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 9회
조회 : 603 추천 : 0 글자수 : 4,420 자 2024-02-09
#. 시장통 (D)
F. I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시장의 모습..
떡집의 만석은 쌀 포대를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영숙은 손님들 상대하느라 바쁘다. 식자재 마트의 재식도 트럭에서 음료박스를 내리느라 여념 없다.
#. 시장 일각 (D)
화장실에서 나오는 추, 걸음을 옮기다 불이 꺼져 있는 관리사무소 앞에 발을 멈춘다. 주변을 한번 보고는 사무소를 바라본다.
#. 시장 관리사무소 (D)
추가 이곳저곳 뒤지고 있다.
캐비닛도 열어보고 간이침대도 들춰보나 별다른 것은 없는 듯 골똘한 표정으로 사무소 안을 둘러보다 책상 서랍을 열려하나 잠겨있자 힘으로 열어버린다. 사무용품 같은 잡동사니들... 쓰다 남은 파스도 보인다. 파스에 시선이 멈추는 추.
#. 플래시백 - 관리사무소
다친 옆구리에 파스를 붙인 추..
파스 위로 손을 가져가 대는 정씨.
추 : (움찔) 아! (어색하게 웃는) ..아파요.
정씨 : 어... (손을 거두는)
선미 : (V. O) 뭐하세요?
#. 시장 관리사무소 (D)
추가 놀라 돌아보면 선미가 입구에 서 있다.
추 : 어...
선미 : (어색한) 혼자서 뭐하세요?
추 : 아.. (얼른 파스를 들어 보이는) 파스 좀 더 붙여야겠네.
서둘러 나가는 추. 그런 추를 좀 의심스레 바라보는 선미.
#. 선미의 꽃집 (D)
테이블 위에 올려진 화분... 제법 싹이 많이 나와 있다.
경수가 화분에 물을 주는데 선미가 들어선다.
경수 : 머리 많이 내밀었죠?
선미 : (미소) 그래, 정씨오라버니 대신 잘 키워야 될 텐데. (화분을 돌려보며) 잘 가셨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땅에..
경수 : 아, 나도 그 얘기 들었는데. 완전 쩔던데. 뭐 적들이 쳐들어 와서 고향 땅이 파괴되고 탈출을 하고.. (웃음) 대체 그 형님 정체가 뭐예 요?
선미 : 웃지 마. (하다 ) 가만..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 이름도 모르네.. 아는 게 없어.
경수 : 하여튼 멀쩡한 정신에 그런 소릴... 그냥 장난삼아 농담한 거겠죠?
선미 : 됐네. 이름은 몰라도 그럴 사람 아닌 건 안다. 얼른 차 시동이나 걸어.
#. 떡집 앞, 안 (D)
만석이 가게 앞 의자에 나와 앉아 담배를 꺼내 무는데 선미의 승합차가 다가온다.
선미 : 담배 좀 그만 피세요!
만석 : (웃곤) 어디 가?
선미 : 물건 떼러요. 언니는요?
만석 : 애들 밥 차려주러. (운전석의 경수를 보며) 운전 조심해.
경수 : 예.
가게 안에서 전화벨이 울리자 어서 가라 손짓하고 들어가는 만석.
만석 : (얼른 수화기를 드는) 예, 떡집입니다.... 예? 납품이요? 아, 그럼요. (장부에 적는) 예... 예, 위치가 어떻게 되나요? 아... 그럼 저희가 준 비해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끊는)
영숙이 어깨를 두드리며 들어선다.
영숙 : 나 왔어요. 이제 가게 내가 볼게 들어가 좀 쉬어요.
만석 : 쉬긴. 일복 터졌어! (장부를 들어 보이는)
영숙 : ...?
#. 병원 조리실 (D)
조리대에 놓인 박스에서 포장된 떡을 꺼내 만져 보고 맛도 보며 살피고 있는 영양사. 만석과 영숙이 과제 검사받는 학생처럼 서 있다.
영양사: 예, 좋네요. (끄덕이는)
만석 : 예. (영숙과 서로 보며 안도하는)
영양사: 그럼 절편하고 설기, 인절미, 팥떡 이렇게 일단 오십 개씩 매주 월요일에 부탁드릴게요.
만석 : 아우, 감사합니다!
영숙 : (절하는) 감사합니다. 저희가 꼭 차질 없게 잘 만들어오겠습니다.
#. 병원 복도 (D)
영양사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만석과 영숙
영양사: 계약 내용대로 당일생산 당일납품만 꼭 지켜주시면 됩니다.
