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의 집 전경 (N, D)

어둠이 내린 주택단지...

O, L

서서히 날이 밝고.. 드러나는 선유의 집.

#. 거실 (D)

벽 모니터에 오늘 날짜 ‘7월 20일’

다친 손가락에 밴드를 붙인 혜미가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날짜를 바라보고 있다.
휴대폰 벨소리에 놀라 보면 침실에서 휴대폰을 받으며 나오는 성근.

성근 : 아뇨, 말씀하세요... 아, 그래요? 저야 좋죠... 이거 고마워서 어쩌죠? ... 예, 준비할게요...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끊는)
혜미 : 무슨 전화야?
성근 : 전에 같이 일하던 선밴데 일자리를 소개해주네.
혜미 : 정말? 어딘데?
성근 : 그게...

선유가 이층에서 내려온다.

성근 : 부산 호텔.

놀라 선유를 보는 혜미.

성근 : 선유 니 말 맞았다. 부산에 일자리가 있댄다.
선유 : ...
성근 : (혜미 옆에 앉는) 오늘 호텔에 연회가 있는데 조리장이 입원을 하는 바람에 급한가봐. 잘되면 계속 일할 수 있을 거 같애.
혜미 : 잘됐다. 그럼 지금 가야겠네?
성근 : 근데 정오까진 꼭 도착해야 한다고 드론을 보내준다네.
혜미 : 드론? 당신이 그걸 탈 수 있어?
성근 : 타야지. 어떤 기횐데. 약을 먹고라도 타고 가야지.
선유 : 그 드론 내가 취소했어요.

선유를 보는 성근과 혜미
무슨 소린가 싶다...

선유 : 그... 호텔에서 보내준다는 드론, 내가 취소했다구요.
성근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걸 왜 니가 취소해?
선유 : 했어요. 드론 회사에 연락해서.
혜미 : (당황스런) 선유야...
성근 : 너 대체... 언젠 일자리 있다고 빨리 가라더니 이젠 가겠다는 드론을 취소해?
혜미 : 왜 그런 거야? 왜 니가 드론을.. (하다 멈칫)

#. 인서트

선유 책상 테이블 스크린에 그려진 드론과 엑스표시.

#. 거실 (D)

혜미 : (불길한) 혹시... 드론 때문인 거야? 드론 때문에 무슨 일이...

성근도 심란한 얼굴이 되고...

선유 : 그냥 차타고 가면 되잖아요. 엄마가 운전해서 같이 가면.
성근 : 대답부터 해봐. 드론 때문에 무슨.. 사고가 난 거야?

선유가 대답을 못하자
상기되는 혜미와 성근의 얼굴.

성근 : (애써 침착하는) 그래서 미리 부산에 가라고 한 거였니?
선유 : 약속해요. 엄마하고 차타고 간다고.
성근 : 저기...엄마는 손님하고 약속이 있어. 그리고 차로는 정오까지 도착 못해.
혜미 : (선유의 안색을 살피며) 여보, 그냥 그렇게 해.
성근 : 아니, 안되는 거 알잖아. 그렇게는 제 때...
선유 : (간절한) 제발이요. 그렇게 한다고 약속해요!
성근 : (난감한) 그럼... 나 혼자 가면 되지. 차가 알아서 갈텐데..
선유 : 아빠 차 못 믿잖아요. 엄마하고 같이 가요.
혜미 : (얼른) 그래, 그렇게 할게. 걱정 마. 엄마가 운전할게. 여보, 그렇게 할 거지?
성근 : (뭐라 못하고) ...
혜미 : 그쪽에 좀 늦는다고 연락하면 되잖아. 나도 최대한 빨리 운전할 테니까..
성근 : (선유를 보는) 그래... 그렇게 해.

#. 선유의 방 (D)

방에 들어서는 선유,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책상으로 다가서고 테이블 스크린의 약도를 본다.
엷은 미소로 내려보다 삭제 버튼을 누른다. 깨끗이 지워지는 약도...
선유, 방안을 한번 둘러보며 심호흡을 하고는 백팩을 집어 들고 나선다.

#. 주방 (D)

식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혜미.
성근이 들어선다.

혜미 : 지금 출발해야지.
성근 : 됐어, 당신은 그냥 손님 만나.
혜미 : 왜?
성근 :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시는) 나 다른 드론 불렀어.
혜미 : 뭐? 왜 드론을 다시 불러?
성근 : 늦으면 아무 소용없어. 나 이 자리 놓치면 안 돼.
혜미 : 아니, 그래도 선유 말 못 들었어? 정말 사고 나는 거면...
성근 : 아냐, 사고가 났다면 그 드론에 문제가 있는 건데, 보내준 드론은 취소했고 다른 드론을 타고 가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혜미 : (그런가 싶으면서도 불안한) 그래도..
성근 : 여보, 나 여기 꼭 가야 돼. 이 기회 잡아야 된다고. 당신이랑 선유를 위해서도.
혜미 : 그럼 나도 같이 가.
성근 ; (미소) 괜찮아. 내가 어린애야? 내 걱정 말고 당신 일 봐.

뭐라 못하는 혜미.

#. 주택단지 내 착륙장 (D)

주택단지 빈 터에 조성된 착륙장. 드론 택시 한대가 이륙해 날아간다.
그 아래 대기하고 있는 드론 택시 한대.
조종사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성근이 오는 것을 보고 담배를 끄고 나선다.

조종사: 임성근씨?
성근 : 예.
조종사: 어서 오십쇼. ( 드론 문을 열어 성근이 타는 걸 도와주는) 열두시 약속이라고 하셨죠?
성근 : 예, 늦지 않겠죠?
조종사: 그럼요.

#. 주택가 길 (D)

백팩을 맨 선유가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고 있다.
사거리가 나오자 멈춰서고 도로를 살펴본다.
간간히 지나는 차들... 그 뒤로 스포츠카 한대가 오자 손짓한다.
선유를 보고 멈추는 스포츠카. 운전석에 앉은 건우가 반색한다.

건우 : (이마 상처에 거즈를 붙인) 뭐야. 썬. 나 기다린 거야?
선유 : 학교 가는 거지? 태워줘. (뒷좌석에 킥보드를 넣는)
건우 : 간만에 학교가고 싶더라니. 너 만나려고 그랬네. 야, 이 차 어떠냐?
선유 : (조수석에 앉는) 알아, 사고 땜에 트럭 공장 들어가서 누나 차 몰래 끌고 나온 거.
건우 : 어... 역시 복원인답게 아는 게 많으셔!
선유 : 어서 출발이나 해.
건우 : (선유 얼굴을 살피며) 가만, 맞네! 복원 전에도 여기서 내 차 탔었던 거지?
선유 : 그걸 알면 내가 사고 난다고 경고할 때 들었어야지. 멍충아! (이마 거즈를 손가락으로 미는)
건우 : 아! 가만, 너 그럼 나 사고 나서 죽을까봐 그거 막으려고 복원한 거야? 그런 거야? 날 위해서?
선유 : (한심한) 맘대로 생각하고. 오늘은 사고 안 나게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해.
건우 : 야, 사고가 날 리가 없지. 사고가 났으면 니가 이 차를 또 탔겠니?
선유 : 머리가 안 도는 건 아니네. 근데 내가 잔소리를 했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났단 생각은 못해? 그리고 니가 수다 떠는 바람에 학교 지각했어. 이번엔 안돼.
건우 : (웃음) 예, 알아 모시겠습니다! (출발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