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백색의 마녀
조회 : 18 추천 : 0 글자수 : 4,968 자 2026-01-30
"..어리석은 인간들.. 아직도 자기들이.. 우세하다고 믿고 있나 보군.."
방..방금 사람의 말을 한 거야..?
확실하게 들었다. 그것이 말을 하는 것을.
가끔 새크리 파이스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사람의 말이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저 녀석은 무엇이냔 말이다.
"이 기계가.. 완성되면.. 이 행성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뭐..? 기계? 저 큰 거?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저 기계를 부숴야 한다.
뭔지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뭔가 부숴 버려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적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강한지도 몰랐기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흐릿하긴 했지만, 그 새크리 파이스는 얼굴에 가면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적이어서, 일단은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관찰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침입자가.. 한 명 있는 것 같군.."
그 괴물은 내가 숨어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젠장.. 들킨 건가..?
"어떤.. 놈인가.. 이 곳에 들어온 자는.."
이미 들켰겠다 싶어 나는 천천히 나를 가릴 수 있던 상자 더미 옆으로 나왔다.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모습을 한 새크리 파이스라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하지 않을까?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잠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 괴물은 코웃음을 쳤다. 왜 전부 내가 얘기만 하자고 하면 웃음을 짓냐..?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하찮은 벌레 새끼가, 감히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그건, 아직 모르는 일 인 거 같은ㄷ.."
내가 말을 다 할 틈도 없이 그 괴물은 빠른 속도로 내게 달려와 내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잘 들어라. 어리석은 인간이여.. 너가 이곳에 온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가면을 쓰고 있던 게 아닌 얼굴이 가면처럼 생긴 것이었다.
그 얼굴은 마치 도깨비를 닮은 것 같았다.
그리고 멀리서 본 것보다 높은 키. 못해도 3M는 돼 보였다.
"당신들이.. 바라는 게 무엇 입니까.."
멱살을 잡고 있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바라는 것? 내가, 아니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 괴물은 입을 쩍 벌렸다. 그 입 벌린 게 얼마나 크던지 나를 삼키면 한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다음 괴물이 한말,
그 말 때문에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희 인간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식량으로 쓰고, 추울 때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땔감으로 쓰며, 더울 때는 온 몸을 납작하게 눌러 부채로 쓸 것이다."
그렇게 그 괴물의 먹이가 될 때였다.
탕!
내 뒤쪽으로 들려온 총 소리, 그와 동시에 나는 괴물이 붙잡고 있던 손에서 풀려났다.
도대체 누가 이 곳에 들어왔는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뒤를 돌았다.
"당..당신은.."
뜻밖에 사람이 서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설마 했는데, 진짜 혼자 가다니. 뭐, 정신력 하나는 인정해 줄게."
전유화였다. 분명 내일 출발한다고 말 했을텐데.. 어째서..?
"지금 어떻게 왔냐는 표정이네. 뭐, 내가 워낙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들어서."
"여긴 위험해요.. 어서 나가야 한다 고요..!"
나는 여긴 무리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뭘 혼자 끝내서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뭐야?"
그건..? 내가 들어가기 전에 한 말인데..?
"정신 차려. 5급도 혼자 잡을 정도면, 저건 그것보다 살짝 더 강한 정도니까."
전유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정신을 조금은 차린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나이만 어른일 뿐, 마음은 아직도 어린애 같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 잡고 검을 쥐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너를 믿지 못해."
"네?"
전유화는 씩 웃었다.
"그러니까 보여줘 봐. 내가 너를 믿도록."
어이가 없군.. 나보고 자기가 믿도록 해보라고? 초면에 반말부터 하는 싸가지 에게?
분명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지금까지 싸여 있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흐릿하게 보였던 새크리 파이스들과, 주변에 있는 상자 더미와 고철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거대한 기계도.
"내가 엄호할 테니, 넌 저 녀석을 끝장 내 버려."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괴물이 다시 정신을 차려,
"잔꾀 많은 인간들이여, 어찌 될 수 없는 일을 해내려고 하는가..?"
잠깐.. 말투가 바뀌었다..?