만석 : 그럼요. 당연하죠.
영양사: 예, 그럼 믿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숙 : 예.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 집을 어떻게 아시고 연락을 주셨대요? 거리도 꽤 있는 데..
이때 만석, 북도 저편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신경이 쓰이는 듯 돌아본다.
영양사: 예, 아는 지인분이 소개를 하시더라구요. 맛있고 깔끔한 집이라고.
영숙 : 아, 그랬구나. 허긴 저희 집이 멀리서도 손님이 오세요, 소문 듣고. (한 눈 팔고 있 는 만석을 찌르는) 여보.
만석 : 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영양사: 예,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영숙 : 예, 들어가십쇼.
영양사가 들어가면 영숙, 좋아 어쩔 줄 모르고.
영숙 : 세상에 이런 날도 오네. 꿈 아니지, 여보?
만석 : 왜, 볼이라도 꼬집어 줘?
영숙 : 으휴! (어깨를 때리곤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아, 사람 구해야겠네. 우리 둘이는 택도 없지. (하고 보면)
만석, 그대로 선 채 또 복도 저편을 신경 쓰고 있다.
영숙 : 왜 그래요?
만석 : 어? 아니.. (뭐라 하려다 그냥 복도 쪽으로 걸어가는)
영숙 : 어... 저이가...(쫓아가는) 왜? 어디가요?
만석, 뭔가에 끌리듯 복도 안쪽을 살피며 걸어가고 쫓아가는 영숙.
한 병실 쪽으로 다가가는 만석...
영숙 : 아, 왜 그러는데?
이내 병실 앞에 다다르고 안을 보면 침상에 홀로 누워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입을 반쯤 벌린 채 죽은 듯 미동도 없는 여자... 경애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만석과 영숙.
#. 병실 (D)
경애의 침상으로 조심스레 다가서는 만석과 영숙...
영숙 : 사... 상수엄마 맞죠?
만석 : ... 여기 있었나보네.
순간 식판을 들고 병실로 들어서는 조리실 직원.
직원 : 밥 왔어요!
그 소리에 커헉! 콧소릴 내며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경애.
그 모습에 기겁하며 넘어가는 만석과 영숙.
입가에 침을 닦다 만석과 영숙을 보고 놀라는 경애.
이때 가습기 물통을 들고 들어서는 형배, 벌어진 광경에 굳어 선다.
CUT TO
식판을 앞에 놓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 경애. 오른 팔은 바짝 몸에 오그라붙어
왼손으로 어설프게 숟가락질을 한다.
그 모습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지켜보고 앉아 있는 만석과 영숙.
형배가 밥 먹는 걸 도와주려 하자 질색하는 경애.
경애 : 됐어! 내가 먹어.
영숙 : (얼른 경애 옆에 앉는) 제가 도와드릴게요, 형님.
만석 : 근데 어떻게 이렇게 깨어나신 거예요?
형배 : (헛웃음) 갑자기. 그냥.
경애 : 얼마 안됐어요. 한 일주일도 안됐어.
영숙 : 세상에.. 누구한테 감사를 해야 돼? 하늘이 도우셨네.
경애 : 그래, 꼴은 이렇게 병신 꼴이어도 깨어난 게 어딘가 싶어.
형배: 의사도 그러더라고. 기적이라고.
영숙 : 아, 말이다마다요. 하여튼 제가 얼마나 형님 걱정 했는지.. 형님 그렇게 되시고 정말 죽지 못해 살았다고.. (쓰다듬고 만지고 하는)
경애 : 으이구, 그런 사람이 고향 뜨고 연락 한번 없었다며?
영숙 : 그러게요.. (겸연쩍게 웃는)
형배 : 근데 진짜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누가 알려줬어?
만석 : (뭐라 못하는)
영숙 : 아, 그게.. 사실 저희가 여기 일 땜에 우연히 왔는데 저이가 어떻게 형님 계신 걸 알고...
형배 : 허 참... 너 혹시 나 없을 때 이 사람 보러 오지 않았어?
만석 : 예? (무슨 소린가 싶은)
형배 : 너 아닌 거야?
#. 플래시백 - 병실 복도
병실을 지나던 간호사가 멈춰 병실 안을 보면 의식 없이 누워있는 경애 앞에 서 있는 사내의 어렴풋한 모습. 경애를 말없이 내려보다 이마에 손을 가져가 만지기도 한다. 대수롭잖게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기는 간호사.
