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현재와 과거
조회 : 20 추천 : 1 글자수 : 6,295 자 2026-02-24
"날.. 이용 했다고..?"
"네. 뭐, 별로 이길거라곤 생각 안하고 있었지만요."
그때부터 였다.
내가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을 때가.
어쩌면 그 괴물의 말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리석고 하찮은 사람들.
괴물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진짜 일부 사람들은 이기심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당신은 지금 현재에 있죠?"
"..?"
갑자기 천비연 화장님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지금이 현재라고..?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을 살고 있다면, 지금에 맞게 사세요."
그 말은..
"지금 검을 버리고 총을 쓰라는 겁니까?"
"정확히 이해 하셨네요. 당신에게 드릴 총들은 준비해 놨습니다."
하.. 이 사람들..
분명 내가 싸우는 것을 다 지켜 봤을 텐데도 그딴 말을 하다니.
"당신의 검과 당신이 총을 든 사람보다 강한 건 알겠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죠?"
천비연 회장님이 손을 까닥하니 뒤에 어떤 한 남자가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검은 상자 였는데, 왠지 모르게 두툼해 보였다.
"뭐죠, 이건?"
"당신의 검을 저희에게 넘기세요. 그렇다면 제일 성능이 좋은 총과 1억을 드리겠습니다."
허? 지금 나더러 이 검을 팔라고? 어떻게 얻은 검인데?
"잘 들으세요. 저는요, 처음 검을 받았을 때 한번 치면 부러지는 낡은 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겨 얻은 이 검을, 당신들에게 줄 수 없습니다."
천비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도 예의상 차분하게 대처한 건데, 화가 난 건가.
"좋아요.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그 말을 끝으로 목 뒤에 뭔가 박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눈앞이 흐려졌다.
땅바닥에 쓰러지자 천비연 회장님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
"좋은 꿈 꾸세요."
6화 - 현재와 과거
눈을 떴을 때는 눈으로 봐도 차가워 보이는 철창이 보였다.
젠장.. 수면제를 놓다니..
나는 손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보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검은 내 곁에 이미 사라진 뒤였고, 나는 돌 바닥에 나무 책상과 나무 의자 하나 있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일어나셨습니까."
그때 철창 밖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되게 묵직한 목소리 였는데, 듣자마자 천비연 회장님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자기들이 가둬 놓고 멀쩡하냐고 물으면 제가 뭐라고 할까요?"
그 사람은 한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괜찮은 거 같군요."
"당신은 누구죠? 천비연 회장님은 어디 있습니까?"
검을 되찾아야 해. 총을 쓰라고 하면, 이 철창이고 뭐고 다 부숴버릴 거야.
"일단 리센트를 확인해 보시죠."
응? 리센트?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리센트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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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지현
나이: 20
무기: 정체불명의 검
장신구: 잔향의 팔찌
칭호: [갑옷 사냥꾼], [최초 5급 방어형 헌터], [천야성검]
, [부서진 도깨비 가면], [4급 전뇌형 헌터], [검을 버린 자]
소속: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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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야 이게..
[검을 버린 자]는 뭐야? 내가 검을 왜 버려..?
"확인하셨다시피 당신은 더 이상 검을 쓸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검을 쓸 수 없다니.."
순간 욱해서 반말이 튀어나갔다.
하지만 욱할 만도 하다. 검을 갑자기 왜 쓰지 못하고 왜 이런 칭호가 내게 있는 지.
"왜 검에게 그렇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좋은 총을 놔두고."
뭐..? 지금 그게 할 말이야..?
"당신은 총이 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입술을 꽉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을 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죠?"
"그렇다면 저는 뭡니까? 신 인가요?"
그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 말에 나는 철창 사이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가볍게 내 주먹을 잡았다.
"내가.. 어떻게 이 고생을 했는데.. 그것도 10년 동안.. 검 한번 쓰겠다고 하라는 거 다 했는데.. 고작 운이라고?"
팔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분명 따뜻했지만 금방 차가워졌다.
"당신이 검을 고른 것부터 운은 다 한겁니다."
그 사람은 내 손을 놓고는 문을 열었다.
"총을 쓰고 싶을 때, 다시 부르시길 바랍니다."
