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11회
조회 : 591 추천 : 0 글자수 : 5,013 자 2024-02-11
#. 시장 전파상 (D)
작업 테이블에 앉아 있는 추.. 골똘한 표정으로 드라이버를 만지작대고 있다.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나이 든 손님 하나.
손님 : 이거 얼마 줘야 돼?
대꾸 없는 추.
손님 : 여기! 여 봐!
추 : (그제서) 예?
손님 : 귀먹었어? 이거 얼마냐고.
추 : (드라이버를 던져놓으며) 그냥 가져가세요.
손님 : 어? 그래도 돼?
추 : 예.
손님 : 나중에 딴소리 말어. (웬 떡이냐 싶은 얼굴로 가지고 나간다)
추, 머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가게 안을 둘러본다. 그러다 문뜩 가전 기기들 쌓여 있는 구석.. 아무렇게나 처박아 둔 추적기를 본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다 일어서 다가가고 추적기를 집으려 손을 뻗는 순간 삐-! 귀를 울리는 신호음. 상기되는 추... 계속 이어지는 신호음에 추적기를 집어 확인하면 화면에 깜빡이고 있는 붉은 점...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 선미 꽃가게 (D)
선미, 만석, 영숙, 재식이 커피 잔을 놓고 둘러앉아 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선미, 만석, 영숙.
그런 셋을 둘러보다 헛웃음을 흘리는 재식.
선미 : 왜 웃어?
재식 : 안 웃게 생겼어? 바쁜 사람 불러놓고 만화 같은 소릴 하고 있는데.
만석 : 우리가 이상해?
재식 : 아, 그럼 식물인간 됐던 사람이 갑자기 깨어나고 그걸 또 우연히 찾아가서 보고. 행방불명됐던 여자애 죽은 걸 나도 모르게 고향에 찾아가서 발견했다. 아, 뭐 그럴 수 있어. 어, 세상에 기적이란 게 있으니까. 근데 그게.. (셋을 둘러보며) 정씨 형님이 만들어낸 일이다?
만석 : 그래, 나만 느낀 게 아니라 다 같이 그러면 진짜 아냐?
영숙 : 아, 떠날 때 우리한테 자기 보살펴줘서 고마운 거 잊지 않겠다고 했잖아.
재식 : 그래서요, 그 형님이 무슨 재주로? 뭐 유리 겔라야? 초능력 써서?
선미 : 빈정대지 마! 우리 아주 씨리어스해!
재식 : 됐네. (컵을 놓고 일어서는) 바뻐 죽겠는데... (나가려는)
만석 : 정씨가 고향 얘기 했던 거 생각해봐.
재식 : (멈칫 서다.. 돌아보는) 그럼 뭐 그 형님이 외계인이라도 된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받는 만석, 영숙, 선미.
재식, 미치겠다 싶은 얼굴로 보는...
#. 한적한 도로 (D)
배낭을 맨 추가 손에 추적기를 들고 갓길을 걷고 있다.
지나는 차나 행인도 눈에 띄지 않고 오래된 건물과 버려진 공터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 신호음이 계속되는 추적기와 주변을 번갈아보며 걸음을 옮기는 추.
그러다 커지는 신호음에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면 폐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폐건물 (D)
건물로 들어서는 추... 깨진 유리창과 쓰레기로 지저분한 내부....
조심스레 안쪽을 살피며 계단을 올라간다. 위쪽을 경계하며 한층 올라서고 내부로 걸음을 옮기면 못쓰게 된 가구들이 쌓여있고 인기척은 없다. 다시 걸음을 옮겨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벽으로 나눠진 공간이 보이고 발을 들이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에 놀란다. 보면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로 뛰어올라 노려보고 있고.. 한숨을 돌리는 추, 다시 추적기를 확인하고 저만치 어둠이 짙은 안쪽을 바라본다. 포켓에서 후레쉬를 꺼내 비추며 천천히 어둠 속으로 나아가면 버려진 물건이 발에 치이기도 하고 그렇게 막다른 벽까지 이른다. 긴장을 풀며 돌아서려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녹슨 철문. 철문에 다가서 손잡이를 잡아 보면 잘 열리지 않고 후레쉬를 입에 물고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기자 벌컥 문이 열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놀라 물러서는 추. 힘겹게 안을 살피면 방 안 벽에 뚫린 구멍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후레쉬를 끄고 추적기를 꺼내 다시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추. 거칠게 부서진 벽 앞으로 다가서면 구멍으로 건물 밖 풍경이 보인다. 황폐한 공터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낚시터 하나.. 눈빛이 변하는 추.
