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사람의 죽음
조회 : 175 추천 : 0 글자수 : 5,717 자 2026-05-11
"..."
언제부터 일까. 내가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지현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 음..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요!"
7살.. 아니 6살 때인가.
어릴 때는 히어로를 동경했지.
기계의 도움 없이 날아다니고, 엄청 강하고,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는.
그런 히어로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찮은 모니터 속, 상상의 인물 일 뿐.
현실에는 그런 존재가 없어.
하지만 그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히어로를 동경했을까.
멋있어서? 나도 저런 사람처럼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구하면, 멋있어 보이니까?
어릴 적에는 망토를 목에 걸고,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히어로의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우습던 지.
히어로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10살이 됐을 때였다.
그것도 혼자 알게 된 게 아니고, 누군가 말해줬었지.
"꼬마야. 세상에는 히어로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단다. 그건 그냥 상상의 존재일 뿐이야."
분명 맞는 말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슬펐는지,
하루 종일 운 것 같다.
그 말을 한 사람에게는 딱히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뿐.
만약 그 사람이 그때 히어로가 없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평생 히어로가 존재한다고 믿었겠지.
아무튼 그래서 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느꼈냐면.
히어로를 동경 했어서? 아니면 그냥 명예를 얻으려고?
아니.
내가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이유는.
그게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동물들도 서로 힘들 때 도우며 살아갔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가.
하나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심,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범죄.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자기 만족, 약한 자는 버려져야 한다는 쓰레기 같은 생각들.
그런 사람들에게서 인간의 도리가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극히 일부.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되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것이다.
약한 자를 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배려하기 위해서, 사람 한 명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
"..지현.."
목소리가 들렸다.
"김지현!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러다 어디 한번 박겠다!"
전유화의 목소리 였다.
아.. 나 딴 생각 중이었구나.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 하느라.."
"그래, 그리고 알아둬. 곧 밤 되니까."
우리는 헤라토나 도시로 가기 위해 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아직 2일 밖에 지나지 않아서, 5일 정도를 더 가야 했다.
이제 곧 밤이 된다고 했으니, 주변에서 야영 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바이크를 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거대한 빌딩 하나가 보였다.
그것도 이미 낡을 때로 낡고, 창문은 다 깨져 있어 멀쩡한 창문을 찾아볼 수도 없을 만한 빌딩을.
"저 빌딩에서 오늘은 야영 하죠."
"그래, 뭐."
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빌딩 앞까지 갔다.
...
"가까이서 보니까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높네요?"
"그러게. 새크리 파이스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조심히 들어가자."
우리는 바이크를 가방에 넣어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더 난장판 이었다.
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종이 쪼가리들과 펜, 그리고 조금 붕괴되어 떨어진 돌 조각과 나무 조각들.
그리고 안에서 왠지 모를 스산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 빌딩이 구멍이 생겨서 그럴 꺼야. 어디 안전한 곳을 찾아보자."
"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엘레베이터가 있었는데,
꾹.
역시는 역시, 엘레베이터가 움직일 리가 없었다.
결국 계단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안돼도 60층은 넘어 보였는데, 전유화는 이런 나 때문에 고생할 생각을 하니 미안해졌다.
"한 5층 정도만 올라가 보자."
그렇게 우리는 계단을 통해 한 층 한층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도 부서지고 벽면에 구멍이 생겨 자칫하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다다른 5층.
밑에 4층 까지는 멀쩡한 방이 하나도 없었다.
5층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약간 금이 간 창문과 널 부러진 잔해들이 조금씩 있었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층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죠..?"
".. 그래야 겠네."
우리는 마땅히 앉을 곳을 찾아 털썩 주저 앉아 짐을 풀었다.
짐이라 해봐야 검과 총, 간단한 먹을 거리가 들어있는 음식들 뿐이었지만.
그렇게 앉고 나니 차가운 느낌이 내 옷 위로 전해져 왔다.
"으.. 살짝 춥긴 하네."
전유화도 느꼈나 보다.
이곳은 히터도, 몸을 따뜻하게 해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잠깐 6층좀 보고 와도 될까요?"
"응? 6층은 왜?"
"혹시 모를 위험 대비.. 랄까요.. 하하..
전유화는 내게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 다녀 오라며 나를 떠 밀었다.
뭔가.. 나만 고생하는 느낌이 문득 들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6층에 올라가 보니,
5층 보다는 급격하게 심한 편이었다.
