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점 1화
조회 : 1,135 추천 : 1 글자수 : 5,092 자 2023-10-09
#. 프롤로그
로봇, 드론,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 등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들...
발전된 도시 속, 도로 위를 달리는 첨단 운송수단과 그 풍경 너머 보이는
변함없는 국회의사당의 모습.
국회, 정치인들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의원1 : 복원은 절대 안 됩니다! 연구고 사업이고 절대 허가해줄 수 없어요!
의원2 : 맞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공멸의 길로 가는 거예요!
동조와 반발의 고성.
의원3 : 그럼 지금까지 지원 예산 들어간 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의원4 : 맞아요, 무조건 내가 모르니까 반대부터 하고 보는데, 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건지...
말도 끝나기 전에 고성과 야유, 욕설이 난무한다.
거리 시민들의 인터뷰.
시민1 : 제 주변 사람들 다 반대예요. 문제가 없겠어요? 순리를 거스르는 건데...
시민2 :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안전만 입증되면 활용해야죠. 우리 인생을 바꿔주는 기술인데.
‘3C’사 앞, 위압감을 주는 거대한 ‘3C’ 현판 아래 군중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앞, 해산을 시도하고 있는 무장한 전투경찰들.
기자 : (V.O) 오늘도 복원 개발사 3C 사옥 앞에서는 복원기술 반대단체와 찬성단체가 충돌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 병력까지 뒤섞이며 혼란 그 자체인데요. 과연 복원 기술의 앞날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순간 펑 펑.. 최루탄이 터지고 흩어지는 군중들..
시야가 온통 연기로 뒤덮인다.
그 위로 ‘복원점’
서서히 연기가 걷히고 나면
다시 ‘3C’ 사 건물 앞...
오가는 차량과 행인들... 혼란이 사라진 일상적 풍경이다.
자막
미래 어느 날,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 복원점을 설정해 두고 예기치 못한 불행에 직면했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 ‘3C’사 처치실 (D)
10대 중반 쯤 된 남녀 아이들이 검진복 차림으로 연구원들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연구원들이 차례로 이들 몸에 생체 칩을 삽입한다.
목덜미 아래 주입기를 쏘는 연구원. 약간의 통증을 느끼며 돌아서는 아이들..
그 살갗엔 작은 동전 크기의 ‘3C' 로고 모양의 붉은 흔적이 도드라져 있다.
앞에 선 여자아이가 칩을 삽입 받는 걸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는 선유, 이내 자신의 차례가 되자 연구원 앞에 몸을 맡기고 눈을 질끈 감는다. 칙! 소리와 함께 끝나버리는 삽입.
목덜미를 만지려 하자 제지하는 연구원, 단말기 버튼을 조작해 선유의 주입을 기록한다.
#. ‘3C'사 상담실 (D)
상담 부스 안의 상담원이 스크린 위 선유 프로필 창을 슬라이드 해
선유의 부모 앞에 보여준다.
상담원 : 따님 칩이 활성화 됐습니다.
선유의 칩 상태가 ‘정상’으로 표시돼 보인다.
상기된 표정의 선유 모 혜미와 탐탁찮은 표정의 선유 부 성근.
상담원 : (키패드를 조작하며) 이 칩 덕분에 편해졌죠. 장소불문 어디서든 복원이 가능해졌으니까요.
혜미 : 문제 생기는 일은 없겠죠?
상담원 : 어머님은 문제 생긴 적 있으셨던가요?
어색하게 미소 짓는 혜미의 목덜미 아래 오래된 칩 삽입 자국이 보인다.
상담원이 뒤편 대형 스크린에 고객들 현황이 표시돼 있는 걸 돌아본다.
상담원 : 보시다시피 고객들 칩 상태는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원격 복구 작업이 진행됩니다. 아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어련하겠냐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성근.
상담실 부스마다 상담에 열중하고 있는 부모들..
#. ‘3C' 사 시청각실 (D)
강단 위 스크린에 긴 선이 그어진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남녀 아이들...
복원 기술 개발자이자 ‘3C’의 CEO 기택이 강단에 서 있다.
