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5
조회 : 765 추천 : 0 글자수 : 7,306 자 2024-05-22
거대한 두 거인의 대결을 목전에 둔 소인 4명은 너무도 다급했다. 아미는 쓰러진 바람을, 발목이 부러진 하늘은 얼이 빠진 미리내를 큰 바위 뒤로 끌고 갔다.
거대한 체구로 변신한 청의동자, 거구귀는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워 황금돼지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의 손톱이 황금빛 털을 가른 자리마다 붉은 선혈이 튀었다. 황금돼지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아랫니로 거구귀를 물었다. 하지만, 거구귀의 단단한 피부 때문에 깊숙이 박히질 못했다.
거구귀는 빠른 몸놀림으로 황금돼지의 공격을 뿌리치며, 다시 한번 거센 입김을 내뱉었다. 마비 효과가 있는 입김에 황금돼지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 틈을 타 거구귀는 황금돼지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내리꽂았다.
“쿠웩~”
황금돼지의 비명이 주변을 울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거구귀를 떨쳐내려 했지만, 거구귀의 힘은 너무도 강력했다. 남은 한 손마저 황금돼지의 목을 노렸다. 황금 돼지의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쿠웩~”
압도적으로 황금돼지를 제압하는 거구귀, 청의동자의 활약에 하늘은 너무도 큰 통쾌감을 느꼈다.
“잘한다. 우리 꼬마.”
황금돼지는 거구귀에게 눌린 채 점점 지쳐갔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가 이런 늙은이에게 당할 수는...’
황금돼지는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 시야 한편에 의미심장한 물체가 들어왔다. 아미가 떨어뜨린 도목검이었다. 황금돼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도목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땅에 떨어진 도목검이 스르르 움직이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거구귀는 황금돼지의 몸짓을 눈치채지 못한 채, 황금돼지의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크악!”
거구귀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늘에서 내려온 도목검이 거구귀의 어깻죽지에 박혔다. 거구귀는 고통스러운 듯, 서둘러 어깻죽지에 꽂힌 도목검을 빼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너무도 작은 도목검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 순간, 황금돼지는 거구귀의 발을 검어 넘어뜨렸다. 그 바람에, 도목검은 더욱 깊숙이 거구귀의 어깨에 박혀버렸다.
“크아아악!”
고통 속에 땅바닥을 구르는 거구귀. 그의 어깨는 종에 물이 번지듯, 불이 점점 번지기 시작했다.
“동자야~”
아미는 멀찍이 서서 그 광경을 망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하늘 역시 반전된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크크크. 역시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라니까.”
황금돼지가 몸을 날려 거구귀의 몸에 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라 온 광풍이 그의 몸을 때렸다.
펑~
황금돼지의 배에 구멍이 났다. 놀란 황금돼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미, 하늘, 미리내.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뚜렷해진 실루엣, 그리고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 만이야. 황금돼지!”
그것은 다름 아닌 미르였다.
##
그 시각, 마루지역, 해치가 본가 미치루 처소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무기요?”
“네. 지금 막 그루에서 온 *연통조의 소식에 따르면, 저루에 산송장들과 이무기가 출몰했다 합니다.”
심각한 표정을 한 백운이 해치가의 가주, 미치루에게 말했다.
“산송장은 뭐고, 이무기는 또 뭐랍니까? 이게 대체 뭔 일이랍니까?”
“아무래도 이루에서 올라온 봉화가 바로 이 때문인 듯싶습니다.”
“그럼, 이루에 나타난 이무기와 산송장들이 저루를 덮쳤다는 말씀입니까?”
“지금으로썬 그게 합리적인 추론 같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백산이 백운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용천가의 고대 기록서를 살펴보더라도, 지금껏 용들은 모두 용천가의 땅에 나타나 승천하였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무기가 나타난다 해도 용천가의 땅에 나타나야지, 왜 생뚱맞게 우리 땅에 나타납니까?”