그는 나가버렸다.
나는 처참히 붕괴 되었다.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이미 나는 모든 걸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한 달도 못 가서.
차라리 죽어 버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은데.
그렇게 거의 3일 동안 나는 그곳에 갇혀 있었다.
그 3일 동안, 많은 감정들이 내 머리를 지나쳤다.
첫 번째가 내적 갈등이었다.
사람들의 지키기 위해 용병이 되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한 상태였다.
두 번째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갈망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사람들을 전부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물씬 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자기 위로였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는데 뭔 사람들에게 복수 하겠다고.
마지막으로 온 상태는 포기와 허탈감 이었다.
그냥 전부 포기하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먹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고, 철창 밖에 있는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따라가기만 하였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나는 이미 죽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
바짝 마른 입술, 입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충혈된 눈동자, 떨리는 손과 발.
이게 좀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렇게 3일이 되던 날 어제와 같이 문이 열렸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그 남자도, 천비연 회장님도 아니었다.
"으악!! 깜짝이야.."
들어 온 사람은 전유화였다.
이미 포기한 나는 들어온 전유화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완전 맛이 갔네.. 이 사람들이 진짜.."
"ㄱ.."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응?"
"..여긴.. 왜 왔어..요.."
막혀 있는 목으로 겨우 말을 내 뱉었다.
그러더니.
철컹.
철창의 문이 열렸다.
"빨리 나와! 다른 사람이 보면 곤란해 진다고."
전유화는 철창 안으로 들어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런 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윽.. 되게 무겁네.."
"미안해요.."
전유화는 나를 부축 하고는 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자 환한 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눈을 가렸다.
겉보기에는 무슨 연구 시설 같아 보이는데..
"일단 여기서 나가자! 그 다음에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보자고!"
전유화는 나를 재촉 했지만, 왠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복도 끝에 굳게 닫혀있는 철문이 보였다.
"뭐해? 빨리 가야 한다니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나는 손으로 철문을 가리켰다.
"뭐? 제정신이야? 지금 어떻게 너를 구출 한 건데! 검은 버려!"
그럴 수 없었다.
왜 그렇게 까지 검을 좋아 하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다.
검은, 내가 세상을 다시 보게 해주는 존재였으니까.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다른 의미든 간에.
왠지 지금 가 버리면 검을 다시는 쓸 수도, 보지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서 있기도 힘든 몸으로 저 철문을 가리켰다. 계속해서.
"미쳤어. 진짜 미쳤어."
전유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부축해 주는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지금 한밤 중이어서 아무도 없을 테니까, 빨리 갔다 오자."
그렇게 나와 전유화는 철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철문은 그냥 열렸다.
"뭐야 보통은 잠겨 있을텐데..?"
전유화는 이상함을 감지 했는지 조심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검이 보였다.
유리 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검이.
그리고 또 하나, 그 남자가 보였다.
"환용철..!"
"설마 했는데, 정말 이곳으로 오시다니."
환용철, 그 남자의 이름인가 보다.
"백색의 마녀, 전유화,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나."
"단지 얘랑 한 약속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환용철은 손에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더니 큰 소음과 함께 밑에서 포탑들이 올라왔다.
"미쳤어? 전부 죽일 셈이야?"
"사람 두 명 죽는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 그리고 쓰레기는 처리해야 하지."
포탑은 엔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포탑의 총구는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당신이..라도.. 도망..가..세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써서 말을 전하고, 전유화를 손으로 툭 밀었다.
"아..안돼..!"
그렇게 죽기 일보 직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나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그때.
[설마 했는데, 진짜로 죽음을 받아드리실 줄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내가 처음 검을 발견 했을 때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 유리 관 속에 있던 검은 빛을 내며 빠른 속도로 내게 날아왔다.
다행히 나는 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이자 어떤 어두운 공간이 보였다.
전유화도, 환용철도 없는.
[여긴 당신의 정신 속 세계에요.]
분명 희성.. 이었지.
"뭐.."
[걱정 마세요. 이 목소리는 당신에게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요.]
'내게 원하는 게 있나..?'
[벌써 방법을 터득하신 건가요. 대단하네요.]