기택 : (선을 가리키는) 이것이 너희들 인생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지. 물론 길고 짧은 건 저마다 다르겠지만.
경청하는 아이들 속 선유의 모습도 보인다.
기택 : 하지만 모두 원하는 건 한가지지.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 (아이들을 둘러보는)
미소 짓는 아이들...
기택 : 그런데 인생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 한가? ( 스크린 속 선 적당한 곳을 향해 손짓하자)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효과에
선이 잘려나가고 놀라는 아이들 표정.
기택 : 사고, 질병, 범죄. 또 뭐가 있을까?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실패. 우리 삶을 무너뜨릴 훼방꾼은 너무나 많지. 자칫하면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아이들을 둘러보는) 그걸 그저 운명으로 받아드려야 할까?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
기택 : 거기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됐어. 그런 예기치 못한 불행을 우리 삶에서 근본적으로 제거해버릴 방법은 없을까.
기택, 스크린 위 선 한 곳에 점을 찍는다.
#. ‘3C'사 상담실 (D)
혜미 : 복원점이요?
상담원 : 예, 오늘 오신 김에 설정하시죠.
혜미 : (난감한) 글쎄요.. 우리 맘대로 하기가...
상담원 : 그 또래가 그렇잖습니까. 한창 문제 생길 나이죠. (동의 구하듯 성근을 보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아닙니까.
성근 : (말해 뭐하나 싶은)
상담원 : 학업문제도 그렇고 친구라도 잘못 사귀면 뻔질나게 경찰서 들락거리고. 거기까진 애교죠. 따님이죠? 남자친구 있을 거 아닙니까. 덜컥 잘못해서..
혜미 : 예.. (거북한) 알겠어요. 근데 애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상담원 : 대부분 그렇게 하시기 때문에 권하는 겁니다. 복원점은 빠르면 빠를수록좋다. 명언이죠.
혜미 : (성근을 보는) 여보...
성근 : 왜 날? 알아서 해.
#. ‘3C'사 시청각실 (D)
여 비서가 기택에게 단말기와 칩을 건네준다.
기택 : (아이들에게 들어 보이는) 이게 뭘까? 타임머신인가?
웃음 짓는 아이들.
기택 : 그래, 그런 건 없지. 영화 속 얘기처럼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를 만나 혼비백산하는 일은 결코 없어. (칩을 들어 보이는) 이 칩은 이미 알지? 너희 몸과 하나가 됐으니까. 그리고 이 단말기. (스크린을 보는) 우리 연구소 가장 깊은 곳에서 심장처럼 뛰고 있는 복원기...
스크린에 기택의 말을 따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복원기.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회사 건물 중심에서 돌아가고 있는 복원기가 나타난다.
마치 거대한 엔진 같기도 한 기계가 움직이며 전기 스파크도 일어난다.
재밌는 듯 보는 아이들...
기택 : 그래...뭔지 몰라도 대단해 보이지? 저 복원기와 너희를 연결 해 주는 시스템. 그래서 이렇게 미리 설정된 복원점으로 (스크린 선 끝에서 점으로 연결되는 포물선을 그린다) 너희 삶을 되돌려 주는 거다.
단말기를 여비서의 목덜미 쪽으로 가져가자 신호음과 함께
프로그램에 여비서가 로그인 된다.
기택 : (단말기를 보는) 여기 우리 직원은 벌써 한번의 복원을 사용했네.
여비서 : (미소) 예, 오년 전에요.
기택 : 그리고 두 번째 복원점이 설정돼 있네. 이년 전?
여비서 : 예, 여기 ‘3C'사 면접 보기 전 날에요.
기택 : 그랬나? 실망인데? (단말기를 터치하고)
단말기를 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복원 버튼이 활성화 돼 있다.
기택이 버튼을 누를 듯 손을 가져가자 커지는 아이들의 눈...
기택 : 자,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겠지? (버튼을 누르려는)
여비서 : (당황하는)
버튼이 눌려지는 순간.
여비서 : (얼른) 아뇨! 잠깐..!
기택이 멈추자
안도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아이들 표정.