건물이 이 정도 까지 변할 수 있구나 하고.
아무튼 나는 6층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 다녔다.
한 층 한 층이 전부 넓다 보니, 찾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쓸만한 것을 찾고 있을 때였다.
"도..와주십시오.."
어디선가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곳에 왜 사람이..?
나는 즉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무너진 잔해에 깔려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당장 잔해를 하나 둘씩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그만 조각들이 남아, 그 사람은 천천히 일어섰다.
"설마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날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내게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 했고,
나는 즉시 손사래를 쳤다.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면서.
그리고 그 사람을 구해준 후 몇 분이 흘렀다.
"전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무호라고 합니다."
어라, 이무호라면..?
"그 「해변의 낙서」 그리신 분 맞죠??"
"절 아시는 군요."
어떻게 모를 수 있나요. 이 그림 하나로 몇 일 만에 세상에 알려진 사람인데.
이무호, 외국에서도 유명한 화가 이다.
역동적인 그림 체와 묘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휩쓸어 간 사나이다.
"그 그림은 정말 잘 그리셨던데, 어떻게 그리신 거에요?"
"하하, 꼭 기자 분들처럼 얘기하시는 군요."
「해변의 낙서」는 이무호 본인만 알고 있는 스토리 이다.
그림에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존재하는 데,
이무호의 「해변의 낙서」는 그림만 공개 했을 뿐,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그림에 대한 스토리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는 당연히 말씀 드려야죠."
아니 뭐.. 그거 알려고 물어본 게 아니긴 한데.
"이 그림의 주제는 바다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 그림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말하긴 했지만, 전부 바다와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이 그림은.. 제 아내를 위한 단 하나 뿐인 그림 입니다."
아내를 위한.. 그림..?
"제 아내는 제가 이 그림을 그리기 전 불치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도 제 아내의 병을 고치지 못했고,
아내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아까 전에 보았던 그의 밝은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내가 떠나기 1시간 전,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사진으로만 보았던 해변의 풍경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전 아내를 해변에 데려갈 수 없었습니다."
"..새크리 파이스 때문에.."
"네.. 맞습니다. 전 그 새크리 파이스가 무서워 아내를 결국 죽게 놔뒀습니다.
정말 아내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지요.."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 아내를 위해 그림으로라도 해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내도 사진으로만 해변을 봤지. 실제로는 단 한번도 해변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변이 어떤 색인지, 어떤 분위기 인지, 화가로써는 알 길이 없었죠.
하지만 오히려 화가여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림을 제가 생각한 대로 그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거 였군.. 그래서..
「해변의 낙서」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모래사장과 그 위를 걷는 여인이 한 명 존재 했을 뿐.
눈을 아무리 씻고 찾아봐도, 물 한 방울 없었다.
"아내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는 길이라도 행복 하라고, 아내의 뒷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가는 길에, 사진으로만 봤던 해변을 그곳에서 걸으라는 마음으로 그렸죠.."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던 것일까.
그는 끅끅 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소중한 사람이 떠난 그 고통을 참으면서, 그 그림을 그렸으니.
왠지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의 마음이 이해라도 가듯, 나도 슬픔이 느껴졌다.
분명 전혀 나랑 인연이 없는 사람인데도, 슬펐다.
"그래서.. 다 완성했지만.. 저는 제 입으로 아내를 위한 그림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 그림의 이야기를 듣고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요.."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 앉았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오 이거 진짜 잘 그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야지.'
정도 일 뿐. 막상 스토리를 들어도.
'정말 슬프셨겠네요.'
'힘내세요. 아내 분이 앞으로 꽃길만 걷길.'
이런 말을 하지만,
사실 전부 아무 마음 없이 적은 글 들이다.
사람 한 명 죽었다고,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저만 알고 있던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눈에서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돼. 참아야 해.
여기서..
"당신은.. 정말로 좋은 사람 이군요.."
그는 나를 바라봤다.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 슬퍼해 주시다니. 정말 기쁠 따름입니다."
그는 어느새 흘리던 눈물을 멈춰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왠지 모르겠지만 부정했다.
왜 부정을 하냐고 내가 속마음으로 물어 봤다.
아직은 나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감사합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내도 분명 기뻐할 것입니다."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려냈다.
그도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공간에는, 그저 내가 우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언제부터 일까. 내가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지현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 음..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요!"
7살.. 아니 6살 때인가.
어릴 때는 히어로를 동경했지.
