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10회
조회 : 706 추천 : 0 글자수 : 5,517 자 2024-02-10
#. 국도 (D)
선미의 꽃가게 승합차가 달리고 있다.
#. 승합차 안 (D)
경수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의 선미는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힐끗대며 신경 쓰이는 듯 한 경수.
‘청일 농원’ 이란 목적지가 안내되고 있다.
선미 : 그니까 일단 나가서 만나보고 그런 스타일 밥맛이다 그러면 너도 성격 보여주고 끝내. 너 개차반인 거 보여주라고. (웃음) ...아, 상관없어. 어차피 그 오빠가 하도 들볶아서 주선한 거니까.
경수 : (내비게이션을 보면 길 안내가 멈췄다) 아, 또 왜 이러냐...
선미 : 그래, 집에 오면 연락하고, 파이팅! (끊고는 경수를 보는) 내비 안 돼? 다시 해? (다시 설정을 하는) 청...일...농...원.
그러나 이젠 아주 멈춰버린 내비게이션.
경수 : 아... 먹통. 돌아버리겠네... (두드려보는)
선미 : 야, 더 고장 난다. 어떡해? 농원에 연락해봐?
경수 : 아뇨, 제가 대충 아니까 그냥 가볼게요.
선미 : 진짜? 갈 수 있어?
경수 : 아이... 길은 다 통하게 돼 있어요. 가면 다 가요. 북한 빼고 다.
선미 : (피식하곤) 그럼 믿어보겠스. (기대앉으며 눈을 감는)
blackout
덜컹!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 선미. 경수도 당황했는지 핸들을 휘청대고 있다.
선미 : 뭐야!
경수 : 아, 길이 험해서 그래요.
선미 : 너 졸았지!
경수 : 잠은 전염되는 거 몰라요? 옆에서 코까지 고니까...
선미 : 누가 코를 골아. (하며 창밖을 둘러보는)
확연히 외진 느낌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선미 : 야, 여기 어디야? 너 알고 가는 거야?
경수 : (좀 자신 없는) 아니, 좀 더 가면 나올 거 같긴 한데..
선미 : 어딘지도 모르고 막 가? 사람 보이면 세워! 물어보고 가.
경수 : 예.
속도를 내는 경수... 순간 차가 심하게 떨기 시작한다.
선미 : 왜 이래?
경수 : 또 시작이네...미치겠네, 진짜.
이내 엔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연기도 나자 급정거하는 경수.
들썩하며 머리를 박을 뻔 하는 선미.
선미 : 야, 너 진짜...!
순간 시동도 꺼져버린다.
#. 어느 외진 도로 (D)
승합차를 힘겹게 밀고 있는 경수와 선미...갓길로 옮기고 있다.
선미 : 정씨 오라버니가 손봐줘서 괜찮았잖아.
경수 : 그러게요. 이 정도까진 아녔는데.
CUT TO
승합차 옆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경수.
도로변 경계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선미...
경수 : (휴대폰을 거두고) 한 30분은 기다려야겠는데요?
선미 : (옷을 털며 일어서는) 30분... 날 샜네.
경수 : 차에서 눈 좀 붙여요.
선미 : 됐어, 잠 달아나게 바람이나 쐬야겠다.
경수 : 그러세요, 그럼.
#. 도로 인근 (D)
비포장도로를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미...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들풀에 손을 스쳐가며 걸음을 옮긴다.
갈림길이 나오자 잠시 멈춰 사방을 둘러보다 아랫길로 내려간다..
경운기가 오자 옆으로 비켜가며 지나쳐가는 경운기를 바라보고 미소도 짓는다..
너른 길에 들어서면 멀리 보이는 산이며 논밭, 나무숲, 인가 등을 둘러보는 선미, 서서히 걸음을 멈춘다. 왠지 이상하다 싶은 표정으로 주변을 다시 살피다 그냥 걸음을 옮긴다.