형배 : (V. O) 간호사가 그러던데 나 없을 때마다 어떤 남자가 와서 이 사람 한참 보고 갔다고.
#. 병실 (D)
형배 : 혹시나 너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럴 리 없지 했는데. 이렇게 나타난 거 보니 맞구만.
만석 : 아...아니에요. 저희 오늘 처음이에요.
영숙 :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렇게 일어나셨으면 됐죠.
경애 : 아, 알았으니 이거 좀 놔! 누워만 있어 가지고 아주 삭신이 쑤셔 죽겄어.
영숙 : 그래요? 제가 주물러드릴게요. 여기요? (굳은 팔을 주무르는) 어때요? 좀 나아요?
경애 : 뭐 시원은 하네. 다리가 심해, 아주 공구리친 거 같애.
영숙 : 아, 그래요? (다리를 주무르는) 시원하세요?
형배 : (미소 띠고 보다) 저렇게라도 깨어났으니 내가 널 보는 거다. 알아?
만석 : (면목 없는) ...
형배 : 그렇게 돈만 턱 던져주고 떠나면 내 맘이 편할 거 같았냐? 대체 어디서 뭘 하며 산거야?
만석 : 그냥 뭐 작은 가게 하나 하면서 애들 키우고...
형배 : 쯧쯧... 혹시나 그래도 한번은 오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때마다 니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도 올라가 봤는데 아주 엉망인 게 진짜 발 끊었구나 싶었다.
경애 : 이 양반이 대신 벌초하고 무너진 데, 파인 데 다 손보고 그랬나 봐요.
만석 : (뭐라 말이 나오지 않는)
형배 : 됐고. 이제 돌아와라. 뭘 하든 고향 와서 해. 지난 일은 다 잊고.
만석 : (씁쓸한)
형배 : 근데 정말 너 아냐? 이 사람 보고 간 거?
만석 : 아.. 아니에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경애 : 그게.. 내가 교회도 안 다녀, 절도 안 다니지만 이게 하늘에서 보낸 귀인이지 싶네. 그러니 내가 일어났지.
형배 : 또 말 같잖은 소린..
경애 : 뭐가 말 같잖아. 내 말이 맞대니까.
그런 경애와 형배의 얘길 들으며 영숙과 눈을 마주치는 만석.. 묘한 기분에 잠긴다.
F. I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시장의 모습..
떡집의 만석은 쌀 포대를 옮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영숙은 손님들 상대하느라 바쁘다. 식자재 마트의 재식도 트럭에서 음료박스를 내리느라 여념 없다.
#. 시장 일각 (D)
화장실에서 나오는 추, 걸음을 옮기다 불이 꺼져 있는 관리사무소 앞에 발을 멈춘다. 주변을 한번 보고는 사무소를 바라본다.
#. 시장 관리사무소 (D)
추가 이곳저곳 뒤지고 있다.
캐비닛도 열어보고 간이침대도 들춰보나 별다른 것은 없는 듯 골똘한 표정으로 사무소 안을 둘러보다 책상 서랍을 열려하나 잠겨있자 힘으로 열어버린다. 사무용품 같은 잡동사니들... 쓰다 남은 파스도 보인다. 파스에 시선이 멈추는 추.
#. 플래시백 - 관리사무소
다친 옆구리에 파스를 붙인 추..
파스 위로 손을 가져가 대는 정씨.
추 : (움찔) 아! (어색하게 웃는) ..아파요.
정씨 : 어... (손을 거두는)
선미 : (V. O) 뭐하세요?
#. 시장 관리사무소 (D)
추가 놀라 돌아보면 선미가 입구에 서 있다.
추 : 어...
선미 : (어색한) 혼자서 뭐하세요?
추 : 아.. (얼른 파스를 들어 보이는) 파스 좀 더 붙여야겠네.
서둘러 나가는 추. 그런 추를 좀 의심스레 바라보는 선미.
#. 선미의 꽃집 (D)
테이블 위에 올려진 화분... 제법 싹이 많이 나와 있다.
경수가 화분에 물을 주는데 선미가 들어선다.
경수 : 머리 많이 내밀었죠?
선미 : (미소) 그래, 정씨오라버니 대신 잘 키워야 될 텐데. (화분을 돌려보며) 잘 가셨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땅에..
경수 : 아, 나도 그 얘기 들었는데. 완전 쩔던데. 뭐 적들이 쳐들어 와서 고향 땅이 파괴되고 탈출을 하고.. (웃음) 대체 그 형님 정체가 뭐예 요?
