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점
조회 : 3,551 추천 : 15 글자수 : 5,000 자 2024-05-16
바람한점 없는 한여름 평일 오후.
나단이는 선녀라고 적힌 간판이 붙은 집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몇 분 동안 머뭇거리고 서 있었다.
이마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잠시 고민끝에 결심을 하고는 조금 열려있던
나무 대문의 문고리를 살짝 밀었다.
대문이 끼이익하고 무겁게 열리면서
대문위에 걸려있는 작은 종이 딸랑 거린다.
나단이가 좁은 마당을 가로질러
정면 바로 보이는 방앞에 서서
"계십니까" 하고 집주인을 부르자,
방안에서 작고 낮은 음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왔나?"
"아 네 점사좀 보려고요"
방문이 조금 열리더니
누런 삼베옷을 입고
새하얀 머리 뒤로 비녀를 꼽은
범상치 않는듯한 느낌의 할머니 한분이
빼꼼히 나단이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들어온나"하면서
방문을 활짝 열었다.
강한 경상도 어투의
나이가 칠십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나단이 구두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서니
향내로 인해 찌들린 방안 공기가 강하게
나단이의 코를 자극했다.
나단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방안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는
온갖 무구들과 아기동자인형,
선녀걸개 그림, 장군상들을 신기한듯 둘러본다.
보살할머니가 한쪽다리를 절뚝이면서
법당 구석 한켠에 있던 작은 앉은뱅이 탁자를
중앙으로 가져와 상석에 앉으면서
나단이에게도 앞에 앉으라고 한다.
나단이가 보살할머니 앞에 앉자,
"그래 뭐 때매 왔노? 하며
약간 퉁명한 반말 어투로 묻는다.
"아 네,
제가 요새 안 좋은 일이 좀 있어서 왔습니다"
"뭐가 그리 안좋은데?"
"에이 그건 할머니가 맞혀야죠 히히"
나단이 슬쩍 떠볼려고하니
보살할머니가 약간 불쾌한 말투로 되묻는다.
"점보러 왔으마 뭐때매 왔는지 말을 해야지 뭐야,
보기싫으며 나가"
"아이고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온건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앞으로 금전운이 어떤지가 좀 보고싶어서요"
"금전운?"
"네"
"와? 하는일이 잘 안풀려서 그러나"
"그런게 아니고 빚때문에 죽을 지경이라서요.
이게 어떻게 잘좀 해결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요"
보살할머니가 앞에 놓인 탁자를 탁탁 치면서
"그라마 일단 여기에
복채부터 함 올려봐라" 하며 말하고는
나단이를 빤히 쳐다본다.
나단이는 들어오기전에 양복 바깥 주머니에
미리 빼놓은 돈 3만원을 탁자위에 올렸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보살할머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돈을 힐끔 보더니 앉은자리 뒤쪽에 있는
공책이랑 연필을 탁자위에 올리면서
성씨하고 생년월일을 묻는다.
"저는 조씨고요"
"생일은 30대 돼지띠
음력으로 6월12일생입니다"
보살할머니는 공책에다가 삐뚤삐뚤하게
나단이 불러준 성씨와 생년월일을 적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는 왼손으로 무슨 계산을 하는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한번 흔들더니 댓뜸
"올해 죽으라 죽으라 하네"
"너거집에 십자가가 보이는데,
누가 십자가를 믿나?"
나단이는 보살 할머니 말에 눈을 반짝이며
앉은자리에서 앞으로 바짝 다가 앉았다.
"아네 엄마가 교회 다니십니다"
"봐라 예전부터 빌고 닦던 집안에
십자가가 웬말이고
그러니 자손이 잘 될 일이 뭐가 있겠나"
"너거 집에 객사한 양반도 있는게 보이는데
이건 또 누고?"
"엥? 무슨말씀이신지요..."
"너거집에 밖에서 죽은사람 있자나?"
"없는데요."
"아니 있다. 잘생각해봐라, 있을거야"
나단이는 보살 할머니 말에
잠시 골몰히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떠올났다.
나단이 아버지는 나단이 어릴때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혼자 하숙방에서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나단이는 보살할머니가 혹시나
아버지를 말하는게 아닐까해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보살님!
우리아버지 이야기 하시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14살때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주무시다가 돌아가셨거든요"
나단이 말에 보살 할머니가
"그래 맞다~!"하며 무릎을 탁 쳤다.