우거진 풀밭에 이르자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 꽃송이를 손에 보듬고 향기도 맡아보는 선미, 꽃 위로 날아든 벌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서 벌이 꽃물을 빨아먹는 모양을 지켜본다. 그러다 괜스레 벌에게 손가락을 가져가는데..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속삭임. “언니” 놀라 몸을 일으키는 선미.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에 걸음을 옮겨 옆에 놓여 있는 돌 위에 걸터앉는다. 한숨 돌리며 휴대폰을 꺼내 보는 순간 또다시 들리는 “언니” 놀라 일어서 주춤 물러서 보면 주변엔 아무도 없고...불안한 맘에 돌아가려 걸음을 서두르는데 누군가의 발소리에 놀란다. 천천히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면 풀밭 윗길에서 빠르게 스쳐가는 인기척. 얼른 윗길로 올라서 보면 저만치 달려가는 아이가 보인다. 굳어지는 선미의 표정... 아이 뒷모습이 예전 경아를 빼닮았다. 저도 모르게 아이를 따라가는 선미. 뭐라 소리를 쳐보려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고 멀어지는 아이를 놓칠세라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 뒤를 쫓다 보면 순간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고 황급히 찾아보면 저편 나무숲 안으로 사라진다. 다시 힘을 내 달려가는 선미. 그러나 순간순간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종잡을 수 없는 아이..
선미 : 잠깐! 잠깐만!
놓치지 않으려 다시 뒤를 쫓는 선미. 그렇게 이리 저리 아이를 향해 달리다 힘겹게 나무숲을 빠져나오면 아이가 저만치 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힘껏 달려가는 선미. 드디어 거의 코앞에 보이는 아이.. 팔을 뻗으면 잡힐 듯 한 순간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흙먼지 속에 엎어진 채 고통스런 순간...힘겹게 고개를 들어 보면 아이는 보이지 않고... 겨우 몸을 일으켜 아이가 사라진 쪽으로 다가가 보면 길은 끝나 있고 내리막 비탈이 나온다. 그 아래 펼쳐져 있는 너른 땅.. 역시 그 곳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고 끌리듯 비탈 아래로 내려가는 선미... 마치 갯벌 같은 질척한 질은 땅에 여기 저기 물웅덩이도 보이고 죽은 물고기까지 있는 것이 물이 말라버린 곳인 듯 하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선미,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자기 모습에 주변을 둘러보며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고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얼핏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시선이 멈춘 채 표정이 굳어가는 선미... 흔들리는 눈빛으로 손을 뻗어 바닥에 있는 것을 잡으려 몸을 낮춘다. 보면 진흙에 묻혀 있는 물건.. 선미가 경아에게 만들어줬던 목걸이 펜던트다. 흙물이 배어 지저분해졌지만 나무틀 안 투명하게 박혀있는 들꽃송이는 여전히 영롱하다.
눈가가 붉어지는 선미, 떨리는 손으로 흙을 닦아내고 펜던트를 집어 들자 금색의 목줄까지 딸려 나온다. 그렇게 목걸이를 손에 쥔 선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윗길.. 삽을 메고 지나가던 노인이 그런 선미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노인 : 아가씨, 거기서 뭐해? 거기 잘못 빠지면 고생해!
그런 노인을 쳐다보는 선미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이상한 듯 바라보는 노인...그 뒤로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서 있는 낡은 명판..
‘송우 저수지’ 라 써진 흐려진 글씨가 보인다.
#. 마을 정자 (D)
경수가 정자에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다 손을 거둔다.
경수 : 왜 또 전화를 안 받으시나... (정자에서 내려서 길을 나선다)
그의 뒤로 예전 그대로인 정자의 모습...
#. 저수지 (D)
노인과 몇몇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서서 선미를 내려보고 있다.
바닥에 주저앉아 맨손으로 목걸이를 발견한 진흙바닥을 파헤치고 있는 선미.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드는 경수, 선미를 보고 놀라 뛰어내려온다.
경수 : 누나, 뭐하는 거예요?!
들리지 않는지 계속 흙을 파내고 있는 선미.
경수 : (사람들 눈치) 누나, 왜 이래요! 그만 해요! (말리는)
경수를 뿌리치며 계속 땅을 파는 선미.
노인 : (경수에게 소리치는) 뭘 찾는가본데. 뭐 잃어버렸나?
경수 : (그런 노인과 넋이 나간 듯한 선미를 번갈아 보곤 노인 쪽으로 올라간다)
경수가 삽을 들고 다시 내려와 지쳐있는 선미를 밀어 앉히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 옆에 주저앉은 선미, 목걸이를 다시 손에 쥐고 흐느낀다.
