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벅터벅터벅···
"헉··· 헉···."
숲속으로 몇 시간을 달린 줄 모르겠다.
"거기 서라!"
"잡히면 가만 안 둬!"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마녀! 마녀다!"
"불태워 버려야 해!"
내가 그들에게 무슨 해를 끼쳤지?
"죽어라!"
- 슈욱!
그들이 쏜 마력 화살은 내 어깨에 적중했다.
"큭···."
아픔을 이겨내고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루아, 그대도 이제 남은 힘이 없는 것 같군요."
"베르덴··· 네 녀석이 정녕!"
베르덴은 마력 화살이 파고든 어깨를 발로 밟았다.
"크흑!"
"흐음. 정신을 못 차리셨군요."
베르덴이 루아를 중심으로 돌며 이목을 끌었다.
"금지된 힘을 가지고도 정말 저희가 내버려 둘 거라 생각하셨는지요?"
금지된 힘··· 그래, 내 “ 흑마법 „ 을 말하는 거겠지.
"내 흑마법··· 너희들이 알게 뭐지? 조용히 살겠다는데! 나한테 왜 그러느냐 말이다!"
" · · · · · ·. "
루아의 외침에 베르덴은 침묵했다.
이를 놓치지 않은 루아는 소리쳤다.
"봐! 너희들도 말 못하지 않는가? 나를 그저 정치··· 크헉!"
베르덴이 더욱 세게 아픈 어깨를 짓눌렀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시는군요."
"내가 틀린 말···! 크흑!"
듣다 못 한 베르덴은 루아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살기를 담아 말했다.
"폐하의 명을 거역하려 들지 마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텔레포트 마법으로 감옥에 갇혔다.
어쩌다 이런 일이······.
* * *
"성화 속에 피어난 화신이시여, 오늘도 미련한 인간들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하고 있던 루아 옆에 누군가 말을 건넸다.
"루아, 기도는 끝났어?"
"페를린, 나도 꼭 화신의 선택을 받을 거야!'
"꼭 받았으면 좋겠···"
- 화르륵!
강렬한 열기와 함께 시간이 멈췄다.
[ 필멸자여, 나의 힘이 필요한가···. ]
'화신!'
뇌를 흔들 정도로 울리는 목소리, 자연스레 나를 깔보는 말투.
'그는 화신이다······!'
- 두근! 두근!
루아는 심장이 떨렸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곤 대답을 이어갔다.
"화, 화신이시여, 한낱 필멸자가 말하기엔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게 힘을 주시옵소서."
[ 좋다. 필멸자여, 그대와 계약··· ]
- 쿠르릉
"······!"
갑자기 이질적인 어둠이 사방을 감싸고, 주변의 모든 흐름이 소용돌이쳤다.
[ 적색, 이건 내 것이다. ]
검은 무언가가 내게 힘을 줄 화신을 막아섰다.
[ 흑색, 뭐 하는 거지? ]
[ 말 그대로다. 내가 먼저 선택했으니, 되돌리거라. ]
[ ···나랑 말장난 하는 건가, 흑색? ]
이내 '흑색'이라 불리는 자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 적색, ······말 장난 같아 보이나? ]
살기를 품으며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화신은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 ······알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화신님이 저 흑색이라는 자 때문에 내게 힘을 주지 않는 건가······?'
루아의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흑색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말을 전했다.
[ 아이야··· 네 본성을 끌어내거라. 그러거든, 내가 강림하는 날이 오겠지. 명심해라. 네 본성은 심연이다. ]
"심, 심연···? 그보다 당신은···."
[ 아아. 그것은 섭리에 의해 알게 될 것이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
"그, 그럼, 제 힘은······."
[ 이미 가지고 있지 않느냐? 음. 시간이 지체되었구나. 섭리에 의해 알게 될 것이니 조급하지 마라. ]
'그게 무슨!'
- 콰지직!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 어둠이 희미해져 가고,
"···네 루아."
시간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 *
이 일이 있기 이후로 나는 자연스럽게 흑마법의 이치를 깨달았다.
흑마법. 흑마법이란 무엇인가?
금지된 힘으로도 많이 알려진 흑마법은 '죽은 사람의 기운' 즉, “ 사기(死氣) „ 로 운용하는 마법이다.
죽은 사람의 기운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학계에선 금지 조치를 취했고···
···나는 그걸 익혔다.
"빌어먹을 삶···."
흑마법을 익히고, 다른 사람에게 해 한번 끼치지 않게 조심하고 살았다.
억울함이 몰려온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부정적인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렀다.
- 파르르르
온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흑색은 이를 꿰뚫어 보며 생각했다.
[ 호오. 혼돈이 몸의 제어권을 잡았군. ]
'······그게 뭐가 되었든 죽인다.'
무한한 살기가 루아의 몸을 감쌌다.
- 주르륵
그리고 루아의 눈에서 피가 흘렀다.
· · · · · · 《 증오, 혼돈 그리고 살심 - 프롤로그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