그 목소리는 왠지 신나 보였다.
[살고 싶은가요. 아니면 죽고 싶은가요?]
예상 외의 질문 이어서, 조금 생각할 시간을 거쳤다.
'어차피 나이 들면 죽을 거 일찍 죽는 다 생각하면 되잖아.'
[그렇긴 하죠. 하지만 검을 소중히 하는 사람은 오랜만이라서, 흐음..]
검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
고작 3일 갇혀 있었다고 마음이 완전히 꺾인 건가.
그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살고 싶어.'
[네?]
'그리고 강해지고 싶어.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정말 대단하네요. 배신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지킨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건 다른 문제야.
검이 절대 쓸모 없는 게 아니니까.
[좋아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미션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미션?'
[검의 자격. 말 그대로 검을 쓸 자격이 있는 지를 확인 하는 겁니다.]
'그걸 성공하면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총 5단계로 구분 되고 미션은 어느 때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의 자격이라..
나는 들고 있는 검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천야성검] 이라는 칭호, 너가 준 거 맞지?'
[정확하네요.]
'무슨 의미야? 나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 데.'
[아직은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건 제가 지구에 도착하게 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존재기에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이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
[일단 바로 '검의 자격 첫 번째' 시작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더 이상 안 들리자 리센트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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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자격 첫 번째 시련 - 불굴의 의지}
내용: 적, 환용철과 포탑으로부터 살아 남으십시오.
보상: ???
제한시간: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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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같네.. 제한 시간 있고, 보상은 왜 ???이냐..
[무운을 빕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정신 속 세계를 벗어났다.
"검이 있다 한들 당신은 이 포탑을 이길 수 없습니다."
다시 돌아오자 마자 환용철은 나에게 포탑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내가 검에게 인정 받을 자격이 있는 지.
"네. 뭐, 별로 이길거라곤 생각 안하고 있었지만요."
그때부터 였다.
내가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됐을 때가.
어쩌면 그 괴물의 말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리석고 하찮은 사람들.
괴물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진짜 일부 사람들은 이기심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당신은 지금 현재에 있죠?"
"..?"
갑자기 천비연 화장님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지금이 현재라고..?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을 살고 있다면, 지금에 맞게 사세요."
그 말은..
"지금 검을 버리고 총을 쓰라는 겁니까?"
"정확히 이해 하셨네요. 당신에게 드릴 총들은 준비해 놨습니다."
하.. 이 사람들..
분명 내가 싸우는 것을 다 지켜 봤을 텐데도 그딴 말을 하다니.
"당신의 검과 당신이 총을 든 사람보다 강한 건 알겠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죠?"
천비연 회장님이 손을 까닥하니 뒤에 어떤 한 남자가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검은 상자 였는데, 왠지 모르게 두툼해 보였다.
"뭐죠, 이건?"
"당신의 검을 저희에게 넘기세요. 그렇다면 제일 성능이 좋은 총과 1억을 드리겠습니다."
허? 지금 나더러 이 검을 팔라고? 어떻게 얻은 검인데?
"잘 들으세요. 저는요, 처음 검을 받았을 때 한번 치면 부러지는 낡은 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겨 얻은 이 검을, 당신들에게 줄 수 없습니다."
천비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도 예의상 차분하게 대처한 건데, 화가 난 건가.
"좋아요.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그 말을 끝으로 목 뒤에 뭔가 박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눈앞이 흐려졌다.
땅바닥에 쓰러지자 천비연 회장님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
"좋은 꿈 꾸세요."
6화 - 현재와 과거
눈을 떴을 때는 눈으로 봐도 차가워 보이는 철창이 보였다.
젠장.. 수면제를 놓다니..
나는 손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보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검은 내 곁에 이미 사라진 뒤였고, 나는 돌 바닥에 나무 책상과 나무 의자 하나 있는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일어나셨습니까."
그때 철창 밖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되게 묵직한 목소리 였는데, 듣자마자 천비연 회장님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자기들이 가둬 놓고 멀쩡하냐고 물으면 제가 뭐라고 할까요?"
그 사람은 한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괜찮은 거 같군요."
"당신은 누구죠? 천비연 회장님은 어디 있습니까?"