기계의 도움 없이 날아다니고, 엄청 강하고,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는.
그런 히어로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찮은 모니터 속, 상상의 인물 일 뿐.
현실에는 그런 존재가 없어.
하지만 그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계속 히어로를 동경했을까.
멋있어서? 나도 저런 사람처럼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구하면, 멋있어 보이니까?
어릴 적에는 망토를 목에 걸고,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히어로의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우습던 지.
히어로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10살이 됐을 때였다.
그것도 혼자 알게 된 게 아니고, 누군가 말해줬었지.
"꼬마야. 세상에는 히어로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단다. 그건 그냥 상상의 존재일 뿐이야."
분명 맞는 말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슬펐는지,
하루 종일 운 것 같다.
그 말을 한 사람에게는 딱히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뿐.
만약 그 사람이 그때 히어로가 없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평생 히어로가 존재한다고 믿었겠지.
아무튼 그래서 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느꼈냐면.
히어로를 동경 했어서? 아니면 그냥 명예를 얻으려고?
아니.
내가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이유는.
그게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동물들도 서로 힘들 때 도우며 살아갔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가.
하나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기심,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범죄.
자기만 좋으면 된다는 자기 만족, 약한 자는 버려져야 한다는 쓰레기 같은 생각들.
그런 사람들에게서 인간의 도리가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극히 일부.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이 되기 위해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것이다.
약한 자를 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배려하기 위해서, 사람 한 명의 목숨도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
"..지현.."
목소리가 들렸다.
"김지현!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러다 어디 한번 박겠다!"
전유화의 목소리 였다.
아.. 나 딴 생각 중이었구나.
"죄송해요. 잠깐 딴 생각 하느라.."
"그래, 그리고 알아둬. 곧 밤 되니까."
우리는 헤라토나 도시로 가기 위해 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아직 2일 밖에 지나지 않아서, 5일 정도를 더 가야 했다.
이제 곧 밤이 된다고 했으니, 주변에서 야영 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바이크를 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거대한 빌딩 하나가 보였다.
그것도 이미 낡을 때로 낡고, 창문은 다 깨져 있어 멀쩡한 창문을 찾아볼 수도 없을 만한 빌딩을.
"저 빌딩에서 오늘은 야영 하죠."
"그래, 뭐."
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빌딩 앞까지 갔다.
...
"가까이서 보니까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높네요?"
"그러게. 새크리 파이스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조심히 들어가자."
우리는 바이크를 가방에 넣어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더 난장판 이었다.
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종이 쪼가리들과 펜, 그리고 조금 붕괴되어 떨어진 돌 조각과 나무 조각들.
그리고 안에서 왠지 모를 스산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 빌딩이 구멍이 생겨서 그럴 꺼야. 어디 안전한 곳을 찾아보자."
"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엘레베이터가 있었는데,
꾹.
역시는 역시, 엘레베이터가 움직일 리가 없었다.
결국 계단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안돼도 60층은 넘어 보였는데, 전유화는 이런 나 때문에 고생할 생각을 하니 미안해졌다.
"한 5층 정도만 올라가 보자."
그렇게 우리는 계단을 통해 한 층 한층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도 부서지고 벽면에 구멍이 생겨 자칫하면 밑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다다른 5층.
밑에 4층 까지는 멀쩡한 방이 하나도 없었다.
5층은.. 생각보다 멀쩡했다.
약간 금이 간 창문과 널 부러진 잔해들이 조금씩 있었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층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죠..?"
".. 그래야 겠네."
우리는 마땅히 앉을 곳을 찾아 털썩 주저 앉아 짐을 풀었다.
짐이라 해봐야 검과 총, 간단한 먹을 거리가 들어있는 음식들 뿐이었지만.
그렇게 앉고 나니 차가운 느낌이 내 옷 위로 전해져 왔다.
"으.. 살짝 춥긴 하네."
전유화도 느꼈나 보다.
이곳은 히터도, 몸을 따뜻하게 해줄 만한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잠깐 6층좀 보고 와도 될까요?"
"응? 6층은 왜?"
"혹시 모를 위험 대비.. 랄까요.. 하하..
전유화는 내게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 다녀 오라며 나를 떠 밀었다.
뭔가.. 나만 고생하는 느낌이 문득 들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6층에 올라가 보니,
5층 보다는 급격하게 심한 편이었다.
건물이 이 정도 까지 변할 수 있구나 하고.
