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13회
조회 : 596 추천 : 0 글자수 : 5,995 자 2024-02-14
#. 낚시터 사무실, 그 밖 (D)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여사장...전화 수화기를 움켜쥔 쥔 채 죽어 있다.
사무실 안쪽 커튼을 젖히고 주방에서 식빵을 먹으며 나오는 추, 캐비닛이며 여기 저기 뒤지다 수화기 대기음이 거슬리는 듯 여사장 손에서 수화기를 빼 전화기에 올려놓는다. 그런 추의 뒤편 소파에 이미 젊은 일꾼 하나가 죽어 있고...
이내 책상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 보다 별것 없는 듯 손을 거두고 배낭을 집어 드는 추, 사무실 안을 한번 둘러보고 밖으로 나간다. 순간 천둥소리에 멈춰 하늘을 올려보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 먹구름 가득한 저편에 비행체가 다가오고 있는 게 보인다.
#. 낚시터 (D)
비를 맞으며 낚시터 안으로 들어서는 추...
처음 죽임을 당한 사내의 시신이 그대로 쓰러져 있고...그 핏물이 흘러 추의 발밑을 적신다. 낚시꾼의 시신이 떠 있는 수면 위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고... 그 물가로 다가가는 추. 의심스런 눈빛으로 수면 위를 살펴본다... 그러다 배낭을 내려 열고는 고글 같은 기기를 꺼내 쓴다.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자 물속의 모습이 적외선 영상처럼 보인다.. 헤엄쳐 돌아다니는 물고기들... 시선을 옮겨가며 샅샅이 살피는 추... 이내 좀 더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큼직한 물체가 포착된다. 보트 형태의 형상을 확인하곤 얼른 장비를 벗어버리는 추. 상기된 표정으로 뒷걸음을 걷고...호흡을 가다듬고는 물로 뛰어들 기세로 달려간다. 그 순간 추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누군가. 추가 저항할 새도 없이 무서운 힘으로 뒤로 내던진다. 그대로 좌대로 날아가 떨어지는 추. 고통스런 얼굴로 거친 숨을 토해내다 힘겹게 몸을 추스르고 보면 정씨가 빗속에 서서 그런 추를 바라보고 있다. 애써 몸을 일으켜 기대앉는 추.
추 : 역시... 너였어..
비행체의 소리가 들려오자 하늘을 올려보는 정씨...
추 : 한심하네..
#. 인서트 - 시장 일각
상인회장이 추를 상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관리인 정씨와도 악수를 하는 추.
추 : (V. O) 바로 옆에 두고도 눈치를 못 채고 지냈으니.
#. 낚시터 (D)
눈가에 흐르는 빗물을 닦는 정씨..
정씨: 나도 마찬가지지. 니 입으로 떠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으니까.
추 : 그럼 그렇게 떠나지 왜 날 유인한 거야? 끝내려고?
정씨: 아니..
#. 인서트
쓰러져 있는 사내의 시신과 물 위에 낚시꾼 시신, 사무실에 죽어 있는 여사장과 일꾼의 모습이 보이며...
정씨 : (V. O) 그건 너희들 방식이고 내 계획은 아냐.
#. 낚시터 (D)
헛웃음 지으며 일어서는 추..
추 : 고마워해야 되나. 객사는 면하게 해준다니.
정씨 : 너한테 달렸어. 날 쫓는 거 소용없다는 걸 알고 이제 포기하면 돼.
추 : (웃음) 포기?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배신자를 그냥 보내주라고?
정씨 : 먼저 약속을 어긴 건 너희야.
#. 인서트
행성의 에너지 저장소.
구슬 같은 검붉은 알맹이들이 쏟아져 쌓이는 설비 모습.
정씨 : (V. O) 자원은 생존을 위한 거지 파괴를 위한 게 아니잖아.
행성의 모습, 공격을 받아 폭음과 화염에 휩싸이고
점점 파괴돼 가는 위로..
추 : (V. O) 먼저 자원을 빼돌린 건 너희고 그 대가를 치른 거뿐이야.
