터.
켈렌은 미완성 마법을 직접 맞아주었다.
하지만 얇은 얼음 방어막을 두른 채였다.
카토는 실망하는 대신 마력을 거대한 창의 형태로 바꿔 그대로 발사했다.
켈렌은 피하는 대신, 그것에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발을 굴러 얼음 기둥을 여럿 만들어내 카토를 가둬버렸다.
콰앙-!
카토가 얼음 감옥을 부숴버리고 탈출하자, 켈렌은 그에 맞춰 얼음 분신들을 보냈다.
각종 무기를 든 분신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카토는 쏜살같이 날아와 켈렌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하지만 켈렌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 무술을 수련해왔던 마법사.
마왕이라고는 해도 꼬맹이의 주먹에 순순히 맞아줄 사람은 아니었다.
"미숙하구나!"
켈렌은 냉기를 내뿜어 카토의 몸을 둔하게 만들고, 얼음검을 만들어냈다.
카토는 자신의 마력을 폭발시켜 켈렌의 냉기를 밀어내고, 암흑의 검을 만들었다.
두 강자의 마력이 충돌하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위를 흩어놓았다.
카토의 검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켈렌도 집중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결국 그뿐이었다.
그 무엇도 켈렌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아직은 미숙한 소년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져, 졌습니다."
"다음엔 맨몸 격투든, 마법이든, 검술이든. 하나라도 나를 놀래켜보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셋 다 놀래켜 드리겠습니다."
"그래야지."
켈렌은 어째선지 학생이 하나 더 늘어난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마왕을 보좌하는 신하들은 어째서 제국의 고위 인사가 마왕성에서 밥까지 얻어먹고 가는가에 대해 토론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켈렌은 마족 기준 7인분의 식사를 해치운 뒤,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젊은 선생을 데려와라."
하지만 가기 전에, 켈렌은 카토의 마법 선생을 한 번 더 보고 갈 생각이었다.
"카토에게 시공간과 절대 마법을 가르쳐라. 언제가 되었든 상관 없다. 마왕이 되어 인간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을 때, 시공간을 뒤틀고 절대적인 위력의 마법을 쓰게 해라."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명령만을 받은 젊은 마족 선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켈렌은 그 대답을 받고 나서야 빙룡을 타고 인간계로 되돌아갔다.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마경으로 성장할 마력이 풍부한 지역이 좀 있다거나, 도적 떼에게 고통받는 제국 상인들.
켈렌은 본인의 방식대로 해결한 뒤 계속해서 목적지로 날아갔다.
교수의 업은 분신에게 맡겨둔 상태였다.
바넬라와 다른 교수들을 제외하면 얼음 분신이라는 것을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됐지.
게다가 켈렌이 요 근래 학생들을 얼마나 성실히 가르쳤는지는 모두가 알았기에, 하루이틀 정도는 꼼수를 부려도 봐줄 터였다.
"음."
오래전에 한 번 방문했었던 성이 눈에 보였다.
그때의 싸움으로 꽤나 부서졌을 텐데, 추억을 회상시킬 정도로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구역질이 났지만 켈렌은 빙룡의 등 위에 토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천천히."
대신 녀석의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나아갔다.
괜히 오해를 살만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테니.
하지만 거대한 용의 형태를 한 얼음 덩어리가 날아드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마왕성 측에서 먼저 마법이 몇 발 날아들었다.
어렵지 않게 막아낸 켈렌은, 공격이 날아온 방향 그대로 대응사격을 해주었다.
고급 마법을 장전한 자동요격시스템이 얼어붙어 못 쓰게 된 것은 당연지사.
그러자 마왕성에선 날개 달린 마족 병사가 튀어나왔다.
켈렌을 못 알아보고 공격해왔지만, 결과는 뻔했다.
얼음 덩어리로 변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러기를 서너 번 반복하자, 마왕성에서는 드디어 현명한 대처를 했다.
"죄송합니다, 켈렌 님. 요새 마계가 조금 흉흉한 편이다보니..."
"내가 들쑤셔놓고 가서 그런 거겠지."
"...당치도 않습니다."
"않긴 개뿔이. 이런 건 그냥 긍정해도 돼. 기분 잡치면 죽이는 미친놈이지만 이런 건 관대하게 봐준다."
"...아닙니다. 실제로도 몇몇 귀족 놈들이..."
"누군데?"
"괜히 더러운 피를 묻히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해결하고 잘 두드려놓을 테니..."
"알아서 잘 해라. 믿는다."
마왕성의 고위 간부가 날아와 직접 켈렌을 맞이했다.
마왕은 지금 교육을 받느라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슨 교육을 받고 있지?"
"여러 이론 교육과 무술, 마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 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지. 인간계로 쳐들어오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고위 간부의 마력이 크게 움츠러들었다.
정곡을 찔렀다는 이야기.
하지만 켈렌은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어차피 마계와 인간계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평화는 이룰 수 없으니까.
아니, 통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불화가 싹트고 전쟁으로 치닫는데, 인간계와 마계라면 또 어떨까.
"안내해라."
"예? 어떤..."
"마왕에게로. 마왕이 잘 있나 보러 온 거니까."
고위 간부는 공포와 증오와 별개로, 켈렌을 참 별난 인간이라 판단했다.
마왕을 돌보는 용사라니.
그 옛날 동화와는 사뭇 다른 내용의 현실이 아닌가.
"여, 잘 있었나?"
검술 대련을 하는 도중인지, 목검을 든 카토가 보였다.
마족 소년은 켈렌과 눈이 마주치자 두려움에 얼어붙었고, 상대방의 목검에 거의 맞을 뻔 했다.
"집중해야지, 카토."