검을 되찾아야 해. 총을 쓰라고 하면, 이 철창이고 뭐고 다 부숴버릴 거야.
"일단 리센트를 확인해 보시죠."
응? 리센트?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리센트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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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지현
나이: 20
무기: 정체불명의 검
장신구: 잔향의 팔찌
칭호: [갑옷 사냥꾼], [최초 5급 방어형 헌터], [천야성검]
, [부서진 도깨비 가면], [4급 전뇌형 헌터], [검을 버린 자]
소속: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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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야 이게..
[검을 버린 자]는 뭐야? 내가 검을 왜 버려..?
"확인하셨다시피 당신은 더 이상 검을 쓸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검을 쓸 수 없다니.."
순간 욱해서 반말이 튀어나갔다.
하지만 욱할 만도 하다. 검을 갑자기 왜 쓰지 못하고 왜 이런 칭호가 내게 있는 지.
"왜 검에게 그렇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좋은 총을 놔두고."
뭐..? 지금 그게 할 말이야..?
"당신은 총이 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입술을 꽉 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을 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죠?"
"그렇다면 저는 뭡니까? 신 인가요?"
그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 말에 나는 철창 사이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가볍게 내 주먹을 잡았다.
"내가.. 어떻게 이 고생을 했는데.. 그것도 10년 동안.. 검 한번 쓰겠다고 하라는 거 다 했는데.. 고작 운이라고?"
팔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분명 따뜻했지만 금방 차가워졌다.
"당신이 검을 고른 것부터 운은 다 한겁니다."
그 사람은 내 손을 놓고는 문을 열었다.
"총을 쓰고 싶을 때, 다시 부르시길 바랍니다."
그는 나가버렸다.
나는 처참히 붕괴 되었다.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이미 나는 모든 걸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한 달도 못 가서.
차라리 죽어 버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은데.
그렇게 거의 3일 동안 나는 그곳에 갇혀 있었다.
그 3일 동안, 많은 감정들이 내 머리를 지나쳤다.
첫 번째가 내적 갈등이었다.
사람들의 지키기 위해 용병이 되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한 상태였다.
두 번째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갈망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사람들을 전부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물씬 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자기 위로였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는데 뭔 사람들에게 복수 하겠다고.
마지막으로 온 상태는 포기와 허탈감 이었다.
그냥 전부 포기하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먹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고, 철창 밖에 있는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따라가기만 하였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나는 이미 죽기 일보 직전인 상태였다.
바짝 마른 입술, 입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충혈된 눈동자, 떨리는 손과 발.
이게 좀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렇게 3일이 되던 날 어제와 같이 문이 열렸다.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그 남자도, 천비연 회장님도 아니었다.
"으악!! 깜짝이야.."
들어 온 사람은 전유화였다.
이미 포기한 나는 들어온 전유화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완전 맛이 갔네.. 이 사람들이 진짜.."
"ㄱ.."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응?"
"..여긴.. 왜 왔어..요.."
막혀 있는 목으로 겨우 말을 내 뱉었다.
그러더니.
철컹.
철창의 문이 열렸다.
"빨리 나와! 다른 사람이 보면 곤란해 진다고."
전유화는 철창 안으로 들어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런 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윽.. 되게 무겁네.."
"미안해요.."
전유화는 나를 부축 하고는 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자 환한 빛 때문에 눈이 부셨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눈을 가렸다.
겉보기에는 무슨 연구 시설 같아 보이는데..
"일단 여기서 나가자! 그 다음에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보자고!"
전유화는 나를 재촉 했지만, 왠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복도 끝에 굳게 닫혀있는 철문이 보였다.
"뭐해? 빨리 가야 한다니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나는 손으로 철문을 가리켰다.
"뭐? 제정신이야? 지금 어떻게 너를 구출 한 건데! 검은 버려!"
그럴 수 없었다.
왜 그렇게 까지 검을 좋아 하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다.
검은, 내가 세상을 다시 보게 해주는 존재였으니까.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다른 의미든 간에.
왠지 지금 가 버리면 검을 다시는 쓸 수도, 보지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서 있기도 힘든 몸으로 저 철문을 가리켰다. 계속해서.