심란한 표정으로 그런 선미를 쳐다보다 삽질을 계속하는 경수..
O. L
소매와 바지까지 걷어붙이고 삽질을 하고 있는 경수... 이젠 제법 많이 파여진 바닥을 힘없이 지켜보고 앉은 선미... 그 순간 삽 끝에 뭔가 걸린 듯 멈추는 경수. 선미도 몸을 일으키고 삽을 던져놓고 손으로 흙을 걷어내는 경수.. 그 손에 뭔가 잡히고 빼내면 물풀에 뒤엉킨 옷가지다. 낡은 옷가지에서 물풀을 걷어내며 선미의 안색을 살피는 경수, 상기되는 선미의 눈... 경아가 입고 있던 윗옷이다. 옷을 손에 쥐는 선미.. 옷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인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경수..
CUT TO
노을이 져가는 하늘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경찰차와 조사기관의 차가 정차돼 있고 조명을 밝힌 아래 조사관들이 저수지 바닥에서 경아의 유해를 수습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 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선미와 경수..
천 위에 놓여지는 경아의 흔적들을 보며 흔들리는 선미의 눈빛...
#. 플래시백 (D) - 마을 정자
경아가 펜던트를 쥐고 햇빛을 비춰 보며 놀고 있다. 그 뒤로 정자에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선미...
점점 볕이 잘 비치는 곳을 찾아 그늘을 벗어나는 경아...
#. 플래시백 (D) - 저수지
어느새 저수지 근처까지 뛰어온 경아... 목걸이를 돌리며 놀다 그만 손에서 빠져버린다. 저수지 물에 빠진 목걸이를 보며 당황하는 경아... 물 위에 떠 있는 펜던트...
경아 : (뒤쪽을 돌아보며) 언니...
나뭇가지를 뻗어 목걸이를 건지려 애를 쓰고 있는 경아..
펜던트가 더 멀어지기만 하자 울먹이며 좀 더 가까이 발을 내딛다 그만 물에 빠져버린다.
#. 저수지 (N)
조사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선미..
#. 플래시백 (D) - 저수지
물에 잠겨 발버둥치는 경아의 모습...그 손에 꼭 쥐고 있는 목걸이...
어느 순간 물풀에 엉켜버리는 다리...
#. 저수지 (N)
경아의 옷가지를 조심스레 닦아내는 조사관...
경찰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경아의 부모.
#. 플래시백 (D) - 저수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경아의 몸짓.... 그렇게 물속으로 잠겨들고....
경아의 손에서 빠져버리는 목걸이...
O. L
#. 저수지 (N)
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경아의 옷가지와 신발...
경찰이 경아 부모에게 물건을 확인시키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경아 모...
경아 부가 경찰에게 뭐라 얘길 하자 경찰이 선미 쪽을 가리킨다.
흙투성이가 돼 서 있는 선미를 바라보는 경아 부와 경아 모.
선미는 그런 둘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경아 모도 힘없이 시선을 돌린다.
선미, 문득 호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보고 망설이다 경찰과 경아 부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선미 : (경찰에게 목걸이를 내미는) 저... 이것도 같이 있었어요.
경찰이 선뜻 받지 못하는데 경아 모가 손을 내민다.
선미, 그런 경아 모에게 어렵게 목걸이를 건넨다.
경아모: 고맙다.
떨리는 눈으로 경아 모를 보는 선미.
목걸이를 꼭 쥐어 가슴으로 가져가는 경아 모... 그런 경아 모를 감싸며 선미를 바라보는 경아 부.
선미, 경아 모와 경아 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저만치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농사일을 하다 온 듯한 차림의 남자. 조금은 나이 든 모습이 된 종수다. 그런 종수를 보고 멈춰 서는 선미. 종수가 선미에게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선미.
#. 달리는 승합차 안 (N)
경수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의 선미가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
경수 : (눈치를 보다) 누나.. 대체 어떻게..
선미 : 몰라.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니까 묻지 마.
경수 : (머쓱하게 시선을 거두고 운전을 하는)
선미 :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선미 : (NA)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예기치 않게 다시 오게 된 고향마을.. 그렇게 다시 만난 경아와 사람들... 부족한 내 마음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들이었다.
whiteout
선미의 꽃가게 승합차가 달리고 있다.