기택 : (웃으며 손을 거두는) 그래, 실업자 생활보단 지금이 낫지?
여비서 : (어색한) 아직은 좀더 다녀봐야 알 거 같아요.
웃는 아이들..
기택 : 좋은 선택이야. (단말기와 칩을 여비서에게 건네는) 봤지? 복원은 신중해야 돼. 왜냐, 너희들 삶에 딱 세 번의 기회밖에 없으니까.
앞에 앉은 아이 하나가 손을 든다.
기택 : 그래.
아이 : 정말 세 번 뿐인가요? 비용을 더 내면 더 많이 복원할 수 있다던데요?
기택을 주목하는 아이들.
기택 : 그런 얘기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안타깝네. 그 말 대로면 내가 큰돈 벌 수 있을 텐데.
웃음이 번지는 아이들..
기택 : 우리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 또 많은 경험자들 통해 얻은 결론은 네 번 이상은 복원점이 설정되지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물론 한곳의 복원점엔 한번의 복원밖에 할 수 없었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이 놀라운 기술을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고 부르는 지도 몰라. 왠지 자연의 섭리처럼 느껴졌거든...
숙연한 아이들 표정...
기택 : 자, 이제 너희도 열일곱 살이 돼서 이 복원 기회를 갖게 됐는데 어떻게 활용할지 다들 생각이 많을 거야.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테고. 복원을 통해 생명이나 소중한 것들을 지켜냈다는 경험들, 또 치명적인 실수를 피해갈 수 있었다 거나.. 아, 부자가 됐다는 얘기가 가장 중요한가?
아이들, 미소가 떠오르는...
기택 : 그런데 그건 내가 확인해 줄 수가 없다. 스포츠 배팅이나 복권사업 같은 게 금지된 이유를 나는 모르겠으니까. 물론 ‘복원이 복권을 죽였다’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웃는 아이들..
기택 : 어쨌든 이제부터 이 소중한 복원 기회를 가지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너희 삶의 행복을 지켜내도록 다들 노력해봐라.
#, 도로 (D)
혜미의 승용차가 달리고 있다.
#. 혜미의 승용차 안 (D)
운전을 하고 있는 혜미. 조수석에 앉은 성근.
선유가 뒷자리에 앉아 있다.
혜미: 이제야 한시름 덜었네. 선유 복원 등록까지 마쳤으니.
성근 : 그래, 선유 너,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대학 가면 우리 집은 아무 걱정 없다.
혜미 : 왜, 하나 남았지.
성근 : 아, 그만 좀 해.
혜미 : 벌써 넉 달째야.
성근 : 일자리 그거 금방 찾아.
혜미 : 어디 요리사 쓰겠다는 식당이 있대? (룸미러로 얼굴을 보고 콤팩트를 꺼내 는)
성근 : 왜, 아무리 세상이 미쳤어도 제대로 된 음식 만들어 파는 데는.. (하다 핸들을 놓고 얼굴을 손보는 혜미를 보는) 지금 뭐하는 거야?
혜미 : 잠을 못자 그러나 얼굴이...
성근 : 아, 운전 안 해?
혜미 : 얘가 하잖아.
성근 : 당신이 하라고, 당신이!
혜미 : 참...(콤팩트를 거두고 핸들을 잡는) 차를 못 믿으면 뭘 믿는다고.
성근 : 교통사고의 60프로가 이놈이 낸 거야.
혜미 : 알겠습니다. (룸미러로 선유를 보는)
말없이 굳은 표정의 선유
혜미 : 선유야, 오늘 특별한 날인데 축하파티라도 해야지?
성근 : 파티는 무슨..
혜미 : 왜, 그럼 그냥 넘어가?
선유 : (불쑥) 나 돌아왔어요.
무슨 소린가 싶은 혜미와 성근.
혜미 : 뭐랬어?
선유 : 나 돌아왔다고...
성근 : 돌아왔다니, 무슨 소리야?
선유 : 복...원했다고.
#. 도로 (D)
혜미의 승용차가
급하게 갓길로 빠져 멈춰 선다.
로봇, 드론,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 등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들...