“그건 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이무기가 해치가의 땅에 나타났다고 하여 그리 생뚱맞은 일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뿐만 아니라, 하나 반도 대부분이 고대의 용천가의 땅이 아니었습니까?”
미치루가 다급히 외쳤다.
“파견된 무사단의 행군을 멈추라 하세요. 어서요!”
놀라서 그를 쳐다보는 백운과 백산이었다.
##
“미르님~”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아미에 눈에 비친 미르의 모습은, 그야말로 후광이 가득한 구세주의 모습이었다. 그건 하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그토록 원망했던 자가 저런 초인적인 힘을 가진 능력자였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오라버니!”
얼이 빠진 미리내도 오라버니의 모습을 보자, 번쩍 눈이 뜨였다. 그러나 입에서 간신히 흘러나오는 작은 외침일 뿐이었다.
황금돼지는 의아한 듯 미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크크크. 뭐야? 저 계집이 말이 진짜였네. 이젠 맹탕이 아니네?”
미르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바위 뒤에 숨어있는 아미 일행을 보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뭐라 그랬는데?”
“도망가라고. 날 갈기갈기 찢어 죽이러 온다고 그랬나? 크크크.”
“그래? 그럼 그렇게 해야겠군.”
“에이, 한 번은 죽어줘도, 두 번은 죽어줄 수가 없지. 안 그래? 크크크.”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미르는 말끝을 흐리며 손을 휘둘렀다. 휙! 강력한 바람의 칼날이 황금돼지를 향해 날아갔다. 황금돼지는 재빠르게 피했지만, 그의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퀘엑... 너 이 자식!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긴 거냐?”
“산속에 틀어박혀 있던 삼 년 동안, 수련 좀 했지.”
“크크크. 날 잡아보겠다고 수련하다니, 약이 많이 올랐나 보다? 크크크.”
“아니, 너 같이 못생긴 돼지 잡으려고 수련을 왜 해? 스승님이 그러시는데, 너 같은 하급은 상대하지 말랬어. 손에 똥 묻는다고.”
황금돼지는 미르의 조롱에 이를 갈며 분노에 찼다. 그의 황금빛 털이 곧추서더니, 일제히 미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미르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털들의 방향을 황금돼지 쪽으로 틀게 만들었다. 황금돼지는 자신의 털에 맞아 뒤로 나자빠졌다.
“퀘엑... 네 놈은 대체...”
미르는 황금돼지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도망가랄 때, 가지 그랬어?”
안대를 벗은 미르의 오른쪽 눈동자가 에메랄드빛으로 번뜩였다. 그의 팔목에 찬 청동빛 팔찌가 빛을 발했다. 순간, 미르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미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황금돼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미르가 웃으며 서 있었다.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고 했던가? 그 말, 이제야 실감하게 해주지."
미르가 양손을 그에 뻗자, 그의 주변으로 에메랄드빛 기운이 회오리치며 강력한 염력의 폭풍을 일으켰다.
“퀘엑!”
황금돼지가 비명을 질렀다. 미르가 양손을 크게 벌리자, 황금돼지의 앞다리가 에메랄드빛 기운에 휩싸여 몸통에서 떨어져 나갔다. 검은 선혈이 쏟아지고, 황금빛 살점이 피투성이로 흩어졌다.
“어때? 이제 슬슬 도망가고 싶어져?”
황금돼지는 양팔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힘으로 밟을 땅에 굴렀다.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토막들이 미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크!”
미르는 재빨리 염력의 방패를 펼쳐 토막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순간, 황금돼지가 미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미르와 황금돼지의 몸이 부딪히며 둘 다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미르의 눈에는 동요라곤 없었다. 오히려 살기 어린 광기가 피어오를 뿐이었다.
미르가 다시 손을 뻗었다. 에메랄드빛 기운이 황금돼지의 다리를 휘감았다. 끔찍한 뜯기는 소리와 함께, 두 다리마저 몸통에서 떨어져 나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황금돼지의 검붉은 선혈이 땅에 뚝뚝 떨어졌다.