#. 낚시터 (D)
대여섯 명의 낚시꾼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다.
추가 들어서서 그런 낚시꾼들을 둘러보는데 중년의 여자 사장이 다가온다.
사장 : 만 오천 원이에요.
추 : 예?
사장 : 입장료 만 오천 원이요.
추 : (호주머니를 뒤져 돈을 꺼내 건네는)
사장 : (추의 행색을 살피며) 낚싯대랑 뭐 빌려드려요?
추 : 아뇨, 됐습니다.
사장 : 예... (다시 추를 훑어보며 간다)
추, 빈 좌대를 보고 걸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앉는다.
추적기는 여전히 신호음이 울리고 있고..
낚시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들이다.
여자 사장이 쟁반을 들고 다시 추에게 다가온다.
종이컵을 추 옆에 내려놓는 여 사장.
사장 : 커피 드세요.
추 : 예, 고맙습니다.
사장 : 근데 낚싯대도 필요 없으시다니 낚시 안하시면 뭐 하시려구?
추 : 필요한 건 여기 다 있습니다. (배낭을 두드리는)
사장 : (그런가 싶다 추적기를 보는) 그건 뭐예요?
추 : (웃으며 추적기를 가까이 보이는) 이런 거 처음 보시나요?
사장 : 예... 낚시하러 오는 분 중에 이런 거 가진 분은 못 봤는데.
추: 그렇겠죠. 사실 저 여기 누굴 좀 찾으려고 왔습니다.
사장 : 아... 찾는 사람이 있어요?
추 : 사람... 사람은 아니라고 봐야죠.
사장 : (의아한) 사람이 아니면 무슨...
추: 어쨌든 여기 깜빡거리는 거 보이시죠?
사장 : 어... 번쩍 번쩍 하네.
추 : 이게 그 녀석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신홉니다.
사장 : 어.. 신호? 신기하네. (낚시터 안을 둘러보는) 그게 어디 있는데요?
추 :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사장 : (이상한 듯 보는) 그거 생김샐 모르세요?
추 : 그게... 예전엔 알았는데 지금은 모습을 바꿔서 알아보기 힘들 겁니다. (웃음)
사장 : (심상찮은 표정이 되고) 아이고, 내 정신 좀.. 사무실 비워두고..(일어나 나서는) 그럼 일 보세요.
추 : (그런 사장을 바라보다 커피를 들이키고는 종이컵을 구겨 쥔다)
#. 선미의 꽃집 (D)
선미가 꽃가지를 다듬다 바닥에 놓인 화분을 본다. 정씨가 준 꽃씨를 심은 화분...이제 꽃봉오리도 몇 나와 있다. 흐뭇하게 보는데 문밖에 중년의 사내가 지나다 가게 안 선미를 보고 다가선다. 박 형사다.
박형사: 저...말씀 좀 묻겠습니다.
선미 : (가위질을 하며) 예.
박형사: 여기 시장에 한재식이라고 있죠. 슈퍼마켓 한다던데.
선미 : 한...재식. (손을 멈추는) 아... (박 형사에게 다가가) 저기.. (꽃가위로 가리키는)
박형사: 어이구. (움찔 몸을 빼는)
선미 : 어머, 죄송해요. (가위를 빼 쥐고) 저기 그릇가게 보이시죠.
박형사: 예.
선미 : 그 맞은편에 식자재 마트 보이세요? 거기 주인이에요.
박형사: 아... 식자재 마트. 예, 감사합니다. 일 계속 하십쇼. (웃어 보이고 가는)
선미, 누군가 싶은 표정으로 박 형사가 간 쪽을 바라본다.
