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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8 추천 : 0 글자수 : 4,538 자 2025-05-19
크리스마스의 반짝임과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지나가고, 어느덧 새해가 밝았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을 뿐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현우와 진수, 그리고 민재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 해 동안 함께 쌓아갈 추억들에 대한 설렘이 자리 잡고 있었다.
민재는 이제 제법 초등학생 티가 났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내는 모습이 대견했다. 물론 여전히 아빠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개구쟁이였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현우는 그런 민재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들, 주말에 아빠랑 오랜만에 유도장에 가볼래?” 어느 금요일 저녁, 현우가 소파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는 민재에게 제안했다.
“민재도 이제 힘 좀 세졌는데, 낙법부터 다시 차근차근 배워보는 거 어때? 넘어지는 거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 나중에 살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용감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유도요?” 민재는 잠시 흥미로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 재미없어요. 난 요즘 축구가 더 좋아요! 지훈이랑 주말마다 축구 교실 다니기로 했어요!”
“뭐? 축구?” 현우는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래? 축구도 재밌지. 우리 아들, 벌써 좋아하는 운동도 생기고 다 컸네. 그럼 아빠랑 공 차는 연습이라도 할까?”
현우는 아이의 관심사와 선택을 존중해주려 노력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진정한 아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진수는 외과 과장으로서 병원 안팎으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쌓여가는 연구 실적과 늘어나는 학회 발표 요청은 그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증거였지만, 그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도 병원에 나가거나 서재에서 논문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졌고, 현우와 민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미안해, 현우야. 이번 주말에도 학회 때문에 같이 시간 못 보낼 것 같아.”
늦은 밤, 서재에서 나온 진수가 소파에서 잠든 현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며 말했다. 얼굴에는 피곤함과 미안함이 어려 있었다.
“괜찮아.” 현우는 잠결에도 진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아는데, 내가 이해해야지. 대신 너무 무리하지는 마. 당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현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진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변함없는 이해와 지지가 진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비록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바쁜 와중에도 짧게나마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고, 주말 저녁이면 꼭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그 주의 일들을 나누었다. 현우는 진수가 학회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며 축하해주었고, 진수는 현우가 지도하는 유소년 클럽 아이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빛나면서도, 서로의 빛을 질투하는 대신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현우와 진수, 민재는 오랜만에 세 식구만의 오붓한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 목적지는 민재가 노래를 부르던 놀이공원이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세 사람의 기분도 들떠 있었다. 민재는 현우와 진수의 손을 번갈아 잡으며 연신 재잘거렸고,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연신 미소를 지었다.
놀이공원은 형형색색의 풍선과 신나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 민재는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타보고 싶어 했고, 현우와 진수는 아들의 손에 이끌려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탔다. 회전목마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웃기도 하고, 롤러코스터의 아찔한 스릴에 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범퍼카를 탈 때는 현우와 민재가 한 팀이 되어 진수를 집중 공격하는 바람에 진수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난 후, 세 사람은 솜사탕과 츄러스를 사 들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재는 솜사탕을 얼굴에 잔뜩 묻힌 채 행복한 표정으로 두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들, 오늘 진짜 재밌어요! 맨날 맨날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다!”
“하하, 아빠들도 오늘 민재 덕분에 완전 신났어.” 진수가 물티슈로 민재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대신… 아빠들은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매일은 좀 힘들 것 같고… 가끔씩 이렇게 신나게 놀자. 알았지?”
현우가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며 웃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민재는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비눗방울을 불었고,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재, 정말 많이 컸다. 그렇지?” 현우가 민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진수도 동의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겠지. 모든 순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해.”
“앞으로도… 우리 세 식구,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겠지?”
현우가 문득 진수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어쩌면 이 행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불안감도 섞여 있는 듯했다.
진수는 현우의 그런 마음을 읽었다는 듯,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럼. 당연하지.”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우리는 계속 행복할 거야. 물론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있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댈 거고, 함께 이겨낼 거고, 그리고 다시 웃게 될 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모든 시간들을 우리가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느냐잖아. 나는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갈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돼.”