"근데 아버지가 왜요?"
"너거 아버지 돌아가실때
좋은데 가시라고 천도 안해드렸제?"
"네. 엄마가 교회 다니시니까
그런건 당연히 안했겠죠"
"그러니 한많고 배고파가 니한테 딱 붙었잖아.
귀신이 붙어있으니
당연히 돈도 나가고 일이 안풀리지"
"아~ 정말입니까?
근데 아버지가 저한테 붙었으면
저를 도와줄려고 붙은거 아닌가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버지가 니한테 일부러
해꼬지 할라고 붙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천에 떠도는
혼령이 붙으면 좋지는 않지.
그리고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해,
구천에서 떠돌고 있는데
천도해서 좋은데 보내드려야지.
그래야 니가 좀 안풀리겠나"
"천도요?
그거는 어떻게 하는건데요?"
"음식차려놓고 좋은데 가라고 쫌 두들겨야지"
"그거하면 제가 금전운이 좋아지고
빚도 해결 된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해결도 되고 다 좋아지지..."
"근데 돈이 많이 드는건 아닌지요?"
"돈이야 좀 들겠지.
그래도 니가 살아야 될거 아니가"
"그건 그렇죠.
천도하면 비용이 얼마쯤 들까요?"
"싸게해서 사백"
"네? 많이 드네요"
"보통은 오백은 되야 하는데
니 형편이 어려울거 같아서 백만원 깍아구만은"
"그래도 비싸네요"
"니 좋아지는건 생각도 안하나"
"그걸 글치만...좀 깍을수는 없을까요?"
"깍을걸 깍아야지. 하기싫으면 말고"
"그건 아니고요,
할머니 그럼 오십만원만 깍아주세요.
하고싶은데 아니 해야되는데 제가 지금
형편이 이러니...할머니도 잘아시자나요
제가 오죽하고 여기에 왔겠습니까"
보살할머니는 나단의 얼굴을
곁눈으로 슬쩍 보더니
"그래 오십만원 깍아서
삼백오십으로 해주꾸마. 더이상은 없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럼 제가 생각해보고 돈준비해서
다시 들리겠습니다"
"뭐 그러던지.
근데 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돈은
어떻게 해서라도 구하게 될거야"
나단이는 1시간 동안 점사를 보고 난 뒤
점집을 나왔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점집에 갔다가 괜히 짐덩어리만 하나 더
얻어서 나온 느낌이다.
빚이 수천만원인데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 비용 삼백오십만원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더이상 돈을 구할때도 없지만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만 하면
나단이 힘들어하는 것들이 다 해결이 된다는 말에
나단이로서는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나단이는 점집에서 나올때
보살할머니가 던진 말
한마디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빚때문에 고민한다고
땅만 쳐다보고 다녔을건데
나가거든 하늘 한번 올려다봐라."
나단이는 점집을 나오자말자,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한점 없이 맑고 새파란 하늘이
나단이의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았다.
나단이는 대기업 사무직 직원이다.
그런데 직장을 5년이나 다녔는데도
돈한푼 못 모으고 빚만 수천만원이 생겼다.
나단이가 빚이 생긴 이유는
그동안 방탕하게 살아온 결과였다.
본인 스스로 만든 위기 였기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오늘 점집이라도 찾아간 것이었다.
나단이는 조금 고심을 한 끝에
결국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를 해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아버지 혼령이
구천에서 떠돈다고 하니
천도제로 아버지를 좋은곳으로
보내드려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도제 비용이 문제였다.
은행권 대출은 한도가 넘었기에
힘이 들것이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이리저리 생각을 모색하다보니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그 방법은 나단이 타고 다니는
차량 대출을 받는 것이었다.
나단이 회사에 입사를 하자,
입사축하 선물로 어머니가 전액
현금을 주고 사준 차였다.
이걸 단보로 차량 대출을 받아서
천도제를 해야겠다고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나단이는 비싼 이자를 주는 조건에
차량캐피탈 대출로 삼백오십만원을 빌렸다.
차량을 저당잡힌 까닭에
뚜벅이 신세가 되었지만
천도제를 해서 아버지는 좋은곳으로
보내드리고 자신의 빚 또한
해결이 될수가 있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앞 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나단이는 돈을 들고
보살 할머니에게 찾아갔다.