#. 승합차 안 (D)
경수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의 선미는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힐끗대며 신경 쓰이는 듯 한 경수.
‘청일 농원’ 이란 목적지가 안내되고 있다.
선미 : 그니까 일단 나가서 만나보고 그런 스타일 밥맛이다 그러면 너도 성격 보여주고 끝내. 너 개차반인 거 보여주라고. (웃음) ...아, 상관없어. 어차피 그 오빠가 하도 들볶아서 주선한 거니까.
경수 : (내비게이션을 보면 길 안내가 멈췄다) 아, 또 왜 이러냐...
선미 : 그래, 집에 오면 연락하고, 파이팅! (끊고는 경수를 보는) 내비 안 돼? 다시 해? (다시 설정을 하는) 청...일...농...원.
그러나 이젠 아주 멈춰버린 내비게이션.
경수 : 아... 먹통. 돌아버리겠네... (두드려보는)
선미 : 야, 더 고장 난다. 어떡해? 농원에 연락해봐?
경수 : 아뇨, 제가 대충 아니까 그냥 가볼게요.
선미 : 진짜? 갈 수 있어?
경수 : 아이... 길은 다 통하게 돼 있어요. 가면 다 가요. 북한 빼고 다.
선미 : (피식하곤) 그럼 믿어보겠스. (기대앉으며 눈을 감는)
blackout
덜컹!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 선미. 경수도 당황했는지 핸들을 휘청대고 있다.
선미 : 뭐야!
경수 : 아, 길이 험해서 그래요.
선미 : 너 졸았지!
경수 : 잠은 전염되는 거 몰라요? 옆에서 코까지 고니까...
선미 : 누가 코를 골아. (하며 창밖을 둘러보는)
확연히 외진 느낌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선미 : 야, 여기 어디야? 너 알고 가는 거야?
경수 : (좀 자신 없는) 아니, 좀 더 가면 나올 거 같긴 한데..
선미 : 어딘지도 모르고 막 가? 사람 보이면 세워! 물어보고 가.
경수 : 예.
속도를 내는 경수... 순간 차가 심하게 떨기 시작한다.
선미 : 왜 이래?
경수 : 또 시작이네...미치겠네, 진짜.
이내 엔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연기도 나자 급정거하는 경수.
들썩하며 머리를 박을 뻔 하는 선미.
선미 : 야, 너 진짜...!
순간 시동도 꺼져버린다.
#. 어느 외진 도로 (D)
승합차를 힘겹게 밀고 있는 경수와 선미...갓길로 옮기고 있다.
선미 : 정씨 오라버니가 손봐줘서 괜찮았잖아.
경수 : 그러게요. 이 정도까진 아녔는데.
CUT TO
승합차 옆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경수.
도로변 경계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선미...
경수 : (휴대폰을 거두고) 한 30분은 기다려야겠는데요?
선미 : (옷을 털며 일어서는) 30분... 날 샜네.
경수 : 차에서 눈 좀 붙여요.
선미 : 됐어, 잠 달아나게 바람이나 쐬야겠다.
경수 : 그러세요, 그럼.
#. 도로 인근 (D)
비포장도로를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미...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들풀에 손을 스쳐가며 걸음을 옮긴다.
갈림길이 나오자 잠시 멈춰 사방을 둘러보다 아랫길로 내려간다..
경운기가 오자 옆으로 비켜가며 지나쳐가는 경운기를 바라보고 미소도 짓는다..
너른 길에 들어서면 멀리 보이는 산이며 논밭, 나무숲, 인가 등을 둘러보는 선미, 서서히 걸음을 멈춘다. 왠지 이상하다 싶은 표정으로 주변을 다시 살피다 그냥 걸음을 옮긴다.