진수의 말에 현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수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과정이었다. 서로의 존재 자체가 이미 가장 큰 행복이고 기적인데, 무엇을 더 걱정하랴. 그는 진수의 손을 마주 잡고, 다시 민재가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싱그럽게 퍼져나갔다.
그날 저녁,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거실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민재는 어느새 현우의 배 위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고, 진수는 그런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평범하지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 이 조각들이 모여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여름이 지나고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현우는 유소년 클럽 아이들을 이끌고 전국 대회에 참가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진수는 권위 있는 의학 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더 큰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여전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세 식구가 함께하는 평범한 저녁 시간이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거실에서 함께 뒹굴거리며 웃고 떠들고, 잠들기 전 민재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 모든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어느 주말 저녁, 세 사람은 거실에 모여 앨범을 보고 있었다. 민재가 아기였을 때의 사진부터, 현우와 진수의 연애 시절 사진, 결혼식 사진, 그리고 민재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담긴 사진들을 넘겨보며, 그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와! 현우 아빠 어렸을 때 유도복 입은 거 완전 멋있다!” 민재가 현우의 선수 시절 사진을 보고 감탄했다.
“하하, 그때 아빠 진짜 날아다녔지.” 현우가 으쓱하며 말했다.
“진수 아빠는 왜 의사 가운 입은 사진밖에 없어요?”
“음… 아빠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느라…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었나 봐.” 진수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앨범의 마지막 장에는 세 식구가 함께 찍은 가장 최근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찍었던, 햇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의 모습. 그 사진을 보며 현우와 진수, 그리고 민재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가족, 진짜 행복해 보인다. 그렇지?” 진수가 말했다.
“네! 최고로 행복해요!” 민재가 외쳤다.
“앞으로도 우리, 이렇게 계속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현우가 진수와 민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그들의 현재는 더없이 따뜻하고 단단했다. 유도복과 하얀 가운, 그리고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함께하는 그들의 집.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가족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계절이 찾아오고 어떤 시간들이 쌓여갈지라도, 그들의 사랑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다.
민재는 이제 제법 초등학생 티가 났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내는 모습이 대견했다. 물론 여전히 아빠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개구쟁이였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었다. 현우는 그런 민재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들, 주말에 아빠랑 오랜만에 유도장에 가볼래?” 어느 금요일 저녁, 현우가 소파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는 민재에게 제안했다.
“민재도 이제 힘 좀 세졌는데, 낙법부터 다시 차근차근 배워보는 거 어때? 넘어지는 거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 나중에 살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용감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
“유도요?” 민재는 잠시 흥미로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 재미없어요. 난 요즘 축구가 더 좋아요! 지훈이랑 주말마다 축구 교실 다니기로 했어요!”
“뭐? 축구?” 현우는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래? 축구도 재밌지. 우리 아들, 벌써 좋아하는 운동도 생기고 다 컸네. 그럼 아빠랑 공 차는 연습이라도 할까?”
현우는 아이의 관심사와 선택을 존중해주려 노력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진정한 아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진수는 외과 과장으로서 병원 안팎으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쌓여가는 연구 실적과 늘어나는 학회 발표 요청은 그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증거였지만, 그만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도 병원에 나가거나 서재에서 논문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아졌고, 현우와 민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미안해, 현우야. 이번 주말에도 학회 때문에 같이 시간 못 보낼 것 같아.”
늦은 밤, 서재에서 나온 진수가 소파에서 잠든 현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며 말했다. 얼굴에는 피곤함과 미안함이 어려 있었다.
“괜찮아.” 현우는 잠결에도 진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아는데, 내가 이해해야지. 대신 너무 무리하지는 마. 당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현우는 졸린 눈을 비비며 진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변함없는 이해와 지지가 진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비록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한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바쁜 와중에도 짧게나마 영상 통화를 하며 서로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었고, 주말 저녁이면 꼭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그 주의 일들을 나누었다. 현우는 진수가 학회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며 축하해주었고, 진수는 현우가 지도하는 유소년 클럽 아이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빛나면서도, 서로의 빛을 질투하는 대신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그러던 어느 봄날, 현우와 진수, 민재는 오랜만에 세 식구만의 오붓한 주말 나들이를 계획했다. 목적지는 민재가 노래를 부르던 놀이공원이었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세 사람의 기분도 들떠 있었다. 민재는 현우와 진수의 손을 번갈아 잡으며 연신 재잘거렸고,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연신 미소를 지었다.
