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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0 추천 : 0 글자수 : 4,305 자 2025-05-20
화창한 봄날의 주말, 여느 때처럼 세 식구는 거실에 모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민재는 새로 산 공룡 백과사전에 코를 박고 있었고, 현우는 유도 클럽 운영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으며, 진수는 노트북으로 다음 주 학회 발표 자료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평화롭고 단란한 주말 풍경이었다.
그때, 현우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유도 클럽 학부모 중 한 명이었다. 현우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잔뜩 흥분하고 격앙되어 있었다. 현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옆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던 진수와 공룡 책을 보던 민재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현우를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닙니다, 어머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현우는 최대한 침착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무슨 일이야, 현우야?” 진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민재도 불안한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보았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금 전화하신 어머님 말씀이… 요즘 클럽 아이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는 거야. 나랑 당신… 우리 관계에 대해서… 아이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누가 그런 말을 퍼뜨렸는지…”
현우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진수의 얼굴도 하얗게 굳었다. 민재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불안한 듯 진수의 팔을 꼭 잡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 했던, 혹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현실의 벽이 예고 없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누가 그런 짓을…” 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있어. 얼마 전부터 계속 우리 아이 성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던 그 학부모… 아마 그쪽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어.”
현우의 목소리에는 억누른 분노가 담겨 있었다.
“당장 찾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그랬다간 오히려 일을 더 키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우는 답답한 듯 마른세수를 했다. 운동밖에 모르던 그에게 이런 종류의 문제는 너무나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진수는 잠시 눈을 감고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분노와 불안감이 교차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그는 현우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현우야, 일단 흥분하지 마. 우리가 흔들리면 안 돼. 이건 분명 우리를 겨냥한 악의적인 소문일 거야. 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건 없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민재를 누구보다 아끼는 평범한 가족일 뿐이야.”
“하지만… 아이들은?” 현우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해? 나 때문에… 우리 때문에… 아이들이 손가락질받거나 놀림당하게 되면…”
코치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신의 가족 형태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혔다.
“……아빠들… 싸우는 거예요?”
그때까지 조용히 눈치를 보던 민재가 울먹이며 물었다. 불안한 분위기에 아이는 겁을 먹은 듯했다.
“아니야, 민재야. 싸우는 거 아니야.” 진수가 얼른 민재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냥… 어른들끼리 조금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래. 우리 민재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진수는 아이를 안심시키려 애썼지만, 그의 마음 역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날 밤, 민재가 잠든 후 현우와 진수는 늦은 시간까지 거실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아가 직접 대면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학부모들에게 먼저 우리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까? 혹은 그냥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까?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고, 정답을 알 수 없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아이들이야.” 현우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나 당신이야 이런 시선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이들은 다르잖아. 특히 시우처럼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이런 소문 때문에 상처받고 유도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
“맞아… 아이들 마음을 지켜주는 게 최우선이겠지.” 진수도 동의했다.
“그러려면…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할 것 같아. 숨거나 피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 스스로 우리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학부모님들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오해가 있다면 풀고, 우리의 진심을 보여주는 거야.”
“……그럴 수 있을까?” 현우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사게 되면 어떡해?”
“물론 쉽지 않겠지. 모든 사람이 우리를 이해해주지는 못할 수도 있어.” 진수는 현우의 손을 잡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현우야, 우리는 더 이상 우리 둘만 생각할 수 없어. 민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당신이 아끼는 클럽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용기를 내야 해. 우리가 먼저 우리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존중해 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당신 곁에는 내가 있잖아. 혼자가 아니야.”
진수의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말에 현우는 조금씩 용기를 얻었다. 그래, 혼자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진수가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아들 민재가 있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두려움 속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 주, 현우는 예정되어 있던 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간담회가 끝날 무렵,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님, 아버님들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들의 시선이 현우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최근 저희 클럽 아이들 사이에, 그리고 몇몇 학부모님들 사이에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성커플이죠. 하지만 저희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하며, 저희 아들 민재를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저 평범한 가족입니다.”
장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몇몇 학부모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또 다른 몇몇은 무표정하게 현우를 바라보았다.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짐작되는 학부모는 불편한 듯 시선을 피했다.
“저희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 혹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코치로서 제 모든 열정과 지식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할 것이며, 아이들이 유도를 통해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마음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저나 제 가족에 대해 오해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에게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 가족을 향한 편견 없는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현우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간담회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간담회가 끝나고, 몇몇 학부모들이 현우에게 다가와 조용히 격려의 말을 건넸다. “코치님,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코치님 믿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모든 사람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우는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날 저녁, 현우는 진수에게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진수는 현우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정말 잘했어, 현우야. 당신 정말 멋있다.”
“네 덕분이야. 네가 옆에서 용기를 줬으니까.”
