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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7 추천 : 0 글자수 : 4,106 자 2025-10-28
시간은 민재의 스케치북 위를 스쳐 지나가는 연필 선처럼, 현우의 유도 클럽 매트 위에 떨어지는 땀방울처럼, 그리고 진수의 수술실 시계 위를 맴도는 초침처럼 각자의 속도로 흘러갔다. 민재는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고, 현우와 진수는 각자의 분야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세 사람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었지만, 각자의 계절 속에서 서로 다른 온도와 색깔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민재에게 겨울은 다가올 미술 대학 입시 준비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치열한 계절이었다. 화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주말이면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곤 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지만, 입시라는 현실적인 목표 앞에서 오는 압박감과 불안감은 아이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예민함이 늘었고, 때로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아빠들과의 대화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 거야?”
늦은 밤, 민재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진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연필 소리가 밤늦도록 이어지는 날이 많았다.
“괜찮아요. 할 게 많아서 그래요.”
문 너머로 들려오는 민재의 목소리는 피곤함에 지쳐 있었다.
“그래도 건강이 제일 중요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들면 언제든 아빠들한테 이야기하고. 알았지?”
진수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조용히 물러섰다. 아이가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기에, 섣부른 걱정이나 개입보다는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지친 목소리는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현우는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도 클럽 아이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올해 마지막 유소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몇몇 유망주들은 상급 학교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도자로서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들이었지만, 동시에 그는 클럽 운영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후원 기업을 유치하여 아이들에게 더 좋은 훈련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관련 기관 담당자들을 만나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당신, 요즘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니야? 클럽 일도 중요하지만, 당신 몸도 좀 챙겨가면서 해.”
저녁 식탁에서 현우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진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얼굴이 반쪽이 된 듯 수척해 보였다.
“알아. 근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서… 조금만 더 힘내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현우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가 역력했다. 민재의 입시 걱정까지 더해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수 역시 연말을 맞아 병원 업무가 폭주하고 있었다. 밀린 수술 스케줄과 각종 평가 준비, 그리고 다음 해 연구 계획 수립까지. 외과 과장으로서 그의 책임감은 막중했고,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병원 생활 속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소홀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민재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세 사람은 각자의 계절 속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변함없었지만, 각자의 삶에 대한 몰입과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소통의 빈도를 조금씩 줄어들게 만들었다. 함께 있지만, 어딘가 조금씩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서로에게 힘든 내색을 하기보다는, 괜찮은 척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현우는 민재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사 들고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진수 역시 오늘은 최대한 일찍 퇴근하려 노력했다. 모처럼 세 식구가 함께 편안한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민재야, 아빠 왔다! 맛있는 스테이크 사 왔는데, 같이 먹자!”
현우가 밝게 외치며 민재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음악 소리만 희미하게 흘러나올 뿐이었다.
“민재야? 아빠 들어간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민재는 헤드폰을 낀 채 책상 앞에 엎드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잔뜩 구겨진 스케치 종이들이 널려 있었고, 바닥에도 물감이 튄 자국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아이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혼자 울고 있는 듯했다.
“민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현우가 깜짝 놀라 다가가 민재의 어깨를 감쌌다. 민재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눈가는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좌절감과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림이… 마음대로 안 그려져요.”
민재는 울먹이며 말했다.
“학원에서 모의 평가 봤는데… 결과도 안 좋고… 선생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시고… 난 재능이 없나 봐요… 그냥 다 포기하고 싶어요…”
아이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현우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퇴근한 진수가 방으로 들어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조용히 다가와 민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두 아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아이가 마음껏 울며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입시 스트레스와 슬럼프가 겹쳐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가슴이 아팠다.
한참을 울고 난 민재가 조금 진정되자, 진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민재야, 그림이 마음대로 안 그려져서 많이 속상했구나. 결과가 안 좋아서 실망도 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진수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공감해주었다.
“하지만 민재야,”
현우가 이어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네가 재능이 없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아빠들이 본 너는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하고, 너만의 특별한 감성을 가진 아이야. 지금은 잠시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 뿐이야. 누구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런 슬럼프를 겪게 돼. 아빠도 유도하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어.”
“맞아.”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야. 그리고 민재야, 너 혼자 힘들어할 필요 없어. 아빠들이 있잖아. 네가 힘들면 언제든 우리한테 기대도 돼. 우리가 네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
“결과가 조금 안 좋으면 어때.”
현우가 민재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네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거야. 설령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네가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너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아빠들은 네 꿈을 끝까지 지지할 거야.”
두 아빠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에, 민재는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였지만, 이번에는 절망감이 아닌 희망과 용기의 빛이 아이의 눈동자에 감돌았다. 아이는 두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세 사람은 스테이크 대신 따뜻한 죽을 끓여 먹으며 조용히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민재의 어려움을 계기로, 현우와 진수 역시 그동안 서로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깨닫고 반성했다. 각자의 힘듦 속에 파묻혀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우리… 앞으로 정말 서로에게 더 신경 쓰자.”
현우가 말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그리고 민재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응… 노력하자.”
진수도 동의했다.
