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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62 추천 : 0 글자수 : 4,176 자 2025-10-27
민재 생모의 예기치 못한 방문 이후, 현우와 진수의 집에는 이전과 같은 평온함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그 평온함 속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한번 휘몰아친 파문은 겉으로는 잔잔해졌지만,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흔적과 함께 새로운 깊이를 남겼다. 특히 현우와 진수는 민재를 대하는 태도에 더욱 신중해졌고, 아이의 감정을 살피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그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의미와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며 서로에게, 그리고 민재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려 애썼다.
시간은 흘러 민재는 고등학교 2학년의 봄을 맞이했다. 키는 아빠들의 어깨를 훌쩍 넘어섰고, 변성기를 지나 제법 굵어진 목소리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거워서, 주말이면 화실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업 스트레스는 여전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춘기의 예민함은 여전히 남아있어, 가끔은 이유 없이 툴툴거리거나 방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현우와 진수는 예전처럼 조급해하거나 서운해하는 대신, 아이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여유를 배웠다. 다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나 잠들기 전 짧은 순간이라도 아이의 눈을 보고 그날의 기분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묻고, 또 자신들의 일상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며 정서적인 교감을 이어가려 애썼다.
“민재야, 요즘 학교 축제 준비한다며? 뭐 맡았어?”
저녁 식탁에서 진수가 물었다.
“아… 저희 반 부스 꾸미기요. 포스터랑 장식 만드는 거.”
민재가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
“오! 그거 완전 민재 전문 분야네! 아빠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재료 사러 같이 가줄까?”
현우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괜찮아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기로 했어요.”
민재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빠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그래? 알았어. 그래도 혹시 힘들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아빠들한테 말하고.”
진수가 따뜻하게 덧붙였다.
“참,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 저녁은 시간 비워놔. 우리 오랜만에 외식하기로 했잖아. 당신이랑 민재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레스토랑 예약해뒀어.”
“진짜요? 와! 신난다!”
민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현우 역시 진수의 깜짝 제안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은 세 사람 모두에게 소중한 활력소가 되었다.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세 사람은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민재는 학교 축제 준비 에피소드와 친구들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고, 현우는 유도 클럽 아이들의 성장과 다음 대회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진수는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어려운 수술 이야기와 병원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을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웃음과 격려를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기다리는 동안, 진수가 문득 서랍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현우와 민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현우가 물었다.
진수는 상자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사진 몇 장과 작은 손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민재의 생모가 전해주었던 사진첩이었다. 현우는 숨을 멈췄고, 민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민재야.”
진수가 민재의 손을 잡고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이건… 민재가 아주 아기였을 때 사진이야. 그리고 이건… 민재를 낳아주신 엄마가… 민재에게 쓴 편지들이고.”
민재는 아무 말 없이 사진 속 자신의 아기 모습과, 빛바랜 편지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표정에는 놀라움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현우는 조용히 민재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얼마 전에… 낳아준 엄마가 아빠들을 찾아오셨었어.”
진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재가 잘 지내는지 너무 궁금하셨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민재를 잘 키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면서 이 사진첩을 주셨단다. 언젠가 민재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궁금해할 때, 보여주면 좋겠다고.”
진수는 아이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면서도, 더 이상 숨기거나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민재도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믿었다.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첩을 받아들었다. 포동포동한 볼살의 아기 민재, 그런 자신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생모 모습… 민재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겨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 이내,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펼쳐 읽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글씨체로 쓰인 편지에는 아이를 향한 애틋한 사랑과 미안함, 그리고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편지를 다 읽은 민재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이는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어깨를 작게 들썩이며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현우와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곁을 지켰다. 지금 민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나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정리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민재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현우와 진수를 바라보며, 이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들.”
아이의 목소리는 아직 조금 떨렸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저한테…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주셔서… 그리고…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셔서요.”
민재는 다시 한번 사진첩 속 생모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낳아준 엄마한테…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아빠들한테 보내준 덕분에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요. 언젠가… 만약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놀랍도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에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아이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 민재야. 네 마음이 그렇다면… 언젠가 꼭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진수가 민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이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리고 기억해. 너에게는 너를 낳아준 엄마도 계시지만, 너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지하는 현우 아빠와 진수 아빠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맞아! 우리는 영원히 한 팀이니까!”
현우도 민재의 등을 툭 치며 힘주어 말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오래된 앨범을 다시 꺼내보았다. 민재가 처음 집에 왔던 날 찍었던 어색한 사진부터, 함께 떠났던 여행 사진, 운동회 날 찍었던 사진, 그리고 오늘 외식하며 찍은 사진까지. 앨범 속에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온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넘겨보며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족이란 혈연으로만 묶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쌓아가는 깊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라는 것을. 그들에게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민재는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그의 정체성을 흔들거나 가족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두 아빠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 속에서 더욱 단단한 자아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현우와 진수 역시 이 경험을 통해 부모로서 더욱 성숙해졌고, 서로에 대한, 그리고 아들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깊어가는 가을밤, 세 식구는 서로에게 기대어 조용히 잠이 들었다. 창밖의 별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그들의 집 안에는 시간의 선물처럼 쌓여가는 따뜻한 사랑과 행복의 온기가 가득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페이지를 넘기며, 더욱 깊고 풍성한 하모니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민재는 고등학교 2학년의 봄을 맞이했다. 키는 아빠들의 어깨를 훌쩍 넘어섰고, 변성기를 지나 제법 굵어진 목소리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술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거워서, 주말이면 화실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학업 스트레스는 여전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춘기의 예민함은 여전히 남아있어, 가끔은 이유 없이 툴툴거리거나 방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현우와 진수는 예전처럼 조급해하거나 서운해하는 대신, 아이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기다려주는 여유를 배웠다. 다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나 잠들기 전 짧은 순간이라도 아이의 눈을 보고 그날의 기분이나 학교생활에 대해 묻고, 또 자신들의 일상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며 정서적인 교감을 이어가려 애썼다.