#. 낚시터 (D)
추적기를 손에 든 추가 버튼을 돌려 모드를 바꾸자 화면이 더 세밀하게 바뀐다. 이내 낚시꾼들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는 추... 옆쪽에 있는 낚시꾼에게로 천천히 접근해 뒤로 지나가며 추적기의 신호를 확인한다. 별다른 변화 없이 신호음이 반복되는 추적기.. 다시 저만치 앉아있는 낚시꾼의 뒤로 걸어가며 추적기를 확인하고... 그렇게 낚시터 안을 빙 돌아가며 걷다 한 사내 뒤에 이르자 멈춰 선다. 추적기의 신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붉은 표시도 점멸 없이 멈춰 있다. 날카롭게 사내를 바라보는 추.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걸음을 옮겨 멀어진다. 추적기의 신호음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고 붉은 표시도 점멸한다. 됐다 싶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는 추, 문제의 사내를 조용히 응시한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있는 사내.
추, 배낭을 끌어다 앞에 놓고는 지퍼를 열면 다른 여러 기기들이 들어있다. 이것저것 손에 잡아 보다 한눈에 무기처럼 보이는 기기를 손에 쥔다. 마치 너클을 낀 것 같은 형태의 무기. 숨을 한번 고르고 일어서서 추적기는 허리춤에 끼우고는 문제의 사내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기척에 고개를 드는 사내. 그 앞에 멈춰 서 내려보는 추.
사내 : (의아한) 왜 그러세요?
추 : 오랜만이네.
사내 : 예? (주변을 한번 보곤) 절 아세요?
추 : 모를 리가 있나. (순간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아 들어올린다)
사내 : (고통스런) 왜.. 왜 이래요?!
옆쪽에 있던 낚시꾼이 놀라 다가온다.
낚시꾼: 뭐하는 거야, 당신?!
추 : 한 발짝만 더 오면 너도 죽어!
낚시꾼이 멈칫하는데 추, 손에 장착한 무기 손잡이를 움켜쥐자 굉음과 함께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순식간에 사내의 목을 찌른다. 놀라는 낚시꾼들.
사내가 고통에 몸을 뒤틀다 거품까지 물며 늘어지자 사내를 내동댕이치는 추.
옆 낚시꾼이 어찌할 바를 모르다 낚시 받침대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가볍게 막고 낚시꾼의 배를 찌르는 추. 고통에 일그러지는 낚시꾼을 그대로 들어 물로 내던진다. 다른 낚시꾼들은 그 광경에 놀라 허둥지둥 낚시터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하고..
추가 물에 빠진 낚시꾼을 보면 잠시 몸부림을 치는가 싶다 잠잠해진다..
천천히 원래 사내 쪽으로 다가서는 추, 쓰러진 사내를 살피듯 확인하다 뭔가 미심쩍은 표정이 되고 사내의 턱을 움켜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다 입까지 벌려 보고 서서히 표정이 변한다. 낭패스런 듯 사내를 밀쳐내는 추.
다시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면 이제 아무도 없이 고요한 낚시터...
허리춤의 추적기를 빼 확인하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신호음... 이상한 듯 추적기를 쥐고 걸음을 옮기다 다시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며 점멸을 멈춘 붉은 점에 심상찮은 표정이 되고 사내의 좌대로 시선이 간다. 그리고 눈에 띄는 낚시 바구니. 천천히 다가가 안을 보면 큼직한 붕어 한 마리가 잡혀 있다. 추적기를 다시 확인하고는 좌대에 놓여 있는 손칼을 쥐고 붕어를 꺼내 배를 갈라 본다. 핏물과 함께 내장이 보이고 배를 벌리고 손을 넣어 뒤적이자 손에 뭔가 잡히고 빼내면 구슬 같은 것이 나온다. 검붉은 빛깔의 알맹이... 눈가가 떨리는 추, 알맹이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아버린다. 뭉개져 형태가 사라져 버리자 그 순간 바닥에 놓인 추적기의 신호음도 사그라든다. 굳은 얼굴로 추적기를 노려보던 추, 의자에 주저앉고 눈을 질끈 감다 다시 배가 갈린 붕어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이 된다.
