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라디오 3
조회 : 46 추천 : 0 글자수 : 4,578 자 2024-11-11
오늘도 와이프는 지방에 가고 가끔 우리 동네로 업무 차 오는 친한 동생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삼겹살집을 가기로 했다.
요즘 들어 너무 비싸진 삼겹살 가격에 놀라며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는 동생에게 걱정 말고 많이 먹으라며 소주 한 잔 씩 하며 사는 얘기를 나누었다.
결혼 선배로써 40대에 막 접어든 잘생긴 동생의 연애 상담을 해주며 형은 결혼 잘했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소주를 둘이 3병을 먹고
2차로 새로 생겨서 궁금했던 오뎅바에서 2병을 더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리비가 오만원은 나올 테니 자고 가라고 칫솔만 사서 집에 와 잘 때 입을 편한 옷과 이것저것 챙겨주고는 안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안주가 좋았던 탓일까 둘이 나눈 이야기가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평소처럼 맥주를 섞어 먹지 않아서 일까 먹은 술의 양에 비해 바로 잠이 오지는 않았다.
물 마실 겸 거실로 나가보니 동생 녀석은 이미 코를 크게 골며 뻗어 있었다.
얼마 전 와이프가 업무 차 갔던 일본에서 사온 위스키를 좀 더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
내일을 생각해서 술은 그만 먹기로 하고 다시 라디오를 꺼내 틀었다.
피곤해서 일찍 잠드는 날에는 잘 듣지 못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들으면 왠지 잠이 잘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26살 남자입니다.
얼마 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것도 가는 그 순간을 우리 가족들 아무도 직접 보지 못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힘이 듭니다.
키우던 강아지는 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입니다.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셋이서만 평생을 살아왔는데 우연한 기회에 식구가 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솔직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쉽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시골에서 강아지에게 물린 기억도 있었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에 똥을 싸고 치우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속으로 욕을 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방문하던 시골 고모집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혹시 한 마리 데려가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무슨 소리냐 우린 절대 키울 생각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러다 명절 일이주 전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들를 겸 방문했던 고모댁에서 처음으로 구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끼를 네마리 낳았는데 한마리는 죽고 다른 두마리는 동네 분들께서 데려갔다고 하시더군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돗개와 다른 종이 섞인 하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석이 처음 본 저와 우리 엄마를 계속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신고 있던 슬리퍼 밖으로 삐져 나온 발이며 손을 엄청 핥더라고요.
고모네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에 만난 그녀석은 전보다 더 꼬리를 흔들며 계속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저희 세식구 누구 하나 데려가자란 말은 안하고 결국 점심을 먹고 아빠차를 타고 고모집을 나섰습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던 중 톨게이트 앞 사거리에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여보. 안 되겠어. 차 돌려. 쟤 데려가자.” 라고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아빠는 때마침 들어온 좌회전 신호를 따라 그대로 유턴을 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밟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입니다.
다행히 힘든 갱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우리 집 대장인 엄마의 결단으로 그 아이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세식구가 설레는 마음으로 고모네 집으로 돌아가던 그 짧은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고모네 집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뛰어나오는 구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셋이서 내려간 우리는 올라올 때는 넷이 되었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저는 강아지 키울 때 필요한 물건들을 재빨리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아이를 혼자 차 안에 둘 수는 없어 아빠가 강아지랑 차에 있고 저랑 엄마랑 내려서 필요한 방석, 사료, 간식, 소변패드, 장난감 등 한 보따리를 사서 집으로 함께 왔습니다.
뭘 이렇게 많이 샀냐고 뭐라 하던 아빠는 그 후로 술만 마시면 짚 앞 무인 애견샵에 들러 구름이 장난감을 사 오시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구름이의 존재는 우리 집의 분위기를 엄청나게 바꿔 놓았습니다.
무뚝뚝한 아빠와 갱년기로 힘들어하던 엄마, 그리고 아빠를 닯아 무뚝뚝한 아들인 저.