정씨: (V. O) 외곽 지역은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어. 자원은 그에 대한 보상이고.
#. 낚시터 (D)
추: 그런 변명 듣자고 이 먼 곳까지 온 거 같애? 빼돌린 자원 내놓고 투항해. 그게 너희들이 사는 길이야.
정씨 : 우리가 왜 그래야 되지?
추 : 왜냐... 두 번 행운은 없으니까. 너흰 절대 도망 못 가.
커지는 굉음에 하늘을 보면 먹구름 사이로 비행체가 거의 다가와 있다.
정씨 : 그런 일은 없어. 더 이상 보는 일도 없고. (물 쪽으로 손을 내밀자)
수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물속에 잠겨있던 물체가 솟아오르고 물줄기를 쏟아내면 드러나는 비행정의 모습... 정씨가 수면 위에 떠오른 비행정으로 달려가 날렵하게 그 위로 뛰어오른다. 그 모습을 노려보고 있는 추. 비행정의 지붕이 열리고 조정석에 탑승하는 정씨. 그렇게 구름 위 비행선을 향해 날아가려 엔진이 불을 뿜는 순간 비상하는 비행정으로 달려들어 날개를 붙잡고 매달리는 추. 비행정이 중심을 잃고 위태롭게 수면 위를 맴돈다. 엔진 열기에 고통스러우면서도 날개를 놓지 않는 추, 불길이 얼굴을 덮치자 얼굴 한쪽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고통에 괴성을 지르면서도 버티는 추.. 살갗이 녹아들자 인간의 것이 아닌 모습이 드러나고 눈동자도 기괴하게 변한다. 조정석에 정씨가 비행정을 띄우려 애를 쓰다 매달린 추를 돌아보며 안 되겠는 듯 다시 비행정 밖으로 나온다. 추에게 다가가는 정씨.. 날개를 붙잡은 추를 떨어뜨리려 하나 버티는 추, 이내 정씨의 다리를 잡아채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정씨. 비행정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듯 한 순간 가까스로 날개를 붙잡는다. 그렇게 함께 매달린 정씨와 추,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힘이 다 해 함께 물로 떨어지고 만다. 물속 깊숙이 빠져 드는 정씨... 정신을 차리고 잠수를 해 추에게서 벗어난다. 물고기처럼 재빠른 몸놀림으로 물가로 나아가는 정씨. 추도 질세라 정씨를 쫓아오고 정씨가 추에게 잡힐 듯한 순간 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물밖에 나와 선 정씨,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추가 나오길 경계하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는 수면.. 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씨, 그대로 수면 위에 떠 있는 비행정을 한번 보고는 물을 경계하며 비행정으로 재빠르게 달려가 뛰어오르는 순간 물위로 솟구치는 추. 정씨를 덮치며 함께 물 밖으로 나뒹군다. 이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둘. 서로를 가격하며 엎치락뒤치락하다 먼저 몸을 일으킨 추, 정씨를 걷어 차버리고 저만치 놓여 있는 배낭을 향해 달려간다. 그 순간 추의 다리를 잡아 넘어뜨리는 정씨. 쓰러진 추를 제압하고 얼굴을 가격한다. 불에 탄 얼굴이 더 흉측하게 변해가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팔을 붙잡는 추. 정씨가 뿌리치려 하지만 힘에 붙이고 정씨를 밀쳐버리는 추.. 넘어진 정씨에게 달려들어 제압한다. 이내 정씨의 얼굴을 가격하자 정씨의 얼굴도 상처를 입고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공격을 받던 정씨, 추의 옆구리를 보고 가격한다. 다친 옆구리의 고통에 물러서는 추. 몸을 일으킨 정씨, 계속해서 추의 옆구리를 공격한다.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추. 다시 공격하자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정씨, 그런 추를 내려보다 배낭 쪽으로 다가가고 배낭을 열고 너클 형태의 무기를 꺼내 손에 쥔다. 그 모습에 당황하는 추. 정씨가 무기를 가동해 빛을 뿜자 남은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도망친다. 서둘러 쫓아가는 정씨.