우거진 풀밭에 이르자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가가 꽃송이를 손에 보듬고 향기도 맡아보는 선미, 꽃 위로 날아든 벌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서 벌이 꽃물을 빨아먹는 모양을 지켜본다. 그러다 괜스레 벌에게 손가락을 가져가는데.. 순간 귓가에 들려오는 속삭임. “언니” 놀라 몸을 일으키는 선미.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에 걸음을 옮겨 옆에 놓여 있는 돌 위에 걸터앉는다. 한숨 돌리며 휴대폰을 꺼내 보는 순간 또다시 들리는 “언니” 놀라 일어서 주춤 물러서 보면 주변엔 아무도 없고...불안한 맘에 돌아가려 걸음을 서두르는데 누군가의 발소리에 놀란다. 천천히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면 풀밭 윗길에서 빠르게 스쳐가는 인기척. 얼른 윗길로 올라서 보면 저만치 달려가는 아이가 보인다. 굳어지는 선미의 표정... 아이 뒷모습이 예전 경아를 빼닮았다. 저도 모르게 아이를 따라가는 선미. 뭐라 소리를 쳐보려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고 멀어지는 아이를 놓칠세라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 뒤를 쫓다 보면 순간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고 황급히 찾아보면 저편 나무숲 안으로 사라진다. 다시 힘을 내 달려가는 선미. 그러나 순간순간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며 종잡을 수 없는 아이..
선미 : 잠깐! 잠깐만!
놓치지 않으려 다시 뒤를 쫓는 선미. 그렇게 이리 저리 아이를 향해 달리다 힘겹게 나무숲을 빠져나오면 아이가 저만치 있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힘껏 달려가는 선미. 드디어 거의 코앞에 보이는 아이.. 팔을 뻗으면 잡힐 듯 한 순간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흙먼지 속에 엎어진 채 고통스런 순간...힘겹게 고개를 들어 보면 아이는 보이지 않고... 겨우 몸을 일으켜 아이가 사라진 쪽으로 다가가 보면 길은 끝나 있고 내리막 비탈이 나온다. 그 아래 펼쳐져 있는 너른 땅.. 역시 그 곳에도 아이는 보이지 않고 끌리듯 비탈 아래로 내려가는 선미... 마치 갯벌 같은 질척한 질은 땅에 여기 저기 물웅덩이도 보이고 죽은 물고기까지 있는 것이 물이 말라버린 곳인 듯 하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선미,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자기 모습에 주변을 둘러보며 뭘 하고 있는 건가 싶고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얼핏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 시선이 멈춘 채 표정이 굳어가는 선미... 흔들리는 눈빛으로 손을 뻗어 바닥에 있는 것을 잡으려 몸을 낮춘다. 보면 진흙에 묻혀 있는 물건.. 선미가 경아에게 만들어줬던 목걸이 펜던트다. 흙물이 배어 지저분해졌지만 나무틀 안 투명하게 박혀있는 들꽃송이는 여전히 영롱하다.
눈가가 붉어지는 선미, 떨리는 손으로 흙을 닦아내고 펜던트를 집어 들자 금색의 목줄까지 딸려 나온다. 그렇게 목걸이를 손에 쥔 선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 윗길.. 삽을 메고 지나가던 노인이 그런 선미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노인 : 아가씨, 거기서 뭐해? 거기 잘못 빠지면 고생해!
그런 노인을 쳐다보는 선미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이상한 듯 바라보는 노인...그 뒤로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서 있는 낡은 명판..
‘송우 저수지’ 라 써진 흐려진 글씨가 보인다.
#. 마을 정자 (D)
경수가 정자에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다 손을 거둔다.
경수 : 왜 또 전화를 안 받으시나... (정자에서 내려서 길을 나선다)
그의 뒤로 예전 그대로인 정자의 모습...
#. 저수지 (D)
노인과 몇몇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서서 선미를 내려보고 있다.
바닥에 주저앉아 맨손으로 목걸이를 발견한 진흙바닥을 파헤치고 있는 선미.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드는 경수, 선미를 보고 놀라 뛰어내려온다.
경수 : 누나, 뭐하는 거예요?!
들리지 않는지 계속 흙을 파내고 있는 선미.
경수 : (사람들 눈치) 누나, 왜 이래요! 그만 해요! (말리는)
경수를 뿌리치며 계속 땅을 파는 선미.
노인 : (경수에게 소리치는) 뭘 찾는가본데. 뭐 잃어버렸나?
경수 : (그런 노인과 넋이 나간 듯한 선미를 번갈아 보곤 노인 쪽으로 올라간다)
경수가 삽을 들고 다시 내려와 지쳐있는 선미를 밀어 앉히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 옆에 주저앉은 선미, 목걸이를 다시 손에 쥐고 흐느낀다.
