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조회 : 14 추천 : 0 글자수 : 4,372 자 2025-05-13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2월, 거리는 어느새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흥겨운 캐럴 소리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현우와 진수의 집 거실 한편에도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민재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서툰 솜씨의 장식들과 현우, 진수가 함께 고른 반짝이는 오너먼트들이 어우러져 소박하지만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최근 민재는 조금 풀이 죽어 보이는 날이 잦았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평소처럼 재잘거리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거나 레고를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현우와 진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민재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갈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금요일 저녁, 세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현우가 민재가 좋아하는 생선까스를 발라주며 물었다.
“아들, 요즘 학교에서 무슨 힘든 일 있어? 아빠들한테 말 안 해주는 거 같은데.”
민재는 포크를 내려놓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학교 미술 시간에요… 가족 그림 그리기 숙제가 있었어요.”
“응, 그래서?” 진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민재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현우 아빠랑 진수 아빠랑 나랑… 우리 셋이 손잡고 있는 거 그렸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그림 보더니… ‘너희 집은 왜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이야? 이상하다’… 그랬어요.”
민재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 갔고, 동그란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른 친구들도 막 쳐다보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그림 가려버렸어요.”
아이의 여린 마음에 생채기를 냈을 친구의 무심한 말과 주변의 시선. 현우와 진수의 가슴에도 날카로운 무언가가 박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속상함과 함께 친구에게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받았을 민재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었다.
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재 옆으로 다가가 그의 작은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그래서 속상했구나.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많이 놀라고 슬펐겠다.”
진수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는 민재가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것을 보며,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현우도 민재의 맞은편에 앉아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지지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민재야, 친구가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이 있고, 우리 가족은 그중 하나일 뿐이야. 엄마 아빠가 있는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가족, 그리고 우리처럼 아빠가 둘인 가족. 중요한 건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주느냐야. 우리 민재는 현우 아빠랑 진수 아빠한테 세상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 그렇지?”
“……네.” 민재는 눈물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민재야,” 진수가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친구가 ‘이상하다’고 말한 건, 그냥 자기랑 달라서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일 거야. 처음 보는 음식이나 처음 듣는 음악처럼 말이야. 그럴 때는 민재가 용기를 내서 설명해 줄 수도 있어. ‘우리 가족은 아빠가 두 분이지만, 우리는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하고 행복해!’ 하고 말이야. 물론,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민재가 우리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니까.”
“맞아. 그리고 아빠들은 우리 아들이 그린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자랑스러워! 나중에 아빠들한테만 살짝 보여줄 수 있어?” 현우가 민재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스럽게 물었다.
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눈물을 닦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따가 보여드릴게요. 엄청 잘 그렸어요!” 그제야 민재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날 밤, 민재가 잠든 후 현우와 진수는 거실에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민재 이야기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 진수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편견이나 무지함으로부터 아이를 완전히 보호해 줄 수는 없는 거겠지…”
“그렇다고 우리가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 현우가 진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해. 그리고 민재에게도 우리 가족의 모습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그 다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계속 이야기해주고 느끼게 해줘야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재는 분명 더 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거야. 우리 아들, 오늘 친구 말에 속상하면서도 우리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만 봐도 얼마나 용감해.”
현우의 말에 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들은 좌절하기보다는 함께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했다.
다음 날, 현우는 유소년 유도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민재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었지만, 동시에 클럽 아이들, 특히 시우를 향한 격려와 지도에 집중해야 했다. 대회장은 아이들의 긴장된 표정과 부모님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드디어 시우의 차례. 매트 위에 선 시우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이전처럼 도망치거나 포기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우는 현우가 가르쳐준 대로 침착하게 잡기 싸움을 벌였다. 상대 선수의 공격에 몇 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시우는 넘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리고 마침내, 연습했던 발기술을 시도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점수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판정으로 패배했지만, 현우는 결과와 상관없이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시우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기술을 시도했다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매트에서 내려오는 시우에게 현우는 다가가 그의 어깨를 힘껏 안아주었다.
“시우야! 너 오늘 정말 최고였어! 결과는 아쉽지만, 네가 오늘 보여준 용기랑 기술은 금메달감이야! 봤지? 너도 할 수 있다니까!”