#. 낚시터 밖 (D)
쏟아지는 빗속에 추가 낚시터 입구를 향해 달려 나오고 쫓아오는 정씨. 추를 따라잡고는 손에 장착한 무기로 가격한다. 고통스런 추,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망을 치고 공격을 계속하는 정씨. 쓰러질 듯한 순간 추가 몸을 낮추며 달려드는 정씨의 가슴을 걷어 차버린다. 그대로 날아가 철문에 부딪쳐 나뒹구는 정씨. 종잇장처럼 구겨진 철문.. 고통스레 꼼짝 못하는 정씨.. 그런 정씨를 바라보고 선 추. 그러나 정씨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노려보자 도망치는 추.
거세진 빗줄기 속에 낚시터 밖까지 달려 나온 추, 그대로 도로로 달려들어서는 순간 도로를 달려오는 승합차.
#. 승합차 안 (D)
운전석의 경수, 조수석에 선미. 뒷좌석에 만석과 영숙이 차 앞에 나타난 추의 모습에 당황한다. 소리를 지르며 피하려는 순간 그대로 추를 들이받으며 빗길에 미끄러지고 굉음을 내며 도로변의 변압기를 들이받아 버린다. 힘겹게 멈춘 승합차...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변압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앞이 보이지 않고... 경수가 후진하려 하나 요란하게 헛바퀴만 돈다.
#. 낚시터 밖 도로 (D)
잦아든 빗줄기 속에 승합차의 시동이 꺼지고 선미, 경수, 만석, 영숙이 차에서 내려선다.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보면 찌그러진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고 있고 승합차와 변압기 사이에 낀 추가 보닛에 엎어져 있다. 놀란 얼굴로 추를 살펴보는 일동...미동도 없는 추를 알아보나 기괴하게 변한 모습에 당황하는데 변압기에서 화염이 일고 놀라 물러나면 폭음과 함께 치솟은 불길이 추의 몸에 옮겨 붙어 몸이 타들어간다. 끔직한 듯 고개를 돌리는 일동. 선미가 굳은 얼굴로 시선을 돌리다 보면 하늘 높이 떠 있는 비행선이 보이고 시선을 내리면 낚시터 입구에 서 있는 정씨. 반가움에 다가가려다 멈춰서는 선미. 만석과 영숙, 경수도 정씨를 발견한다. 선미,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면 경수, 만석, 영숙도 머뭇머뭇 손을 들어 보이고 그런 일동을 바라보다 돌아서 낚시터 안으로 사라지는 정씨. 이내 비행정이 낚시터 위로 솟아오르자 놀라는 일동. 비행정이 하늘 위 비행선을 향해 날아간다...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동. 비행정이 그렇게 멀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비행선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선 일동...
선미 : (NA)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가 정씨라고 불렀던 그의 마지막 모습. 그렇게 꿈결처럼 우리 곁에서 멀어져갔다.
O. L
#. 시장 (N)
손수레를 끌고 시장통을 걸어가고 있는 선미..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한 시장의 모습.
만석의 떡집 앞을 지나는 선미... 불 꺼진 가게 문에 ‘임대문의 010-XXX-XXXX' 이란 써 붙여진 게 보인다.
선미 : (NA) 우리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누군가에겐 해피 엔딩으로...
재식의 식자재 마트는 셔터가 내려져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선미 : (NA) 또 누군가에겐 새드 앤딩으로 기억되는 그저 신기한 얘깃거리 쯤으로 남는 듯 했다.
꽃집에 도착에 수레를 세워두고 들어가는 선미.
#. 선미 꽃집 (N)
꽃집으로 들어선 선미가 얼굴을 찌푸린다.
선미 :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히터 끈 거 맞아?
경수 : (그런 선미를 빤히 보는) 그게 아니에요.
선미 : ...?
경수가 구석에 놓인 화분을 들어 탁자에 올려놓는다.
이젠 탐스런 꽃이 여러 송이 핀 정씨의 화분.
