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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3 추천 : 0 글자수 : 3,988 자 2025-05-13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한 12월의 어느 주말 아침. 창밖으로 펑펑 쏟아지는 첫눈을 발견한 민재의 환호성 소리가 고요했던 집안의 공기를 갈랐다.
“와! 아빠들! 눈 와요! 첫눈이에요!”
민재는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와 거실 창문에 이마를 댄 채 밖을 내다보며 폴짝폴짝 뛰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온 세상을 하얗고 깨끗하게 뒤덮어 놓았고,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네, 정말 첫눈이네.”
주방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타던 진수가 창밖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올해도 눈이 참 예쁘게 온다. 그렇지?”
“눈 오니까 완전 신난다! 우리 오늘 눈사람 만들러 나가요! 네? 네?”
민재는 이미 마음이 눈밭에 가 있는 듯, 현우와 진수를 번갈아 보며 졸라댔다.
“아이고, 우리 아들 벌써부터 나갈 생각에 신났네.”
막 잠에서 깨 부스스한 머리로 거실로 나온 현우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근데 이렇게 눈 많이 오는 날은 길이 미끄러워서 위험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더 보고, 날씨 괜찮아지면 나가자. 대신 아빠랑 집에서 더 재밌는 거 하고 놀까?”
“에이… 시시해요. 눈사람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민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현우가 제안한 ‘실내 캠핑 놀이’에 금세 흥미를 보였다. 세 사람은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담요와 쿠션을 이용해 아늑한 텐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비추며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하고, 진수가 만들어준 따끈한 군고구마와 코코아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밖의 하얀 세상과 대비되는 집안의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세 사람을 감쌌다.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발이 잦아들고 파란 하늘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햇살에 반사된 눈밭은 눈부시게 빛났다.
“자, 이제 나가도 되겠다! 완전무장하고 출동!”
현우의 말에 민재는 신이 나서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 장갑까지 야무지게 챙겨 입었다.
아파트 앞마당은 이미 눈놀이를 하러 나온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였다. 현우와 진수, 민재도 눈밭에 발을 내딛자마자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자, 우리도 질 수 없지! 세상에서 제일 크고 멋진 눈사람을 만들어 보자!”
현우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의욕을 불태웠다. 세 사람은 힘을 합쳐 커다란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현우가 앞에서 힘껏 밀고, 진수와 민재가 옆에서 낑낑거리며 도왔다. 생각보다 눈덩이는 무거웠지만,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눈덩이를 굴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마침내 사람 키만 한 눈사람의 몸통과 머리가 완성되자, 민재는 환호성을 질렀다. 진수는 집에서 가져온 당근으로 코를 만들고, 까만 단추로 눈을 박아주었다. 현우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눈사람 목에 둘러주고, 나뭇가지로 팔까지 만들어주었다. 드디어 세 식구의 합작품, 조금은 삐뚤빼뚤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우와! 진짜 멋있다! 우리 눈사람 최고!”
민재는 완성된 눈사람 앞에서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민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로에게 기대섰다. 하얀 눈밭 위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사진 찍자! 우리 가족 첫눈 기념사진!”
현우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세 사람은 완성된 눈사람 옆에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의 행복과 따뜻함이 사진 속에 영원히 기록되었다.
눈사람 만들기가 끝나고도 세 사람은 눈밭에서 한참 동안 더 뛰어놀았다. 현우와 민재는 눈싸움을 하며 서로에게 눈뭉치를 던졌고, 진수는 그 모습을 보며 웃다가 날아오는 눈뭉치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밭을 뒹굴고 웃고 떠드는 사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뽀송뽀송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세 사람은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창밖은 어느덧 어둑해져 있었고,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얀 눈이 다시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그쵸?”
민재가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했다. 볼은 찬바람에 살짝 상기되어 있었지만, 눈은 만족감으로 반짝였다.
“응, 아빠들도 민재 덕분에 오랜만에 신나게 놀았네.” 진수가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에 눈 또 오면… 그때는 눈썰매 타러 갈까? 아빠가 엄청 크고 빠른 썰매 사줄게!”
현우가 제안하자, 민재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진수의 휴대폰이 조용히 울렸다. 병원에서 온 문자였다. 오늘 아침 응급 상황이었던 환자가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진수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현우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다행이다, 정말.” 현우는 진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당신도 오늘 하루 종일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이제 좀 마음이 놓이겠다. 정말 고생했어.”
“응… 정말 다행이야.”