"미쳤어. 진짜 미쳤어."
전유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부축해 주는 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지금 한밤 중이어서 아무도 없을 테니까, 빨리 갔다 오자."
그렇게 나와 전유화는 철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철문은 그냥 열렸다.
"뭐야 보통은 잠겨 있을텐데..?"
전유화는 이상함을 감지 했는지 조심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니 검이 보였다.
유리 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검이.
그리고 또 하나, 그 남자가 보였다.
"환용철..!"
"설마 했는데, 정말 이곳으로 오시다니."
환용철, 그 남자의 이름인가 보다.
"백색의 마녀, 전유화,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나."
"단지 얘랑 한 약속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환용철은 손에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더니 큰 소음과 함께 밑에서 포탑들이 올라왔다.
"미쳤어? 전부 죽일 셈이야?"
"사람 두 명 죽는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아. 그리고 쓰레기는 처리해야 하지."
포탑은 엔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포탑의 총구는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당신이..라도.. 도망..가..세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써서 말을 전하고, 전유화를 손으로 툭 밀었다.
"아..안돼..!"
그렇게 죽기 일보 직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나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그때.
[설마 했는데, 진짜로 죽음을 받아드리실 줄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내가 처음 검을 발견 했을 때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 유리 관 속에 있던 검은 빛을 내며 빠른 속도로 내게 날아왔다.
다행히 나는 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한번 깜빡이자 어떤 어두운 공간이 보였다.
전유화도, 환용철도 없는.
[여긴 당신의 정신 속 세계에요.]
분명 희성.. 이었지.
"뭐.."
[걱정 마세요. 이 목소리는 당신에게 밖에 들리지 않으니까요.]
'내게 원하는 게 있나..?'
[벌써 방법을 터득하신 건가요. 대단하네요.]
그 목소리는 왠지 신나 보였다.
[살고 싶은가요. 아니면 죽고 싶은가요?]
예상 외의 질문 이어서, 조금 생각할 시간을 거쳤다.
'어차피 나이 들면 죽을 거 일찍 죽는 다 생각하면 되잖아.'
[그렇긴 하죠. 하지만 검을 소중히 하는 사람은 오랜만이라서, 흐음..]
검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
고작 3일 갇혀 있었다고 마음이 완전히 꺾인 건가.
그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살고 싶어.'
[네?]
'그리고 강해지고 싶어.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정말 대단하네요. 배신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고도 지킨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건 다른 문제야.
검이 절대 쓸모 없는 게 아니니까.
[좋아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미션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미션?'
[검의 자격. 말 그대로 검을 쓸 자격이 있는 지를 확인 하는 겁니다.]
'그걸 성공하면 더 강해질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총 5단계로 구분 되고 미션은 어느 때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의 자격이라..
나는 들고 있는 검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천야성검] 이라는 칭호, 너가 준 거 맞지?'
[정확하네요.]
'무슨 의미야? 나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 데.'
[아직은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건 제가 지구에 도착하게 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존재기에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이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
[일단 바로 '검의 자격 첫 번째' 시작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더 이상 안 들리자 리센트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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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자격 첫 번째 시련 - 불굴의 의지}
내용: 적, 환용철과 포탑으로부터 살아 남으십시오.
보상: ???
제한시간: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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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같네.. 제한 시간 있고, 보상은 왜 ???이냐..
[무운을 빕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정신 속 세계를 벗어났다.
"검이 있다 한들 당신은 이 포탑을 이길 수 없습니다."
다시 돌아오자 마자 환용철은 나에게 포탑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내가 검에게 인정 받을 자격이 있는 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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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성공하는 조건
6.6화 - 현재와 과거조회 : 22 추천 : 1 댓글 : 0 글자 : 6,295 5.5화 - 백색의 마녀조회 : 167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968 4.4화 - 공포조회 : 193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483 3.3화 - 비난과 조롱, 그리고 믿음조회 : 280 추천 : 1 댓글 : 0 글자 : 4,426 2.2화 - 양날의 검조회 : 228 추천 : 1 댓글 : 0 글자 : 3,294 1.1화 - 어둠으로 물든 세상조회 : 2,719 추천 : 1 댓글 : 0 글자 : 1.1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