“퀘엑! 안 돼, 안 돼...”
다리마저 잃은 황금돼지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의 입에서 걷잡을 수 없는 업화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화염이 미르를 향해 쏟아졌다.
“윽!”
미르는 재빨리 몸을 날려 불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옷자락이 타버렸다. 하지만 미르는 가차 없었다. 그는 황금돼지의 머리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휘이이잉-
에메랄드빛 회오리가 황금돼지의 목을 감싸더니, 강력한 힘으로 머리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근육이 찢어지고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퀘엑! 안 돼, 안 돼! 살려 줘!”
“살려줘? 너한테 희생된 수많은 목숨이 그 말을 했을 땐, 넌 콧방귀도 안 뀌었겠지? 똑같이 해줄게.”
드디어, 찢어진 근육 사이로 황금돼지의 목뼈가 보였다.
퍽!
황금 돼지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는 순간에도, 황금돼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불길이 미르를 향했다.
“으윽, 이 망할 자식!”
미처 예상하지 못한 미르가 팔을 휘둘러 불길을 쳐냈다. 그리고 손을 뻗자, 아미일행이 숨어있던 큰 바위가 흔들리더니, 공중으로 솟았다.
그 모습에 모두 경악했다.
큰 바위는 더 위로 치솟더니, 바로 황금돼지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쾅~~~
그제야 황금돼지의 기운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 황금돼지의 몸은 천천히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한편으로 안심을 또 다른 한편으로 경악을 한 아미와 하늘, 그리고 미리내. 그들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미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르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거구귀를 응시했다. 거구귀의 몸은 거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거구귀는 움직일 힘도 없는 듯, 희미하게 숨을 쉬는 듯했다.
미르는 거구귀를 향해서도 손을 뻗으려는데...
“안돼요. 미르님!”
미르가 아미를 봤다. 그녀는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이었다. 미르는 피식 웃더니, 다시 거구귀를 향해 손을 뻗었다.
##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런 위기 상황에 무사단의 진격을 멈추라니요?"
백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따져 물었다.
미치루는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뜨며 대답했다.
“미리내가 걱정됩니다. 지금 저루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 홀로 무사단을 이끌고 있을 미리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구나."
“아가씨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무사단을 그대로 진격하게 할 순 없습니다. 만에 하나 미리내에게 무슨 변이라도 생긴다면...미치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백운은 미치루의 걱정이 그저 부모의 마음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냉정함이 필요한 때였다.
“일단, 급보를 보내 그들을 그루에서 멈춰 세우고, 이루와 저루에 대한 정보를 더 모아보시도록 하시지요.”
“그루와 기루에서 연통조가 또 당도했습니다.”
시종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백운과 백산에게 각각 조그만 연통을 건넸다.
재빨리 읽어 보던 백운이 미치루에게 고했다.
“저루마을에 생존자가 있다 하옵니다. 급히 구조를 바란다는 연락입니다.”
미치루의 얼굴이 착잡했다.
“어, 이건 또 뭐야?”
백산이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기루에도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황금돼지라는 10척이나 되는 괴물이 무사단을 습격했답니다.”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미치루, 황급히 달려와 백산의 서신을 가로챘다.
그는 서신을 읽어보더니, 망연자실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대체 이 뭔 난리란 말입니까? 지금 미리내, 그 아이가 저 괴물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까?”
책사 백운과 백산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 사태가 정말 심각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아미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미르가 거구귀의 어깨에 박힌 도목검을 뽑아 주었기에, 거구귀는 다시 청의동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청의동자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나름대로 의술을 연마한 그녀였지만, 사람이 아닌 요물을 치료하는 방법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해요?”
옷이 다 타버리는 바람에 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동자를 껴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모습에 미르는 당장이라도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과, 또 다른 한편으론 대체 저 둘은 무슨 사이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묘한 질투심이 생겼다. 이런 복잡한 심경을 느끼는 자신이 왠지 우스워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동자가 이렇게 됐는데? 당신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정말 못됐어요.”
