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러지? 힘이 다 했나?"
하늘을 붉게 물들고 땅은 척박하게 갈라졌다.
척박하게 갈라진 땅 위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곳곳에 시체가 나 뒹굴고 있었다.
"제발 도망쳐.."
친구가 죽었다.
내가 힘들 때 웃으며 다가와 주던 친구가.
"살아라."
"미안하구나.. 널 놔두고.. 먼저 떠나버려서.."
부모님이 죽었다.
항상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부모님이
"고마워요.. 힘도 없는 저에게.. 손을 뻗어주셔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던 사랑하는 사람이.
"..."
모든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내가 살았던 집은 불타고, 기르던 애완동물은 찢겨 죽고, 내가 살았던 마을은 더 이상 형태도 남지 않았다.
내가 있을 곳은 사라졌다.
"이제 널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귀여."
이 모든 것을 없애버린 존재.
인간.
"...닥쳐."
인간은 추악하고 비겁한 존재다.
정말 없는 화까지 끌어다 올리게 만드는 그런 존재란 말이다.
"마귀 주제에 화는 나더냐?"
마귀라.. 마귀.
"네놈의 부모와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죽은 건! 전부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너만 없었다면, 너와 관련된 사람들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푸욱!
"..크악!"
칼이 심장을 꿰뚫었다.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뜨거운 감각이 퍼졌다.
마치 용암에 들어간 것처럼, 뜨거웠다.
고통스럽다. 고통스럽다고..!
"죽어라. 마귀야.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날 생각을 하지 마라."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친구와 평범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부모님과 즐겁게 살며,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나를 처참하게 만들었다.
나도 똑같은 인간인데 마귀라 불리고, 모든 잘못을 내 책임으로 돌리는 인간들이 싫었다.
"복수.. 할 거야.. 널 죽일 그날까지.. 기다.."
서걱.
"곱게 죽지 못하는 군."
목이 떨어졌다.
성대가 잘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동공이 갈 길을 잃으며,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내 목은 소중한 사람들 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죽기 일보 직전, 소중한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