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1회
조회 : 700 추천 : 0 글자수 : 4,074 자 2024-02-01
#. 프롤로그 (D)
꽃 주위를 맴돌고 있는 꿀벌... 이 꽃 저 꽃 탐색하듯 움직이다 맘에 드는 꽃송이에 파고들고 꽃물을 빨아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마치 세상을 관조하는 신처럼 내려보고 있는 재식.. 이내 손가락으로 꽃받침을 탁 때리자 꿀벌이 놀라 날아가 버린다.
선미 : 야, 일 안 해?!
승합차 짐칸에 실린 꽃모종들...
그 문밖에 손수레를 놓고 선 선미가 짐칸에 앉은 재식을 채근한다.
선미 : 개시도 못했는데 날 샌다. 빨리 좀 움직여!
재식 : 예. (꽃모종을 선미에게 건네며) 누나,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거 알아요?
선미 : 몰라! (꽃모종을 수레에 싣는)
재식 : 사라지는 이유가 뭔 줄 알아요?
선미 : 사라지는 걸 모르는데 이유를 알겠냐? 입 다물고 일해!
‘성천시장’ 이라 써진 아치입구 아래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래시장. 그 길목에 ‘선미 꽃집’이라 써진 승합차에서 꽃모종을 실은 수레를 끌고 이십대 중반 쯤 된 꽃집 사장 선미가 걸음을 옮긴다.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 - 성천시장 상인회- ‘ 라 써진 현수막이 걸린 길목으로 들어서는 선미. 추석맞이 세일 문구가 보이는 점포들엔 대목을 맞은 상인들이 손님을 상대하느라 분주하다. 목청껏 호객을 하기도 하고 깎아 달라 보채는 손님에게 덤을 얹어주기도 하며 흥겨운 모습..
선미 : (NA) 이 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다. 꿀벌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
‘짐 가요!’ 외치며 사람들을 헤치고 수레를 끌고 나아가는 선미.
선미 : (NA) 이 곳 사람들에게 시장 밖 복잡한 세상사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 오직 사고파는 일만이 소중한 일상이다.
힘을 내 수레를 끄는 선미 시선에 보이는 시장 사람들.... 떡집 사장 만석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찜통에서 떡판을 꺼내고 늘어선 손님들에게 재빠르게 떡을 포장해 건네는 만석의 처 영숙. 그리고 식자재 마트 앞엔 삼십대 초반 쯤 된 사장 재식이 오토바이에 배달 물건을 실으며 손님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선미 : (NA) 그렇게 하루하루 흘리는 땀이 보람이고 낙인 이들. 인생이 고달픈 것도 잊은 채 오늘도 이렇게 흘러간다..
선미, 문뜩 하늘을 올려보면 비라도 내릴 듯 찌푸려 있다.
선미 : (NA) 하지만 그 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런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 앞에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 다가와 있다는 걸.
#. 시장 전파상 (D)
오래되고 낡은 가전 기기들이 쌓인 가게 안... 구석에 아스라이 스탠드 불빛이 보이고.. 삼십대 후반 쯤 된 사장 ‘추’가 작업대에 앉아 손바닥 정도 크기의 기기를 분해해 놓고 기판을 손보고 있다. 확대경을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납땜을 하는 손놀림... 이때 입구에 들어서는 용달 기사.
기사 : 사장님!
대꾸 없이 작업에 집중하는 추.
기사 : (문을 두드리는) 사장님, 물건이요!
여전히 무심한 추.
기사 : 참내... (목장갑을 털며 나가버리는)
#. 시장 관리사무소 (D)
관리인 복장의 사십대 초반쯤 된 정씨가 짐 가방을 챙기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들이며 옷가지들을 가방에 넣는 정씨. 마치 멀리 떠나는 모양새다. 그러다 가방 안에 종이봉투를 보고는 꺼내 쥐고 잠시 생각하다 품에 넣고 나선다.
#. 선미 꽃집 (D)
선미가 꽃바구니 장식을 끝내고 완성된 꽃바구니를 손님에게 건넨다. 꽃향기를 맡으며 만족스레 계산을 하는 손님. 손님이 가게를 나서고 선미가 배웅하는데 정씨가 들어선다.