그녀의 말에 감정 상한 미르가 빈정댔다.
“못됐다고? 그게 지금 날 독살하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독살하려 했다니요?”
그때까지만 해도, 미르는 미리내가 이곳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이제 좀 정신을 차린 듯 다시 또랑또랑한 모습이었다.
“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미르가 그녀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이었지만, 미리내는 웬일인지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 보네. 쩝.”
보다 못한 하늘이 대신 대답했다.
“이번에 파견된 무사단의 책임자시라 합니다.”
“뭐? 그 늙은 단장은 뭐하고? 강이 녀석 부단장이라며? 그 녀석은 대체 뭐하길래, 애를 보내?”
그때 한 무리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왔다. 무사단 부단장 강과 그의 심복들이었다.
“야, 넌 뭐 한다고 하나뿐인 내 동생을 개고생시켜? 죽을래?”
부단장 강은 말에서 내리더니, 재빨리 미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식 들었습니다. 괜찮으신 겁니까?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야, 니 눈엔 내가 안 보이냐? 내가 아까 물었거든? 뭐 하다가 이제 나타나는 거냐고?”
강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뭔가 많이 쌓인 듯 대답했다.
“도련님이야말로,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어? 아... 난 저 처자에게 돌려줄 게 있어서.”
강이 아미를 쳐다보았다. 아미는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몰라, 동자의 몸을 연신 주무르고 있었다.
“곧 돌아갈 거야. 걱정하지 마. 지금 바로 갈게.”
“그러실 필요 없으십니다.”
“뭔 소리야, 그게?”
강이 옆구리를 칼을 찬 옆구리를 매만지는 순간, 미르의 눈이 커졌다.
다행히 칼 뒤에 매여 있던 칙령서를 미르에게 내밀었다.
“뭐야, 이건?”
“사면되었다는 칙령서입니다. 도련님은 이제 자유의 몸이십니다.”
“정말? 내가? 왜?”
강은 골치 아픈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물으셔도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전 단지 칙령서를 전달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아, 자식. 여전히 까칠하네. 알았어. 고마워. 그럼 난 이제부터 자유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지?”
“알아서 하십시오.”
강이 귀찮은 듯 대답했다.
“그래? 그럼, 수고.”
돌아서 아미에게 가려다, 미리내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동생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리고 넌 본가로 어서 돌아가. 여긴 위험해.”
그러고는 어미에게 다가갔다.
“내가 준 그 목검을 써봐. 그게 아프게도 하고, 낫게도 한다니까.”
“네? 정말요?”
“그래, 검을 상처 부위에 갖다 대.”
아미가 재빨리 도목검을 동자의 어깻죽지에 갖다 대었다.
새파래졌던 동자의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도는 듯했다.
“정말, 효과가 있나 봐요.”
아미가 눈물방울을 맺은 채, 웃는 얼굴로 미르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미르를 다시 한번 그녀에게 홀딱 빠져버리게 했다.
그때, 미리내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저 여인을 체포하십시오.”
“뭐?”
미리내가 아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연통조(聯通鳥)- 연락을 취하기 위해 길들인 새. 또는 그로 인한 연락.
거대한 체구로 변신한 청의동자, 거구귀는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워 황금돼지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의 손톱이 황금빛 털을 가른 자리마다 붉은 선혈이 튀었다. 황금돼지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아랫니로 거구귀를 물었다. 하지만, 거구귀의 단단한 피부 때문에 깊숙이 박히질 못했다.
거구귀는 빠른 몸놀림으로 황금돼지의 공격을 뿌리치며, 다시 한번 거센 입김을 내뱉었다. 마비 효과가 있는 입김에 황금돼지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 틈을 타 거구귀는 황금돼지의 목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내리꽂았다.