그때 잠깐 이지만, 이 괴물은 아직 사람의 말을 완전히 구사하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보면 알겠지."
전유화는 들고 있던 총으로, 두 발을 괴물의 양 어깨에 맞췄다.
"크윽.."
나는 괴물 쪽으로 달려갔다.
기계를 지키던 9, 8급 새크리 파이스들이 덤벼 들었지만, 별로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 중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8급 세이트도 있었지만, 약간 따끔할 뿐, 아프지는 않았다.
"이 쓸모 없는 것들아아!! 공격해!!"
또 말투가 바뀌었다..?
설마..
"넌 잡아먹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냐?"
그 괴물은 흠칫했다. 정확히 들어 맞았나 보군.
"어쩐지.. 비명을 지른 사람들의 시체가 없더라. 다른 건 이미 오래 전에 썩은 것들 뿐이었고."
"웃기지 마라..!"
그 괴물은 몸에서 강한 전류를 내 뿜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그나마 남아있던 전등들이 전부 깨져 버렸다.
이제 그 거대한 홀은, 완전히 어두워진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 가.
옛날에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둡기만 한 곳에서는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앞이 잘 보일 것이다.'
라는 문장을.
솔직히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때 이후로 몇 번 시도 해본 후에 알게 되었다.
그 말이 진실이라고.
5초 정도 눈을 감았다 뜨니,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던 홀 안 쪽은, 조금씩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괴물의 발톱들.
"어림없지."
희미했지만, 그 날아오는 발톱을 전부 쳐 냈다.
"무..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어릴 때는 새크리 파이스가 무서웠다.
5급 4급이 아닌 9급도 말이다.
새크리 파이스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두려웠다. 저런 것들과 싸웠다가 죽을 까봐.
18살이 되고 훈련을 진행할 때는,
새크리 파이스들을 잡아 명성을 얻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20살이 되었을 때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위기에 처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정말로 구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이 갖춰야 할 본분이니까.
나는 어느새 그 괴물의 머리 밑에 까지 도달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총도 아닌 검이.. 나를 이기냔 말이다!!"
괴물은 포효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래서 검을 쓰는 거야. 총도 아닌 검으로 너희를 잡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
내 검은 순식간에 그 괴물의 목을 베었다.
다른 생각 없이, 짧고 간결하게.
그 괴물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괴물은 쓰러졌다.
"후.."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쓰러 트릴 줄이야.."
뒤에는 전유화가 총을 든 채 나에게 걸어왔다.
"어쩌면.. 그놈보다 강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놈?
"아..아니지. 이건 말해봤자 별로 쓸모가 없을 테니까.."
뭔가 엄청 신경 쓰였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잠시 후.
"그건 그렇고 이 기계는 어떡해 해?"
"글쎄요.. 부숴야 하나.."
우리가 거대한 기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김지현, 너는 나를 믿어?"
갑작스럽게 들어온 질문.
솔직히 믿는 다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네.. 뭐.. 조금은.."
"그러면,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 테니까."
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병들이 들이닥쳤다.
"뭐.."
"꼼짝 마라! 한 발이라도 움직이면 쏘겠다!!"
용병들이 나와 전유화를 향해 총을 향했다.
"이게 무슨.."
"정말 해낼 줄은 몰랐는데, 놀랍네요."
익숙한 목소리. 그것도 꽤 최근에 들어 본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용병들 사이로 나왔다.
"..."
"그 눈빛은.. 뭐 그래요. 또 배신 당할 까봐 두려운 거겠죠."
레이든의 회장..
천비연..!
"뭐, 별로 믿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발전소는 다시 찾았네요."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천비연 회장님은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정확히 2시간 13분.. 놀라운 기록 이네요. 뭐 한마디로 당신을 이용한 거죠."
그 말 때문에,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검을 선택해 무시 당하고, 조롱 받았던 그 기억을.
"그리고 옆에 있는 전유화도 수고 많았어요."
전유화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용병들 사이로 지나갔다.
그때는 몰랐는데 곧 알게 되었다.
전유화, 6강회에서 6강에 속해있는, 백색의 마녀라는 것을.