보살 할머니는 나단을 반갑게 맞으면서
댓뜸 돈이야기부터 먼저 꺼낸다.
"어떻게 돈은 마련했나"
"할머니가 어떻게 하든지
돈은 마련하게 된다고해서 믿었는데
진짜 돈이 마련되네요"
보살할머니는 나단이 천도제 비용이
마련됐다는 말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돈 마련됐으면 날잡아야 안되겠나.
좋은날 잡아서 하루라도 빨리
일 시작하는게 좋을거야"
"아 예 그럽시다요"
나단이는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둔
두툼한 은행봉투를 꺼내서
보살할머니 앞에 내놓았다.
보살할머니는 봉투를 집어들고는
봉투 안에 금액이 맞는지
눈대중으로 대충 흩어 보더니
"천도제 하면 니 금전운도 많이 풀리고
니가 하는일도 술술 풀릴거다.
그러니 마음 편안하게 가지고 있어봐라" 하면서
나단이에게
희망적인 말 한마디를 던지는걸 잊지않았다.
나단이는 그동안 뒷 생각도 하지않고
대출받은 돈을 재벌2세나 된듯이 쓰다가
빚을 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방탕하게 쓴 이유가 있었다.
그이유는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과의
사소한 문제 아니
심각한 문제일수도 있는데
서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툰 후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거의 매일같이
아가씨가 있는 술집을 돌아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썼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회사원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빚이 많이 늘어나 있었던 것이었다.
나단이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나단이는 지금 아버지 천도제만 하면
빚이 다 해결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냥 보살할머니가 말한 점사를
무조건 믿고 싶었다.
아니 이제는 돌이킬수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보살할머니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나단이는 하루빨리 천도제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단이는 선녀라고 적힌 간판이 붙은 집 앞에서
들어갈지 말지 몇 분 동안 머뭇거리고 서 있었다.
이마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잠시 고민끝에 결심을 하고는 조금 열려있던
나무 대문의 문고리를 살짝 밀었다.
대문이 끼이익하고 무겁게 열리면서
대문위에 걸려있는 작은 종이 딸랑 거린다.
나단이가 좁은 마당을 가로질러
정면 바로 보이는 방앞에 서서
"계십니까" 하고 집주인을 부르자,
방안에서 작고 낮은 음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왔나?"
"아 네 점사좀 보려고요"
방문이 조금 열리더니
누런 삼베옷을 입고
새하얀 머리 뒤로 비녀를 꼽은
범상치 않는듯한 느낌의 할머니 한분이
빼꼼히 나단이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들어온나"하면서
방문을 활짝 열었다.
강한 경상도 어투의
나이가 칠십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나단이 구두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서니
향내로 인해 찌들린 방안 공기가 강하게
나단이의 코를 자극했다.
나단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방안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는
온갖 무구들과 아기동자인형,
선녀걸개 그림, 장군상들을 신기한듯 둘러본다.
보살할머니가 한쪽다리를 절뚝이면서
법당 구석 한켠에 있던 작은 앉은뱅이 탁자를
중앙으로 가져와 상석에 앉으면서
나단이에게도 앞에 앉으라고 한다.
나단이가 보살할머니 앞에 앉자,
"그래 뭐 때매 왔노? 하며
약간 퉁명한 반말 어투로 묻는다.
"아 네,
제가 요새 안 좋은 일이 좀 있어서 왔습니다"
"뭐가 그리 안좋은데?"
"에이 그건 할머니가 맞혀야죠 히히"
나단이 슬쩍 떠볼려고하니
보살할머니가 약간 불쾌한 말투로 되묻는다.
"점보러 왔으마 뭐때매 왔는지 말을 해야지 뭐야,
보기싫으며 나가"
"아이고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온건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앞으로 금전운이 어떤지가 좀 보고싶어서요"
"금전운?"
"네"
"와? 하는일이 잘 안풀려서 그러나"
"그런게 아니고 빚때문에 죽을 지경이라서요.
이게 어떻게 잘좀 해결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요"
보살할머니가 앞에 놓인 탁자를 탁탁 치면서
"그라마 일단 여기에
복채부터 함 올려봐라" 하며 말하고는
나단이를 빤히 쳐다본다.