“쿠웩~”
황금돼지의 비명이 주변을 울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거구귀를 떨쳐내려 했지만, 거구귀의 힘은 너무도 강력했다. 남은 한 손마저 황금돼지의 목을 노렸다. 황금 돼지의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쿠웩~”
압도적으로 황금돼지를 제압하는 거구귀, 청의동자의 활약에 하늘은 너무도 큰 통쾌감을 느꼈다.
“잘한다. 우리 꼬마.”
황금돼지는 거구귀에게 눌린 채 점점 지쳐갔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내가 이런 늙은이에게 당할 수는...’
황금돼지는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 시야 한편에 의미심장한 물체가 들어왔다. 아미가 떨어뜨린 도목검이었다. 황금돼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도목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땅에 떨어진 도목검이 스르르 움직이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거구귀는 황금돼지의 몸짓을 눈치채지 못한 채, 황금돼지의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크악!”
거구귀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늘에서 내려온 도목검이 거구귀의 어깻죽지에 박혔다. 거구귀는 고통스러운 듯, 서둘러 어깻죽지에 꽂힌 도목검을 빼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너무도 작은 도목검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 순간, 황금돼지는 거구귀의 발을 검어 넘어뜨렸다. 그 바람에, 도목검은 더욱 깊숙이 거구귀의 어깨에 박혀버렸다.
“크아아악!”
고통 속에 땅바닥을 구르는 거구귀. 그의 어깨는 종에 물이 번지듯, 불이 점점 번지기 시작했다.
“동자야~”
아미는 멀찍이 서서 그 광경을 망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하늘 역시 반전된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크크크. 역시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라니까.”
황금돼지가 몸을 날려 거구귀의 몸에 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라 온 광풍이 그의 몸을 때렸다.
펑~
황금돼지의 배에 구멍이 났다. 놀란 황금돼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미, 하늘, 미리내.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뚜렷해진 실루엣, 그리고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 만이야. 황금돼지!”
그것은 다름 아닌 미르였다.
##
그 시각, 마루지역, 해치가 본가 미치루 처소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무기요?”
“네. 지금 막 그루에서 온 *연통조의 소식에 따르면, 저루에 산송장들과 이무기가 출몰했다 합니다.”
심각한 표정을 한 백운이 해치가의 가주, 미치루에게 말했다.
“산송장은 뭐고, 이무기는 또 뭐랍니까? 이게 대체 뭔 일이랍니까?”
“아무래도 이루에서 올라온 봉화가 바로 이 때문인 듯싶습니다.”
“그럼, 이루에 나타난 이무기와 산송장들이 저루를 덮쳤다는 말씀입니까?”
“지금으로썬 그게 합리적인 추론 같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백산이 백운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용천가의 고대 기록서를 살펴보더라도, 지금껏 용들은 모두 용천가의 땅에 나타나 승천하였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무기가 나타난다 해도 용천가의 땅에 나타나야지, 왜 생뚱맞게 우리 땅에 나타납니까?”
“그건 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이무기가 해치가의 땅에 나타났다고 하여 그리 생뚱맞은 일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뿐만 아니라, 하나 반도 대부분이 고대의 용천가의 땅이 아니었습니까?”
미치루가 다급히 외쳤다.
“파견된 무사단의 행군을 멈추라 하세요. 어서요!”
놀라서 그를 쳐다보는 백운과 백산이었다.
##
“미르님~”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아미에 눈에 비친 미르의 모습은, 그야말로 후광이 가득한 구세주의 모습이었다. 그건 하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그토록 원망했던 자가 저런 초인적인 힘을 가진 능력자였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오라버니!”
얼이 빠진 미리내도 오라버니의 모습을 보자, 번쩍 눈이 뜨였다. 그러나 입에서 간신히 흘러나오는 작은 외침일 뿐이었다.
황금돼지는 의아한 듯 미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크크크. 뭐야? 저 계집이 말이 진짜였네. 이젠 맹탕이 아니네?”
미르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 바위 뒤에 숨어있는 아미 일행을 보았다. 다행이다 싶었다.
“뭐라 그랬는데?”
