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언제 말해 줄 것인가?"


나는 지금 벨루스에게 심문 비슷한 걸 하는 중이다.


"...정 그렇게 원하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제 운명은 대공님께 달려있는 것 같으니까요."


7일 동안 생각이 바뀌었는지 순순히 털어놓겠다고 한다.


"그래서, 왕비가 동맹을 맺고 끌어들이려는 나라가 무엇인가?"


때는 거슬러 5일 전,
나는 벨루스 기사단장에게서 최대한 정보를 빼내고자 면담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그 자가 "환경과 대우가 달라지면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라며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나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왕비께서 타국을 끌어들이려고 하는데, 대공님, 이런 생활도 끝납니다."


자신도 아차 싶었는지 깜짝 놀라며 입을 막았다.
나는 옳다구나 하고 심문을 계속해서 진행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는 약간 말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입을 열었다.


"이 나라, 레니스 서쪽 경계에 바로 붙어있는 카니아 상업 동맹입니다."


카니아 상업 동맹,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육로 물류로 성장한 국가이다.
상업 중심인 국가답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국가이다.

아버지와 형이 황제로 자리잡고 있을 때만 해도 카니아와 제국의 관계는 영 좋지 못한 편이었다.
정확히는 얼마 전까지도 완화되었다지만 약간 묘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궁지에 몰리자, 왕비가 카니아와 손을 잡아서라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카니아의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이번 기회로 우리 레니스와의 관계를 개선해.
대륙 동부 해안을 통한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동쪽 대륙의 국가들고 교역하기에는 레니스의 동부 해안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카니아와 제국이 손을 잡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카니아의 거대한 자본이 아니다.
자본으로 엄청난 용병과 군인을 영입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동맹을 빌미로 교역로를 개척한다면,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동쪽 대륙 국가들과 교류하던 소상인들에게 큰 타격이 갈 것이다.
그런 소상인들이 제국의 중산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번 일로 중산층이 몰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왕비는 제 처자식을 인질로 두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도중 벨루스가 말했다.
그의 이렇게 약해보이는 모습은 처음 봤다.


"말해주어서 감사하오. 걱정마시오."


나는 생각은 나중에 더 해보기로 하고 집무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