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조회 : 889 추천 : 0 글자수 : 5,777 자 2024-10-23
서로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진심을 확인한 후, 성민과 준호의 관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깊어졌다. 촬영장의 카메라 앞에서는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배우로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카메라가 꺼진 후 그들이 나누는 눈빛과 대화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그러나 서로를 향한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마음 한편에는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감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전부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이 특별한 관계를 세상에, 특히 그들이 몸담고 있는 이 편견 어린 시선이 존재하는 업계에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거운 고민을 안고 있었다.
어느덧 촬영 스케줄이 뜸해진 어느 날 오후, 성민과 준호는 작업실 근처의 조용한 카페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성민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그늘져 있었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준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준호야…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라는 건 이제 너무나 확실해졌잖아. 근데… 만약 우리의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면… 그걸 세상 사람들이, 특히 이 업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더 많은 오해와 비난이 따를 수도 있고… 그걸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게 좀 두려워."
준호는 성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의 불안감을 읽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며 성민의 말을 곱씹더니, 이내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형이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당연히 쉽지 않겠죠.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 닥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형,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 관계에 대해 진지하다면… 그걸 굳이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우리의 진심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고,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문제 아닐까요?"
준호의 담담하면서도 강단 있는 말에 성민은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은 불안감에 흔들리던 성민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단단한 닻과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걱정들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 말이 전부 맞아, 준호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런데… 만약 그런 비난과 편견들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날아온다면… 그땐 정말 우리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껏 배우로서, 또 개인으로서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잖아."
준호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성민의 떨리는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성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형. 물론 힘들겠죠. 상처도 받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고, 이 관계가 우리에게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야 해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믿고 사랑하느냐, 그거 하나잖아요. 저는 형만 있으면 괜찮아요."
준호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진심 어린 말에서 성민은 커다란 용기를 얻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던 두려움이, 그와 함께라면 맞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단순히 감정을 나누는 것을 넘어, 앞으로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지켜나가고 어떤 어려움에 함께 맞서야 할지에 대해 더욱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더욱 단단한 존재가 되어갔다. 서로의 약점과 불안함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하며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확신은 더욱 굳건해졌다.
그러나 잔잔한 수면 아래 소용돌이가 치듯, 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위기는 찾아왔다. 그들의 관계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던 동료 배우 중 한 명이, 질투심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들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언론사에 흘린 것이다. 한번 터져 나온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자극적인 가십에 굶주린 매체들은 앞다투어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성민과 준호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성민은 잠에서 깨어나 무심코 확인한 온라인 뉴스에서 자신과 준호의 관계를 다룬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기사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사실인 양 부풀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댓글 창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혐오와 비난, 그리고 그들의 직업과 연관 지어 조롱하는 악의적인 반응들이 훨씬 더 많았다. 성민은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호야… 봤어?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 우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준호의 목소리 역시 긴장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 형. 저도 봤어요. 기사도, 댓글들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은 반응도 많더라고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침묵에 잠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잿빛처럼 느껴졌다. 길게 한숨을 내쉰 후, 그는 오히려 담담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와서 우리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고, 숨을 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당당하게 맞서자. 우리가 정말 서로를 사랑한다면,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기로 하자. 우리가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성민의 말에 동의하며 차분하지만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형 말이 맞아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 힘들겠지만… 같이 이겨내 봐요, 우리."
결국 두 사람은, 더 이상 침묵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의 관계를 세상에 솔직하게 밝히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들을 지지해주었던 소수의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며칠 동안, 성민은 극심한 긴장과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다는 사실에 어떤 비장함마저 느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결단인지 그는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드디어 약속된 기자회견 날이 밝았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기자들의 질문 세례 속에서, 성민과 준호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단상 위에 나란히 섰다. 긴장으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성민은 최대한 침착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준비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최근 저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과 보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저희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저희의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할 것입니다."
성민의 말이 끝나자, 준호 역시 마이크를 넘겨받아 그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으며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 속에서도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이 관계를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텅 빈 대기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그들을 향한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팬들과 동료들은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그들을 외면했고, 성민은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기사와 악성 댓글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그는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지키는 것을 넘어, 사랑과 배우로서의 직업, 이 두 가지 위태로운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야만 하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며칠 후, 성민은 소속사 대표의 호출을 받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찾았다. 대표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심각하고 냉담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성민 씨. 앉아요. …이번 일로 인해 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미지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광고나 차기작 캐스팅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성민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였다. 그는 대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제 감정을, 그리고 제 사랑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결과라도 제가 책임지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길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성민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단호한 태도를 잠시 말없이 지켜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 배우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와 결정은 존중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소속사 대표의 예상외의 반응에 성민은 놀라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처럼 불안감에 흔들리거나 현실 앞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준호와 함께라면, 그 어떤 어려움과 시련도 결국에는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고 있었다.
그날 저녁, 성민은 준호와 함께 인적이 드문 저녁 바닷가를 찾았다. 시원한 밤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리는 가운데, 성민은 파도 소리에 묻어 자신의 솔직한 고민과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준호야… 이제 정말… 모든 게 예전과는 달라질 것 같아. 당장 내일부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질 테고… 솔직히 그 시선들이 아직은 좀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해. 우리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준호는 말없이 성민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형. 저도 두려워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형,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 우리가 서로의 곁에 이렇게 함께 있으니까, 그 어떤 어려움이나 힘든 일이 닥쳐오더라도, 우리 둘이 손 꼭 잡고 같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성민은 준호의 따뜻한 품과 그의 진심 어린 말에 다시 한번 큰 힘과 위안을 얻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맞잡고, 그들 앞에 놓인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상처투성이일지라도, 서로가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위태롭지만 찬란한,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었다.