켈렌의 얼음 분신이 그 목검을 대신 맞고 박살났다.
카토는 벌벌 떨면서 켈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카토의 어설픈 인사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켈렌은 그만 웃고 말았다.
그 웃음이 주변 마족들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었는지는 모르는 채로.
"그래, 마왕은 잘 되어가고 있니?"
"네? 아,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흠. 마법은 누구한테 배우고 있지? 불러와봐라."
이윽고 카토의 마법 선생이 끌려오자, 켈렌은 미심쩍은 눈으로 젊은 마법 스승을 바라보았다.
상당히 봐줄만한 실력이긴 하지만, 누굴 가르치는 건 별개인 법.
켈렌은 그 자리에서 다음 마법 수업에 참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젊은 마족 선생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상황에선 라그로스 함수와 아이오가 방정식을 동시에 쓰는데..."
그리고 켈렌은 꽤 놀랐다.
이 젊은 선생은 가르치는 것에 상당히 능숙했고, 그 내용도 켈렌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좋군. 그럼 실전 경험은 얼마나 있지?"
"매번 수업이 끝나면 실제로 시전해보게 합니다."
"...좋군."
카토-마왕 만들기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더욱 잘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한 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식사나 한 끼 대접받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카토가 그를 불렀다.
"저, 켈렌 님. 대련을 한 번 부탁드려도..."
"안 될 거 없지. 당장 준비시켜라."
"대련장을 열어라!"
마왕답게 명령하는 카토를 보고, 켈렌은 감동에 젖어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
"폐하! 안 됩니다! 아직은...!"
"조용히. 집중에 방해된다."
제멋대로 구는 카토를 보자 결국 감동의 눈물은 흘렀다.
"마왕과의 결투라. 오랜만인데."
"봐주십시오. 전 아직 약하니까."
"...지나치게 당당하군. 그게 마음에 들어. 그럼 그러도록 할까."
켈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토가 냅다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날카롭게 벼린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의 손이 닿은 부위가 깔끔하게 도려내질 터.
"좋은 공격이군."
하지만 켈렌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평범한 정령도 아니었고.
켈렌은 얼음 분신을 둘 소환했다.
봐준다고는 했지만 카토의 전력이 어떤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카토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면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 움직이자, 켈렌은 보기 드물게 당황했다.
이만한 마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과연 마왕의 잠재력을 지닌 존재였다.
그리고 동시에 마음 한 켠에 두려움이 일었다.
이 마족 소년이 성장해 마왕이 되면, 그를 막을 자가 누구일까.
인간계의 멸망이 그때일까?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순수 마력만으로 분신을 하나 만들어낸 카토에게 칭찬을 날리며, 켈렌은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카토는 마력을 한 점에 집중, 켈렌의 마법을 흩뜨리고 역으로 자신의 미완성된 마법을 날렸다.
미완성된 마법은 완벽하게 구성되지 않은 마법.
해체도 어려울 뿐더러 어떤 마법인지 완성되기 전까지는 모르는 미지수.
하지만 그 또한 켈렌에겐 어린애 장난에 불과했다.
"음."
경험과 지식 모두 카토를 월등히 앞서는 켈렌에겐 그런 공격을 막아낼 수가 금방 여섯 가지나 떠올랐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분신을 희생시키는 것이겠지만, 카토의 의욕을 확 꺾었다간 성장에 방해만 될 터.
켈렌은 미완성 마법을 직접 맞아주었다.
하지만 얇은 얼음 방어막을 두른 채였다.
카토는 실망하는 대신 마력을 거대한 창의 형태로 바꿔 그대로 발사했다.
켈렌은 피하는 대신, 그것에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발을 굴러 얼음 기둥을 여럿 만들어내 카토를 가둬버렸다.
콰앙-!
카토가 얼음 감옥을 부숴버리고 탈출하자, 켈렌은 그에 맞춰 얼음 분신들을 보냈다.
각종 무기를 든 분신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카토는 쏜살같이 날아와 켈렌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하지만 켈렌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 무술을 수련해왔던 마법사.
마왕이라고는 해도 꼬맹이의 주먹에 순순히 맞아줄 사람은 아니었다.
"미숙하구나!"
켈렌은 냉기를 내뿜어 카토의 몸을 둔하게 만들고, 얼음검을 만들어냈다.
카토는 자신의 마력을 폭발시켜 켈렌의 냉기를 밀어내고, 암흑의 검을 만들었다.
두 강자의 마력이 충돌하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주위를 흩어놓았다.
카토의 검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켈렌도 집중해야 할 정도로.
하지만 결국 그뿐이었다.
그 무엇도 켈렌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아직은 미숙한 소년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져, 졌습니다."
"다음엔 맨몸 격투든, 마법이든, 검술이든. 하나라도 나를 놀래켜보라고."
"열심히 노력해서 셋 다 놀래켜 드리겠습니다."
"그래야지."
켈렌은 어째선지 학생이 하나 더 늘어난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마왕을 보좌하는 신하들은 어째서 제국의 고위 인사가 마왕성에서 밥까지 얻어먹고 가는가에 대해 토론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켈렌은 마족 기준 7인분의 식사를 해치운 뒤,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젊은 선생을 데려와라."
하지만 가기 전에, 켈렌은 카토의 마법 선생을 한 번 더 보고 갈 생각이었다.
"카토에게 시공간과 절대 마법을 가르쳐라. 언제가 되었든 상관 없다. 마왕이 되어 인간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을 때, 시공간을 뒤틀고 절대적인 위력의 마법을 쓰게 해라."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명령만을 받은 젊은 마족 선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켈렌은 그 대답을 받고 나서야 빙룡을 타고 인간계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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