정씨 : 손님 좀 있나보네?
선미 : (꽃값으로 받은 지폐를 흔들며) 쏘 쏘.
정씨 : (미소) 그래, 평소보단 나아야지.
선미 : 커피 한잔 하실래요?
정씨 : 아니, 됐고.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내는) 이것 좀 봐줄래?
선미 : 뭐예요? (봉투 안을 보고) 어, 씨앗이네? (한줌 꺼내 보는)
정씨 : 고향 있을 때 키우던 꽃씬데 어디 심어볼 데 있을까 해서.
선미 : 예... (씨앗을 살피는) 뭐지? 무슨 꽃이에요?
정씨 : 글쎄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 하여튼 꽃이 아주 예뻐.
선미 : (웃는) 예쁘면 키워야지요. 화분이...(찾다가)
높이 선반 위에 놓여져 있는 빈 화분들을 보고는 뒤편에 있는 의자를 집어 가지고 돌아오는데 정씨 손에 이미 빈 화분이 하나 들려있다.
선미 : 어...
정씨 : 이거면 되나?
선미 : (어색한) 예... 고맙습니다. (선반과 정씨를 번갈아 보며 웃곤 화분을 테이블에 놓는) 어디 보자..
능숙하게 화분에 흙을 부어 깔고 씨앗을 뿌리는 선미, 이어 그 위에 흙을 덮고..
선미 : 어떤 녀석이 나오려나.
정씨 : 근데 이거 여기 둬도 되지? 난 관리 못해서 죽일 거 같애.
선미 : 예.. 그러세요.
경수가 들어선다.
경수 : 얼른요! 비 떨어져요.
문밖을 보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선미 : 물건! 빨리, 빨리! (경수와 서둘러 나가고)
정씨 : (미소 띠고 보다 씨앗을 심은 화분을 한번 돌아보곤 나선다)
#. 시장 통 (D)
제법 굵어진 비.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비를 피해 진열대를 덮고 물건을 들이느라 바쁜 상인들. 정씨가 그런 일손을 도와가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실내 장터로 들어서면 부침개 좌판에서 막걸리에 취한 손님들 사이 시비가 붙어 떠들썩하다. 얼른 달려가 말리는 정씨... 그 순간 경적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 시장 길목 (D)
내리는 빗줄기 아래 주차된 트럭에서 기사 홀로 냉장고며 세탁기 같은 중고 가전들을 내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그 뒤로 길이 막힌 승용차가 경적을 울려대고 있고..
#. 시장 전파상 (D)
여전히 기판 수리에 몰두 중인 추. 조심스레 마지막 납땜을 끝내고 손을 거두며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확대경을 거두고 만족스레 기판을 후후 불어 먼지를 터는 추. 기판을 몸체에 끼워 넣고는 커버를 덮은 뒤 배터리를 끼워 작동한다. 버튼을 돌리자 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마치 레이더처럼 탐색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끄덕이며 기기를 내려놓으려던 추. 순간 화면에 붉은 점이 깜빡이고 신호음이 울리자 놀란다. 점점 신호가 증폭되고.. 상기되는 추의 얼굴. 그 순간 문을 열고 정씨가 고개를 들인다.
정씨 : 추형, 차 좀 빼!
추 : 예? (힐끗 보면서도 기기에 정신이 쏠려 있고 신호가 약해지자 당황한다)
정씨 : 차! 차 좀 빼라고.
추 : 예... 예, 뺄게요. (기기 버튼을 이리 저리 돌려본다)
정씨 : 비까지 오는데 길 막혀서 난리야.
추 : 예... (화면까지 꺼져버리자 낭패스런)
정씨 : 부탁해. (가는)
추, 기기를 다시 작동시키려 해보지만 켜지지 않고 테이블에 두드리자 잠시 살아나는 듯 하다 바로 먹통이 돼버린다.
추 : 참.. (기기를 내던질 듯 하다 중고 가전들 쌓여있는 곳을 보고 틈에 던져 넣는다)
#. 시장 길목 (D)
트럭이 길을 내주자 승용차가 빗물을 튀기며 지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섰던 추, 트럭 짐칸에 뛰어올라 냉장고, 세탁기 등을 끌어내린다.
