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결단의 순간



태오는 돌쇠와의 관계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가 세희와의 혼례를 준비하는 동안, 마음속의 불안감과 혼란은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돌쇠와의 대화는 그를 항상 위로해 주었고, 그의 존재는 태오에게 한줄기 빛과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 모든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갈등이 그를 괴롭혔다.

세희와의 결혼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태오는 혼례식 전날 밤, 마지막으로 세희와 함께 보낼 시간을 정했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세희와 함께 나가기로 한 한옥의 정원에서 그를 기다리는 세희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태오는 그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련님, 오늘 밤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별들이 이렇게나 빛나네요.”


세희가 밝은 미소로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고,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정말 아름답구나.”


태오의 목소리에는 진정한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 그는 그저 겉으로는 대답할 뿐이었다. 세희의 손을 잡고 함께 걷던 태오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갈등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무지 잘 되지 않았다.

그때, 세희가 태오의 손을 살짝 잡으며 물었다.


“도련님, 혼례 후에는 어떤 삶을 꿈꾸시나요? 저는 태오 도련님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행복할 것 같사옵니다.”


태오는 세희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순수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눈 속에 숨겨진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태오가 입을 열려는 순간, 불현듯 그의 마음속에 돌쇠의 얼굴이 떠올랐다. 돌쇠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도련님?”


세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태오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잘 모르겠구나.”

태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혼례는 가문의 의무이지만, 내 마음은 이미...”


세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도련님은 저를 사랑하지 않으신가요?”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속이기가 싫구나.”


태오는 세희의 눈을 바라보며 고백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이 순간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세희의 눈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도련님,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태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는 내 마음이 어디에 확신이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는구나.”


세희는 태오의 대답에 충격을 받았고, 잠시 말을 잃었다.

태오는 그 순간, 돌쇠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돌쇠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자신을 진정한 자신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돌쇠야, 나를 기다려 다오.”


태오가 내뱉은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와 세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세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도련님, 저를 두고 떠나시는겁니까?”

“아니다. 나는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은 돌쇠에게로 향하고 있구나.”


태오는 이제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세희의 슬픈 표정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는 이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사옵니다. 저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어 주실수는 없사옵니까?”


세희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태오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너무 늦은 것 같다. 나는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다.”


세희는 태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를 향한 사랑이 깊었고, 그 사랑이 이렇게 쉽게 깨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태오는 마음속에서 이미 돌쇠에 대한 사랑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세희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기로 결심했다.


'될쇠야, 나는 너와 함께 하고 싶구나.'


태오의 마음속에서는 돌쇠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제 자신의 마음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세희와의 관계가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태오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혼례를 이틀 앞둔 날, 태오는 돌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그가 돌쇠를 만나기 위해 산속으로 향하던 중, 그의 마음속에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태오는 돌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심장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오는 이 길이 맞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돌쇠를 기다렸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는 갈등이 아닌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선명해졌다.


“돌쇄야, 나는 이제 너와 함께하고 싶구나.”


태오는 결연한 의지로 돌쇠에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이제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태오의 마음속에는 돌쇠와 함께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자리 잡았다. 그 순간 그는 세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돌쇠와의 진정한 사랑을 쌓아가기 위한 길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