그렇게 절간 같던 우리 집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셋이서 이틀간 고민하며 이름을 지어준 구름이가 하는 사소한 모든 행동과 몸짓이 우리 셋을 웃음 짓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부쩍 많아진 부부싸움에 술 드시고 늦게 들어오던 아빠도 집에 들어올 때면 항상 반겨주는 구름이의 존재 덕분에 일찍 들어오시고는 합니다.
어느덧 제 핸드폰의 사진첩은 구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가득 찼고
우리 세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일도 많아졌으며 그럴 때면 항상 구름이 얘기로 대화가 끊이질 않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구름이와 산책 갔을 때 있었던 일이나 집에서 구름이가 했던 행동 들을 얘기하고
아빠와 제가 일하고 있을 때 구름이의 사진과 동영상 들을 보내주며
그 전엔 있었는지도 몰랐던 우리 가족 단체대화방도 수시로 알림이 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낸지 일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구름이의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아빠가 사온 따뜻한 옷과 신발을 신고 나가는 걸 좋아하던 구름이가
어느날 갑자기 산책하던 중 비틀거리며 쓰러진 것 입니다.
너무 놀라 평소 다니던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가 보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예기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두번 정도 더 쓰러져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 구름이가 선천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쉽지 않고 수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으니 일단 심장약을 먹어보자라고 하여 약을 처방 받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여 다시 병원을 갔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렵고 2차 병원을 알아봐주겠다 했지만 진행이 너무 느려
제가 직접 찾아보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우선 검사를 진행할 테니 근처에서 기다리라는 얘기를 듣고 주변을 서성이던 중에
병원에서 아이가 의식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진행 중이니 어서 오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뛰어갔습니다.
정신 없이 뛰어갔더니 우리 아이는 축 늘어져 있고 의료진 몇 분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 구름이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서 아이의 상태와 원인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지만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구름이를 안고 제 차에 태웠습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병원을 탓해야하나, 아니면 내가 욕심부려서 너무 먼 병원까지 와서 이렇게 된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차에서 구름이와 단 둘이 시간을 한참 보낸 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는 엄청 우시고 아빠는 천천히 운전 조심해서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집 근처 애견 장례식장을 찾아서 급하게 예약을 하고 구름이 사진 중 잘 나온 것을 골라서 보냈습니다.
사진첩을 뒤지며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좀 진정을 하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부모님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 구름이를 끌어안고 셋이서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구름이를 보내고 저희 집은 구름이를 키우기 전보다 더 조용한 집이 되었습니다.
술자리도 줄이고 집에 일찍 오시던 아빠도 다시 술이 늘었으며 엄마는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도 집에만 오면 반겨주던 구름이 생각이 나 점점 늦게 들어오게 됩니다.
구름이와 산책하던 길을 괜히 혼자 한두시간씩 걷고는 집에 오고 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 지겠지만 그 괜찮아 질 제 자신도 구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 사연을 보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요?
오늘은 그 어떤 사연보다 제게 더 와 닿는 사연이네요.
저도 키우던 반려견을 보내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연을 보내신 분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함께 하던 반려견이다 보니 관련 지식 등이 부족하여
잘 못해줬다는 생각이 커 거기서 오는 죄책감이 가장 걱정됩니다.
보통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힘든 분들께 섣불리 다른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을 권하지는 않지만
제 개인적으로 사연자님께는 조심스럽게 추천을 드리고 싶네요.
단, 이번에는 보다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고 반려동물은 우리보다 먼저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을 하시고
먼저 떠난 구름이에게 미안했던 점들을 더해 새로운 아이에게 더 잘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갱년기라는 부분도 가볍게 볼 수 없고 감정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분들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점점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많은 준비와 마음의 다짐을 거치고
새로운 아이를 들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 드립니다.
남은 가족분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하늘에 있는 구름이도 바라지 않을까요?
