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 하얀세상
조회 : 1,162 추천 : 4 글자수 : 5,455 자 2024-06-07
소녀가 있었다.
소녀에게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주며
세상을 한번 그려보라고 했다.
소녀는 한참 뒤,
세상을 다 그렸다며 도화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도화지 속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소녀가 말했다.
이 도화지 자체가 세상이라고.
눈이왔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나단은 아침부터 바빴다.
출장 준비 때문이었다.
나단이 갈 출장지는 나단이 사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않는 소도시다.
눈으로 인해 나단은 차를 놔두고
기차로 출장지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나단은 기차안에 습기로 뿌연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이름을 하나 적어보았다.
박교현.
지금 가는 도시에는 나단이 대학교
다닐때 좋아했던 여자가 살고있다.
나단은 그 여자의 배신으로 인해
한동안 고통속에서 살았었다.
12년전. 대학시절의 나단은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나단이 교현을 만나게 된 계기는
일주일에 한번 아침일찍 기본소양과목으로
컴퓨터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듣기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단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타야할 버스에서 늘 내리는
아가씨가 한명 있었다.
그 아가씨는 나단이 버스를 타는
버스정류장 주변에 직장이 있어서
출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일주일 중
컴퓨터 수업이 있을때면
아침마다 자주 보다 보니
어느순간부터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 지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단이는 다시 부딛히게 되면
그 아가씨에게 말을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나단은 또 컴퓨터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일찍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오고
그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나단은 수업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가씨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는 아가씨가 한참 걷다가
어떤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나단이 말을 걸었다.
"저 아가씨 잠깐만요"
"네? 왜 그러시죠?"
"저 다름이 아니고
저는 K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
학교 갈때 요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근데 몇달전부터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리는걸 자주 보게 되었어요"
"네 근데요?"
"그게 저 사실 아가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혹시 저랑 커피한잔 하실수 있을까요?
나단이 그말을 던지고 쭈빗거리고 있으니
아가씨가 피식 웃으며 "네 좋아요.
제가 오늘 5시에 마치니까
여기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세요.
지금은 바빠서 이만" 하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단은 너무 쉽게 되니 순간 멍 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오늘 수업들은 모두 동기에게 대출을
부탁한뒤, 오후에 아가씨를 만날 준비로
샤워도 하고 옷주름도 다리면서
한껏 멋을 부렸다.
약속시간 5분전이 되자,
나단은 약속장소인 건물앞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아가씨가 아침에 들어갔던 건물에서 나왔다.
둘은 서로 말없이 눈빛만 교환하고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킨 뒤
나단은 아가씨에게 먼저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K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인물은 보시다시피 잘생겼고요.
키도 큽니다. 그러니 잘부탁합니다 히"
나단이 소개가 끝나자
아가씨가 "풉"하고 웃더니
본인도 자기 소개를 한다.
"전 아까 그 건물에 있는
광고기획회사에 다니고요.
이름은 박교현이예요.
"아 이름 이쁘시네요
근데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요?"
"22살이예요.
"앗 저보다 한살 많으시네요 히"
"그런가요?"
제가 있죠, 일주일에 한번 교양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이 있을때 마다
교현씨를 보게되었거든요.
그래서 관심이 생겨서
언제 말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오늘 용기를 낸거예요"
"아 그러셨구나. 저도 나단씨 기억이 나요.
제가 버스에서 내릴때 한번씩 본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나단과 교현이는 사귀게 되었다.
나단이는 학생이다보니
데이트 비용이 궁색했지만
어떻하든 교현이를 자주 만나야 했기에
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단은 데이트비용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단은 학자금 대출 100만원을 받아
교현과 데이트를 했고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는데
밤늦게까지 데이트를 하다가 교현이의 집앞
가로등 밑에서 첫키스를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더욱 여물어 갔다.
그렇게 몇달을 만나다보니
둘은 자연스런 합의로
잠까지 같이 자게 되는 관계가 되었다.
교현과의 달콤했던 하루하루가 나단이에겐
평생 잊을수 없는 추억의 한페이지로 남았으면
좋았을건데 그런것들이 나중에 상처가 될줄이야.