작업 테이블에 앉아 있는 추.. 골똘한 표정으로 드라이버를 만지작대고 있다.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나이 든 손님 하나.
손님 : 이거 얼마 줘야 돼?
대꾸 없는 추.
손님 : 여기! 여 봐!
추 : (그제서) 예?
손님 : 귀먹었어? 이거 얼마냐고.
추 : (드라이버를 던져놓으며) 그냥 가져가세요.
손님 : 어? 그래도 돼?
추 : 예.
손님 : 나중에 딴소리 말어. (웬 떡이냐 싶은 얼굴로 가지고 나간다)
추, 머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가게 안을 둘러본다. 그러다 문뜩 가전 기기들 쌓여 있는 구석.. 아무렇게나 처박아 둔 추적기를 본다. 잠시 그렇게 바라보다 일어서 다가가고 추적기를 집으려 손을 뻗는 순간 삐-! 귀를 울리는 신호음. 상기되는 추... 계속 이어지는 신호음에 추적기를 집어 확인하면 화면에 깜빡이고 있는 붉은 점...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 선미 꽃가게 (D)
선미, 만석, 영숙, 재식이 커피 잔을 놓고 둘러앉아 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 있는 선미, 만석, 영숙.
그런 셋을 둘러보다 헛웃음을 흘리는 재식.
선미 : 왜 웃어?
재식 : 안 웃게 생겼어? 바쁜 사람 불러놓고 만화 같은 소릴 하고 있는데.
만석 : 우리가 이상해?
재식 : 아, 그럼 식물인간 됐던 사람이 갑자기 깨어나고 그걸 또 우연히 찾아가서 보고. 행방불명됐던 여자애 죽은 걸 나도 모르게 고향에 찾아가서 발견했다. 아, 뭐 그럴 수 있어. 어, 세상에 기적이란 게 있으니까. 근데 그게.. (셋을 둘러보며) 정씨 형님이 만들어낸 일이다?
만석 : 그래, 나만 느낀 게 아니라 다 같이 그러면 진짜 아냐?
영숙 : 아, 떠날 때 우리한테 자기 보살펴줘서 고마운 거 잊지 않겠다고 했잖아.
재식 : 그래서요, 그 형님이 무슨 재주로? 뭐 유리 겔라야? 초능력 써서?
선미 : 빈정대지 마! 우리 아주 씨리어스해!
재식 : 됐네. (컵을 놓고 일어서는) 바뻐 죽겠는데... (나가려는)
만석 : 정씨가 고향 얘기 했던 거 생각해봐.
재식 : (멈칫 서다.. 돌아보는) 그럼 뭐 그 형님이 외계인이라도 된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받는 만석, 영숙, 선미.
재식, 미치겠다 싶은 얼굴로 보는...
#. 한적한 도로 (D)
배낭을 맨 추가 손에 추적기를 들고 갓길을 걷고 있다.
지나는 차나 행인도 눈에 띄지 않고 오래된 건물과 버려진 공터만 눈에 들어오는 풍경. 신호음이 계속되는 추적기와 주변을 번갈아보며 걸음을 옮기는 추.
그러다 커지는 신호음에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면 폐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 폐건물 (D)
건물로 들어서는 추... 깨진 유리창과 쓰레기로 지저분한 내부....
조심스레 안쪽을 살피며 계단을 올라간다. 위쪽을 경계하며 한층 올라서고 내부로 걸음을 옮기면 못쓰게 된 가구들이 쌓여있고 인기척은 없다. 다시 걸음을 옮겨 더 안쪽으로 들어서자 벽으로 나눠진 공간이 보이고 발을 들이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에 놀란다. 보면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로 뛰어올라 노려보고 있고.. 한숨을 돌리는 추, 다시 추적기를 확인하고 저만치 어둠이 짙은 안쪽을 바라본다. 포켓에서 후레쉬를 꺼내 비추며 천천히 어둠 속으로 나아가면 버려진 물건이 발에 치이기도 하고 그렇게 막다른 벽까지 이른다. 긴장을 풀며 돌아서려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녹슨 철문. 철문에 다가서 손잡이를 잡아 보면 잘 열리지 않고 후레쉬를 입에 물고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기자 벌컥 문이 열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놀라 물러서는 추. 힘겹게 안을 살피면 방 안 벽에 뚫린 구멍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후레쉬를 끄고 추적기를 꺼내 다시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추. 거칠게 부서진 벽 앞으로 다가서면 구멍으로 건물 밖 풍경이 보인다. 황폐한 공터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낚시터 하나.. 눈빛이 변하는 추.