화려한 꽃송이 중심엔 구슬 같이 생긴 검붉은 알맹이를 품고 있다.
선미 : (무슨 소린가 하며 꽃 화분으로 손을 내밀다 움찔하는) 이거 왜 이래?
경수 : 그렇죠? 이게 범인이에요.
선미 : (다시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보는) 말도 안돼... 꽃에서 왜...
경수 : 그뿐 아니에요. (가게 조명을 끈다)
순간 어두워진 실내, 그 속에서 환하게 빛을 내뿜는 꽃들..
믿기지 않는 선미... 검붉은 알맹이는 눈부시게 반짝이며 묘한 광체마저 감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서는 선미....그 모습이 마치 우주의 그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보며 웃는 선미와 경수.
이내 탁상 안쪽에 놓여 있는 정씨가 준 씨앗이 담긴 봉투를 소중히 집어 드는 선미. 문가로 다가서고 벅찬 표정으로 창밖 하늘을 올려본다.
#. 선미의 고향 마을 (D)
커다란 하우스가 세워져 있고 그 주변, 여러 차량들과 방송차량도 보이는 속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그 앞에서 리포팅을 하고 있는 기자.
기자 :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곳엔 관계부처는 물론 학계, 제계 인사들이 방 문해 이 특별한 꽃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선미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다른 기자와 인터뷰를 하다 하우스로 들어간다.. 그런 선미를 따라 하우스 안으로 시선이 옮겨가면..
바닥부터 수개 층에 빈틈없이 줄지어 놓여진 화분들에 꽃이 가득 피어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분갈이를 하기도 하고 꽃에 물을 주기도 하는 이들.. 그 속에 종수, 종미 그리고 경아 부모의 모습도 보인다.. 다들 미소가 깃든 모습들이다.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미, 경수에게 화분을 받아 살피며 이야기 하는 모습 위로...
기자: (V. O) 전문가들은 이 마을에서 재배된 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실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한 송이 당 서울 크기의 도시를 수년 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 끝 -
책상 위에 엎어져 있는 여사장...전화 수화기를 움켜쥔 쥔 채 죽어 있다.
사무실 안쪽 커튼을 젖히고 주방에서 식빵을 먹으며 나오는 추, 캐비닛이며 여기 저기 뒤지다 수화기 대기음이 거슬리는 듯 여사장 손에서 수화기를 빼 전화기에 올려놓는다. 그런 추의 뒤편 소파에 이미 젊은 일꾼 하나가 죽어 있고...
이내 책상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 보다 별것 없는 듯 손을 거두고 배낭을 집어 드는 추, 사무실 안을 한번 둘러보고 밖으로 나간다. 순간 천둥소리에 멈춰 하늘을 올려보면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하늘, 먹구름 가득한 저편에 비행체가 다가오고 있는 게 보인다.
#. 낚시터 (D)
비를 맞으며 낚시터 안으로 들어서는 추...
처음 죽임을 당한 사내의 시신이 그대로 쓰러져 있고...그 핏물이 흘러 추의 발밑을 적신다. 낚시꾼의 시신이 떠 있는 수면 위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고... 그 물가로 다가가는 추. 의심스런 눈빛으로 수면 위를 살펴본다... 그러다 배낭을 내려 열고는 고글 같은 기기를 꺼내 쓴다.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자 물속의 모습이 적외선 영상처럼 보인다.. 헤엄쳐 돌아다니는 물고기들... 시선을 옮겨가며 샅샅이 살피는 추... 이내 좀 더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큼직한 물체가 포착된다. 보트 형태의 형상을 확인하곤 얼른 장비를 벗어버리는 추. 상기된 표정으로 뒷걸음을 걷고...호흡을 가다듬고는 물로 뛰어들 기세로 달려간다. 그 순간 추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누군가. 추가 저항할 새도 없이 무서운 힘으로 뒤로 내던진다. 그대로 좌대로 날아가 떨어지는 추. 고통스런 얼굴로 거친 숨을 토해내다 힘겹게 몸을 추스르고 보면 정씨가 빗속에 서서 그런 추를 바라보고 있다. 애써 몸을 일으켜 기대앉는 추.