어느날 교현이 바다가 보고싶다며
부산으로 가자고 했지만 나단은 갈수가 없었다.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단이 시험기간이 끝나고 가자고 했는데
교현은 고집스럽게 결국 혼자 바다를 보러 갔다.
나단이 시험기간이 끝나고 교현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교현아. 저번에 부산은 잘갔다 왔나?"
"어 그냥 갔다 왔지뭐"
"오늘 만날까. 만나서 영화보러 가자"
"아 미안 오늘은 안될거 같아 다음에 보자.
지금좀 바빠서 끊는다" 뚜~
나단은 이때까지도 감지를 못했다.
교현이 변했다는 것을.
그런데 한동안 교현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직장으로 전화를 몇번 걸었더니
항상 다른 아가씨가 전화를 받아서
매번 교현이 출장을 갔다고 했다.
그때 혹시 나를 피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한번은 퇴근시간에 직장앞에서 기다렸는데
퇴근시간 1시간을 넘겼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단이 다음날
직장으로 다시 전화를 하니
근래 매번 전화를 받던 아가씨가
교현이 퇴사를 했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나단은 그길로 교현이 집으로 찾아갔다.
교현이 집앞 골목에서 한나절 동안
서성이고 있었는데 교현이의 집 대문이 열리더니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교현이가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왔다.
나단이 "교현아" 하고 부르자,
교현은 놀라는 표정으로 나단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나단이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단아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하며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너 직장에 전화했더니 퇴사를 했다고 해서
찾아왔지. 무슨일 있는건 아니지?"
"어 무슨일이 있는건 아니고 그렇게 됐어"
"그럼 우리 내일 만날까?"
"아니 안돼"
"아니 왜?"
"내일은 약속이 있어"
"그럼 내일 모레는 어때?"
"음...그래 그러자"
"그럼 시내 대도극장 위에 있는
모스크바 레스토랑에서 6시에 볼까?"
"어 그래 알겠어 그때 만나.
나 이제 집에 들어갈께"
교현이는 나단과 대화중에도
계속 굳은 표정이었고 평상시와 많이 달랐다.
나단은 일단 교현과 약속을 했으니
그때 만나서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루가 가고 또하루가 갔다.
나단은 한껏 말쑥하게 차려입고는
장미 100송이를 사서 대도극장 2층
모스크바 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교현이가 미리 와있는게 아닌가.
나단이 교현이 있는 자리로 다가가서
손에 들고 있던 장미 100송이 다발을
교현이 품에 안겼다.
그런데 교현이의 얼굴이 전혀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나단이 맞은편에 앉자,
교현이가 장미 다발을 옆으로 치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단아 나, 할 애기가 있어" 하는게 아닌가.
"어 뭔데? 해봐"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무슨 소리고?"
나단은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저번에 나 부산에 갔었잖아.
그때 거기서 남자를 한사람 만났어"
"그런데?"
"그사람을 좋아해"
"뭔 개 뼉다구 같은 소리고?"
"정말이야 그사람이 좋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나단이 자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레스토랑에 있던 모든 손님들의 눈이
일제히 나단의 테이블로 향했다.
써빙하는 아가씨가 오더니
"손님 소리지르시면 안돼요" 하면서
나단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가 지금 소리 안지르게 생겼나.
다 두드려 깨부수기전에 가라" 하며
나단이 화를 못이겨서 씩씩거렸다.
써빙하는 아가씨가 겁을먹고 돌아간뒤
나단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교현에게 물었다.
"그놈 뭐하는 인간인데?"
"대기업에 다녀"
"나이는?"
"28살. 좀있다가 여기 올거야"
"내가 그놈 여기오면 가만 놔둘거 같나?
패죽여 버릴건데"
"나단아 미안해. 용서해줘"
교현이 울상이 됐다.
그런데 잠시후 옆에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한남자가 다가와서는
"교현아" 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오빠" 하고 교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단은 남자를 올려다 보면서
턱으로 교현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옆에 앉아라" 하고 말을 했다.
남자가 교현이 옆에 앉았다.
남자가 앉자 나단이 댓뜸
"이름이 뭔데?" 하고 물었다.
"이정수입니다"
"정수씨는 남의 애인 빼앗아도 되나 안되나?"