놀이공원은 형형색색의 풍선과 신나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 민재는 눈을 반짝이며 이것저것 타보고 싶어 했고, 현우와 진수는 아들의 손에 이끌려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탔다. 회전목마를 타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웃기도 하고, 롤러코스터의 아찔한 스릴에 함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범퍼카를 탈 때는 현우와 민재가 한 팀이 되어 진수를 집중 공격하는 바람에 진수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난 후, 세 사람은 솜사탕과 츄러스를 사 들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재는 솜사탕을 얼굴에 잔뜩 묻힌 채 행복한 표정으로 두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들, 오늘 진짜 재밌어요! 맨날 맨날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다!”
“하하, 아빠들도 오늘 민재 덕분에 완전 신났어.” 진수가 물티슈로 민재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대신… 아빠들은 이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매일은 좀 힘들 것 같고… 가끔씩 이렇게 신나게 놀자. 알았지?”
현우가 뻐근한 허리를 두드리며 웃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민재는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비눗방울을 불었고,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민재, 정말 많이 컸다. 그렇지?” 현우가 민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진수도 동의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겠지. 모든 순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해.”
“앞으로도… 우리 세 식구,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겠지?”
현우가 문득 진수의 눈을 보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어쩌면 이 행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아주 작은 불안감도 섞여 있는 듯했다.
진수는 현우의 그런 마음을 읽었다는 듯,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럼. 당연하지.”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한, 우리는 계속 행복할 거야. 물론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있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댈 거고, 함께 이겨낼 거고, 그리고 다시 웃게 될 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모든 시간들을 우리가 어떻게 함께 만들어가느냐잖아. 나는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갈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돼.”
진수의 말에 현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수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과정이었다. 서로의 존재 자체가 이미 가장 큰 행복이고 기적인데, 무엇을 더 걱정하랴. 그는 진수의 손을 마주 잡고, 다시 민재가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싱그럽게 퍼져나갔다.
그날 저녁,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거실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민재는 어느새 현우의 배 위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고, 진수는 그런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평범하지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 이 조각들이 모여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여름이 지나고 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현우는 유소년 클럽 아이들을 이끌고 전국 대회에 참가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고, 진수는 권위 있는 의학 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더 큰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은 여전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세 식구가 함께하는 평범한 저녁 시간이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거실에서 함께 뒹굴거리며 웃고 떠들고, 잠들기 전 민재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 모든 순간들이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어느 주말 저녁, 세 사람은 거실에 모여 앨범을 보고 있었다. 민재가 아기였을 때의 사진부터, 현우와 진수의 연애 시절 사진, 결혼식 사진, 그리고 민재와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담긴 사진들을 넘겨보며, 그들은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와! 현우 아빠 어렸을 때 유도복 입은 거 완전 멋있다!” 민재가 현우의 선수 시절 사진을 보고 감탄했다.
“하하, 그때 아빠 진짜 날아다녔지.” 현우가 으쓱하며 말했다.
“진수 아빠는 왜 의사 가운 입은 사진밖에 없어요?”
“음… 아빠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느라…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었나 봐.” 진수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앨범의 마지막 장에는 세 식구가 함께 찍은 가장 최근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찍었던, 햇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의 모습. 그 사진을 보며 현우와 진수, 그리고 민재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가족, 진짜 행복해 보인다. 그렇지?” 진수가 말했다.
“네! 최고로 행복해요!” 민재가 외쳤다.
“앞으로도 우리, 이렇게 계속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현우가 진수와 민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시간의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그들의 현재는 더없이 따뜻하고 단단했다. 유도복과 하얀 가운, 그리고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함께하는 그들의 집. 그 안에서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평범하지만 가장 특별한 가족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계절이 찾아오고 어떤 시간들이 쌓여갈지라도, 그들의 사랑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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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복 대신, 사랑을 입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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