선미 : 웃지 마. (하다 ) 가만..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 이름도 모르네.. 아는 게 없어.
경수 : 하여튼 멀쩡한 정신에 그런 소릴... 그냥 장난삼아 농담한 거겠죠?
선미 : 됐네. 이름은 몰라도 그럴 사람 아닌 건 안다. 얼른 차 시동이나 걸어.
#. 떡집 앞, 안 (D)
만석이 가게 앞 의자에 나와 앉아 담배를 꺼내 무는데 선미의 승합차가 다가온다.
선미 : 담배 좀 그만 피세요!
만석 : (웃곤) 어디 가?
선미 : 물건 떼러요. 언니는요?
만석 : 애들 밥 차려주러. (운전석의 경수를 보며) 운전 조심해.
경수 : 예.
가게 안에서 전화벨이 울리자 어서 가라 손짓하고 들어가는 만석.
만석 : (얼른 수화기를 드는) 예, 떡집입니다.... 예? 납품이요? 아, 그럼요. (장부에 적는) 예... 예, 위치가 어떻게 되나요? 아... 그럼 저희가 준 비해서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끊는)
영숙이 어깨를 두드리며 들어선다.
영숙 : 나 왔어요. 이제 가게 내가 볼게 들어가 좀 쉬어요.
만석 : 쉬긴. 일복 터졌어! (장부를 들어 보이는)
영숙 : ...?
#. 병원 조리실 (D)
조리대에 놓인 박스에서 포장된 떡을 꺼내 만져 보고 맛도 보며 살피고 있는 영양사. 만석과 영숙이 과제 검사받는 학생처럼 서 있다.
영양사: 예, 좋네요. (끄덕이는)
만석 : 예. (영숙과 서로 보며 안도하는)
영양사: 그럼 절편하고 설기, 인절미, 팥떡 이렇게 일단 오십 개씩 매주 월요일에 부탁드릴게요.
만석 : 아우, 감사합니다!
영숙 : (절하는) 감사합니다. 저희가 꼭 차질 없게 잘 만들어오겠습니다.
#. 병원 복도 (D)
영양사의 배웅을 받으며 나서는 만석과 영숙
영양사: 계약 내용대로 당일생산 당일납품만 꼭 지켜주시면 됩니다.
만석 : 그럼요. 당연하죠.
영양사: 예, 그럼 믿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영숙 : 예.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 집을 어떻게 아시고 연락을 주셨대요? 거리도 꽤 있는 데..
이때 만석, 북도 저편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신경이 쓰이는 듯 돌아본다.
영양사: 예, 아는 지인분이 소개를 하시더라구요. 맛있고 깔끔한 집이라고.
영숙 : 아, 그랬구나. 허긴 저희 집이 멀리서도 손님이 오세요, 소문 듣고. (한 눈 팔고 있 는 만석을 찌르는) 여보.
만석 : 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영양사: 예,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영숙 : 예, 들어가십쇼.
영양사가 들어가면 영숙, 좋아 어쩔 줄 모르고.
영숙 : 세상에 이런 날도 오네. 꿈 아니지, 여보?
만석 : 왜, 볼이라도 꼬집어 줘?
영숙 : 으휴! (어깨를 때리곤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아, 사람 구해야겠네. 우리 둘이는 택도 없지. (하고 보면)
만석, 그대로 선 채 또 복도 저편을 신경 쓰고 있다.
영숙 : 왜 그래요?
만석 : 어? 아니.. (뭐라 하려다 그냥 복도 쪽으로 걸어가는)
영숙 : 어... 저이가...(쫓아가는) 왜? 어디가요?
만석, 뭔가에 끌리듯 복도 안쪽을 살피며 걸어가고 쫓아가는 영숙.
한 병실 쪽으로 다가가는 만석...
영숙 : 아, 왜 그러는데?
이내 병실 앞에 다다르고 안을 보면 침상에 홀로 누워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입을 반쯤 벌린 채 죽은 듯 미동도 없는 여자... 경애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만석과 영숙.
#. 병실 (D)
경애의 침상으로 조심스레 다가서는 만석과 영숙...
영숙 : 사... 상수엄마 맞죠?
만석 : ... 여기 있었나보네.
순간 식판을 들고 병실로 들어서는 조리실 직원.
직원 : 밥 왔어요!
그 소리에 커헉! 콧소릴 내며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경애.
그 모습에 기겁하며 넘어가는 만석과 영숙.
입가에 침을 닦다 만석과 영숙을 보고 놀라는 경애.