현우의 진심 어린 칭찬에 시우의 얼굴에 수줍지만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아이의 작은 변화가 현우에게는 그 어떤 메달보다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지도자로서의 길이 어렵지만 의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편, 진수는 연말을 앞두고 밀려드는 수술과 학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과장으로서 병원 전체의 운영까지 신경 써야 했기에,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가끔은 현우와 민재에게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속상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애썼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주말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진수는 현관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거실에는 현우와 민재가 직접 만든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들이 가득했고,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진수 아빠! 서프라이즈!” 민재가 산타 모자를 쓰고 달려와 진수의 품에 안겼다.
“메리 크리스마스, 여보.” 현우도 앞치마를 두른 채 웃으며 진수를 맞이했다.
“오늘 고생 많았지? 당신 힘들까 봐 우리가 특별히 준비했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이랑 잡채야!”
예상치 못한 따뜻한 환대에 진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겼다. 식사 후에는 함께 캐럴을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저 장식했다. 트리 꼭대기에 반짝이는 별을 다는 민재의 모습,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현우의 모습,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이 순간이 바로 자신이 꿈꿔왔던 완벽한 행복임을 진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진수는 민재의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민재야, 오늘 아빠들한테 정말 큰 선물 줬어. 고마워, 우리 아들.”
“헤헤, 내가 아빠들 사랑하니까요!” 민재는 졸린 눈을 비비며 베시시 웃었다.
침실로 돌아온 진수는 현우의 품에 안겨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현우야. 당신이랑 민재 덕분에 힘든 거 다 잊어버렸어.”
“뭘 이런 거 가지고.” 현우는 진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가 가족인데, 당연한 거지. 당신이 우리를 위해 매일 얼마나 애쓰는지 알아. 그러니까 힘들면 언제든 우리한테 기대. 우리는 항상 당신 편이니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그들은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굳건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세상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그들의 집은 서로에게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항구가 되어주고 있었다. 반짝이는 트리 불빛 아래, 현우와 진수, 그리고 민재의 사랑은 깊어가는 겨울밤처럼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온기로 물든 겨울,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행복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풍경과 달리, 최근 민재는 조금 풀이 죽어 보이는 날이 잦았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평소처럼 재잘거리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리거나 레고를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현우와 진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민재를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갈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금요일 저녁, 세 식구가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현우가 민재가 좋아하는 생선까스를 발라주며 물었다.
“아들, 요즘 학교에서 무슨 힘든 일 있어? 아빠들한테 말 안 해주는 거 같은데.”
민재는 포크를 내려놓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학교 미술 시간에요… 가족 그림 그리기 숙제가 있었어요.”
“응, 그래서?” 진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민재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현우 아빠랑 진수 아빠랑 나랑… 우리 셋이 손잡고 있는 거 그렸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그림 보더니… ‘너희 집은 왜 엄마는 없고 아빠만 둘이야? 이상하다’… 그랬어요.”
민재의 목소리가 점점 더 기어들어 갔고, 동그란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다른 친구들도 막 쳐다보는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그림 가려버렸어요.”
아이의 여린 마음에 생채기를 냈을 친구의 무심한 말과 주변의 시선. 현우와 진수의 가슴에도 날카로운 무언가가 박히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속상함과 함께 친구에게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처받았을 민재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었다.
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재 옆으로 다가가 그의 작은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그래서 속상했구나.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많이 놀라고 슬펐겠다.”
진수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는 민재가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것을 보며, 그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현우도 민재의 맞은편에 앉아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지지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민재야, 친구가 잘 몰라서 그런 말을 한 거야.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이 있고, 우리 가족은 그중 하나일 뿐이야. 엄마 아빠가 있는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가족, 그리고 우리처럼 아빠가 둘인 가족. 중요한 건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주느냐야. 우리 민재는 현우 아빠랑 진수 아빠한테 세상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 그렇지?”
“……네.” 민재는 눈물을 닦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민재야,” 진수가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친구가 ‘이상하다’고 말한 건, 그냥 자기랑 달라서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일 거야. 처음 보는 음식이나 처음 듣는 음악처럼 말이야. 그럴 때는 민재가 용기를 내서 설명해 줄 수도 있어. ‘우리 가족은 아빠가 두 분이지만, 우리는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하고 행복해!’ 하고 말이야. 물론,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민재가 우리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니까.”
“맞아. 그리고 아빠들은 우리 아들이 그린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자랑스러워! 나중에 아빠들한테만 살짝 보여줄 수 있어?” 현우가 민재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스럽게 물었다.