그 일각, 장사를 접는 점포 주인을 도와 셔터를 내리고 있는 정씨.. 순간 요란한 소리와 고함에 놀라 돌아보면 트럭 아래 냉장고가 나뒹굴어 있고 그 옆에 추가 쓰러져 있다. 그런 추를 부축하고 있는 기사 쪽으로 달려가는 정씨.
기사 : 조심하시지... 구급차 불러야 되나?
추 : (옆구리를 다친 듯 괴로운) 됐어, 구급차는 무슨...
정씨 : 아닌데. 병원 가야 될 거 같은데.
추 : (몸을 일으키는) 됐어요.
기사 : (부축을 하며) 그러지 말고 가요. 안 좋아 보이는데.
추 : (괜히 냉장고를 발로 차는) 소란 피울 거 없어.
#. 시장 관리사무소 (D)
웃옷을 벗고 앉아있는 추. 옆구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파스를 뜯어 붙여주는 정씨.
정씨 : 이 정도로 괜찮을지 모르겠네.
추 : 괜찮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요.
정씨 : (그런 추를 바라보다 옆구리에 붙인 파스 위로 손을 가져간다)
추 : (움찔) 아! (어색하게 웃는) ..아파요.
정씨 : 어, 미안해..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지.
추 : (어깨를 돌려보는) 그래야죠 뭐.
그러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짐 가방을 보는 추.
추 : 어디 가세요?
정씨 : 어... 그냥 좀... (말을 돌리 듯 밖을 내다보는) 비 좀 그치나?
그런 정씨의 안색을 살피는 추.
#. 시장 통 (N)
잦아든 빗줄기 속에 이젠 손님도 눈에 띄게 줄고 해가 저물어 가는 시장.. 점포의 간판 불도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가 그친 점포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꽃 주위를 맴돌고 있는 꿀벌... 이 꽃 저 꽃 탐색하듯 움직이다 맘에 드는 꽃송이에 파고들고 꽃물을 빨아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마치 세상을 관조하는 신처럼 내려보고 있는 재식.. 이내 손가락으로 꽃받침을 탁 때리자 꿀벌이 놀라 날아가 버린다.
선미 : 야, 일 안 해?!
승합차 짐칸에 실린 꽃모종들...
그 문밖에 손수레를 놓고 선 선미가 짐칸에 앉은 재식을 채근한다.
선미 : 개시도 못했는데 날 샌다. 빨리 좀 움직여!
재식 : 예. (꽃모종을 선미에게 건네며) 누나,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거 알아요?
선미 : 몰라! (꽃모종을 수레에 싣는)
재식 : 사라지는 이유가 뭔 줄 알아요?
선미 : 사라지는 걸 모르는데 이유를 알겠냐? 입 다물고 일해!
‘성천시장’ 이라 써진 아치입구 아래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래시장. 그 길목에 ‘선미 꽃집’이라 써진 승합차에서 꽃모종을 실은 수레를 끌고 이십대 중반 쯤 된 꽃집 사장 선미가 걸음을 옮긴다.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 - 성천시장 상인회- ‘ 라 써진 현수막이 걸린 길목으로 들어서는 선미. 추석맞이 세일 문구가 보이는 점포들엔 대목을 맞은 상인들이 손님을 상대하느라 분주하다. 목청껏 호객을 하기도 하고 깎아 달라 보채는 손님에게 덤을 얹어주기도 하며 흥겨운 모습..
선미 : (NA) 이 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다. 꿀벌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
‘짐 가요!’ 외치며 사람들을 헤치고 수레를 끌고 나아가는 선미.
선미 : (NA) 이 곳 사람들에게 시장 밖 복잡한 세상사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 오직 사고파는 일만이 소중한 일상이다.
힘을 내 수레를 끄는 선미 시선에 보이는 시장 사람들.... 떡집 사장 만석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찜통에서 떡판을 꺼내고 늘어선 손님들에게 재빠르게 떡을 포장해 건네는 만석의 처 영숙. 그리고 식자재 마트 앞엔 삼십대 초반 쯤 된 사장 재식이 오토바이에 배달 물건을 실으며 손님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선미 : (NA) 그렇게 하루하루 흘리는 땀이 보람이고 낙인 이들. 인생이 고달픈 것도 잊은 채 오늘도 이렇게 흘러간다..