"그게 이렇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오늘 너거 두년놈 패죽일라고 했는데
둘이 딱 앉아 있으니
너무 잘 어울리는거 같아서 용서해 주께.
대신 오늘 하루 남은시간 내한테 다 할애해라.
알았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내 따라와라" 하고는
나단이 앞서서 레스토랑을 나갔다.
나단이 밖으로 나와 많은 인파속을 걷고 있으니
뒤에서 교현과 남자가 뒤따라 온다.
나단은 울고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단이 한참 시내중앙을 걷다가
참새와 방앗간이라는 간판이 붙은
지하 술집으로 들어갔다.
교현과 남자도 따라들어와서는
나단이 잡은 반대편에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나단이 술과 안주를 시키고는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셨다.
"내 정수씨보다 7살 어린데
지금부터 형님이라 부르께요"
"아네 그러세요"
"형님 왜그러십니까 말놓으세요"
"아니 괜찮습니다"
"내 처음에 정수형님 딱 봤을때
사람이 너무 좋아보이고
그리고 나보다 교현이를 더
행복하게 잘해줄거 같아서
내가 포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둘이 잘해봐요 알았죠?
교현이 눈에 눈물보이면 내 찾아가서 죽입니다"
나단은 거기서 소주를 5병을 마시고
남자가 계산한다는거 끝내 고집을 부려
나단이 술값을 계산하고는 가요방으로 갔다.
"오늘시간 몽땅 나한테 할애한다 했으니
여기서 노래한곳 부르고 갑시다"
"네 그렇게해요"
"나단씨 괜찮겠나?"
"교현아 괜찮다. 내 너만 행복하면 된다"
나단은 가요방에 들어와서 먼저
노래 한곳을 신청해서 불렀다.
임희숙의 내하나의 사랑은 가고.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낯달이 슬퍼라
오래토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것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나단은 출장지 소도시에 도착했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혹시나
교현이를 볼까해서 두리번 그리면
길을 걷고 있었다.
소녀에게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주며
세상을 한번 그려보라고 했다.
소녀는 한참 뒤,
세상을 다 그렸다며 도화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도화지 속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소녀가 말했다.
이 도화지 자체가 세상이라고.
눈이왔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나단은 아침부터 바빴다.
출장 준비 때문이었다.
나단이 갈 출장지는 나단이 사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않는 소도시다.
눈으로 인해 나단은 차를 놔두고
기차로 출장지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하는 기차 여행이었다.
나단은 기차안에 습기로 뿌연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이름을 하나 적어보았다.
박교현.
지금 가는 도시에는 나단이 대학교
다닐때 좋아했던 여자가 살고있다.
나단은 그 여자의 배신으로 인해
한동안 고통속에서 살았었다.
12년전. 대학시절의 나단은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나단이 교현을 만나게 된 계기는
일주일에 한번 아침일찍 기본소양과목으로
컴퓨터수업이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듣기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만나게 된 것이었다.
나단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타야할 버스에서 늘 내리는
아가씨가 한명 있었다.
그 아가씨는 나단이 버스를 타는
버스정류장 주변에 직장이 있어서
출근을 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일주일 중
컴퓨터 수업이 있을때면
아침마다 자주 보다 보니
어느순간부터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 지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단이는 다시 부딛히게 되면
그 아가씨에게 말을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나단은 또 컴퓨터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일찍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가 오고
그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리는게 아닌가.
나단은 수업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가씨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는 아가씨가 한참 걷다가
어떤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나단이 말을 걸었다.
"저 아가씨 잠깐만요"
"네? 왜 그러시죠?"
"저 다름이 아니고
저는 K대학에 다니는 학생인데
학교 갈때 요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근데 몇달전부터 아가씨가 버스에서
내리는걸 자주 보게 되었어요"
"네 근데요?"
"그게 저 사실 아가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혹시 저랑 커피한잔 하실수 있을까요?
나단이 그말을 던지고 쭈빗거리고 있으니
아가씨가 피식 웃으며 "네 좋아요.
제가 오늘 5시에 마치니까
여기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세요.