나단이는 들어오기전에 양복 바깥 주머니에
미리 빼놓은 돈 3만원을 탁자위에 올렸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보살할머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돈을 힐끔 보더니 앉은자리 뒤쪽에 있는
공책이랑 연필을 탁자위에 올리면서
성씨하고 생년월일을 묻는다.
"저는 조씨고요"
"생일은 30대 돼지띠
음력으로 6월12일생입니다"
보살할머니는 공책에다가 삐뚤삐뚤하게
나단이 불러준 성씨와 생년월일을 적으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는 왼손으로 무슨 계산을 하는지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한번 흔들더니 댓뜸
"올해 죽으라 죽으라 하네"
"너거집에 십자가가 보이는데,
누가 십자가를 믿나?"
나단이는 보살 할머니 말에 눈을 반짝이며
앉은자리에서 앞으로 바짝 다가 앉았다.
"아네 엄마가 교회 다니십니다"
"봐라 예전부터 빌고 닦던 집안에
십자가가 웬말이고
그러니 자손이 잘 될 일이 뭐가 있겠나"
"너거 집에 객사한 양반도 있는게 보이는데
이건 또 누고?"
"엥? 무슨말씀이신지요..."
"너거집에 밖에서 죽은사람 있자나?"
"없는데요."
"아니 있다. 잘생각해봐라, 있을거야"
나단이는 보살 할머니 말에
잠시 골몰히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떠올났다.
나단이 아버지는 나단이 어릴때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혼자 하숙방에서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나단이는 보살할머니가 혹시나
아버지를 말하는게 아닐까해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보살님!
우리아버지 이야기 하시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14살때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주무시다가 돌아가셨거든요"
나단이 말에 보살 할머니가
"그래 맞다~!"하며 무릎을 탁 쳤다.
"근데 아버지가 왜요?"
"너거 아버지 돌아가실때
좋은데 가시라고 천도 안해드렸제?"
"네. 엄마가 교회 다니시니까
그런건 당연히 안했겠죠"
"그러니 한많고 배고파가 니한테 딱 붙었잖아.
귀신이 붙어있으니
당연히 돈도 나가고 일이 안풀리지"
"아~ 정말입니까?
근데 아버지가 저한테 붙었으면
저를 도와줄려고 붙은거 아닌가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버지가 니한테 일부러
해꼬지 할라고 붙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천에 떠도는
혼령이 붙으면 좋지는 않지.
그리고 어떻게 하기는 어떻게해,
구천에서 떠돌고 있는데
천도해서 좋은데 보내드려야지.
그래야 니가 좀 안풀리겠나"
"천도요?
그거는 어떻게 하는건데요?"
"음식차려놓고 좋은데 가라고 쫌 두들겨야지"
"그거하면 제가 금전운이 좋아지고
빚도 해결 된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해결도 되고 다 좋아지지..."
"근데 돈이 많이 드는건 아닌지요?"
"돈이야 좀 들겠지.
그래도 니가 살아야 될거 아니가"
"그건 그렇죠.
천도하면 비용이 얼마쯤 들까요?"
"싸게해서 사백"
"네? 많이 드네요"
"보통은 오백은 되야 하는데
니 형편이 어려울거 같아서 백만원 깍아구만은"
"그래도 비싸네요"
"니 좋아지는건 생각도 안하나"
"그걸 글치만...좀 깍을수는 없을까요?"
"깍을걸 깍아야지. 하기싫으면 말고"
"그건 아니고요,
할머니 그럼 오십만원만 깍아주세요.
하고싶은데 아니 해야되는데 제가 지금
형편이 이러니...할머니도 잘아시자나요
제가 오죽하고 여기에 왔겠습니까"
보살할머니는 나단의 얼굴을
곁눈으로 슬쩍 보더니
"그래 오십만원 깍아서
삼백오십으로 해주꾸마. 더이상은 없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럼 제가 생각해보고 돈준비해서
다시 들리겠습니다"
"뭐 그러던지.
근데 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돈은
어떻게 해서라도 구하게 될거야"
나단이는 1시간 동안 점사를 보고 난 뒤
점집을 나왔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점집에 갔다가 괜히 짐덩어리만 하나 더
얻어서 나온 느낌이다.
빚이 수천만원인데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 비용 삼백오십만원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더이상 돈을 구할때도 없지만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만 하면
나단이 힘들어하는 것들이 다 해결이 된다는 말에
나단이로서는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다.