이때 가습기 물통을 들고 들어서는 형배, 벌어진 광경에 굳어 선다.
CUT TO
식판을 앞에 놓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 경애. 오른 팔은 바짝 몸에 오그라붙어
왼손으로 어설프게 숟가락질을 한다.
그 모습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지켜보고 앉아 있는 만석과 영숙.
형배가 밥 먹는 걸 도와주려 하자 질색하는 경애.
경애 : 됐어! 내가 먹어.
영숙 : (얼른 경애 옆에 앉는) 제가 도와드릴게요, 형님.
만석 : 근데 어떻게 이렇게 깨어나신 거예요?
형배 : (헛웃음) 갑자기. 그냥.
경애 : 얼마 안됐어요. 한 일주일도 안됐어.
영숙 : 세상에.. 누구한테 감사를 해야 돼? 하늘이 도우셨네.
경애 : 그래, 꼴은 이렇게 병신 꼴이어도 깨어난 게 어딘가 싶어.
형배: 의사도 그러더라고. 기적이라고.
영숙 : 아, 말이다마다요. 하여튼 제가 얼마나 형님 걱정 했는지.. 형님 그렇게 되시고 정말 죽지 못해 살았다고.. (쓰다듬고 만지고 하는)
경애 : 으이구, 그런 사람이 고향 뜨고 연락 한번 없었다며?
영숙 : 그러게요.. (겸연쩍게 웃는)
형배 : 근데 진짜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누가 알려줬어?
만석 : (뭐라 못하는)
영숙 : 아, 그게.. 사실 저희가 여기 일 땜에 우연히 왔는데 저이가 어떻게 형님 계신 걸 알고...
형배 : 허 참... 너 혹시 나 없을 때 이 사람 보러 오지 않았어?
만석 : 예? (무슨 소린가 싶은)
형배 : 너 아닌 거야?
#. 플래시백 - 병실 복도
병실을 지나던 간호사가 멈춰 병실 안을 보면 의식 없이 누워있는 경애 앞에 서 있는 사내의 어렴풋한 모습. 경애를 말없이 내려보다 이마에 손을 가져가 만지기도 한다. 대수롭잖게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기는 간호사.
형배 : (V. O) 간호사가 그러던데 나 없을 때마다 어떤 남자가 와서 이 사람 한참 보고 갔다고.
#. 병실 (D)
형배 : 혹시나 너 아닌가 싶으면서도 그럴 리 없지 했는데. 이렇게 나타난 거 보니 맞구만.
만석 : 아...아니에요. 저희 오늘 처음이에요.
영숙 :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이렇게 일어나셨으면 됐죠.
경애 : 아, 알았으니 이거 좀 놔! 누워만 있어 가지고 아주 삭신이 쑤셔 죽겄어.
영숙 : 그래요? 제가 주물러드릴게요. 여기요? (굳은 팔을 주무르는) 어때요? 좀 나아요?
경애 : 뭐 시원은 하네. 다리가 심해, 아주 공구리친 거 같애.
영숙 : 아, 그래요? (다리를 주무르는) 시원하세요?
형배 : (미소 띠고 보다) 저렇게라도 깨어났으니 내가 널 보는 거다. 알아?
만석 : (면목 없는) ...
형배 : 그렇게 돈만 턱 던져주고 떠나면 내 맘이 편할 거 같았냐? 대체 어디서 뭘 하며 산거야?
만석 : 그냥 뭐 작은 가게 하나 하면서 애들 키우고...
형배 : 쯧쯧... 혹시나 그래도 한번은 오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때마다 니 아버지 어머니 산소에도 올라가 봤는데 아주 엉망인 게 진짜 발 끊었구나 싶었다.
경애 : 이 양반이 대신 벌초하고 무너진 데, 파인 데 다 손보고 그랬나 봐요.
만석 : (뭐라 말이 나오지 않는)
형배 : 됐고. 이제 돌아와라. 뭘 하든 고향 와서 해. 지난 일은 다 잊고.
만석 : (씁쓸한)
형배 : 근데 정말 너 아냐? 이 사람 보고 간 거?
만석 : 아.. 아니에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경애 : 그게.. 내가 교회도 안 다녀, 절도 안 다니지만 이게 하늘에서 보낸 귀인이지 싶네. 그러니 내가 일어났지.
형배 : 또 말 같잖은 소린..
경애 : 뭐가 말 같잖아. 내 말이 맞대니까.
그런 경애와 형배의 얘길 들으며 영숙과 눈을 마주치는 만석.. 묘한 기분에 잠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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