#. 낚시터 (D)
대여섯 명의 낚시꾼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다.
추가 들어서서 그런 낚시꾼들을 둘러보는데 중년의 여자 사장이 다가온다.
사장 : 만 오천 원이에요.
추 : 예?
사장 : 입장료 만 오천 원이요.
추 : (호주머니를 뒤져 돈을 꺼내 건네는)
사장 : (추의 행색을 살피며) 낚싯대랑 뭐 빌려드려요?
추 : 아뇨, 됐습니다.
사장 : 예... (다시 추를 훑어보며 간다)
추, 빈 좌대를 보고 걸어가 배낭을 내려놓고 앉는다.
추적기는 여전히 신호음이 울리고 있고..
낚시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들이다.
여자 사장이 쟁반을 들고 다시 추에게 다가온다.
종이컵을 추 옆에 내려놓는 여 사장.
사장 : 커피 드세요.
추 : 예, 고맙습니다.
사장 : 근데 낚싯대도 필요 없으시다니 낚시 안하시면 뭐 하시려구?
추 : 필요한 건 여기 다 있습니다. (배낭을 두드리는)
사장 : (그런가 싶다 추적기를 보는) 그건 뭐예요?
추 : (웃으며 추적기를 가까이 보이는) 이런 거 처음 보시나요?
사장 : 예... 낚시하러 오는 분 중에 이런 거 가진 분은 못 봤는데.
추: 그렇겠죠. 사실 저 여기 누굴 좀 찾으려고 왔습니다.
사장 : 아... 찾는 사람이 있어요?
추 : 사람... 사람은 아니라고 봐야죠.
사장 : (의아한) 사람이 아니면 무슨...
추: 어쨌든 여기 깜빡거리는 거 보이시죠?
사장 : 어... 번쩍 번쩍 하네.
추 : 이게 그 녀석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신홉니다.
사장 : 어.. 신호? 신기하네. (낚시터 안을 둘러보는) 그게 어디 있는데요?
추 : 그건...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사장 : (이상한 듯 보는) 그거 생김샐 모르세요?
추 : 그게... 예전엔 알았는데 지금은 모습을 바꿔서 알아보기 힘들 겁니다. (웃음)
사장 : (심상찮은 표정이 되고) 아이고, 내 정신 좀.. 사무실 비워두고..(일어나 나서는) 그럼 일 보세요.
추 : (그런 사장을 바라보다 커피를 들이키고는 종이컵을 구겨 쥔다)
#. 선미의 꽃집 (D)
선미가 꽃가지를 다듬다 바닥에 놓인 화분을 본다. 정씨가 준 꽃씨를 심은 화분...이제 꽃봉오리도 몇 나와 있다. 흐뭇하게 보는데 문밖에 중년의 사내가 지나다 가게 안 선미를 보고 다가선다. 박 형사다.
박형사: 저...말씀 좀 묻겠습니다.
선미 : (가위질을 하며) 예.
박형사: 여기 시장에 한재식이라고 있죠. 슈퍼마켓 한다던데.
선미 : 한...재식. (손을 멈추는) 아... (박 형사에게 다가가) 저기.. (꽃가위로 가리키는)
박형사: 어이구. (움찔 몸을 빼는)
선미 : 어머, 죄송해요. (가위를 빼 쥐고) 저기 그릇가게 보이시죠.
박형사: 예.
선미 : 그 맞은편에 식자재 마트 보이세요? 거기 주인이에요.
박형사: 아... 식자재 마트. 예, 감사합니다. 일 계속 하십쇼. (웃어 보이고 가는)
선미, 누군가 싶은 표정으로 박 형사가 간 쪽을 바라본다.