“서로의 계절을 존중하되, 늘 같은 하늘 아래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어. 힘들 때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기쁠 때는 함께 웃어주고… 그렇게 서로의 온도를 맞춰나가야지.”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시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민재의 슬럼프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세 사람은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흔들렸던 가족의 균형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었다. 각자의 계절 속에서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울타리이자 위로였다.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다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민재에게 겨울은 다가올 미술 대학 입시 준비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치열한 계절이었다. 화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주말이면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곤 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지만, 입시라는 현실적인 목표 앞에서 오는 압박감과 불안감은 아이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예민함이 늘었고, 때로는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기도 했다. 아빠들과의 대화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 거야?”
늦은 밤, 민재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진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연필 소리가 밤늦도록 이어지는 날이 많았다.
“괜찮아요. 할 게 많아서 그래요.”
문 너머로 들려오는 민재의 목소리는 피곤함에 지쳐 있었다.
“그래도 건강이 제일 중요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들면 언제든 아빠들한테 이야기하고. 알았지?”
진수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조용히 물러섰다. 아이가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알기에, 섣부른 걱정이나 개입보다는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지친 목소리는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현우는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도 클럽 아이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올해 마지막 유소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몇몇 유망주들은 상급 학교 스카우터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도자로서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들이었지만, 동시에 그는 클럽 운영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후원 기업을 유치하여 아이들에게 더 좋은 훈련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는 관련 기관 담당자들을 만나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당신, 요즘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니야? 클럽 일도 중요하지만, 당신 몸도 좀 챙겨가면서 해.”
저녁 식탁에서 현우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진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얼굴이 반쪽이 된 듯 수척해 보였다.
“알아. 근데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서… 조금만 더 힘내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현우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가 역력했다. 민재의 입시 걱정까지 더해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수 역시 연말을 맞아 병원 업무가 폭주하고 있었다. 밀린 수술 스케줄과 각종 평가 준비, 그리고 다음 해 연구 계획 수립까지. 외과 과장으로서 그의 책임감은 막중했고,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병원 생활 속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소홀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민재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세 사람은 각자의 계절 속에서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변함없었지만, 각자의 삶에 대한 몰입과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고, 소통의 빈도를 조금씩 줄어들게 만들었다. 함께 있지만, 어딘가 조금씩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서로에게 힘든 내색을 하기보다는, 괜찮은 척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버텨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저녁, 현우는 민재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사 들고 평소보다 일찍 귀가했다. 진수 역시 오늘은 최대한 일찍 퇴근하려 노력했다. 모처럼 세 식구가 함께 편안한 저녁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민재야, 아빠 왔다! 맛있는 스테이크 사 왔는데, 같이 먹자!”
현우가 밝게 외치며 민재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음악 소리만 희미하게 흘러나올 뿐이었다.
“민재야? 아빠 들어간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민재는 헤드폰을 낀 채 책상 앞에 엎드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잔뜩 구겨진 스케치 종이들이 널려 있었고, 바닥에도 물감이 튄 자국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아이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혼자 울고 있는 듯했다.
“민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현우가 깜짝 놀라 다가가 민재의 어깨를 감쌌다. 민재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눈가는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좌절감과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림이… 마음대로 안 그려져요.”
민재는 울먹이며 말했다.
“학원에서 모의 평가 봤는데… 결과도 안 좋고… 선생님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시고… 난 재능이 없나 봐요… 그냥 다 포기하고 싶어요…”
아이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현우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때마침 퇴근한 진수가 방으로 들어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는 조용히 다가와 민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두 아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아이가 마음껏 울며 감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입시 스트레스와 슬럼프가 겹쳐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가슴이 아팠다.
한참을 울고 난 민재가 조금 진정되자, 진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민재야, 그림이 마음대로 안 그려져서 많이 속상했구나. 결과가 안 좋아서 실망도 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진수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고 공감해주었다.
“하지만 민재야,”
현우가 이어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네가 재능이 없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아빠들이 본 너는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하고, 너만의 특별한 감성을 가진 아이야. 지금은 잠시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 뿐이야. 누구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런 슬럼프를 겪게 돼. 아빠도 유도하면서 수없이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어.”
“맞아.”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야. 그리고 민재야, 너 혼자 힘들어할 필요 없어. 아빠들이 있잖아. 네가 힘들면 언제든 우리한테 기대도 돼. 우리가 네 옆에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
“결과가 조금 안 좋으면 어때.”
현우가 민재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네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거야. 설령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네가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너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아빠들은 네 꿈을 끝까지 지지할 거야.”
두 아빠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에, 민재는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였지만, 이번에는 절망감이 아닌 희망과 용기의 빛이 아이의 눈동자에 감돌았다. 아이는 두 아빠를 번갈아 쳐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세 사람은 스테이크 대신 따뜻한 죽을 끓여 먹으며 조용히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민재의 어려움을 계기로, 현우와 진수 역시 그동안 서로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깨닫고 반성했다. 각자의 힘듦 속에 파묻혀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우리… 앞으로 정말 서로에게 더 신경 쓰자.”
현우가 말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그리고 민재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응… 노력하자.”
진수도 동의했다.
“서로의 계절을 존중하되, 늘 같은 하늘 아래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어. 힘들 때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기쁠 때는 함께 웃어주고… 그렇게 서로의 온도를 맞춰나가야지.”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세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시 따뜻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민재의 슬럼프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세 사람은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흔들렸던 가족의 균형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었다. 각자의 계절 속에서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울타리이자 위로였다. 그리고 그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함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다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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