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노래하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읽으려고 방문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해당 소설의 주인공에 대하여 소개를 드리고자 합니다.
학교를 다니기 전부터 형과 동네를 돌아다니던 아이는 수한이란 이름으로 가난한 집의 막내였으며 형이 많이 아끼는 동생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도 사랑 받으며 자라온 수한은 말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긴 머리를 하고 동그란 두 눈을 깜빡이며 형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수한이는 동네에서 여자애로 불리었고 형은 그 때마다 혼내준다며 동네 아이들을 쫓아다녔습니다. 딸이 없던 집에서 여자애처럼 자란 수한...
수한이의 인생을 담은 소설입니다. 그가 짝사랑했던 여인들과 그의 사회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을 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이라서 내용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습니다. 가난한 도시민의 모습이 잘 배어진 글이라 자부합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겹다. 거지 같은 동네에서 한참을 걸어서 큰 길에 나가야 저 느려 터진 노란 버스를 탈 수 있다니. 엄마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비싼 유치원에 가야 하는 것이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유치원에 가지 않으면 또 다시 이 커다란 집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져 마치 피난민 마냥 제 어미를 찾아 울부짖을 테니 말이다. 아침 일찍 형과 엄마는 만원 버스를 타러 나갔다. 그 놈의 국민학교가 멀어도 너무 멀기에 엄마는 형이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그 짓을 하셨다. 그래서 여섯 살 인 나는 혼자서 노랑 둥이 를 타야 한다. 추위에 떨며 한 참을 있으니 멀리서 찌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노랑 둥이가 내게 다가왔다. "어머 오래 기다렸니? " 매일 아침마다 보는 누나다. 나만 보면 윙크를 해대며 머리를 쓰다듬는데 짜증이 나서 온 몸이 떨려온다.
하아... 자리가 없다. 저 여자애 옆에 밖에 없다. 쟤는 뒷 집에 사는 아이다. 그런데 반은 다르다. 엄마는 그것으로 몇 번 유치원에 찾아서 선생님들과 개싸움을 벌였다.
왜 수한이만 이 반이냐고 다들 저 반인데.. 왜 그러냐고... 무시하냐고.
여하튼 저 여자애 옆에 앉아야 한다. 난 저 애의 이름도 모른다. 일단 앉았다. 애가 날 본다. 그 시커먼 얼굴이 더 시커매진다.
"야"
여자가 불렀다.
"왜?"
퉁명스럽게 답해줬다. 매우 귀찮은 표정으로 말이다. 제발 말 좀 걸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줄까?"
반짝이는 눈망울로 입술에 침을 바르면서 날 바라본다. 조그만 몸을 배배 꼬면서 말이다.
"응? "
귀찮았다. 그냥 하지 말았으면 했다.
"해줄까?"
여자애가 재차 물었다.
난 두 눈을 감았다.
"그래.."
여자애는 살짝 몸을 띄웠다 다시 앉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응응.. 그 할아부지 알지? 할부지가.. 응응.. 그 할무니 하고 .... 응응"
'와아.. 응응 하다가 끝나겠다. 계집아이야.. 그냥 쫌 조용히 가자... 응?'
"그래서 그거를 된장이라고 생각을 한 거야... 웃기지? 나 엄청 웃겼다. "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당황스러웠다.
"응. 그래? 어 된장? 똥이었는데?"
어찌 어찌 장단을 맞추어 주고 있는 데 노랑둥이가 멈추었다. 유치원에 도착한 것이다.
"이야. 수한이 너 여자친구가 있었네?"
반에서 제일 덩치가 큰 놈이 비아냥 했다. 내 앞에 서서 그 말을 하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내가 일어서서 노려보자 놈이 웃었다.
"하하하. 야 니가 이런 눈 한 거 처음 본다. 너 쟤 좋아하냐?"
놈이 그렇게 말하니 여자애의 얼굴이 더 시커매진다. 나는 열이 받는다.
"누가... 이 씨 .. 누굴 좋아해? 어!!!!"
사자후와 같은 소리를 지르고서 놈을 밀었다. 커다란 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다.
나중에 유치원 졸업 앨범에서 그 여자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도서관에 있었다.
난 한 눈에 그 애를 알아보았고 그 애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았다. 너무 미안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