#. 낚시터 (D)
추적기를 손에 든 추가 버튼을 돌려 모드를 바꾸자 화면이 더 세밀하게 바뀐다. 이내 낚시꾼들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는 추... 옆쪽에 있는 낚시꾼에게로 천천히 접근해 뒤로 지나가며 추적기의 신호를 확인한다. 별다른 변화 없이 신호음이 반복되는 추적기.. 다시 저만치 앉아있는 낚시꾼의 뒤로 걸어가며 추적기를 확인하고... 그렇게 낚시터 안을 빙 돌아가며 걷다 한 사내 뒤에 이르자 멈춰 선다. 추적기의 신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붉은 표시도 점멸 없이 멈춰 있다. 날카롭게 사내를 바라보는 추.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걸음을 옮겨 멀어진다. 추적기의 신호음이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고 붉은 표시도 점멸한다. 됐다 싶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는 추, 문제의 사내를 조용히 응시한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있는 사내.
추, 배낭을 끌어다 앞에 놓고는 지퍼를 열면 다른 여러 기기들이 들어있다. 이것저것 손에 잡아 보다 한눈에 무기처럼 보이는 기기를 손에 쥔다. 마치 너클을 낀 것 같은 형태의 무기. 숨을 한번 고르고 일어서서 추적기는 허리춤에 끼우고는 문제의 사내에게 성큼성큼 걸어간다. 기척에 고개를 드는 사내. 그 앞에 멈춰 서 내려보는 추.
사내 : (의아한) 왜 그러세요?
추 : 오랜만이네.
사내 : 예? (주변을 한번 보곤) 절 아세요?
추 : 모를 리가 있나. (순간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아 들어올린다)
사내 : (고통스런) 왜.. 왜 이래요?!
옆쪽에 있던 낚시꾼이 놀라 다가온다.
낚시꾼: 뭐하는 거야, 당신?!
추 : 한 발짝만 더 오면 너도 죽어!
낚시꾼이 멈칫하는데 추, 손에 장착한 무기 손잡이를 움켜쥐자 굉음과 함께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순식간에 사내의 목을 찌른다. 놀라는 낚시꾼들.
사내가 고통에 몸을 뒤틀다 거품까지 물며 늘어지자 사내를 내동댕이치는 추.
옆 낚시꾼이 어찌할 바를 모르다 낚시 받침대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가볍게 막고 낚시꾼의 배를 찌르는 추. 고통에 일그러지는 낚시꾼을 그대로 들어 물로 내던진다. 다른 낚시꾼들은 그 광경에 놀라 허둥지둥 낚시터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하고..
추가 물에 빠진 낚시꾼을 보면 잠시 몸부림을 치는가 싶다 잠잠해진다..
천천히 원래 사내 쪽으로 다가서는 추, 쓰러진 사내를 살피듯 확인하다 뭔가 미심쩍은 표정이 되고 사내의 턱을 움켜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다 입까지 벌려 보고 서서히 표정이 변한다. 낭패스런 듯 사내를 밀쳐내는 추.
다시 날카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면 이제 아무도 없이 고요한 낚시터...
허리춤의 추적기를 빼 확인하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신호음... 이상한 듯 추적기를 쥐고 걸음을 옮기다 다시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며 점멸을 멈춘 붉은 점에 심상찮은 표정이 되고 사내의 좌대로 시선이 간다. 그리고 눈에 띄는 낚시 바구니. 천천히 다가가 안을 보면 큼직한 붕어 한 마리가 잡혀 있다. 추적기를 다시 확인하고는 좌대에 놓여 있는 손칼을 쥐고 붕어를 꺼내 배를 갈라 본다. 핏물과 함께 내장이 보이고 배를 벌리고 손을 넣어 뒤적이자 손에 뭔가 잡히고 빼내면 구슬 같은 것이 나온다. 검붉은 빛깔의 알맹이... 눈가가 떨리는 추, 알맹이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짓밟아버린다. 뭉개져 형태가 사라져 버리자 그 순간 바닥에 놓인 추적기의 신호음도 사그라든다. 굳은 얼굴로 추적기를 노려보던 추, 의자에 주저앉고 눈을 질끈 감다 다시 배가 갈린 붕어를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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