지금은 바빠서 이만" 하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단은 너무 쉽게 되니 순간 멍 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오늘 수업들은 모두 동기에게 대출을
부탁한뒤, 오후에 아가씨를 만날 준비로
샤워도 하고 옷주름도 다리면서
한껏 멋을 부렸다.
약속시간 5분전이 되자,
나단은 약속장소인 건물앞으로 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아가씨가 아침에 들어갔던 건물에서 나왔다.
둘은 서로 말없이 눈빛만 교환하고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킨 뒤
나단은 아가씨에게 먼저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K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인물은 보시다시피 잘생겼고요.
키도 큽니다. 그러니 잘부탁합니다 히"
나단이 소개가 끝나자
아가씨가 "풉"하고 웃더니
본인도 자기 소개를 한다.
"전 아까 그 건물에 있는
광고기획회사에 다니고요.
이름은 박교현이예요.
"아 이름 이쁘시네요
근데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요?"
"22살이예요.
"앗 저보다 한살 많으시네요 히"
"그런가요?"
제가 있죠, 일주일에 한번 교양수업이 있는데
그 수업이 있을때 마다
교현씨를 보게되었거든요.
그래서 관심이 생겨서
언제 말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오늘 용기를 낸거예요"
"아 그러셨구나. 저도 나단씨 기억이 나요.
제가 버스에서 내릴때 한번씩 본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나단과 교현이는 사귀게 되었다.
나단이는 학생이다보니
데이트 비용이 궁색했지만
어떻하든 교현이를 자주 만나야 했기에
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단은 데이트비용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단은 학자금 대출 100만원을 받아
교현과 데이트를 했고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는데
밤늦게까지 데이트를 하다가 교현이의 집앞
가로등 밑에서 첫키스를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더욱 여물어 갔다.
그렇게 몇달을 만나다보니
둘은 자연스런 합의로
잠까지 같이 자게 되는 관계가 되었다.
교현과의 달콤했던 하루하루가 나단이에겐
평생 잊을수 없는 추억의 한페이지로 남았으면
좋았을건데 그런것들이 나중에 상처가 될줄이야.
어느날 교현이 바다가 보고싶다며
부산으로 가자고 했지만 나단은 갈수가 없었다.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단이 시험기간이 끝나고 가자고 했는데
교현은 고집스럽게 결국 혼자 바다를 보러 갔다.
나단이 시험기간이 끝나고 교현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교현아. 저번에 부산은 잘갔다 왔나?"
"어 그냥 갔다 왔지뭐"
"오늘 만날까. 만나서 영화보러 가자"
"아 미안 오늘은 안될거 같아 다음에 보자.
지금좀 바빠서 끊는다" 뚜~
나단은 이때까지도 감지를 못했다.
교현이 변했다는 것을.
그런데 한동안 교현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직장으로 전화를 몇번 걸었더니
항상 다른 아가씨가 전화를 받아서
매번 교현이 출장을 갔다고 했다.
그때 혹시 나를 피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한번은 퇴근시간에 직장앞에서 기다렸는데
퇴근시간 1시간을 넘겼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단이 다음날
직장으로 다시 전화를 하니
근래 매번 전화를 받던 아가씨가
교현이 퇴사를 했다고 하는것이 아닌가.
나단은 그길로 교현이 집으로 찾아갔다.
교현이 집앞 골목에서 한나절 동안
서성이고 있었는데 교현이의 집 대문이 열리더니
편한 추리닝 차림으로
교현이가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왔다.
나단이 "교현아" 하고 부르자,
교현은 놀라는 표정으로 나단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나단이 쪽으로 걸어오더니
"나단아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하며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너 직장에 전화했더니 퇴사를 했다고 해서
찾아왔지. 무슨일 있는건 아니지?"
"어 무슨일이 있는건 아니고 그렇게 됐어"
"그럼 우리 내일 만날까?"
"아니 안돼"
"아니 왜?"
"내일은 약속이 있어"
"그럼 내일 모레는 어때?"
"음...그래 그러자"
"그럼 시내 대도극장 위에 있는
모스크바 레스토랑에서 6시에 볼까?"
"어 그래 알겠어 그때 만나.
나 이제 집에 들어갈께"
교현이는 나단과 대화중에도
계속 굳은 표정이었고 평상시와 많이 달랐다.