예기치 못한 파문은 그들 가족에게 잠시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현우와 진수는 더욱 단단해졌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편견에 맞서 싸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삶과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의 손을 더욱 굳게 잡고 함께 헤쳐나가며 더욱 깊고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그때, 현우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유도 클럽 학부모 중 한 명이었다. 현우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잔뜩 흥분하고 격앙되어 있었다. 현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옆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던 진수와 공룡 책을 보던 민재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현우를 바라보았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닙니다, 어머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현우는 최대한 침착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무슨 일이야, 현우야?” 진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민재도 불안한 눈빛으로 현우를 쳐다보았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금 전화하신 어머님 말씀이… 요즘 클럽 아이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는 거야. 나랑 당신… 우리 관계에 대해서… 아이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누가 그런 말을 퍼뜨렸는지…”
현우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순간,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진수의 얼굴도 하얗게 굳었다. 민재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불안한 듯 진수의 팔을 꼭 잡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막연한 두려움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애써 외면하려 했던, 혹은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현실의 벽이 예고 없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누가 그런 짓을…” 진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확실하진 않아. 하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있어. 얼마 전부터 계속 우리 아이 성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던 그 학부모… 아마 그쪽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어.”
현우의 목소리에는 억누른 분노가 담겨 있었다.
“당장 찾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그랬다간 오히려 일을 더 키울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우는 답답한 듯 마른세수를 했다. 운동밖에 모르던 그에게 이런 종류의 문제는 너무나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진수는 잠시 눈을 감고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분노와 불안감이 교차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했다. 그는 현우의 손을 잡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현우야, 일단 흥분하지 마. 우리가 흔들리면 안 돼. 이건 분명 우리를 겨냥한 악의적인 소문일 거야. 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건 없어.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민재를 누구보다 아끼는 평범한 가족일 뿐이야.”
“하지만… 아이들은?” 현우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해? 나 때문에… 우리 때문에… 아이들이 손가락질받거나 놀림당하게 되면…”
코치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신의 가족 형태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죄책감이 그를 괴롭혔다.
“……아빠들… 싸우는 거예요?”
그때까지 조용히 눈치를 보던 민재가 울먹이며 물었다. 불안한 분위기에 아이는 겁을 먹은 듯했다.
“아니야, 민재야. 싸우는 거 아니야.” 진수가 얼른 민재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냥… 어른들끼리 조금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래. 우리 민재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돼.”
진수는 아이를 안심시키려 애썼지만, 그의 마음 역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날 밤, 민재가 잠든 후 현우와 진수는 늦은 시간까지 거실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아가 직접 대면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학부모들에게 먼저 우리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까? 혹은 그냥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까?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고, 정답을 알 수 없었다.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아이들이야.” 현우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나 당신이야 이런 시선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이들은 다르잖아. 특히 시우처럼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이런 소문 때문에 상처받고 유도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
“맞아… 아이들 마음을 지켜주는 게 최우선이겠지.” 진수도 동의했다.
“그러려면…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할 것 같아. 숨거나 피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 스스로 우리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지. 그리고… 다른 학부모님들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오해가 있다면 풀고, 우리의 진심을 보여주는 거야.”
“……그럴 수 있을까?” 현우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사게 되면 어떡해?”
“물론 쉽지 않겠지. 모든 사람이 우리를 이해해주지는 못할 수도 있어.” 진수는 현우의 손을 잡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현우야, 우리는 더 이상 우리 둘만 생각할 수 없어. 민재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당신이 아끼는 클럽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용기를 내야 해. 우리가 먼저 우리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다른 사람들도 우리를 존중해 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당신 곁에는 내가 있잖아. 혼자가 아니야.”
진수의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말에 현우는 조금씩 용기를 얻었다. 그래, 혼자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진수가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아들 민재가 있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두려움 속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 주, 현우는 예정되어 있던 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간담회가 끝날 무렵,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님, 아버님들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들의 시선이 현우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최근 저희 클럽 아이들 사이에, 그리고 몇몇 학부모님들 사이에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남편과 함께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동성커플이죠. 하지만 저희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존중하며, 저희 아들 민재를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저 평범한 가족입니다.”
장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몇몇 학부모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또 다른 몇몇은 무표정하게 현우를 바라보았다.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짐작되는 학부모는 불편한 듯 시선을 피했다.
“저희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제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 혹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코치로서 제 모든 열정과 지식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할 것이며, 아이들이 유도를 통해 신체뿐만 아니라 건강한 마음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저나 제 가족에 대해 오해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에게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숨기거나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습니다. 부디 저희 가족을 향한 편견 없는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현우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백에, 간담회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간담회가 끝나고, 몇몇 학부모들이 현우에게 다가와 조용히 격려의 말을 건넸다. “코치님,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코치님 믿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모든 사람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우는 큰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날 저녁, 현우는 진수에게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진수는 현우의 용기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정말 잘했어, 현우야. 당신 정말 멋있다.”
“네 덕분이야. 네가 옆에서 용기를 줬으니까.”
예기치 못한 파문은 그들 가족에게 잠시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었지만,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현우와 진수는 더욱 단단해졌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편견에 맞서 싸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의 삶과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할 용기를 얻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의 손을 더욱 굳게 잡고 함께 헤쳐나가며 더욱 깊고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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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복 대신, 사랑을 입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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