진수는 현우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 의사로서 느끼는 안도감과 함께, 가족과 함께하는 이 평온한 순간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치열한 병원에서의 삶과 대비되는, 이곳 집에서의 따뜻함과 안정감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의 원천이었다.
세 사람은 잠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세상의 모든 소란스러움을 잠재우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문득, 민재가 두 사람 사이에 파고들며 물었다.
“아빠들, 첫눈 오는 날 소원 빌면 이루어져요?”
“어? 누가 그래?” 현우가 웃으며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이요! 그래서 저 아까 눈사람 만들고 소원 빌었어요!”
“어머, 그랬어? 우리 아들 무슨 소원 빌었는지 아빠들한테만 살짝 알려줄 수 있어?” 진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민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가족… 지금처럼… 맨날 맨날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고 빌었어요.”
아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에 현우와 진수는 동시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이고, 우리 아들…” 현우는 민재를 꼭 끌어안았다.
“우리 민재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네. 아빠들은 민재랑 진수 아빠랑 함께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한걸.”
“맞아. 우리 민재 덕분에 아빠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야.”
진수도 민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이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원이 그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잠든 민재의 방을 나와 현우와 진수는 거실 창가에 서서 여전히 하얗게 빛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첫눈은 그들의 마음에도 소복이 쌓여, 지난 시간들의 감사함과 현재의 소중함,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날들에 대한 기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현우가 진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민재가 우리한테 온 지도 벌써 꽤 됐네. 처음엔 저 녀석이 우리한테 마음을 열어줄까 걱정도 많았는데.”
“그러게. 처음엔 모든 게 서툴고 불안했는데… 이제는 민재 없는 우리 집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진수는 현우의 가슴에 편안하게 머리를 기댔다.
“우리가 민재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민재가 우리를 더 성장시켜주고 있는지도 몰라.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를 배우고,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까.”
“분명 그럴 거야.” 현우는 진수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동의했다.
“민재 덕분에 나도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고, 당신도 더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야. 서로를 만난 것도, 민재를 만난 것도.”
두 사람은 더 이상 특별한 약속이나 거창한 미래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함께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첫눈이 가져다준 것은 새로운 기대보다는, 이미 그들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한 깊은 감사함이었다. 그 익숙한 온기 속에서, 그들의 겨울밤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따뜻하게 깊어가고 있었다. 세 식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습으로 계속될 것이었다.
“와! 아빠들! 눈 와요! 첫눈이에요!”
민재는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와 거실 창문에 이마를 댄 채 밖을 내다보며 폴짝폴짝 뛰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온 세상을 하얗고 깨끗하게 뒤덮어 놓았고,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네, 정말 첫눈이네.”
주방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타던 진수가 창밖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올해도 눈이 참 예쁘게 온다. 그렇지?”
“눈 오니까 완전 신난다! 우리 오늘 눈사람 만들러 나가요! 네? 네?”
민재는 이미 마음이 눈밭에 가 있는 듯, 현우와 진수를 번갈아 보며 졸라댔다.
“아이고, 우리 아들 벌써부터 나갈 생각에 신났네.”
막 잠에서 깨 부스스한 머리로 거실로 나온 현우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근데 이렇게 눈 많이 오는 날은 길이 미끄러워서 위험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더 보고, 날씨 괜찮아지면 나가자. 대신 아빠랑 집에서 더 재밌는 거 하고 놀까?”
“에이… 시시해요. 눈사람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민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현우가 제안한 ‘실내 캠핑 놀이’에 금세 흥미를 보였다. 세 사람은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담요와 쿠션을 이용해 아늑한 텐트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손전등을 비추며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하고, 진수가 만들어준 따끈한 군고구마와 코코아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창밖의 하얀 세상과 대비되는 집안의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세 사람을 감쌌다.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발이 잦아들고 파란 하늘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햇살에 반사된 눈밭은 눈부시게 빛났다.
“자, 이제 나가도 되겠다! 완전무장하고 출동!”
현우의 말에 민재는 신이 나서 두꺼운 외투와 털모자, 장갑까지 야무지게 챙겨 입었다.
아파트 앞마당은 이미 눈놀이를 하러 나온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였다. 현우와 진수, 민재도 눈밭에 발을 내딛자마자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자, 우리도 질 수 없지! 세상에서 제일 크고 멋진 눈사람을 만들어 보자!”
