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 뚝···
흘린 피로 물든 눈물은 어느새 자그마한 웅덩이를 생성했다.
"아아··· 이곳은 죽은 자들이 울부짖는구나."
루아의 모습은 점점 제정신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루아의 억울함과 그녀의 분노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였다.
- 고오오!
"그래그래. 망자들이여."
루아는 어둠에 기반한 마나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감옥에서 죽은 자들은 어찌나 많았는지, 사기는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원혼들이여··· 내가 그대들의 한(恨)을 풀어주겠도다."
* * *
- 콰콰콰쾅!
"이봐, 교도관. 저기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어휴··· 내 팔자야. 보나 마나 또 말싸움하다가 애꿎은 벽에다 분풀이나 하겠지."
교도관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럼, 수고자······."
그런데 그 순간, 교도관과 수다를 떨었던 그는 순식간에 목이 꺾여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를 보고 당황한 교도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무슨!"
당연하게도 같이 수다를 떨던 동료가 갑자기 목이 꺾여 나갔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보이는 모든 게 흩뿌려져 있고, 죽어있었다.
그 광경은 가히 시체로 바다를 이룬 시해(屍海)라고 부를 만했다.
'그 짧은 사이에···!'
경악하는 사이에 루아가 아련하게 물었다.
"······내가, 내가 뭘 잘못했지?"
"어, 어떻게! 감옥 전체에 보호 마법이······."
「블랙 인페르노.」
순간 어두운 선이 생겼고,
- 화아아아아!
그 선을 중심으로 어두운 불꽃이 타올랐다.
"······너도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더 이상 남은 것이 없던 교도관을 뒤로하고, 루아는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 터벅터벅
* * *
숨을 가다듬으며 급히 말했다.
"후작님! 후작님! 비상입니다!"
평화로운 사무실에 비서가 소리친 것이었다.
이에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지만, 비서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얼마 전에 체포했던 마녀가 감옥을 파괴하고 탈옥했습니다!"
" · · · · · · . "
베르덴 후작은 그 말을 듣고 내심 놀랬지만 겉으론 들어내지 않았다.
'내 7성급 보호 마법을 파괴한다라······. 루아, 그 녀석이 정말 그걸?'
베르덴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생각을 알 리가 없던 비서는 급히 베르덴을 보챘다.
"후, 후작님! 어서 마녀를 체포···."
"알았다, 알았어. 내 직접 가보도록 하지."
베르덴은 짐을 챙겼다.
그리고 베르덴은 곰곰이 생각했다.
'결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인가······.'
* * *
- 흠칫!
루아는 갑자기 몸을 세우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으윽··· 머리야. 여긴···?"
무언가로부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산맥 한 가운데였다.
마치 긴 잠을 자고 온 것 같이 한결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한 괴수가 루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 쿠워어어어어!
"꺄악······!"
루아는 뒤로 뛰며 재빠르게 마법을 펼쳤다.
「파이어 브레스!」
루아의 손에서 뜨거운 화염이 뻗어나갔다.
- 화아아아아악!
하지만 괴수는 이를 버텼고,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했다.
"크윽··· 역시 이걸로 죽진 않는 건가."
이에 더욱 강한 마법을 캐스팅하는 사이에 누군가 나타나 괴수를 향해 신형을 던졌다.
- 챙강! 사사사사사삭!
괴수는 멈춰있었고, 머리는 두 동강 나 있었다.
엄청난 절세고수의 검사가 자신을 도와준 것이었다.
당황하기도 전에 루아를 구해줬던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 헉!"
말하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올리자, 사내의 환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잘생겼다······!'
사내의 얼굴에 감탄하던 찰나에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쪽 지역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직접 바래다 드리죠."
은은히 호감을 가지고 있던 루아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순순히 따라갔다.
* * *
부서진 감옥 앞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이나 바라보고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다시 그걸 쓴 건가······."
바라보고 있던 그는 다름 아닌 베르덴이었다.
- 주르륵···
베르덴이 주먹을 세게 지자, 손에서 피가 흘렀다.
이는 명백한 베르덴의 분노였다.
"이렇게 추적을 피한단 말인가······."
- 터벅터벅
분노하고 있는 베르덴의 뒤로 누군가 걸어왔다.
"사건은 잘 추적 중이십니까? 베르덴공."
"······황제 폐하님을 뵙습니다. 아무래도 마녀를 놓친 것 같습니다."
놓쳤다는 말에 황제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황제가 입을 열었다.
"······베르덴공. 짐, 아니 나 '클라디우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압니까?"
기세에 눌린 베르덴이 침묵했다.
클라디우스는 베르덴을 중심으로 조용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원의 궤적을 그리며 걸었다.
"예전에 한 무능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죠."
" · · · · · · . "
"약해빠졌던 그를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이 말을 끝나는 기점으로 황제는 자신의 검집에 손을 가져다 두었다.
- 꿀꺽!
이를 본 베르덴은 마른침을 삼켰다.
"잘하겠습니다······."
베르덴의 몸은 경직되어 있었다.
"기대하겠습니다."
황제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루아··· 잡히기만 해봐라··· 내가 꼭 네 녀석을······.'
* * *
- 오싹!
"갑자기 몸이 오싹하네요."
루아는 자신을 구해준 사내와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감기일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쪽은 안 추워요?"
"저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살던 터라, 춥진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저희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았네요!"
"그렇네요.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죠?"
"루아입니다."
사내의 발걸음이 멈췄다.
"······뭐, 뭐? 루아요?"
"네 루아인·······."
이때 루아는 아차 싶었다.
자신의 또 다른 이명은 '마녀'였기 때문이다.
'아······ 인생.'
· · · · · · 《 증오, 혼돈 그리고 살심 - 1화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