노래 한 곡 듣겠습니다. 안녕바다가 부릅니다. 무지개다리
요즘 들어 너무 비싸진 삼겹살 가격에 놀라며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는 동생에게 걱정 말고 많이 먹으라며 소주 한 잔 씩 하며 사는 얘기를 나누었다.
결혼 선배로써 40대에 막 접어든 잘생긴 동생의 연애 상담을 해주며 형은 결혼 잘했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소주를 둘이 3병을 먹고
2차로 새로 생겨서 궁금했던 오뎅바에서 2병을 더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대리비가 오만원은 나올 테니 자고 가라고 칫솔만 사서 집에 와 잘 때 입을 편한 옷과 이것저것 챙겨주고는 안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안주가 좋았던 탓일까 둘이 나눈 이야기가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평소처럼 맥주를 섞어 먹지 않아서 일까 먹은 술의 양에 비해 바로 잠이 오지는 않았다.
물 마실 겸 거실로 나가보니 동생 녀석은 이미 코를 크게 골며 뻗어 있었다.
얼마 전 와이프가 업무 차 갔던 일본에서 사온 위스키를 좀 더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
내일을 생각해서 술은 그만 먹기로 하고 다시 라디오를 꺼내 틀었다.
피곤해서 일찍 잠드는 날에는 잘 듣지 못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들으면 왠지 잠이 잘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26살 남자입니다.
얼마 전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것도 가는 그 순간을 우리 가족들 아무도 직접 보지 못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힘이 듭니다.
키우던 강아지는 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 입니다.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셋이서만 평생을 살아왔는데 우연한 기회에 식구가 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솔직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쉽게 공감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시골에서 강아지에게 물린 기억도 있었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에 똥을 싸고 치우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속으로 욕을 한 적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방문하던 시골 고모집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혹시 한 마리 데려가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무슨 소리냐 우린 절대 키울 생각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러다 명절 일이주 전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도 들를 겸 방문했던 고모댁에서 처음으로 구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끼를 네마리 낳았는데 한마리는 죽고 다른 두마리는 동네 분들께서 데려갔다고 하시더군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돗개와 다른 종이 섞인 하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석이 처음 본 저와 우리 엄마를 계속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신고 있던 슬리퍼 밖으로 삐져 나온 발이며 손을 엄청 핥더라고요.
고모네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에 만난 그녀석은 전보다 더 꼬리를 흔들며 계속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저희 세식구 누구 하나 데려가자란 말은 안하고 결국 점심을 먹고 아빠차를 타고 고모집을 나섰습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가던 중 톨게이트 앞 사거리에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여보. 안 되겠어. 차 돌려. 쟤 데려가자.” 라고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아빠는 때마침 들어온 좌회전 신호를 따라 그대로 유턴을 했습니다.
사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밟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입니다.
다행히 힘든 갱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우리 집 대장인 엄마의 결단으로 그 아이를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우리 세식구가 설레는 마음으로 고모네 집으로 돌아가던 그 짧은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고모네 집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뛰어나오는 구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셋이서 내려간 우리는 올라올 때는 넷이 되었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저는 강아지 키울 때 필요한 물건들을 재빨리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아이를 혼자 차 안에 둘 수는 없어 아빠가 강아지랑 차에 있고 저랑 엄마랑 내려서 필요한 방석, 사료, 간식, 소변패드, 장난감 등 한 보따리를 사서 집으로 함께 왔습니다.
뭘 이렇게 많이 샀냐고 뭐라 하던 아빠는 그 후로 술만 마시면 짚 앞 무인 애견샵에 들러 구름이 장난감을 사 오시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구름이의 존재는 우리 집의 분위기를 엄청나게 바꿔 놓았습니다.
무뚝뚝한 아빠와 갱년기로 힘들어하던 엄마, 그리고 아빠를 닯아 무뚝뚝한 아들인 저.