“민재야, 요즘 학교 축제 준비한다며? 뭐 맡았어?”
저녁 식탁에서 진수가 물었다.
“아… 저희 반 부스 꾸미기요. 포스터랑 장식 만드는 거.”
민재가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
“오! 그거 완전 민재 전문 분야네! 아빠가 뭐 도와줄 거 없어? 재료 사러 같이 가줄까?”
현우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괜찮아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기로 했어요.”
민재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빠들의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그래? 알았어. 그래도 혹시 힘들거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아빠들한테 말하고.”
진수가 따뜻하게 덧붙였다.
“참,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 저녁은 시간 비워놔. 우리 오랜만에 외식하기로 했잖아. 당신이랑 민재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레스토랑 예약해뒀어.”
“진짜요? 와! 신난다!”
민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현우 역시 진수의 깜짝 제안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은 세 사람 모두에게 소중한 활력소가 되었다.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세 사람은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민재는 학교 축제 준비 에피소드와 친구들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고, 현우는 유도 클럽 아이들의 성장과 다음 대회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진수는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어려운 수술 이야기와 병원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을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공감하며 웃음과 격려를 나누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를 기다리는 동안, 진수가 문득 서랍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현우와 민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현우가 물었다.
진수는 상자를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오래된 사진 몇 장과 작은 손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민재의 생모가 전해주었던 사진첩이었다. 현우는 숨을 멈췄고, 민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진들을 바라보았다.
“민재야.”
진수가 민재의 손을 잡고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이건… 민재가 아주 아기였을 때 사진이야. 그리고 이건… 민재를 낳아주신 엄마가… 민재에게 쓴 편지들이고.”
민재는 아무 말 없이 사진 속 자신의 아기 모습과, 빛바랜 편지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표정에는 놀라움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현우는 조용히 민재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얼마 전에… 낳아준 엄마가 아빠들을 찾아오셨었어.”
진수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재가 잘 지내는지 너무 궁금하셨다고… 그리고 우리에게 민재를 잘 키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면서 이 사진첩을 주셨단다. 언젠가 민재가 자신의 뿌리에 대해 궁금해할 때, 보여주면 좋겠다고.”
진수는 아이가 받을 충격을 걱정하면서도, 더 이상 숨기거나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민재도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믿었다.
민재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첩을 받아들었다. 포동포동한 볼살의 아기 민재, 그런 자신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시절의 생모 모습… 민재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겨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 이내,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펼쳐 읽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글씨체로 쓰인 편지에는 아이를 향한 애틋한 사랑과 미안함, 그리고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다.
편지를 다 읽은 민재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아이는 소리 내어 울지는 않았지만, 어깨를 작게 들썩이며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현우와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아이의 곁을 지켰다. 지금 민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나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정리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민재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현우와 진수를 바라보며, 이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들.”
아이의 목소리는 아직 조금 떨렸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감사가 담겨 있었다.
“저한테…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주셔서… 그리고…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셔서요.”
민재는 다시 한번 사진첩 속 생모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낳아준 엄마한테…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아빠들한테 보내준 덕분에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요. 언젠가… 만약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놀랍도록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우와 진수는 그런 아들의 모습에 가슴 벅찬 감동과 함께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아이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 민재야. 네 마음이 그렇다면… 언젠가 꼭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진수가 민재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이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리고 기억해. 너에게는 너를 낳아준 엄마도 계시지만, 너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지지하는 현우 아빠와 진수 아빠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네 곁에 있을 거야.”
“맞아! 우리는 영원히 한 팀이니까!”
현우도 민재의 등을 툭 치며 힘주어 말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오래된 앨범을 다시 꺼내보았다. 민재가 처음 집에 왔던 날 찍었던 어색한 사진부터, 함께 떠났던 여행 사진, 운동회 날 찍었던 사진, 그리고 오늘 외식하며 찍은 사진까지. 앨범 속에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온 소중한 시간의 조각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넘겨보며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가족이란 혈연으로만 묶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며 쌓아가는 깊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라는 것을. 그들에게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이어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민재는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그의 정체성을 흔들거나 가족과의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두 아빠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 속에서 더욱 단단한 자아를 형성해나가고 있었다. 현우와 진수 역시 이 경험을 통해 부모로서 더욱 성숙해졌고, 서로에 대한, 그리고 아들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깊어가는 가을밤, 세 식구는 서로에게 기대어 조용히 잠이 들었다. 창밖의 별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그들의 집 안에는 시간의 선물처럼 쌓여가는 따뜻한 사랑과 행복의 온기가 가득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페이지를 넘기며, 더욱 깊고 풍성한 하모니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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