추 : 역시... 너였어..
비행체의 소리가 들려오자 하늘을 올려보는 정씨...
추 : 한심하네..
#. 인서트 - 시장 일각
상인회장이 추를 상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관리인 정씨와도 악수를 하는 추.
추 : (V. O) 바로 옆에 두고도 눈치를 못 채고 지냈으니.
#. 낚시터 (D)
눈가에 흐르는 빗물을 닦는 정씨..
정씨: 나도 마찬가지지. 니 입으로 떠들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으니까.
추 : 그럼 그렇게 떠나지 왜 날 유인한 거야? 끝내려고?
정씨: 아니..
#. 인서트
쓰러져 있는 사내의 시신과 물 위에 낚시꾼 시신, 사무실에 죽어 있는 여사장과 일꾼의 모습이 보이며...
정씨 : (V. O) 그건 너희들 방식이고 내 계획은 아냐.
#. 낚시터 (D)
헛웃음 지으며 일어서는 추..
추 : 고마워해야 되나. 객사는 면하게 해준다니.
정씨 : 너한테 달렸어. 날 쫓는 거 소용없다는 걸 알고 이제 포기하면 돼.
추 : (웃음) 포기?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배신자를 그냥 보내주라고?
정씨 : 먼저 약속을 어긴 건 너희야.
#. 인서트
행성의 에너지 저장소.
구슬 같은 검붉은 알맹이들이 쏟아져 쌓이는 설비 모습.
정씨 : (V. O) 자원은 생존을 위한 거지 파괴를 위한 게 아니잖아.
행성의 모습, 공격을 받아 폭음과 화염에 휩싸이고
점점 파괴돼 가는 위로..
추 : (V. O) 먼저 자원을 빼돌린 건 너희고 그 대가를 치른 거뿐이야.
정씨: (V. O) 외곽 지역은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어. 자원은 그에 대한 보상이고.
#. 낚시터 (D)
추: 그런 변명 듣자고 이 먼 곳까지 온 거 같애? 빼돌린 자원 내놓고 투항해. 그게 너희들이 사는 길이야.
정씨 : 우리가 왜 그래야 되지?
추 : 왜냐... 두 번 행운은 없으니까. 너흰 절대 도망 못 가.
커지는 굉음에 하늘을 보면 먹구름 사이로 비행체가 거의 다가와 있다.
정씨 : 그런 일은 없어. 더 이상 보는 일도 없고. (물 쪽으로 손을 내밀자)
수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물속에 잠겨있던 물체가 솟아오르고 물줄기를 쏟아내면 드러나는 비행정의 모습... 정씨가 수면 위에 떠오른 비행정으로 달려가 날렵하게 그 위로 뛰어오른다. 그 모습을 노려보고 있는 추. 비행정의 지붕이 열리고 조정석에 탑승하는 정씨. 그렇게 구름 위 비행선을 향해 날아가려 엔진이 불을 뿜는 순간 비상하는 비행정으로 달려들어 날개를 붙잡고 매달리는 추. 비행정이 중심을 잃고 위태롭게 수면 위를 맴돈다. 엔진 열기에 고통스러우면서도 날개를 놓지 않는 추, 불길이 얼굴을 덮치자 얼굴 한쪽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고통에 괴성을 지르면서도 버티는 추.. 살갗이 녹아들자 인간의 것이 아닌 모습이 드러나고 눈동자도 기괴하게 변한다. 조정석에 정씨가 비행정을 띄우려 애를 쓰다 매달린 추를 돌아보며 안 되겠는 듯 다시 비행정 밖으로 나온다. 추에게 다가가는 정씨.. 날개를 붙잡은 추를 떨어뜨리려 하나 버티는 추, 이내 정씨의 다리를 잡아채자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정씨. 비행정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듯 한 순간 가까스로 날개를 붙잡는다. 그렇게 함께 매달린 정씨와 추,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힘이 다 해 함께 물로 떨어지고 만다. 