어느덧 촬영 스케줄이 뜸해진 어느 날 오후, 성민과 준호는 작업실 근처의 조용한 카페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성민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그늘져 있었다. 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준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준호야…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라는 건 이제 너무나 확실해졌잖아. 근데… 만약 우리의 관계가 알려지게 된다면… 그걸 세상 사람들이, 특히 이 업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더 많은 오해와 비난이 따를 수도 있고… 그걸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게 좀 두려워."
준호는 성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의 불안감을 읽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며 성민의 말을 곱씹더니, 이내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형이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당연히 쉽지 않겠죠.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 닥칠 수도 있고요. 하지만 형,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 관계에 대해 진지하다면… 그걸 굳이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의 시선이나 평가가 우리의 진심을 바꿀 수는 없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고,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지켜나가느냐 하는 문제 아닐까요?"
준호의 담담하면서도 강단 있는 말에 성민은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은 불안감에 흔들리던 성민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단단한 닻과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걱정들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 말이 전부 맞아, 준호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그런데… 만약 그런 비난과 편견들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날아온다면… 그땐 정말 우리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껏 배우로서, 또 개인으로서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잖아."
준호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성민의 떨리는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성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형. 물론 힘들겠죠. 상처도 받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이고, 이 관계가 우리에게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야 해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믿고 사랑하느냐, 그거 하나잖아요. 저는 형만 있으면 괜찮아요."
준호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진심 어린 말에서 성민은 커다란 용기를 얻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던 두려움이, 그와 함께라면 맞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단순히 감정을 나누는 것을 넘어, 앞으로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지켜나가고 어떤 어려움에 함께 맞서야 할지에 대해 더욱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더욱 단단한 존재가 되어갔다. 서로의 약점과 불안함까지도 솔직하게 공유하며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확신은 더욱 굳건해졌다.
그러나 잔잔한 수면 아래 소용돌이가 치듯, 그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위기는 찾아왔다. 그들의 관계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던 동료 배우 중 한 명이, 질투심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 그들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언론사에 흘린 것이다. 한번 터져 나온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자극적인 가십에 굶주린 매체들은 앞다투어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성민과 준호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성민은 잠에서 깨어나 무심코 확인한 온라인 뉴스에서 자신과 준호의 관계를 다룬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발견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기사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사실인 양 부풀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댓글 창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혐오와 비난, 그리고 그들의 직업과 연관 지어 조롱하는 악의적인 반응들이 훨씬 더 많았다. 성민은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에 떨리는 손으로 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호야… 봤어?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됐어. 우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준호의 목소리 역시 긴장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네, 형. 저도 봤어요. 기사도, 댓글들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은 반응도 많더라고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침묵에 잠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잿빛처럼 느껴졌다. 길게 한숨을 내쉰 후, 그는 오히려 담담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와서 우리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고, 숨을 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당당하게 맞서자. 우리가 정말 서로를 사랑한다면,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기로 하자. 우리가 틀린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성민의 말에 동의하며 차분하지만 결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형 말이 맞아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 힘들겠지만… 같이 이겨내 봐요, 우리."
결국 두 사람은, 더 이상 침묵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어, 그들의 관계를 세상에 솔직하게 밝히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들을 지지해주었던 소수의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며칠 동안, 성민은 극심한 긴장과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다는 사실에 어떤 비장함마저 느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결단인지 그는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드디어 약속된 기자회견 날이 밝았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기자들의 질문 세례 속에서, 성민과 준호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단상 위에 나란히 섰다. 긴장으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성민은 최대한 침착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준비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최근 저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과 보도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저희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저희의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서로 노력할 것입니다."
성민의 말이 끝나자, 준호 역시 마이크를 넘겨받아 그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으며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 속에서도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이 관계를 소중하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부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텅 빈 대기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기자회견 이후에도 그들을 향한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팬들과 동료들은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그들을 외면했고, 성민은 연일 쏟아지는 부정적인 기사와 악성 댓글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그는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지키는 것을 넘어, 사랑과 배우로서의 직업, 이 두 가지 위태로운 가치를 동시에 지켜내야만 하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며칠 후, 성민은 소속사 대표의 호출을 받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찾았다. 대표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심각하고 냉담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성민 씨. 앉아요. …이번 일로 인해 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이미지 타격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광고나 차기작 캐스팅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성민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였다. 그는 대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제 감정을, 그리고 제 사랑을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결과라도 제가 책임지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배우로서의 길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성민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단호한 태도를 잠시 말없이 지켜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 배우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계속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와 결정은 존중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소속사 대표의 예상외의 반응에 성민은 놀라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처럼 불안감에 흔들리거나 현실 앞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준호와 함께라면, 그 어떤 어려움과 시련도 결국에는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샘솟고 있었다.
그날 저녁, 성민은 준호와 함께 인적이 드문 저녁 바닷가를 찾았다. 시원한 밤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리는 가운데, 성민은 파도 소리에 묻어 자신의 솔직한 고민과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준호야… 이제 정말… 모든 게 예전과는 달라질 것 같아. 당장 내일부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질 테고… 솔직히 그 시선들이 아직은 좀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해. 우리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준호는 말없이 성민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형. 저도 두려워요. 앞으로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형, 중요한 건 그거잖아요.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 우리가 서로의 곁에 이렇게 함께 있으니까, 그 어떤 어려움이나 힘든 일이 닥쳐오더라도, 우리 둘이 손 꼭 잡고 같이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성민은 준호의 따뜻한 품과 그의 진심 어린 말에 다시 한번 큰 힘과 위안을 얻었다. 그들은 이제 서로의 손을 더욱 단단히 맞잡고, 그들 앞에 놓인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새로운 도전을 향해 함께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고 상처투성이일지라도, 서로가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위태롭지만 찬란한,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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