현우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의욕을 불태웠다. 세 사람은 힘을 합쳐 커다란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했다. 현우가 앞에서 힘껏 밀고, 진수와 민재가 옆에서 낑낑거리며 도왔다. 생각보다 눈덩이는 무거웠지만, 함께 땀 흘리고 웃으며 눈덩이를 굴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마침내 사람 키만 한 눈사람의 몸통과 머리가 완성되자, 민재는 환호성을 질렀다. 진수는 집에서 가져온 당근으로 코를 만들고, 까만 단추로 눈을 박아주었다. 현우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 눈사람 목에 둘러주고, 나뭇가지로 팔까지 만들어주었다. 드디어 세 식구의 합작품, 조금은 삐뚤빼뚤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우와! 진짜 멋있다! 우리 눈사람 최고!”
민재는 완성된 눈사람 앞에서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민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서로에게 기대섰다. 하얀 눈밭 위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사진 찍자! 우리 가족 첫눈 기념사진!”
현우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세 사람은 완성된 눈사람 옆에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의 행복과 따뜻함이 사진 속에 영원히 기록되었다.
눈사람 만들기가 끝나고도 세 사람은 눈밭에서 한참 동안 더 뛰어놀았다. 현우와 민재는 눈싸움을 하며 서로에게 눈뭉치를 던졌고, 진수는 그 모습을 보며 웃다가 날아오는 눈뭉치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눈밭을 뒹굴고 웃고 떠드는 사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뽀송뽀송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세 사람은 거실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창밖은 어느덧 어둑해져 있었고,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얀 눈이 다시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그쵸?”
민재가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했다. 볼은 찬바람에 살짝 상기되어 있었지만, 눈은 만족감으로 반짝였다.
“응, 아빠들도 민재 덕분에 오랜만에 신나게 놀았네.” 진수가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에 눈 또 오면… 그때는 눈썰매 타러 갈까? 아빠가 엄청 크고 빠른 썰매 사줄게!”
현우가 제안하자, 민재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진수의 휴대폰이 조용히 울렸다. 병원에서 온 문자였다. 오늘 아침 응급 상황이었던 환자가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진수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현우에게 그 소식을 전했다.
“다행이다, 정말.” 현우는 진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당신도 오늘 하루 종일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이제 좀 마음이 놓이겠다. 정말 고생했어.”
“응… 정말 다행이야.”
진수는 현우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 의사로서 느끼는 안도감과 함께, 가족과 함께하는 이 평온한 순간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치열한 병원에서의 삶과 대비되는, 이곳 집에서의 따뜻함과 안정감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의 원천이었다.
세 사람은 잠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세상의 모든 소란스러움을 잠재우는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문득, 민재가 두 사람 사이에 파고들며 물었다.
“아빠들, 첫눈 오는 날 소원 빌면 이루어져요?”
“어? 누가 그래?” 현우가 웃으며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이요! 그래서 저 아까 눈사람 만들고 소원 빌었어요!”
“어머, 그랬어? 우리 아들 무슨 소원 빌었는지 아빠들한테만 살짝 알려줄 수 있어?” 진수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민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가족… 지금처럼… 맨날 맨날 행복하게 해주세요… 하고 빌었어요.”
아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에 현우와 진수는 동시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이고, 우리 아들…” 현우는 민재를 꼭 끌어안았다.
“우리 민재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네. 아빠들은 민재랑 진수 아빠랑 함께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한걸.”
“맞아. 우리 민재 덕분에 아빠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야.”
진수도 민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이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소원이 그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잠든 민재의 방을 나와 현우와 진수는 거실 창가에 서서 여전히 하얗게 빛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첫눈은 그들의 마음에도 소복이 쌓여, 지난 시간들의 감사함과 현재의 소중함,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날들에 대한 기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현우가 진수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민재가 우리한테 온 지도 벌써 꽤 됐네. 처음엔 저 녀석이 우리한테 마음을 열어줄까 걱정도 많았는데.”
“그러게. 처음엔 모든 게 서툴고 불안했는데… 이제는 민재 없는 우리 집은 상상도 할 수 없어.”
진수는 현우의 가슴에 편안하게 머리를 기댔다.
“우리가 민재를 키우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민재가 우리를 더 성장시켜주고 있는지도 몰라.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를 배우고,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으니까.”
“분명 그럴 거야.” 현우는 진수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동의했다.
“민재 덕분에 나도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고, 당신도 더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야. 서로를 만난 것도, 민재를 만난 것도.”
두 사람은 더 이상 특별한 약속이나 거창한 미래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함께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 속에서 조용히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첫눈이 가져다준 것은 새로운 기대보다는, 이미 그들 안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한 깊은 감사함이었다. 그 익숙한 온기 속에서, 그들의 겨울밤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따뜻하게 깊어가고 있었다. 세 식구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모습으로 계속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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