나단이는 점집에서 나올때
보살할머니가 던진 말
한마디가 생각이 났다.
"그동안 빚때문에 고민한다고
땅만 쳐다보고 다녔을건데
나가거든 하늘 한번 올려다봐라."
나단이는 점집을 나오자말자,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한점 없이 맑고 새파란 하늘이
나단이의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것 같았다.
나단이는 대기업 사무직 직원이다.
그런데 직장을 5년이나 다녔는데도
돈한푼 못 모으고 빚만 수천만원이 생겼다.
나단이가 빚이 생긴 이유는
그동안 방탕하게 살아온 결과였다.
본인 스스로 만든 위기 였기에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오늘 점집이라도 찾아간 것이었다.
나단이는 조금 고심을 한 끝에
결국 보살할머니가 말한
천도제를 해봐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아버지 혼령이
구천에서 떠돈다고 하니
천도제로 아버지를 좋은곳으로
보내드려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도제 비용이 문제였다.
은행권 대출은 한도가 넘었기에
힘이 들것이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이리저리 생각을 모색하다보니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그 방법은 나단이 타고 다니는
차량 대출을 받는 것이었다.
나단이 회사에 입사를 하자,
입사축하 선물로 어머니가 전액
현금을 주고 사준 차였다.
이걸 단보로 차량 대출을 받아서
천도제를 해야겠다고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나단이는 비싼 이자를 주는 조건에
차량캐피탈 대출로 삼백오십만원을 빌렸다.
차량을 저당잡힌 까닭에
뚜벅이 신세가 되었지만
천도제를 해서 아버지는 좋은곳으로
보내드리고 자신의 빚 또한
해결이 될수가 있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당장 앞 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날.
나단이는 돈을 들고
보살 할머니에게 찾아갔다.
보살 할머니는 나단을 반갑게 맞으면서
댓뜸 돈이야기부터 먼저 꺼낸다.
"어떻게 돈은 마련했나"
"할머니가 어떻게 하든지
돈은 마련하게 된다고해서 믿었는데
진짜 돈이 마련되네요"
보살할머니는 나단이 천도제 비용이
마련됐다는 말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돈 마련됐으면 날잡아야 안되겠나.
좋은날 잡아서 하루라도 빨리
일 시작하는게 좋을거야"
"아 예 그럽시다요"
나단이는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둔
두툼한 은행봉투를 꺼내서
보살할머니 앞에 내놓았다.
보살할머니는 봉투를 집어들고는
봉투 안에 금액이 맞는지
눈대중으로 대충 흩어 보더니
"천도제 하면 니 금전운도 많이 풀리고
니가 하는일도 술술 풀릴거다.
그러니 마음 편안하게 가지고 있어봐라" 하면서
나단이에게
희망적인 말 한마디를 던지는걸 잊지않았다.
나단이는 그동안 뒷 생각도 하지않고
대출받은 돈을 재벌2세나 된듯이 쓰다가
빚을 지게 되었는데
그렇게 방탕하게 쓴 이유가 있었다.
그이유는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과의
사소한 문제 아니
심각한 문제일수도 있는데
서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툰 후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고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거의 매일같이
아가씨가 있는 술집을 돌아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썼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회사원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빚이 많이 늘어나 있었던 것이었다.
나단이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나단이는 지금 아버지 천도제만 하면
빚이 다 해결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냥 보살할머니가 말한 점사를
무조건 믿고 싶었다.