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눈물을 닦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따가 보여드릴게요. 엄청 잘 그렸어요!” 그제야 민재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날 밤, 민재가 잠든 후 현우와 진수는 거실에 마주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민재 이야기 듣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 진수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의 편견이나 무지함으로부터 아이를 완전히 보호해 줄 수는 없는 거겠지…”
“그렇다고 우리가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 현우가 진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해. 그리고 민재에게도 우리 가족의 모습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그 다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계속 이야기해주고 느끼게 해줘야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민재는 분명 더 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거야. 우리 아들, 오늘 친구 말에 속상하면서도 우리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만 봐도 얼마나 용감해.”
현우의 말에 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들은 좌절하기보다는 함께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했다.
다음 날, 현우는 유소년 유도 대회장으로 향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민재에 대한 걱정이 남아 있었지만, 동시에 클럽 아이들, 특히 시우를 향한 격려와 지도에 집중해야 했다. 대회장은 아이들의 긴장된 표정과 부모님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드디어 시우의 차례. 매트 위에 선 시우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이전처럼 도망치거나 포기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시우는 현우가 가르쳐준 대로 침착하게 잡기 싸움을 벌였다. 상대 선수의 공격에 몇 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시우는 넘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리고 마침내, 연습했던 발기술을 시도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점수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판정으로 패배했지만, 현우는 결과와 상관없이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시우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기술을 시도했다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장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매트에서 내려오는 시우에게 현우는 다가가 그의 어깨를 힘껏 안아주었다.
“시우야! 너 오늘 정말 최고였어! 결과는 아쉽지만, 네가 오늘 보여준 용기랑 기술은 금메달감이야! 봤지? 너도 할 수 있다니까!”
현우의 진심 어린 칭찬에 시우의 얼굴에 수줍지만 자랑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아이의 작은 변화가 현우에게는 그 어떤 메달보다 더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지도자로서의 길이 어렵지만 의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편, 진수는 연말을 앞두고 밀려드는 수술과 학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과장으로서 병원 전체의 운영까지 신경 써야 했기에,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가끔은 현우와 민재에게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속상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려 애썼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주말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한 진수는 현관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거실에는 현우와 민재가 직접 만든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장식들이 가득했고, 식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진수 아빠! 서프라이즈!” 민재가 산타 모자를 쓰고 달려와 진수의 품에 안겼다.
“메리 크리스마스, 여보.” 현우도 앞치마를 두른 채 웃으며 진수를 맞이했다.
“오늘 고생 많았지? 당신 힘들까 봐 우리가 특별히 준비했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이랑 잡채야!”
예상치 못한 따뜻한 환대에 진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겼다. 식사 후에는 함께 캐럴을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저 장식했다. 트리 꼭대기에 반짝이는 별을 다는 민재의 모습,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현우의 모습,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이 순간이 바로 자신이 꿈꿔왔던 완벽한 행복임을 진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진수는 민재의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민재야, 오늘 아빠들한테 정말 큰 선물 줬어. 고마워, 우리 아들.”
“헤헤, 내가 아빠들 사랑하니까요!” 민재는 졸린 눈을 비비며 베시시 웃었다.
침실로 돌아온 진수는 현우의 품에 안겨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 현우야. 당신이랑 민재 덕분에 힘든 거 다 잊어버렸어.”
“뭘 이런 거 가지고.” 현우는 진수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가 가족인데, 당연한 거지. 당신이 우리를 위해 매일 얼마나 애쓰는지 알아. 그러니까 힘들면 언제든 우리한테 기대. 우리는 항상 당신 편이니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그들은 다시 한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굳건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세상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그들의 집은 서로에게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항구가 되어주고 있었다. 반짝이는 트리 불빛 아래, 현우와 진수, 그리고 민재의 사랑은 깊어가는 겨울밤처럼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온기로 물든 겨울,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행복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등록된 작가의 말이 없습니다.
닫기![]()
유도복 대신, 사랑을 입어볼까?
20.20조회 : 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05 19.19조회 : 1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38 18.18조회 : 17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72 17.17조회 : 2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62 16.16조회 : 2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3,988 15.15조회 : 3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157 14.14조회 : 1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267 13.13 시즌2조회 : 7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93 12.12 완조회 : 880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817 11.11조회 : 91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426 10.10조회 : 884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762 9.09조회 : 87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5,190 8.08조회 : 89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7,033 7.07조회 : 8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594 6.06조회 : 806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80 5.05조회 : 742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777 4.04조회 : 48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044 3.03조회 : 49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566 2.02조회 : 6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6,005 1.01조회 : 803 추천 : 0 댓글 : 0 글자 : 4,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