발전된 도시 속, 도로 위를 달리는 첨단 운송수단과 그 풍경 너머 보이는
변함없는 국회의사당의 모습.
국회, 정치인들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의원1 : 복원은 절대 안 됩니다! 연구고 사업이고 절대 허가해줄 수 없어요!
의원2 : 맞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공멸의 길로 가는 거예요!
동조와 반발의 고성.
의원3 : 그럼 지금까지 지원 예산 들어간 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의원4 : 맞아요, 무조건 내가 모르니까 반대부터 하고 보는데, 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건지...
말도 끝나기 전에 고성과 야유, 욕설이 난무한다.
거리 시민들의 인터뷰.
시민1 : 제 주변 사람들 다 반대예요. 문제가 없겠어요? 순리를 거스르는 건데...
시민2 :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안전만 입증되면 활용해야죠. 우리 인생을 바꿔주는 기술인데.
‘3C’사 앞, 위압감을 주는 거대한 ‘3C’ 현판 아래 군중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 앞, 해산을 시도하고 있는 무장한 전투경찰들.
기자 : (V.O) 오늘도 복원 개발사 3C 사옥 앞에서는 복원기술 반대단체와 찬성단체가 충돌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해산시키려는 경찰 병력까지 뒤섞이며 혼란 그 자체인데요. 과연 복원 기술의 앞날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순간 펑 펑.. 최루탄이 터지고 흩어지는 군중들..
시야가 온통 연기로 뒤덮인다.
그 위로 ‘복원점’
서서히 연기가 걷히고 나면
다시 ‘3C’ 사 건물 앞...
오가는 차량과 행인들... 혼란이 사라진 일상적 풍경이다.
자막
미래 어느 날, 사람들은 각자의 삶 속에 복원점을 설정해 두고 예기치 못한 불행에 직면했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 ‘3C’사 처치실 (D)
10대 중반 쯤 된 남녀 아이들이 검진복 차림으로 연구원들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연구원들이 차례로 이들 몸에 생체 칩을 삽입한다.
목덜미 아래 주입기를 쏘는 연구원. 약간의 통증을 느끼며 돌아서는 아이들..
그 살갗엔 작은 동전 크기의 ‘3C' 로고 모양의 붉은 흔적이 도드라져 있다.
앞에 선 여자아이가 칩을 삽입 받는 걸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는 선유, 이내 자신의 차례가 되자 연구원 앞에 몸을 맡기고 눈을 질끈 감는다. 칙! 소리와 함께 끝나버리는 삽입.
목덜미를 만지려 하자 제지하는 연구원, 단말기 버튼을 조작해 선유의 주입을 기록한다.
#. ‘3C'사 상담실 (D)
상담 부스 안의 상담원이 스크린 위 선유 프로필 창을 슬라이드 해
선유의 부모 앞에 보여준다.
상담원 : 따님 칩이 활성화 됐습니다.
선유의 칩 상태가 ‘정상’으로 표시돼 보인다.
상기된 표정의 선유 모 혜미와 탐탁찮은 표정의 선유 부 성근.
상담원 : (키패드를 조작하며) 이 칩 덕분에 편해졌죠. 장소불문 어디서든 복원이 가능해졌으니까요.
혜미 : 문제 생기는 일은 없겠죠?
상담원 : 어머님은 문제 생긴 적 있으셨던가요?
어색하게 미소 짓는 혜미의 목덜미 아래 오래된 칩 삽입 자국이 보인다.
상담원이 뒤편 대형 스크린에 고객들 현황이 표시돼 있는 걸 돌아본다.
상담원 : 보시다시피 고객들 칩 상태는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원격 복구 작업이 진행됩니다. 아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어련하겠냐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성근.
상담실 부스마다 상담에 열중하고 있는 부모들..
#. ‘3C' 사 시청각실 (D)
강단 위 스크린에 긴 선이 그어진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남녀 아이들...
복원 기술 개발자이자 ‘3C’의 CEO 기택이 강단에 서 있다.
기택 : (선을 가리키는) 이것이 너희들 인생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지. 물론 길고 짧은 건 저마다 다르겠지만.