선미, 문뜩 하늘을 올려보면 비라도 내릴 듯 찌푸려 있다.
선미 : (NA) 하지만 그 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런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 앞에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이 다가와 있다는 걸.
#. 시장 전파상 (D)
오래되고 낡은 가전 기기들이 쌓인 가게 안... 구석에 아스라이 스탠드 불빛이 보이고.. 삼십대 후반 쯤 된 사장 ‘추’가 작업대에 앉아 손바닥 정도 크기의 기기를 분해해 놓고 기판을 손보고 있다. 확대경을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납땜을 하는 손놀림... 이때 입구에 들어서는 용달 기사.
기사 : 사장님!
대꾸 없이 작업에 집중하는 추.
기사 : (문을 두드리는) 사장님, 물건이요!
여전히 무심한 추.
기사 : 참내... (목장갑을 털며 나가버리는)
#. 시장 관리사무소 (D)
관리인 복장의 사십대 초반쯤 된 정씨가 짐 가방을 챙기고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들이며 옷가지들을 가방에 넣는 정씨. 마치 멀리 떠나는 모양새다. 그러다 가방 안에 종이봉투를 보고는 꺼내 쥐고 잠시 생각하다 품에 넣고 나선다.
#. 선미 꽃집 (D)
선미가 꽃바구니 장식을 끝내고 완성된 꽃바구니를 손님에게 건넨다. 꽃향기를 맡으며 만족스레 계산을 하는 손님. 손님이 가게를 나서고 선미가 배웅하는데 정씨가 들어선다.
정씨 : 손님 좀 있나보네?
선미 : (꽃값으로 받은 지폐를 흔들며) 쏘 쏘.
정씨 : (미소) 그래, 평소보단 나아야지.
선미 : 커피 한잔 하실래요?
정씨 : 아니, 됐고.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내는) 이것 좀 봐줄래?
선미 : 뭐예요? (봉투 안을 보고) 어, 씨앗이네? (한줌 꺼내 보는)
정씨 : 고향 있을 때 키우던 꽃씬데 어디 심어볼 데 있을까 해서.
선미 : 예... (씨앗을 살피는) 뭐지? 무슨 꽃이에요?
정씨 : 글쎄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 하여튼 꽃이 아주 예뻐.
선미 : (웃는) 예쁘면 키워야지요. 화분이...(찾다가)
높이 선반 위에 놓여져 있는 빈 화분들을 보고는 뒤편에 있는 의자를 집어 가지고 돌아오는데 정씨 손에 이미 빈 화분이 하나 들려있다.
선미 : 어...
정씨 : 이거면 되나?
선미 : (어색한) 예... 고맙습니다. (선반과 정씨를 번갈아 보며 웃곤 화분을 테이블에 놓는) 어디 보자..
능숙하게 화분에 흙을 부어 깔고 씨앗을 뿌리는 선미, 이어 그 위에 흙을 덮고..
선미 : 어떤 녀석이 나오려나.
정씨 : 근데 이거 여기 둬도 되지? 난 관리 못해서 죽일 거 같애.
선미 : 예.. 그러세요.
경수가 들어선다.
경수 : 얼른요! 비 떨어져요.
문밖을 보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선미 : 물건! 빨리, 빨리! (경수와 서둘러 나가고)
정씨 : (미소 띠고 보다 씨앗을 심은 화분을 한번 돌아보곤 나선다)
#. 시장 통 (D)
제법 굵어진 비.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비를 피해 진열대를 덮고 물건을 들이느라 바쁜 상인들. 정씨가 그런 일손을 도와가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실내 장터로 들어서면 부침개 좌판에서 막걸리에 취한 손님들 사이 시비가 붙어 떠들썩하다. 얼른 달려가 말리는 정씨... 그 순간 경적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 시장 길목 (D)
내리는 빗줄기 아래 주차된 트럭에서 기사 홀로 냉장고며 세탁기 같은 중고 가전들을 내리느라 애를 쓰고 있다. 그 뒤로 길이 막힌 승용차가 경적을 울려대고 있고..
