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는 이질적인 기운에 몸을 떨었다.
아니, 이질적인 기운보단 익숙하고 혼탁한 기운이란 표현이 더욱 어울렸다.
" · · · · · · ."
주변의 모든 소리가 잘라낸 것 마냥 멈추었고,
심지어는 행동마저 모두 멈췄다.
이런 짓을 할 녀석은 단 하나.
나를 '마녀'라고 불리게 한 원흉.
「흑색」이라 불리오는 자였다.
- 화르륵!
모든 추측을 마치자마자 흑색이 내게 말을 걸었다.
사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긴 하다.
[필멸자여······. 내 힘은 잘 쓰고 있는가?]
잘쓰고 말고. 그 힘 때문에 내가 무슨 고생을 했는데.
"너와 할 말은 없다."
그런 루아의 말의 속 뜻을 알고 있는 흑색이 되받아쳤다.
[필멸자여. 억울한가? 언제까지 억울하게 살텐가.]
당연히 억울하고 말고.
"······그나저나 무슨 일이지?"
[그저······ 내가 하라는데로 하면 된다.]
흑색과 달리 그의 말에 담긴 속 뜻을 알리가 없던 루아는 그 말에 거절했다.
흑색이 잠시 침묵하더니······
* * *
"우리 행성에서 '마음대로 전쟁을 한다'라······."
회의실의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황제가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용한 회의실의 분위기가 속삭임과 작은 대화들로 채워졌다.
- 스윽
누군가 손을 들었다.
순간, 회의실 전체에 정적이 흘렀다.
"라피엘 경. 말해보시지요?"
"폐관중인 그를 이용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런 그의 말에 회의실이 순식간에 시끄럽게 변했다.
"그는··· 그는! 통제 불가능합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 재앙을 이용한다는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라피엘 경! 정신차시십시오!"
"아니··· 정말로 진심······."
반발로 인한 분위기를 황제가 막아섰다.
- 짝!
"다들 엄숙한 자리에서 체통을 지켜주시오."
한순간에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조용해지자 황제. 아니, 클라디우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경은 경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폐하. 감히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허락 하겠습니다."
모두 앉아있는 회의실.
라피엘이 일어서서 회의실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왜 그를 괴물이라고 칭하고, 왜 그를 재앙이라 칭하는지. 그도 결국 우리 나라의 국민이고, 그도 결국 사람입니다. 단지 무력이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나단 이유로 그를 배척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모두가 침묵했다.
"라, 라피엘 경. 진정하고······."
"결국 그도 루아와 같이 혐오를 부추겨 당신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대상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무슨?!"
"라피엘 경. 그 말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오늘따라 말씀이 지나치시는군요."
요동치는 분위기 속에 클라디우스가 급히 회의를 종료시켰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라피엘 경을 제외한 모든 분들은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제국에 영광을."
회의실에 있던 모두. 아니, 라피엘과 클라디우스를 제외한 모두가 떠났다.
모두 떠나자 클라디우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허락하겠습니다."
"네?"
"다시 말해드려야합니까?"
"······폐하도 저와 한 뜻입니까?"
"일부 동의합니다."
* * *
「블랙 애로우.」
루아의 등 뒤로 검은 화살 90개가 생성되어 날아갔다.
'마력량이 무슨!'
루아의 폭격아닌 폭격에 마을은 아무 힘을 쓸 수 없었다.
저 뒤에서 들려오는 검 소리
- 차차차차차창
힘겹게 막아내고 있던 페를린 아니, 샤를 앙드레였다.
"······루아. 갑자기 왜 그런 짓을······."
루아는 그런 샤를 앙드레의 호소에도 들은채 안하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는······· 마녀가 아니야."
「쉐도우 나이프.」
- 차차차차창
루아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이 7개가 생겨나고,
"크윽······. 이제 저도 막기 힘듭니다."
루아의 7개의 검과 틈틈이 날아오는 화살.
이를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던 샤를 앙드레는 기여코 왼쪽 허벅지에 검이 꽂히게 된다.
" · · · · · · . "
루아는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고,
'빈틈이다!'
이를 지켜보던 마을의 한 도객이 루아의 빈틈을 찔렀다.
"죽어라!!"
루아의 오른쪽 옆구리의 도객의 도가 박혔다.
하지만 루아는 이에 아랑곳 하지않고, 자리를 떠났다.
「텔레포트」
- 사아아아아
"도망쳤다!"
"마녀가 도망쳤다!"
"마녀의 저주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 시각.
간발의 차이로 제국군이 도착했다.
"마녀는 어디있습니까?"
"이미 도망갔는데······."
'젠장.'
* * *
"후우······."
라피엘은 '그 재앙'이라 불리오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의 집에 조심스레 노크를했다.
- 똑똑똑
노크를 하자 순식간에 문이 열렸다.
"반갑습······."
열린 입구 사이로 집 안 어디를 보아도 사람이 없었다.
당황하고 있는 라피엘에게 말했다.
"2층으로 올라오시죠."
말을 들은 라피엘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오자, 그 곳엔 나로썬 경지가 짐작도 안되는 한 미형의 사내가 보였다.
"앉으세요."
"······예."
이게 성좌가 될 자의 위압감인가?
아니, 직접 성좌를 만나보았지만 이 정도 까진 아니었다.
'어쩌면 인간 최초로 신이 될 수도.'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 사이 그 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기까지 오신 용건이 뭐죠?"
"삼신들과 흑색이 지구에서 싸운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보고 그들을 막아달란 말이겠군요."
그 자는 바로 본론을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라피엘의 긍정하는 대답에 갑자기 질문을 했다.
"혹시 제 수준을 가늠했나요?"
"음. 성자를 뛰어넘더군요. 어떻게 순리를 거스른겁니까?"
"순리를 '거스른다'라. 아직도 세상이 순리로 돌아가는 것 같나요?"
"그게 무슨······?"
· · · · · · 《 증오, 혼돈 그리고 살심 - 4화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