경청하는 아이들 속 선유의 모습도 보인다.
기택 : 하지만 모두 원하는 건 한가지지.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 (아이들을 둘러보는)
미소 짓는 아이들...
기택 : 그런데 인생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 한가? ( 스크린 속 선 적당한 곳을 향해 손짓하자)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효과에
선이 잘려나가고 놀라는 아이들 표정.
기택 : 사고, 질병, 범죄. 또 뭐가 있을까? 스스로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실패. 우리 삶을 무너뜨릴 훼방꾼은 너무나 많지. 자칫하면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아이들을 둘러보는) 그걸 그저 운명으로 받아드려야 할까?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
기택 : 거기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됐어. 그런 예기치 못한 불행을 우리 삶에서 근본적으로 제거해버릴 방법은 없을까.
기택, 스크린 위 선 한 곳에 점을 찍는다.
#. ‘3C'사 상담실 (D)
혜미 : 복원점이요?
상담원 : 예, 오늘 오신 김에 설정하시죠.
혜미 : (난감한) 글쎄요.. 우리 맘대로 하기가...
상담원 : 그 또래가 그렇잖습니까. 한창 문제 생길 나이죠. (동의 구하듯 성근을 보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아닙니까.
성근 : (말해 뭐하나 싶은)
상담원 : 학업문제도 그렇고 친구라도 잘못 사귀면 뻔질나게 경찰서 들락거리고. 거기까진 애교죠. 따님이죠? 남자친구 있을 거 아닙니까. 덜컥 잘못해서..
혜미 : 예.. (거북한) 알겠어요. 근데 애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상담원 : 대부분 그렇게 하시기 때문에 권하는 겁니다. 복원점은 빠르면 빠를수록좋다. 명언이죠.
혜미 : (성근을 보는) 여보...
성근 : 왜 날? 알아서 해.
#. ‘3C'사 시청각실 (D)
여 비서가 기택에게 단말기와 칩을 건네준다.
기택 : (아이들에게 들어 보이는) 이게 뭘까? 타임머신인가?
웃음 짓는 아이들.
기택 : 그래, 그런 건 없지. 영화 속 얘기처럼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나나 미래의 나를 만나 혼비백산하는 일은 결코 없어. (칩을 들어 보이는) 이 칩은 이미 알지? 너희 몸과 하나가 됐으니까. 그리고 이 단말기. (스크린을 보는) 우리 연구소 가장 깊은 곳에서 심장처럼 뛰고 있는 복원기...
스크린에 기택의 말을 따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 복원기.
웅장한 효과음과 함께 회사 건물 중심에서 돌아가고 있는 복원기가 나타난다.
마치 거대한 엔진 같기도 한 기계가 움직이며 전기 스파크도 일어난다.
재밌는 듯 보는 아이들...
기택 : 그래...뭔지 몰라도 대단해 보이지? 저 복원기와 너희를 연결 해 주는 시스템. 그래서 이렇게 미리 설정된 복원점으로 (스크린 선 끝에서 점으로 연결되는 포물선을 그린다) 너희 삶을 되돌려 주는 거다.
단말기를 여비서의 목덜미 쪽으로 가져가자 신호음과 함께
프로그램에 여비서가 로그인 된다.
기택 : (단말기를 보는) 여기 우리 직원은 벌써 한번의 복원을 사용했네.
여비서 : (미소) 예, 오년 전에요.
기택 : 그리고 두 번째 복원점이 설정돼 있네. 이년 전?
여비서 : 예, 여기 ‘3C'사 면접 보기 전 날에요.
기택 : 그랬나? 실망인데? (단말기를 터치하고)
단말기를 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복원 버튼이 활성화 돼 있다.
기택이 버튼을 누를 듯 손을 가져가자 커지는 아이들의 눈...
기택 : 자,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겠지? (버튼을 누르려는)
여비서 : (당황하는)
버튼이 눌려지는 순간.
여비서 : (얼른) 아뇨! 잠깐..!
기택이 멈추자
안도하기도 실망하기도 하는 아이들 표정.