나단은 일단 교현과 약속을 했으니
그때 만나서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루가 가고 또하루가 갔다.
나단은 한껏 말쑥하게 차려입고는
장미 100송이를 사서 대도극장 2층
모스크바 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교현이가 미리 와있는게 아닌가.
나단이 교현이 있는 자리로 다가가서
손에 들고 있던 장미 100송이 다발을
교현이 품에 안겼다.
그런데 교현이의 얼굴이 전혀 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나단이 맞은편에 앉자,
교현이가 장미 다발을 옆으로 치우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나단아 나, 할 애기가 있어" 하는게 아닌가.
"어 뭔데? 해봐"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무슨 소리고?"
나단은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저번에 나 부산에 갔었잖아.
그때 거기서 남자를 한사람 만났어"
"그런데?"
"그사람을 좋아해"
"뭔 개 뼉다구 같은 소리고?"
"정말이야 그사람이 좋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나단이 자기 머리를 쥐어 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레스토랑에 있던 모든 손님들의 눈이
일제히 나단의 테이블로 향했다.
써빙하는 아가씨가 오더니
"손님 소리지르시면 안돼요" 하면서
나단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가 지금 소리 안지르게 생겼나.
다 두드려 깨부수기전에 가라" 하며
나단이 화를 못이겨서 씩씩거렸다.
써빙하는 아가씨가 겁을먹고 돌아간뒤
나단이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교현에게 물었다.
"그놈 뭐하는 인간인데?"
"대기업에 다녀"
"나이는?"
"28살. 좀있다가 여기 올거야"
"내가 그놈 여기오면 가만 놔둘거 같나?
패죽여 버릴건데"
"나단아 미안해. 용서해줘"
교현이 울상이 됐다.
그런데 잠시후 옆에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한남자가 다가와서는
"교현아" 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오빠" 하고 교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단은 남자를 올려다 보면서
턱으로 교현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옆에 앉아라" 하고 말을 했다.
남자가 교현이 옆에 앉았다.
남자가 앉자 나단이 댓뜸
"이름이 뭔데?" 하고 물었다.
"이정수입니다"
"정수씨는 남의 애인 빼앗아도 되나 안되나?"
"그게 이렇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오늘 너거 두년놈 패죽일라고 했는데
둘이 딱 앉아 있으니
너무 잘 어울리는거 같아서 용서해 주께.
대신 오늘 하루 남은시간 내한테 다 할애해라.
알았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내 따라와라" 하고는
나단이 앞서서 레스토랑을 나갔다.
나단이 밖으로 나와 많은 인파속을 걷고 있으니
뒤에서 교현과 남자가 뒤따라 온다.
나단은 울고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단이 한참 시내중앙을 걷다가
참새와 방앗간이라는 간판이 붙은
지하 술집으로 들어갔다.
교현과 남자도 따라들어와서는
나단이 잡은 반대편에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나단이 술과 안주를 시키고는
술을 주거니 받거니 마셨다.
"내 정수씨보다 7살 어린데
지금부터 형님이라 부르께요"
"아네 그러세요"
"형님 왜그러십니까 말놓으세요"
"아니 괜찮습니다"
"내 처음에 정수형님 딱 봤을때
사람이 너무 좋아보이고
그리고 나보다 교현이를 더
행복하게 잘해줄거 같아서
내가 포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둘이 잘해봐요 알았죠?
교현이 눈에 눈물보이면 내 찾아가서 죽입니다"
나단은 거기서 소주를 5병을 마시고
남자가 계산한다는거 끝내 고집을 부려
나단이 술값을 계산하고는 가요방으로 갔다.
"오늘시간 몽땅 나한테 할애한다 했으니
여기서 노래한곳 부르고 갑시다"
"네 그렇게해요"
"나단씨 괜찮겠나?"
"교현아 괜찮다. 내 너만 행복하면 된다"
나단은 가요방에 들어와서 먼저
노래 한곳을 신청해서 불렀다.
임희숙의 내하나의 사랑은 가고.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낯달이 슬퍼라
오래토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것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나단은 출장지 소도시에 도착했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혹시나
교현이를 볼까해서 두리번 그리면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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