심란한 표정으로 그런 선미를 쳐다보다 삽질을 계속하는 경수..
O. L
소매와 바지까지 걷어붙이고 삽질을 하고 있는 경수... 이젠 제법 많이 파여진 바닥을 힘없이 지켜보고 앉은 선미... 그 순간 삽 끝에 뭔가 걸린 듯 멈추는 경수. 선미도 몸을 일으키고 삽을 던져놓고 손으로 흙을 걷어내는 경수.. 그 손에 뭔가 잡히고 빼내면 물풀에 뒤엉킨 옷가지다. 낡은 옷가지에서 물풀을 걷어내며 선미의 안색을 살피는 경수, 상기되는 선미의 눈... 경아가 입고 있던 윗옷이다. 옷을 손에 쥐는 선미.. 옷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인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경수..
CUT TO
노을이 져가는 하늘 아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경찰차와 조사기관의 차가 정차돼 있고 조명을 밝힌 아래 조사관들이 저수지 바닥에서 경아의 유해를 수습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 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선미와 경수..
천 위에 놓여지는 경아의 흔적들을 보며 흔들리는 선미의 눈빛...
#. 플래시백 (D) - 마을 정자
경아가 펜던트를 쥐고 햇빛을 비춰 보며 놀고 있다. 그 뒤로 정자에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선미...
점점 볕이 잘 비치는 곳을 찾아 그늘을 벗어나는 경아...
#. 플래시백 (D) - 저수지
어느새 저수지 근처까지 뛰어온 경아... 목걸이를 돌리며 놀다 그만 손에서 빠져버린다. 저수지 물에 빠진 목걸이를 보며 당황하는 경아... 물 위에 떠 있는 펜던트...
경아 : (뒤쪽을 돌아보며) 언니...
나뭇가지를 뻗어 목걸이를 건지려 애를 쓰고 있는 경아..
펜던트가 더 멀어지기만 하자 울먹이며 좀 더 가까이 발을 내딛다 그만 물에 빠져버린다.
#. 저수지 (N)
조사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선미..
#. 플래시백 (D) - 저수지
물에 잠겨 발버둥치는 경아의 모습...그 손에 꼭 쥐고 있는 목걸이...
어느 순간 물풀에 엉켜버리는 다리...
#. 저수지 (N)
경아의 옷가지를 조심스레 닦아내는 조사관...
경찰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경아의 부모.
#. 플래시백 (D) - 저수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경아의 몸짓.... 그렇게 물속으로 잠겨들고....
경아의 손에서 빠져버리는 목걸이...
O. L
#. 저수지 (N)
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경아의 옷가지와 신발...
경찰이 경아 부모에게 물건을 확인시키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경아 모...
경아 부가 경찰에게 뭐라 얘길 하자 경찰이 선미 쪽을 가리킨다.
흙투성이가 돼 서 있는 선미를 바라보는 경아 부와 경아 모.
선미는 그런 둘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경아 모도 힘없이 시선을 돌린다.
선미, 문득 호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 보고 망설이다 경찰과 경아 부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선미 : (경찰에게 목걸이를 내미는) 저... 이것도 같이 있었어요.
경찰이 선뜻 받지 못하는데 경아 모가 손을 내민다.
선미, 그런 경아 모에게 어렵게 목걸이를 건넨다.
경아모: 고맙다.
떨리는 눈으로 경아 모를 보는 선미.
목걸이를 꼭 쥐어 가슴으로 가져가는 경아 모... 그런 경아 모를 감싸며 선미를 바라보는 경아 부.
선미, 경아 모와 경아 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저만치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농사일을 하다 온 듯한 차림의 남자. 조금은 나이 든 모습이 된 종수다. 그런 종수를 보고 멈춰 서는 선미. 종수가 선미에게 예전과 다름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선미.
#. 달리는 승합차 안 (N)
경수가 운전을 하고 조수석의 선미가 굳은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다.
경수 : (눈치를 보다) 누나.. 대체 어떻게..
선미 : 몰라.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니까 묻지 마.
경수 : (머쓱하게 시선을 거두고 운전을 하는)
선미 :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선미 : (NA)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예기치 않게 다시 오게 된 고향마을.. 그렇게 다시 만난 경아와 사람들... 부족한 내 마음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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