물속 깊숙이 빠져 드는 정씨... 정신을 차리고 잠수를 해 추에게서 벗어난다. 물고기처럼 재빠른 몸놀림으로 물가로 나아가는 정씨. 추도 질세라 정씨를 쫓아오고 정씨가 추에게 잡힐 듯한 순간 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물밖에 나와 선 정씨, 가쁜 숨을 몰아쉬며 추가 나오길 경계하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는 수면.. 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씨, 그대로 수면 위에 떠 있는 비행정을 한번 보고는 물을 경계하며 비행정으로 재빠르게 달려가 뛰어오르는 순간 물위로 솟구치는 추. 정씨를 덮치며 함께 물 밖으로 나뒹군다. 이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둘. 서로를 가격하며 엎치락뒤치락하다 먼저 몸을 일으킨 추, 정씨를 걷어 차버리고 저만치 놓여 있는 배낭을 향해 달려간다. 그 순간 추의 다리를 잡아 넘어뜨리는 정씨. 쓰러진 추를 제압하고 얼굴을 가격한다. 불에 탄 얼굴이 더 흉측하게 변해가고..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팔을 붙잡는 추. 정씨가 뿌리치려 하지만 힘에 붙이고 정씨를 밀쳐버리는 추.. 넘어진 정씨에게 달려들어 제압한다. 이내 정씨의 얼굴을 가격하자 정씨의 얼굴도 상처를 입고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공격을 받던 정씨, 추의 옆구리를 보고 가격한다. 다친 옆구리의 고통에 물러서는 추. 몸을 일으킨 정씨, 계속해서 추의 옆구리를 공격한다.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추. 다시 공격하자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정씨, 그런 추를 내려보다 배낭 쪽으로 다가가고 배낭을 열고 너클 형태의 무기를 꺼내 손에 쥔다. 그 모습에 당황하는 추. 정씨가 무기를 가동해 빛을 뿜자 남은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도망친다. 서둘러 쫓아가는 정씨.
#. 낚시터 밖 (D)
쏟아지는 빗속에 추가 낚시터 입구를 향해 달려 나오고 쫓아오는 정씨. 추를 따라잡고는 손에 장착한 무기로 가격한다. 고통스런 추,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도망을 치고 공격을 계속하는 정씨. 쓰러질 듯한 순간 추가 몸을 낮추며 달려드는 정씨의 가슴을 걷어 차버린다. 그대로 날아가 철문에 부딪쳐 나뒹구는 정씨. 종잇장처럼 구겨진 철문.. 고통스레 꼼짝 못하는 정씨.. 그런 정씨를 바라보고 선 추. 그러나 정씨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노려보자 도망치는 추.
거세진 빗줄기 속에 낚시터 밖까지 달려 나온 추, 그대로 도로로 달려들어서는 순간 도로를 달려오는 승합차.
#. 승합차 안 (D)
운전석의 경수, 조수석에 선미. 뒷좌석에 만석과 영숙이 차 앞에 나타난 추의 모습에 당황한다. 소리를 지르며 피하려는 순간 그대로 추를 들이받으며 빗길에 미끄러지고 굉음을 내며 도로변의 변압기를 들이받아 버린다. 힘겹게 멈춘 승합차...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변압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앞이 보이지 않고... 경수가 후진하려 하나 요란하게 헛바퀴만 돈다.