아니 이제는 돌이킬수 없으니
지금으로서는 보살할머니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나단이는 하루빨리 천도제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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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조회 : 812 추천 : 2 댓글 : 1 글자 : 1 47.제47화 : 인사이동조회 : 820 추천 : 5 댓글 : 1 글자 : 2,202 46.제46화 : 하얀세상조회 : 1,162 추천 : 4 댓글 : 1 글자 : 5,455 45.1조회 : 1,170 추천 : 4 댓글 : 0 글자 : 1 44.1조회 : 1,179 추천 : 4 댓글 : 0 글자 : 1 43.제43화 : 인간구제조회 : 1,087 추천 : 3 댓글 : 0 글자 : 4,319 42.제42화 : 그날을 위하여조회 : 1,149 추천 : 5 댓글 : 1 글자 : 2,243 41.1조회 : 867 추천 : 3 댓글 : 0 글자 : 1 40.1조회 : 651 추천 : 5 댓글 : 1 글자 : 1 39.제39화 : 만지2조회 : 751 추천 : 7 댓글 : 1 글자 : 2,165 38.1조회 : 680 추천 : 9 댓글 : 1 글자 : 1 37.1조회 : 625 추천 : 5 댓글 : 0 글자 : 1 36.1조회 : 567 추천 : 7 댓글 : 1 글자 : 1 35.제35화 : 나단이의 첫사랑조회 : 631 추천 : 7 댓글 : 1 글자 : 3,096 34.제34화 : 명분조회 : 777 추천 : 9 댓글 : 1 글자 : 3,051 33.제33화 : 인사이동조회 : 638 추천 : 11 댓글 : 1 글자 : 2,202 32.제32화 : 하얀세상조회 : 563 추천 : 11 댓글 : 1 글자 : 5,455 31.제31화 : 로또1등된 남자조회 : 755 추천 : 14 댓글 : 2 글자 : 2,202 30.제30화 : 금단의 열매조회 : 648 추천 : 12 댓글 : 1 글자 : 2,784 29.제29화 : 인간구제조회 : 713 추천 : 13 댓글 : 1 글자 : 4,319 28.제28화 : 그날을 위하여조회 : 789 추천 : 12 댓글 : 1 글자 : 2,243 27.제27화 : 일탈조회 : 680 추천 : 8 댓글 : 0 글자 : 7,468 26.제26화 : 만지조회 : 714 추천 : 12 댓글 : 2 글자 : 3,616 25.제25화 : 닉네임 문디조회 : 666 추천 : 12 댓글 : 1 글자 : 2,414 24.제24화 : 나단이의 첫사랑조회 : 796 추천 : 8 댓글 : 0 글자 : 3,096 23.제23화 : 오뎅뎅뎅조회 : 802 추천 : 11 댓글 : 1 글자 : 2,531 22.제22화 : 내이름은 종석이조회 : 802 추천 : 13 댓글 : 1 글자 : 2,522 21.제21화 : 로또는 말이지조회 : 732 추천 : 12 댓글 : 4 글자 : 1,185 20.제20화 : 어떤여자조회 : 894 추천 : 8 댓글 : 0 글자 : 2,634 19.제19화 : 악몽과 반전조회 : 823 추천 : 13 댓글 : 2 글자 : 4,067 18.제18화 : 럴수럴수 이럴수가조회 : 835 추천 : 15 댓글 : 1 글자 : 2,664 17.제17화 : 잔소리조회 : 762 추천 : 15 댓글 : 1 글자 : 1,515 16.제16화 : 도사조회 : 922 추천 : 15 댓글 : 2 글자 : 2,112 15.제15화 : 하얀영혼조회 : 950 추천 : 9 댓글 : 0 글자 : 2,291 14.제14화 : 2003년 어떤하루조회 : 902 추천 : 12 댓글 : 1 글자 : 1,905 13.제13화 : 너란놈은 말이지조회 : 853 추천 : 8 댓글 : 0 글자 : 2,459 12.제12화 : 로또 알고리즘조회 : 1,123 추천 : 12 댓글 : 3 글자 : 2,831 11.제11화 : 그녀의 눈물조회 : 1,094 추천 : 12 댓글 : 1 글자 : 3,726 10.제10화 : 병수조회 : 959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726 9.제9화: 확률조회 : 978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048 8.제8화 : 나단이의 수완조회 : 1,031 추천 : 15 댓글 : 3 글자 : 4,365 7.제7화 : 배숙자조회 : 986 추천 : 15 댓글 : 1 글자 : 5,950 6.제6화 : 더럽혀진 얼굴의 천사조회 : 1,033 추천 : 8 댓글 : 0 글자 : 4,184 5.제5화 : 숫자조회 : 1,050 추천 : 6 댓글 : 0 글자 : 4,752 4.제4화 : 상상조회 : 1,382 추천 : 7 댓글 : 0 글자 : 4,165 3.제3화 : 로또조회 : 1,199 추천 : 7 댓글 : 0 글자 : 6,156 2.제2화 : 굿과꿈조회 : 1,504 추천 : 13 댓글 : 1 글자 : 5,037 1.제1화 : 점조회 : 3,556 추천 : 15 댓글 : 3 글자 : 5,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