“도망가라고. 날 갈기갈기 찢어 죽이러 온다고 그랬나? 크크크.”
“그래? 그럼 그렇게 해야겠군.”
“에이, 한 번은 죽어줘도, 두 번은 죽어줄 수가 없지. 안 그래? 크크크.”
“그거야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미르는 말끝을 흐리며 손을 휘둘렀다. 휙! 강력한 바람의 칼날이 황금돼지를 향해 날아갔다. 황금돼지는 재빠르게 피했지만, 그의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퀘엑... 너 이 자식!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긴 거냐?”
“산속에 틀어박혀 있던 삼 년 동안, 수련 좀 했지.”
“크크크. 날 잡아보겠다고 수련하다니, 약이 많이 올랐나 보다? 크크크.”
“아니, 너 같이 못생긴 돼지 잡으려고 수련을 왜 해? 스승님이 그러시는데, 너 같은 하급은 상대하지 말랬어. 손에 똥 묻는다고.”
황금돼지는 미르의 조롱에 이를 갈며 분노에 찼다. 그의 황금빛 털이 곧추서더니, 일제히 미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미르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털들의 방향을 황금돼지 쪽으로 틀게 만들었다. 황금돼지는 자신의 털에 맞아 뒤로 나자빠졌다.
“퀘엑... 네 놈은 대체...”
미르는 황금돼지에게 다가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도망가랄 때, 가지 그랬어?”
안대를 벗은 미르의 오른쪽 눈동자가 에메랄드빛으로 번뜩였다. 그의 팔목에 찬 청동빛 팔찌가 빛을 발했다. 순간, 미르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미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당황한 황금돼지가 뒤를 돌아보았다. 미르가 웃으며 서 있었다.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고 했던가? 그 말, 이제야 실감하게 해주지."
미르가 양손을 그에 뻗자, 그의 주변으로 에메랄드빛 기운이 회오리치며 강력한 염력의 폭풍을 일으켰다.
“퀘엑!”
황금돼지가 비명을 질렀다. 미르가 양손을 크게 벌리자, 황금돼지의 앞다리가 에메랄드빛 기운에 휩싸여 몸통에서 떨어져 나갔다. 검은 선혈이 쏟아지고, 황금빛 살점이 피투성이로 흩어졌다.
“어때? 이제 슬슬 도망가고 싶어져?”
황금돼지는 양팔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엄청난 힘으로 밟을 땅에 굴렀다.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토막들이 미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크!”
미르는 재빨리 염력의 방패를 펼쳐 토막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순간, 황금돼지가 미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미르와 황금돼지의 몸이 부딪히며 둘 다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미르의 눈에는 동요라곤 없었다. 오히려 살기 어린 광기가 피어오를 뿐이었다.
미르가 다시 손을 뻗었다. 에메랄드빛 기운이 황금돼지의 다리를 휘감았다. 끔찍한 뜯기는 소리와 함께, 두 다리마저 몸통에서 떨어져 나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황금돼지의 검붉은 선혈이 땅에 뚝뚝 떨어졌다.
“퀘엑! 안 돼, 안 돼...”
다리마저 잃은 황금돼지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의 입에서 걷잡을 수 없는 업화가 뿜어져 나왔다. 붉은 화염이 미르를 향해 쏟아졌다.
“윽!”
미르는 재빨리 몸을 날려 불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의 옷자락이 타버렸다. 하지만 미르는 가차 없었다. 그는 황금돼지의 머리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휘이이잉-
에메랄드빛 회오리가 황금돼지의 목을 감싸더니, 강력한 힘으로 머리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근육이 찢어지고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퀘엑! 안 돼, 안 돼! 살려 줘!”
“살려줘? 너한테 희생된 수많은 목숨이 그 말을 했을 땐, 넌 콧방귀도 안 뀌었겠지? 똑같이 해줄게.”
드디어, 찢어진 근육 사이로 황금돼지의 목뼈가 보였다.
퍽!