그렇게 절간 같던 우리 집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셋이서 이틀간 고민하며 이름을 지어준 구름이가 하는 사소한 모든 행동과 몸짓이 우리 셋을 웃음 짓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부쩍 많아진 부부싸움에 술 드시고 늦게 들어오던 아빠도 집에 들어올 때면 항상 반겨주는 구름이의 존재 덕분에 일찍 들어오시고는 합니다.
어느덧 제 핸드폰의 사진첩은 구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가득 찼고
우리 세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일도 많아졌으며 그럴 때면 항상 구름이 얘기로 대화가 끊이질 않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구름이와 산책 갔을 때 있었던 일이나 집에서 구름이가 했던 행동 들을 얘기하고
아빠와 제가 일하고 있을 때 구름이의 사진과 동영상 들을 보내주며
그 전엔 있었는지도 몰랐던 우리 가족 단체대화방도 수시로 알림이 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낸지 일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구름이의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아빠가 사온 따뜻한 옷과 신발을 신고 나가는 걸 좋아하던 구름이가
어느날 갑자기 산책하던 중 비틀거리며 쓰러진 것 입니다.
너무 놀라 평소 다니던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가 보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예기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두번 정도 더 쓰러져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우리 구름이가 선천적인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쉽지 않고 수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으니 일단 심장약을 먹어보자라고 하여 약을 처방 받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여 다시 병원을 갔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렵고 2차 병원을 알아봐주겠다 했지만 진행이 너무 느려
제가 직접 찾아보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우선 검사를 진행할 테니 근처에서 기다리라는 얘기를 듣고 주변을 서성이던 중에
병원에서 아이가 의식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진행 중이니 어서 오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뛰어갔습니다.
정신 없이 뛰어갔더니 우리 아이는 축 늘어져 있고 의료진 몇 분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 구름이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서 아이의 상태와 원인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지만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구름이를 안고 제 차에 태웠습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병원을 탓해야하나, 아니면 내가 욕심부려서 너무 먼 병원까지 와서 이렇게 된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차에서 구름이와 단 둘이 시간을 한참 보낸 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엄마는 엄청 우시고 아빠는 천천히 운전 조심해서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집 근처 애견 장례식장을 찾아서 급하게 예약을 하고 구름이 사진 중 잘 나온 것을 골라서 보냈습니다.
사진첩을 뒤지며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좀 진정을 하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부모님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 구름이를 끌어안고 셋이서 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게 구름이를 보내고 저희 집은 구름이를 키우기 전보다 더 조용한 집이 되었습니다.
술자리도 줄이고 집에 일찍 오시던 아빠도 다시 술이 늘었으며 엄마는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도 집에만 오면 반겨주던 구름이 생각이 나 점점 늦게 들어오게 됩니다.
구름이와 산책하던 길을 괜히 혼자 한두시간씩 걷고는 집에 오고 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 지겠지만 그 괜찮아 질 제 자신도 구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 사연을 보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요?
오늘은 그 어떤 사연보다 제게 더 와 닿는 사연이네요.
저도 키우던 반려견을 보내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연을 보내신 분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함께 하던 반려견이다 보니 관련 지식 등이 부족하여
잘 못해줬다는 생각이 커 거기서 오는 죄책감이 가장 걱정됩니다.
보통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힘든 분들께 섣불리 다른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을 권하지는 않지만
제 개인적으로 사연자님께는 조심스럽게 추천을 드리고 싶네요.
단, 이번에는 보다 많은 준비와 공부를 하고 반려동물은 우리보다 먼저 떠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을 하시고
먼저 떠난 구름이에게 미안했던 점들을 더해 새로운 아이에게 더 잘 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갱년기라는 부분도 가볍게 볼 수 없고 감정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분들의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점점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많은 준비와 마음의 다짐을 거치고
새로운 아이를 들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 드립니다.
남은 가족분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하늘에 있는 구름이도 바라지 않을까요?
노래 한 곡 듣겠습니다. 안녕바다가 부릅니다. 무지개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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