아무튼 나는 6층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 다녔다.
한 층 한 층이 전부 넓다 보니, 찾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렇게 쓸만한 것을 찾고 있을 때였다.
"도..와주십시오.."
어디선가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곳에 왜 사람이..?
나는 즉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무너진 잔해에 깔려 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가?
당장 잔해를 하나 둘씩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그만 조각들이 남아, 그 사람은 천천히 일어섰다.
"설마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날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내게 허리를 숙여 고마움을 표 했고,
나는 즉시 손사래를 쳤다.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면서.
그리고 그 사람을 구해준 후 몇 분이 흘렀다.
"전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무호라고 합니다."
어라, 이무호라면..?
"그 「해변의 낙서」 그리신 분 맞죠??"
"절 아시는 군요."
어떻게 모를 수 있나요. 이 그림 하나로 몇 일 만에 세상에 알려진 사람인데.
이무호, 외국에서도 유명한 화가 이다.
역동적인 그림 체와 묘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휩쓸어 간 사나이다.
"그 그림은 정말 잘 그리셨던데, 어떻게 그리신 거에요?"
"하하, 꼭 기자 분들처럼 얘기하시는 군요."
「해변의 낙서」는 이무호 본인만 알고 있는 스토리 이다.
그림에도 어느 정도 스토리가 존재하는 데,
이무호의 「해변의 낙서」는 그림만 공개 했을 뿐,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그림에 대한 스토리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는 당연히 말씀 드려야죠."
아니 뭐.. 그거 알려고 물어본 게 아니긴 한데.
"이 그림의 주제는 바다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 그림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말하긴 했지만, 전부 바다와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이 그림은.. 제 아내를 위한 단 하나 뿐인 그림 입니다."
아내를 위한.. 그림..?
"제 아내는 제가 이 그림을 그리기 전 불치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도 제 아내의 병을 고치지 못했고,
아내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아까 전에 보았던 그의 밝은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내가 떠나기 1시간 전,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사진으로만 보았던 해변의 풍경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전 아내를 해변에 데려갈 수 없었습니다."
"..새크리 파이스 때문에.."
"네.. 맞습니다. 전 그 새크리 파이스가 무서워 아내를 결국 죽게 놔뒀습니다.
정말 아내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지요.."
그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 아내를 위해 그림으로라도 해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내도 사진으로만 해변을 봤지. 실제로는 단 한번도 해변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변이 어떤 색인지, 어떤 분위기 인지, 화가로써는 알 길이 없었죠.
하지만 오히려 화가여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림을 제가 생각한 대로 그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거 였군.. 그래서..
「해변의 낙서」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모래사장과 그 위를 걷는 여인이 한 명 존재 했을 뿐.
눈을 아무리 씻고 찾아봐도, 물 한 방울 없었다.
"아내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는 길이라도 행복 하라고, 아내의 뒷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가는 길에, 사진으로만 봤던 해변을 그곳에서 걸으라는 마음으로 그렸죠.."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던 것일까.
그는 끅끅 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소중한 사람이 떠난 그 고통을 참으면서, 그 그림을 그렸으니.
왠지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의 마음이 이해라도 가듯, 나도 슬픔이 느껴졌다.
분명 전혀 나랑 인연이 없는 사람인데도, 슬펐다.
"그래서.. 다 완성했지만.. 저는 제 입으로 아내를 위한 그림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 그림의 이야기를 듣고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요.."
그 말을 듣고, 내 가슴이 덜컥 하고 내려 앉았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며,
'오 이거 진짜 잘 그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야지.'
정도 일 뿐. 막상 스토리를 들어도.
'정말 슬프셨겠네요.'
'힘내세요. 아내 분이 앞으로 꽃길만 걷길.'
이런 말을 하지만,
사실 전부 아무 마음 없이 적은 글 들이다.
사람 한 명 죽었다고,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저만 알고 있던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눈에서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돼. 참아야 해.
여기서..
"당신은.. 정말로 좋은 사람 이군요.."
그는 나를 바라봤다.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 슬퍼해 주시다니. 정말 기쁠 따름입니다."
그는 어느새 흘리던 눈물을 멈춰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왠지 모르겠지만 부정했다.
왜 부정을 하냐고 내가 속마음으로 물어 봤다.
아직은 나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감사합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아내도 분명 기뻐할 것입니다."
나는 참았던 눈물을 흘려냈다.
그도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공간에는, 그저 내가 우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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