#. 시장 전파상 (D)
여전히 기판 수리에 몰두 중인 추. 조심스레 마지막 납땜을 끝내고 손을 거두며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확대경을 거두고 만족스레 기판을 후후 불어 먼지를 터는 추. 기판을 몸체에 끼워 넣고는 커버를 덮은 뒤 배터리를 끼워 작동한다. 버튼을 돌리자 화면에 불이 들어오고 마치 레이더처럼 탐색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끄덕이며 기기를 내려놓으려던 추. 순간 화면에 붉은 점이 깜빡이고 신호음이 울리자 놀란다. 점점 신호가 증폭되고.. 상기되는 추의 얼굴. 그 순간 문을 열고 정씨가 고개를 들인다.
정씨 : 추형, 차 좀 빼!
추 : 예? (힐끗 보면서도 기기에 정신이 쏠려 있고 신호가 약해지자 당황한다)
정씨 : 차! 차 좀 빼라고.
추 : 예... 예, 뺄게요. (기기 버튼을 이리 저리 돌려본다)
정씨 : 비까지 오는데 길 막혀서 난리야.
추 : 예... (화면까지 꺼져버리자 낭패스런)
정씨 : 부탁해. (가는)
추, 기기를 다시 작동시키려 해보지만 켜지지 않고 테이블에 두드리자 잠시 살아나는 듯 하다 바로 먹통이 돼버린다.
추 : 참.. (기기를 내던질 듯 하다 중고 가전들 쌓여있는 곳을 보고 틈에 던져 넣는다)
#. 시장 길목 (D)
트럭이 길을 내주자 승용차가 빗물을 튀기며 지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섰던 추, 트럭 짐칸에 뛰어올라 냉장고, 세탁기 등을 끌어내린다.
그 일각, 장사를 접는 점포 주인을 도와 셔터를 내리고 있는 정씨.. 순간 요란한 소리와 고함에 놀라 돌아보면 트럭 아래 냉장고가 나뒹굴어 있고 그 옆에 추가 쓰러져 있다. 그런 추를 부축하고 있는 기사 쪽으로 달려가는 정씨.
기사 : 조심하시지... 구급차 불러야 되나?
추 : (옆구리를 다친 듯 괴로운) 됐어, 구급차는 무슨...
정씨 : 아닌데. 병원 가야 될 거 같은데.
추 : (몸을 일으키는) 됐어요.
기사 : (부축을 하며) 그러지 말고 가요. 안 좋아 보이는데.
추 : (괜히 냉장고를 발로 차는) 소란 피울 거 없어.
#. 시장 관리사무소 (D)
웃옷을 벗고 앉아있는 추. 옆구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파스를 뜯어 붙여주는 정씨.
정씨 : 이 정도로 괜찮을지 모르겠네.
추 : 괜찮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요.
정씨 : (그런 추를 바라보다 옆구리에 붙인 파스 위로 손을 가져간다)
추 : (움찔) 아! (어색하게 웃는) ..아파요.
정씨 : 어, 미안해..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지.
추 : (어깨를 돌려보는) 그래야죠 뭐.
그러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짐 가방을 보는 추.
추 : 어디 가세요?
정씨 : 어... 그냥 좀... (말을 돌리 듯 밖을 내다보는) 비 좀 그치나?
그런 정씨의 안색을 살피는 추.
#. 시장 통 (N)
잦아든 빗줄기 속에 이젠 손님도 눈에 띄게 줄고 해가 저물어 가는 시장.. 점포의 간판 불도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가 그친 점포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실향
13.실향 13회조회 : 59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995 12.실향 12회조회 : 61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064 11.실향 11회조회 : 60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013 10.실향 10회조회 : 69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517 9.실향 9회조회 : 58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420 8.실향 8회조회 : 57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816 7.실향 7회조회 : 621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602 6.실향 6회조회 : 89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102 5.실향 5회조회 : 48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2,927 4.실향 4회조회 : 69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11 3.실향 3회조회 : 50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7 2.실향 2회조회 : 5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43 1.실향 1회조회 : 70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