기택 : (웃으며 손을 거두는) 그래, 실업자 생활보단 지금이 낫지?
여비서 : (어색한) 아직은 좀더 다녀봐야 알 거 같아요.
웃는 아이들..
기택 : 좋은 선택이야. (단말기와 칩을 여비서에게 건네는) 봤지? 복원은 신중해야 돼. 왜냐, 너희들 삶에 딱 세 번의 기회밖에 없으니까.
앞에 앉은 아이 하나가 손을 든다.
기택 : 그래.
아이 : 정말 세 번 뿐인가요? 비용을 더 내면 더 많이 복원할 수 있다던데요?
기택을 주목하는 아이들.
기택 : 그런 얘기 누가 했는지 모르지만 안타깝네. 그 말 대로면 내가 큰돈 벌 수 있을 텐데.
웃음이 번지는 아이들..
기택 : 우리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 또 많은 경험자들 통해 얻은 결론은 네 번 이상은 복원점이 설정되지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물론 한곳의 복원점엔 한번의 복원밖에 할 수 없었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이 놀라운 기술을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고 부르는 지도 몰라. 왠지 자연의 섭리처럼 느껴졌거든...
숙연한 아이들 표정...
기택 : 자, 이제 너희도 열일곱 살이 돼서 이 복원 기회를 갖게 됐는데 어떻게 활용할지 다들 생각이 많을 거야.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테고. 복원을 통해 생명이나 소중한 것들을 지켜냈다는 경험들, 또 치명적인 실수를 피해갈 수 있었다 거나.. 아, 부자가 됐다는 얘기가 가장 중요한가?
아이들, 미소가 떠오르는...
기택 : 그런데 그건 내가 확인해 줄 수가 없다. 스포츠 배팅이나 복권사업 같은 게 금지된 이유를 나는 모르겠으니까. 물론 ‘복원이 복권을 죽였다’ 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웃는 아이들..
기택 : 어쨌든 이제부터 이 소중한 복원 기회를 가지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너희 삶의 행복을 지켜내도록 다들 노력해봐라.
#, 도로 (D)
혜미의 승용차가 달리고 있다.
#. 혜미의 승용차 안 (D)
운전을 하고 있는 혜미. 조수석에 앉은 성근.
선유가 뒷자리에 앉아 있다.
혜미: 이제야 한시름 덜었네. 선유 복원 등록까지 마쳤으니.
성근 : 그래, 선유 너,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대학 가면 우리 집은 아무 걱정 없다.
혜미 : 왜, 하나 남았지.
성근 : 아, 그만 좀 해.
혜미 : 벌써 넉 달째야.
성근 : 일자리 그거 금방 찾아.
혜미 : 어디 요리사 쓰겠다는 식당이 있대? (룸미러로 얼굴을 보고 콤팩트를 꺼내 는)
성근 : 왜, 아무리 세상이 미쳤어도 제대로 된 음식 만들어 파는 데는.. (하다 핸들을 놓고 얼굴을 손보는 혜미를 보는) 지금 뭐하는 거야?
혜미 : 잠을 못자 그러나 얼굴이...
성근 : 아, 운전 안 해?
혜미 : 얘가 하잖아.
성근 : 당신이 하라고, 당신이!
혜미 : 참...(콤팩트를 거두고 핸들을 잡는) 차를 못 믿으면 뭘 믿는다고.
성근 : 교통사고의 60프로가 이놈이 낸 거야.
혜미 : 알겠습니다. (룸미러로 선유를 보는)
말없이 굳은 표정의 선유
혜미 : 선유야, 오늘 특별한 날인데 축하파티라도 해야지?
성근 : 파티는 무슨..
혜미 : 왜, 그럼 그냥 넘어가?
선유 : (불쑥) 나 돌아왔어요.
무슨 소린가 싶은 혜미와 성근.
혜미 : 뭐랬어?
선유 : 나 돌아왔다고...
성근 : 돌아왔다니, 무슨 소리야?
선유 : 복...원했다고.
#. 도로 (D)
혜미의 승용차가
급하게 갓길로 빠져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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