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테럴드가 나도 모르게 잡아 놨다는 '대면 회의'.

지금으로부터 7일 전, 편지를 보냈는데
3일 전에 대면 회의를 하자는 답장이 왔다고 한다.


카니아 상업 동맹은 국가가 아닌 '동맹'의 형태를 띄기 때문에,
정부가 아니라 상인들이 주도하는 '카니아 상업 협회'가 실질적으로 동맹을 운영한다.

내가 오늘 찾아가게 된 곳은 카니아 상업 동맹의 수도, 카니아.
물론 테럴드도 같이 따라왔다.
상업도시 카니아에 위치한, 사실상 황궁이나 다름 없는,
'카니아 상업 협회 카니아 지부' 저택에 갔다.

문지기에게 내 이름을 대니 문을 열어줬다.

건물 안은 돈 많은 상인 답지 않게 꽤나 검소했다.
복도는 천장이 높지만 그림이나 장식 없이 벽돌로 되어있었다.

이때, 길을 안내해주며 옆에서 이끌던 집사가 말했다.


"주인님, 그러니까 카피터 협회장님께서는 항상 손님들의 행복을 바라십니다."


내가 말을 듣고 멈추자, 이어서 말했다.


"그렇기에 검소하게 살면서 지출을 줄여서라도 가격을 낮추고 품질은 올리려고 하시죠."

"검소하게 살면서 이익은 고객에게 돌린다. 그것 참 좋은 신념이네요."


나는 집사에게 협회장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어느샌가 회의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집사는 내게 먼저 앉아 있으라는 손짓을 보여준다.
그렇게 나는 테럴드와 함께 회의실 탁자 앞에 앉게 되었다.

얼마 정도 지났을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손님분들을 기다리시게 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협회장 카피터 카니아라고 합니다."

"성이 카니아군요."

"네, 초창기 7명이서 카니아 상업 동맹을 세울 때 이 도시의 이름 '카니아'를 따서 성을 모두 카니아로 바꿨습니다."

"그럼 원래 성씨는 따로 있는 거로군요."

"네, 루보스입니다. 루보스 상회의 회장으로서 레니스에서 유명했지요"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다 했다.
아무튼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피터 협회장이 끼어들었다.


"압니다. 지원을 끊어라는 거죠. 지원을 끊을 테니 걱정은 마십시요."


나는 예상치 못한 말에 깜짝 놀랐다.
협회장은 말을 덧붙였다.


"가래 상대로서는 제국과 왕비보다는 대공님이 훨씬 좋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