방..방금 사람의 말을 한 거야..?
확실하게 들었다. 그것이 말을 하는 것을.
가끔 새크리 파이스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긴 했지만, 사람의 말이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저 녀석은 무엇이냔 말이다.
"이 기계가.. 완성되면.. 이 행성은 우리 것이 될 것이다.."
뭐..? 기계? 저 큰 거?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저 기계를 부숴야 한다.
뭔지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뭔가 부숴 버려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적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강한지도 몰랐기에,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흐릿하긴 했지만, 그 새크리 파이스는 얼굴에 가면 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적이어서, 일단은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관찰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침입자가.. 한 명 있는 것 같군.."
그 괴물은 내가 숨어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젠장.. 들킨 건가..?
"어떤.. 놈인가.. 이 곳에 들어온 자는.."
이미 들켰겠다 싶어 나는 천천히 나를 가릴 수 있던 상자 더미 옆으로 나왔다.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의 모습을 한 새크리 파이스라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하지 않을까?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잠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 괴물은 코웃음을 쳤다. 왜 전부 내가 얘기만 하자고 하면 웃음을 짓냐..?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하찮은 벌레 새끼가, 감히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고?"
"그건, 아직 모르는 일 인 거 같은ㄷ.."
내가 말을 다 할 틈도 없이 그 괴물은 빠른 속도로 내게 달려와 내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잘 들어라. 어리석은 인간이여.. 너가 이곳에 온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가면을 쓰고 있던 게 아닌 얼굴이 가면처럼 생긴 것이었다.
그 얼굴은 마치 도깨비를 닮은 것 같았다.
그리고 멀리서 본 것보다 높은 키. 못해도 3M는 돼 보였다.
"당신들이.. 바라는 게 무엇 입니까.."
멱살을 잡고 있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바라는 것? 내가, 아니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그 괴물은 입을 쩍 벌렸다. 그 입 벌린 게 얼마나 크던지 나를 삼키면 한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다음 괴물이 한말,
그 말 때문에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희 인간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식량으로 쓰고, 추울 때는 불이 꺼지지 않도록 땔감으로 쓰며, 더울 때는 온 몸을 납작하게 눌러 부채로 쓸 것이다."
그렇게 그 괴물의 먹이가 될 때였다.
탕!
내 뒤쪽으로 들려온 총 소리, 그와 동시에 나는 괴물이 붙잡고 있던 손에서 풀려났다.
도대체 누가 이 곳에 들어왔는지, 어떤 목적으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뒤를 돌았다.
"당..당신은.."
뜻밖에 사람이 서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설마 했는데, 진짜 혼자 가다니. 뭐, 정신력 하나는 인정해 줄게."
전유화였다. 분명 내일 출발한다고 말 했을텐데.. 어째서..?
"지금 어떻게 왔냐는 표정이네. 뭐, 내가 워낙 다른 사람 말은 잘 안 들어서."
"여긴 위험해요.. 어서 나가야 한다 고요..!"
나는 여긴 무리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뭘 혼자 끝내서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뭐야?"
그건..? 내가 들어가기 전에 한 말인데..?
"정신 차려. 5급도 혼자 잡을 정도면, 저건 그것보다 살짝 더 강한 정도니까."
전유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덕분에 정신을 조금은 차린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나이만 어른일 뿐, 마음은 아직도 어린애 같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 잡고 검을 쥐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너를 믿지 못해."
"네?"
전유화는 씩 웃었다.
"그러니까 보여줘 봐. 내가 너를 믿도록."
어이가 없군.. 나보고 자기가 믿도록 해보라고? 초면에 반말부터 하는 싸가지 에게?
분명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지금까지 싸여 있던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다.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흐릿하게 보였던 새크리 파이스들과, 주변에 있는 상자 더미와 고철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거대한 기계도.
"내가 엄호할 테니, 넌 저 녀석을 끝장 내 버려."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괴물이 다시 정신을 차려,
"잔꾀 많은 인간들이여, 어찌 될 수 없는 일을 해내려고 하는가..?"
잠깐.. 말투가 바뀌었다..?