황금 돼지의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가 몸통과 분리되는 순간에도, 황금돼지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의 입에서 마지막 불길이 미르를 향했다.
“으윽, 이 망할 자식!”
미처 예상하지 못한 미르가 팔을 휘둘러 불길을 쳐냈다. 그리고 손을 뻗자, 아미일행이 숨어있던 큰 바위가 흔들리더니, 공중으로 솟았다.
그 모습에 모두 경악했다.
큰 바위는 더 위로 치솟더니, 바로 황금돼지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쾅~~~
그제야 황금돼지의 기운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 황금돼지의 몸은 천천히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한편으로 안심을 또 다른 한편으로 경악을 한 아미와 하늘, 그리고 미리내. 그들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미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르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거구귀를 응시했다. 거구귀의 몸은 거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거구귀는 움직일 힘도 없는 듯, 희미하게 숨을 쉬는 듯했다.
미르는 거구귀를 향해서도 손을 뻗으려는데...
“안돼요. 미르님!”
미르가 아미를 봤다. 그녀는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이었다. 미르는 피식 웃더니, 다시 거구귀를 향해 손을 뻗었다.
##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런 위기 상황에 무사단의 진격을 멈추라니요?"
백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따져 물었다.
미치루는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뜨며 대답했다.
“미리내가 걱정됩니다. 지금 저루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 홀로 무사단을 이끌고 있을 미리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구나."
“아가씨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무사단을 그대로 진격하게 할 순 없습니다. 만에 하나 미리내에게 무슨 변이라도 생긴다면...미치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백운은 미치루의 걱정이 그저 부모의 마음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냉정함이 필요한 때였다.
“일단, 급보를 보내 그들을 그루에서 멈춰 세우고, 이루와 저루에 대한 정보를 더 모아보시도록 하시지요.”
“그루와 기루에서 연통조가 또 당도했습니다.”
시종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와, 백운과 백산에게 각각 조그만 연통을 건넸다.
재빨리 읽어 보던 백운이 미치루에게 고했다.
“저루마을에 생존자가 있다 하옵니다. 급히 구조를 바란다는 연락입니다.”
미치루의 얼굴이 착잡했다.
“어, 이건 또 뭐야?”
백산이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기루에도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황금돼지라는 10척이나 되는 괴물이 무사단을 습격했답니다.”
그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미치루, 황급히 달려와 백산의 서신을 가로챘다.
그는 서신을 읽어보더니, 망연자실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대체 이 뭔 난리란 말입니까? 지금 미리내, 그 아이가 저 괴물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까?”
책사 백운과 백산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 사태가 정말 심각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아미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미르가 거구귀의 어깨에 박힌 도목검을 뽑아 주었기에, 거구귀는 다시 청의동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청의동자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나름대로 의술을 연마한 그녀였지만, 사람이 아닌 요물을 치료하는 방법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해요?”
옷이 다 타버리는 바람에 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동자를 껴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모습에 미르는 당장이라도 껴안아 주고 싶은 마음과, 또 다른 한편으론 대체 저 둘은 무슨 사이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묘한 질투심이 생겼다. 이런 복잡한 심경을 느끼는 자신이 왠지 우스워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동자가 이렇게 됐는데? 당신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정말 못됐어요.”
그녀의 말에 감정 상한 미르가 빈정댔다.
“못됐다고? 그게 지금 날 독살하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지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독살하려 했다니요?”
그때까지만 해도, 미르는 미리내가 이곳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이제 좀 정신을 차린 듯 다시 또랑또랑한 모습이었다.
“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미르가 그녀를 발견하고 놀란 얼굴이었지만, 미리내는 웬일인지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 보네. 쩝.”
보다 못한 하늘이 대신 대답했다.
“이번에 파견된 무사단의 책임자시라 합니다.”
“뭐? 그 늙은 단장은 뭐하고? 강이 녀석 부단장이라며? 그 녀석은 대체 뭐하길래, 애를 보내?”
그때 한 무리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왔다. 무사단 부단장 강과 그의 심복들이었다.
