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첫 만남의 설레임
이현우는 고등학교 유도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는 언제나 땀에 젖은 유도복을 입고 체육관에서 열정적으로 훈련했다. 전국 대회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에서도 유명했다. 그의 탄탄한 체격과 운동에 몰입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존경을 자아냈다. 하지만 현우는 그 명성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유도가 그의 전부였다. 그는 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반면, 김진수는 반에서 항상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는 학문에 집중하는 학생으로, 학급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고, 성적은 언제나 최고였다.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범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별명이 진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그의 관심사였을 뿐이다. 진수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지 않았고, 운동에도 별 흥미가 없었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책과 학문뿐이었다.
둘의 삶은 너무도 달라 교차할 일이 없어 보였다. 현우는 운동장에서 구르고, 뛰고, 힘을 쓰는 사람이고, 진수는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 선생님은 체육 수업에서의 짝을 현우와 진수로 정했다. 체력적으로 약한 진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강한 체력과 실력을 가진 현우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진수는 체육 수업이 항상 부담스러웠다. 운동에 소질이 없었고, 특히 유도 같은 격렬한 운동은 그의 성향과 전혀 맞지 않았다. 현우와 짝이 되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진수는 무척 당황했다. 현우는 그저 학교의 '스타' 같은 존재였다. 그의 강한 에너지가 진수에게는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체육 시간 동안, 그는 현우와 함께 훈련을 해야 했다.
첫 훈련 날, 둘은 서로를 의식하며 말없이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진수는 어색함에 가슴이 쿵쾅거렸고, 현우는 그런 진수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저 그의 짝일 뿐이라 생각하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체육관에는 운동하는 학생들의 기합 소리와 발소리만 가득했다. 현우는 진수에게 유도의 기본 자세를 설명하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먼저,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잡아야 해. 이렇게."
현우는 진수 앞에서 자세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진수는 그의 설명에 따라 움직였지만,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균형을 잡지 못해 몇 번이나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현우는 그런 진수를 보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진수에게는 부끄러움을 자아냈다.
"잘 안 되네... 미안해." 진수는 머쓱하게 말했다.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천천히 해보자."
현우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조급함도 없었다.
그날 이후로 둘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졌다. 매번 체육 시간이 다가오면 진수는 현우와 마주하는 것이 두근거렸고, 현우는 진수를 가르치는 시간이 점점 즐거워졌다. 운동에 소질이 없던 진수도 현우의 가르침 덕분에 조금씩 실력이 늘어갔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진수는 현우가 그저 운동에 몰두하는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우도 진수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가 아니라, 생각이 깊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현우는 진수의 진지한 눈빛에 자꾸만 시선이 머물렀다. 그 눈빛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어떤 세계가 담겨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