그때 잠깐 이지만, 이 괴물은 아직 사람의 말을 완전히 구사하지 못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보면 알겠지."
전유화는 들고 있던 총으로, 두 발을 괴물의 양 어깨에 맞췄다.
"크윽.."
나는 괴물 쪽으로 달려갔다.
기계를 지키던 9, 8급 새크리 파이스들이 덤벼 들었지만, 별로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그 중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8급 세이트도 있었지만, 약간 따끔할 뿐, 아프지는 않았다.
"이 쓸모 없는 것들아아!! 공격해!!"
또 말투가 바뀌었다..?
설마..
"넌 잡아먹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냐?"
그 괴물은 흠칫했다. 정확히 들어 맞았나 보군.
"어쩐지.. 비명을 지른 사람들의 시체가 없더라. 다른 건 이미 오래 전에 썩은 것들 뿐이었고."
"웃기지 마라..!"
그 괴물은 몸에서 강한 전류를 내 뿜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그나마 남아있던 전등들이 전부 깨져 버렸다.
이제 그 거대한 홀은, 완전히 어두워진 공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 가.
옛날에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둡기만 한 곳에서는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앞이 잘 보일 것이다.'
라는 문장을.
솔직히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때 이후로 몇 번 시도 해본 후에 알게 되었다.
그 말이 진실이라고.
5초 정도 눈을 감았다 뜨니,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던 홀 안 쪽은, 조금씩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아오는 괴물의 발톱들.
"어림없지."
희미했지만, 그 날아오는 발톱을 전부 쳐 냈다.
"무..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어릴 때는 새크리 파이스가 무서웠다.
5급 4급이 아닌 9급도 말이다.
새크리 파이스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두려웠다. 저런 것들과 싸웠다가 죽을 까봐.
18살이 되고 훈련을 진행할 때는,
새크리 파이스들을 잡아 명성을 얻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20살이 되었을 때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위기에 처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정말로 구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이 갖춰야 할 본분이니까.
나는 어느새 그 괴물의 머리 밑에 까지 도달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총도 아닌 검이.. 나를 이기냔 말이다!!"
괴물은 포효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래서 검을 쓰는 거야. 총도 아닌 검으로 너희를 잡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
내 검은 순식간에 그 괴물의 목을 베었다.
다른 생각 없이, 짧고 간결하게.
그 괴물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괴물은 쓰러졌다.
"후.."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 넣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쓰러 트릴 줄이야.."
뒤에는 전유화가 총을 든 채 나에게 걸어왔다.
"어쩌면.. 그놈보다 강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놈?
"아..아니지. 이건 말해봤자 별로 쓸모가 없을 테니까.."
뭔가 엄청 신경 쓰였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잠시 후.
"그건 그렇고 이 기계는 어떡해 해?"
"글쎄요.. 부숴야 하나.."
우리가 거대한 기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김지현, 너는 나를 믿어?"
갑작스럽게 들어온 질문.
솔직히 믿는 다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네.. 뭐.. 조금은.."
"그러면,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 테니까."
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병들이 들이닥쳤다.
"뭐.."
"꼼짝 마라! 한 발이라도 움직이면 쏘겠다!!"
용병들이 나와 전유화를 향해 총을 향했다.
"이게 무슨.."
"정말 해낼 줄은 몰랐는데, 놀랍네요."
익숙한 목소리. 그것도 꽤 최근에 들어 본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용병들 사이로 나왔다.
"..."
"그 눈빛은.. 뭐 그래요. 또 배신 당할 까봐 두려운 거겠죠."
레이든의 회장..
천비연..!
"뭐, 별로 믿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발전소는 다시 찾았네요."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천비연 회장님은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정확히 2시간 13분.. 놀라운 기록 이네요. 뭐 한마디로 당신을 이용한 거죠."
그 말 때문에,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검을 선택해 무시 당하고, 조롱 받았던 그 기억을.
"그리고 옆에 있는 전유화도 수고 많았어요."
전유화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용병들 사이로 지나갔다.
그때는 몰랐는데 곧 알게 되었다.
전유화, 6강회에서 6강에 속해있는, 백색의 마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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