“야, 넌 뭐 한다고 하나뿐인 내 동생을 개고생시켜? 죽을래?”
부단장 강은 말에서 내리더니, 재빨리 미리내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식 들었습니다. 괜찮으신 겁니까?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야, 니 눈엔 내가 안 보이냐? 내가 아까 물었거든? 뭐 하다가 이제 나타나는 거냐고?”
강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뭔가 많이 쌓인 듯 대답했다.
“도련님이야말로, 왜 여기 계시는 겁니까?”
“어? 아... 난 저 처자에게 돌려줄 게 있어서.”
강이 아미를 쳐다보았다. 아미는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몰라, 동자의 몸을 연신 주무르고 있었다.
“곧 돌아갈 거야. 걱정하지 마. 지금 바로 갈게.”
“그러실 필요 없으십니다.”
“뭔 소리야, 그게?”
강이 옆구리를 칼을 찬 옆구리를 매만지는 순간, 미르의 눈이 커졌다.
다행히 칼 뒤에 매여 있던 칙령서를 미르에게 내밀었다.
“뭐야, 이건?”
“사면되었다는 칙령서입니다. 도련님은 이제 자유의 몸이십니다.”
“정말? 내가? 왜?”
강은 골치 아픈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물으셔도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전 단지 칙령서를 전달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아, 자식. 여전히 까칠하네. 알았어. 고마워. 그럼 난 이제부터 자유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지?”
“알아서 하십시오.”
강이 귀찮은 듯 대답했다.
“그래? 그럼, 수고.”
돌아서 아미에게 가려다, 미리내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동생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리고 넌 본가로 어서 돌아가. 여긴 위험해.”
그러고는 어미에게 다가갔다.
“내가 준 그 목검을 써봐. 그게 아프게도 하고, 낫게도 한다니까.”
“네? 정말요?”
“그래, 검을 상처 부위에 갖다 대.”
아미가 재빨리 도목검을 동자의 어깻죽지에 갖다 대었다.
새파래졌던 동자의 얼굴에 점점 화색이 도는 듯했다.
“정말, 효과가 있나 봐요.”
아미가 눈물방울을 맺은 채, 웃는 얼굴로 미르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미르를 다시 한번 그녀에게 홀딱 빠져버리게 했다.
그때, 미리내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저 여인을 체포하십시오.”
“뭐?”
미리내가 아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연통조(聯通鳥)- 연락을 취하기 위해 길들인 새. 또는 그로 인한 연락.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이무기 외 전 ( 外 戰)
19.19화. 미르에게 죽음을, 아미에겐 속죄를- 4조회 : 87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757 18.18화. 미르에게 죽음을, 아미에겐 속죄를- 3조회 : 7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46 17.17화. 미르에게 죽음을, 아미에겐 속죄를- 2조회 : 74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792 16.16화. 미르에게 죽음을, 아미에겐 속죄를- 1조회 : 7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454 15.15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5조회 : 77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06 14.14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4조회 : 7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600 13.13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3조회 : 65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480 12.12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2조회 : 81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637 11.11화. 가려진 실체, 그 너머에는- 1조회 : 21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123 10.10화. 오른땅에 피어오른 연기- 5조회 : 6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575 9.9화 오른땅에 피어오른 연기- 4조회 : 66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92 8.8화 오른땅에 피어오른 연기- 3조회 : 71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36 7.7화. 오른땅에 피어오른 연기-2조회 : 67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02 6.6화. 오른땅에 피어오른 연기-1조회 : 735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77 5.5화. 환란의 시작- 5조회 : 62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276 4.4화 환란의 시작 - 4조회 : 64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329 3.3화. 환란의 시작- 3조회 : 571 추천 : 1 댓글 : 0 글자 : 7,619 2.2화. 환란의 시작 - 2조회 : 454 추천 : 1 댓글 : 0 글자 : 7,168 1.1화. 환란의 시작 - 1조회 : 1,09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7,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