#. 낚시터 밖 도로 (D)
잦아든 빗줄기 속에 승합차의 시동이 꺼지고 선미, 경수, 만석, 영숙이 차에서 내려선다.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보면 찌그러진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고 있고 승합차와 변압기 사이에 낀 추가 보닛에 엎어져 있다. 놀란 얼굴로 추를 살펴보는 일동...미동도 없는 추를 알아보나 기괴하게 변한 모습에 당황하는데 변압기에서 화염이 일고 놀라 물러나면 폭음과 함께 치솟은 불길이 추의 몸에 옮겨 붙어 몸이 타들어간다. 끔직한 듯 고개를 돌리는 일동. 선미가 굳은 얼굴로 시선을 돌리다 보면 하늘 높이 떠 있는 비행선이 보이고 시선을 내리면 낚시터 입구에 서 있는 정씨. 반가움에 다가가려다 멈춰서는 선미. 만석과 영숙, 경수도 정씨를 발견한다. 선미,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면 경수, 만석, 영숙도 머뭇머뭇 손을 들어 보이고 그런 일동을 바라보다 돌아서 낚시터 안으로 사라지는 정씨. 이내 비행정이 낚시터 위로 솟아오르자 놀라는 일동. 비행정이 하늘 위 비행선을 향해 날아간다... 상기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동. 비행정이 그렇게 멀어지며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비행선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런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고 선 일동...
선미 : (NA)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가 정씨라고 불렀던 그의 마지막 모습. 그렇게 꿈결처럼 우리 곁에서 멀어져갔다.
O. L
#. 시장 (N)
손수레를 끌고 시장통을 걸어가고 있는 선미..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한 시장의 모습.
만석의 떡집 앞을 지나는 선미... 불 꺼진 가게 문에 ‘임대문의 010-XXX-XXXX' 이란 써 붙여진 게 보인다.
선미 : (NA) 우리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누군가에겐 해피 엔딩으로...
재식의 식자재 마트는 셔터가 내려져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선미 : (NA) 또 누군가에겐 새드 앤딩으로 기억되는 그저 신기한 얘깃거리 쯤으로 남는 듯 했다.
꽃집에 도착에 수레를 세워두고 들어가는 선미.
#. 선미 꽃집 (N)
꽃집으로 들어선 선미가 얼굴을 찌푸린다.
선미 : 왜 이렇게 더운 거야. 히터 끈 거 맞아?
경수 : (그런 선미를 빤히 보는) 그게 아니에요.
선미 : ...?
경수가 구석에 놓인 화분을 들어 탁자에 올려놓는다.
이젠 탐스런 꽃이 여러 송이 핀 정씨의 화분.
화려한 꽃송이 중심엔 구슬 같이 생긴 검붉은 알맹이를 품고 있다.
선미 : (무슨 소린가 하며 꽃 화분으로 손을 내밀다 움찔하는) 이거 왜 이래?
경수 : 그렇죠? 이게 범인이에요.
선미 : (다시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보는) 말도 안돼... 꽃에서 왜...
경수 : 그뿐 아니에요. (가게 조명을 끈다)
순간 어두워진 실내, 그 속에서 환하게 빛을 내뿜는 꽃들..
믿기지 않는 선미... 검붉은 알맹이는 눈부시게 반짝이며 묘한 광체마저 감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서는 선미....그 모습이 마치 우주의 그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보며 웃는 선미와 경수.
이내 탁상 안쪽에 놓여 있는 정씨가 준 씨앗이 담긴 봉투를 소중히 집어 드는 선미. 문가로 다가서고 벅찬 표정으로 창밖 하늘을 올려본다.
#. 선미의 고향 마을 (D)
커다란 하우스가 세워져 있고 그 주변, 여러 차량들과 방송차량도 보이는 속에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그 앞에서 리포팅을 하고 있는 기자.
기자 :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곳엔 관계부처는 물론 학계, 제계 인사들이 방 문해 이 특별한 꽃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선미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다른 기자와 인터뷰를 하다 하우스로 들어간다.. 그런 선미를 따라 하우스 안으로 시선이 옮겨가면..
바닥부터 수개 층에 빈틈없이 줄지어 놓여진 화분들에 꽃이 가득 피어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그 사이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일을 하고 있다. 분갈이를 하기도 하고 꽃에 물을 주기도 하는 이들.. 그 속에 종수, 종미 그리고 경아 부모의 모습도 보인다.. 다들 미소가 깃든 모습들이다.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미, 경수에게 화분을 받아 살피며 이야기 하는 모습 위로...
기자: (V. O) 전문가들은 이 마을에서 재배된 꽃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실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한 송이 당 서울 크기의 도시를 수년 간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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